곰 세 마리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0
폴 갤돈 글 그림, 허은실 옮김 / 보림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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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세마리>처럼 잘 알려진 이야기는 어떤 화가, 또는 일러스터가 그림을 그렸느냐, 같은 내용이라도 작가가 어떤 식으로 글을 재미있게 썼느냐, 어떤 운율로 맛깔스럽게 표현하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살펴 보면, 우선은 본문의 글자 크기를 다르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듯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으로 하지 않고, '한 마리는 조그맣고 조그만 곰, 한 마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 한 마리는 커다랗고 커다란 곰'이라고 표현해 놓은 것이 이채롭고, 크기에 대한 비교를 할 수 있어서 좋다. 글자 크기가 다르니 읽는 사람도 작게, 중간 톤으로, 큰 소리로 읽어야 이 이야기가 살아나지 않겠는가~

 

그리고 눈에 띄는 또 한가지는 곰 세 마리 이야기를 담은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한 부분으로,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놓은 부분에 공감이 갔다. 다른 곰을 믿기에, 그리고 누구든 해친 적이 없으니 자기들을 해칠 누군가도 없다는 믿음이 이 곰 가족이 문을 잠그지 않고 집을 나선 이유이다. 금발머리가 문이 잠겨 있지 않다고 해서 곰의 집에 불쑥 들어간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그 뒤에 아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명백한 잘못이다. 허락도 받지 않고 음식을 먹고, 기물을 파손하고, 남의 잠자리에서 잠을 자는 여유까지 부렸으니...

 

그런데 이 책을 처음 볼 때 금발머리 여자아이의 모습이 좀 이상해 보였다. 헤벌쩍 웃는 모습이 좀 바보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 그림 속의 아이의 연령을 고려해 본다면 그 나이에 앞니가 빠져 있는 것은 사실적인 묘사라 할 수 있다. 금발머리라고 해서 무조건 예쁘장하게 그릴 필요는 없으리라. 다만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여자 아이를 그린 부분들을 비교해 보면 얼굴 모양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실망이다.  내용면에서는 별 네 개를 받을 만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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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기억한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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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왜 '코끼리는 기억한다'인가에 관하여 궁금증이 일었는데, 책을 읽어보고서야 그 의미를 알겠다. 다른 짐승들과 비교할 때 코끼리의 기억력이 매우 좋다는 것인데, 문득 예전에 '붕어 아이큐는 3초'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낚시 바늘을 물었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물고기가 돌아서면 그걸 까먹고 다시 미끼를 물려고 덤벼서 그런 말이 생겼다나.. 그에 비하면 -이 책에 나오는 바에 의하면- 코끼리가 자기를 바늘로 찌른 사람을 기억했다가 몇 개월 뒤에 물세례를 준다는 예를 볼 때 상당히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 이 책에서 '코끼리'에 관한 언급이 가끔씩 나오는 것은  예전 일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내 머리가 녹슨 탓인지 올리버 부인과 포와로 탐정이 만나서 수집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마구 뒤섞여서 누가 들려준 이야기였는지, 어디서 일어난 일이었는지 헷갈려서 다시 앞으로 가서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까지 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기억조차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는 것을 느꼈다. 기억은 주관적이고 자기가 믿고 싶은데로 믿기 때문이리라. 인간의 두뇌 속에 저장된 기억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끊임없이 조작되고 개편되고 잊혀져 간다.  특정한 상황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오! 수정"이던가?)도 있지 않던가. 중반 이후로 가면서 등장인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추측이 가능해지긴 했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두번 이상은 읽어보아야 이해가 되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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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 2004-05-19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추리소설도 많이 보시네요. 의외로 안 보시는 분들이 많던데...
저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많이 봅니다. 해문사 80권 전권 소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 부족해요. 이 책은 이제는 멀어져 버린 친구로부터 받은 책입니다. 10년도 넘게 전에 받은 책이라 사실 기억은 잘 안나요. 아는 건 범인을 맞추지 못했다는 거죠 ^^
 
