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향기
산드라 브라운 지음 / 현대문화센터 / 199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다른 것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는 남자가 있다. 사랑보다는 자신의 야망과 땅에 대한 소유욕이 더 컸던 남자 코튼...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자식을 외면한 아버지였기에 캐시에게는 증오의 대상일 수 밖에 없었다. 돈 벌어서 부르겠다고 떠나서는 부자집 딸과 결혼하고,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곁에 두고 싶어 불러와서는 소유지의 오두막에 그들을 밀어 넣은 남자...  그의 곁에는 입양한 두 딸과 자신을 증오하면서 살아가는 아들이라 부를 수 없는 캐시, 그리고 자신의 땅이 전부였다. 코튼의 고뇌와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긴 어렵다. 물론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자식까지 외면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 있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실러라는 여주인공의 성격은 참으로 아리송하다. 어떨 때에는 강한 면모를 보여주다가, 어떨 때는 약한 모습을 보여 주니 말이다.. 여동생이 임신했다는 거짓말로 자신의 약혼자를 빼앗아갈 때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흑흑~거리며 떠나는 모습을 보이더니, 벨르테르에 돌아와서는 사람을 공격하는 개들을 쏘아죽이는 무모함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버지의 재재소를 살리기 위해 애쓰기도 하지만, 결국 현장책임자였던 캐시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도 마지막에 가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기에 어느 정도 흡족하긴 하다. 이야기 내내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서 긴장감을 느추지 않게 하고 있다. 폭력에 시달리던 게일라가 탈출하여 안정을 찾아가면서, 마침내 연인의 품에 안기게 된 것-지미가 그녀를 향한 증오를 불태우던 것을 감안하면 너무 싱겁게-도 다행이다.  그런데 사랑을 가지되 자신과 자식의 자리를 빼앗긴 여자와 아내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맹세까지-절대 그 모자를 받아들이지 말라는...-시키며 사랑하지 않는 남편과 살다간 여