행복한 왕자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지만 옮김, 레인레이 그림 / 마루벌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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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으로,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동화라고 하면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일까? 예전에 읽을 때도 제비가 얼어 죽는 것이 마음 아파서 울었는데, 이제 아이의 그림책으로 다시 보면서 고귀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행한 왕자와 그의 소망을 외면하지 못한 제비의 슬픈 죽음이 너무 가슴을 아프게 하여 울 수 밖에 없었다.  동상으로 우뚝 선 '행복한 왕자'는 살아 있을 때 어떤 인물이었나. 눈물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사랑 역시 몰랐던, 반 쪽의 행복만을 안 사람이었다. 궁전 문을 나가 보고서야 인간의 생사고락을 알게 된 싯다르타(부처)처럼, 행복한 왕자 역시 궁전에서 살 때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을 것이고 가난도, 아픔도, 슬픔도 몰랐을 것이다.  죽어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 동상으로 세워진 후에야 도시의 가난한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고통을 보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비로소 눈물을 흘린다.

 왕자는 온 몸을 금으로 휩싸고, 보석들로 치장을 하였지만 동상이 되어 버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던 것이리라. 왕자는 잠자리를 찾아 동상 아래로 날아 든 제비에게 사랑의 전령사가 되주길 요청한다. 눈물 때문이었을까... 따뜻한 나라로 떠나야 할 제비는 금붙이와 보석들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왕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쪽 눈(보석)마저 뽑아 주는 바람에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된 왕자를 위해 언제까지나 곁에 남아 있겠다는 제비의 말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추위에 얼어 죽을 것을 알면서도...왕자도 헐벗은 몸만 남았지만 제비의 헌신과 사랑으로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잘 알려진 이 동화는 제인 레이라는 작가의 그림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가 부여된 것 같다.  왕자의 동상의 바탕이 되는 금색과 붉은 색, 초록색을  그림 여기저기- 옷, 담요, 탁자, 장갑, 지붕, 새, 뱀  등- 에 쓰이고 있다.  금색은 손으로  만져 보고 싶게 만드는지라 아이나 나나 한 번씩은 쓰다듬어 보곤 한다.  무엇보다 금색은 제비가 왕자에게 들려주는 이집트의 화려한 그림들에 잘 어울린다. 이집트에 있는 왕의 무덤과 거대한 화강암 왕자, 그리고 황금빛 사자들의 이야기를 왕자에게 들려 주며 그 곳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던 제비였지만 결국 "사랑하는 왕자님,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왕자의 발 아래에서  차디찬 죽음을 맞이하죠. 그와 함께 -납이었을망정- 왕자의 심성이 깃든 심장은 두 조각나고...

 너무나 서글픈 결말이 될 뻔한 이 이야기를 아름답고 흐뭇한 끝맺음으로 이끌어 준 것은 하느님이 왕자와 제비(조각난 납 심장과 죽은 제비)를 그 도시에서 가장 고귀한 것으로 인정하시고,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갖게 하신 덕분이리라. 감동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고 가슴에 새겨지기에 아무리 어릴 때 본 이야기들이라도 잊혀지지 않는가 보다. 더구나 그림책은 아름다운 색채로 이루어진 한 장면으로 더욱 강하게 기억되지 않겠는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동화가 그러한 감동과 여운을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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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꼬마 생쥐 보림어린이문고
김서정 지음, 이광익 그림 / 보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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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금호미술관에서 책과 관련된 전시회를 하길래 갔었는데 그 곳에서 많은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을 처음 보게 되었어요. 그러나 폐장 시간이 다 되어 가고, 다른 책들도 둘러 보랴 해서 아이가 읽어달라는 대로 내용만 잠깐 살펴보다 말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다시 보게 되어 아이나 저나 무척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표지의 제목 글씨과 생쥐 그림에 매끈매끈한 비닐을 입힌 것을 만졌을 때의 느낌이 좋아요.

 다만 제목에 주황과 초록 계열을 사용한 부분은 좀 더 밝은 색으로 처리했으면 눈에 더 잘 띄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본문의 그림을 보면서도 느낀 것인데, 엄마와 막내 생쥐가 음식을 만드는 장면(p14~15)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어둡게 느껴지네요. 수묵화의 느낌이 베어 있는 벽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 중에서 막내 생쥐만은 특별함을 주고 있군요. 다양한 문양이 찍힌 이불들 중에서 막내 생쥐가 덮고 자는 이불만 주황색 계열인 것이나, 형 생쥐들에 비해 털 색깔도 더 밝아서 구분이 갑니다.

생쥐 형제들은 '용.감.한.꼬.마.생.쥐''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들 정말 용감하더군요. 그 덩치에 걸맞지 않는 괴력과 용감함을 지닌 생쥐 형제들의 활약상은 아이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만 했습니다. 곰이나 코끼리, 고래, 타조나 기린 등 특정한 분야에서는 그래도 이름을 날리는 동물들에게 전혀 꿀림이 없으니 말입니다. 또한 효성심도 대단하잖아요.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에 당장에 달려들 오잖거든요.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호호호~ 다만 이들이 엄마를 위해 가져 온 것들이 별 소용이 없어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동생을 비웃는 부분-겁쟁이, 집에나... 좁쌀영감같은 녀석 등-을 보니 그런 마음이 싹~ 가시더군요. 동생이 엄마 곁에 남아 있어서 덜 외로우셨을거란 생각도 안 드나 봐요.

 하지만 모셔 온 의사선생님이 고양이라니...엄마의 표정에서 얼마나 황당하고 겁을 집어 먹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감기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추가루타서 먹는 처방같다고나 할까... 너무 매워서 감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너무 놀라서 엄마의 병도 백리 밖으로 휭하니 달아나 버린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주니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이나 각 생쥐들의 모험담이 흥미진진하잖아요. 개인적인 생각이겠짐나 책 크기가 조금 더 컸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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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헤엄이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5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5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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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아주 작고 까만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올거예요.헤엄을 잘 치는 덕분에 '으뜸헤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작고 까만 물고기는 바닷속 한 구석에서 다른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지요. 그러나 바다 속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지라 작은 물고기들이 삶이 평화롭지만은 않지요. 어느 날 으뜸헤엄이는 무섭고 날쌘 다랑어에게 친구들이 잡아 먹히는 것을 보고 겨우 도망을 칩니다. 목숨을 잃을뻔한 상황도 충격이었겠지만 함께 살아가던 동료들을 잃고 혼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무서움, 외로움, 슬픔 등의 감정들을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절박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살아남은 자에게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옛말에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슬픔에 잠겼던 으뜸헤엄이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닷속 구경을 하면서 다시 행복함을 느낍니다. 이 책의 그림들은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찍기나 종이 채색 등을 해서 만들었나 봅니다. 그 독특함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거칠고, 탁해 보일 수도 있으나 보면 볼수록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으뜸헤엄이와 함께 하는 바닷속 구경은 그 절묘한 구절들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한답니다. '끈에 매달려 가는 듯한 물고기', '달콤한 사탕 같은 물풀 숲', '분홍빛 야자나무가 흔들리는 것 같은 말미잘' 등등 그 표현이 참 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세상을 본 덕분일까요, 으뜸헤엄이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같은 고통을 당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숨어서 살 생각도 없는 으뜸헤엄이는 친구들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답니다. 헤엄만 으뜸이 아니고 생각도 으뜸이지 뭐예요!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커다란 물고기를 만들자는 생각은 으뜸헤엄이와 작은 물고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줍니다. 힘들고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이 그림책을 통해 힘없는 약자들도 힘을 합친다면 어떤 위험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체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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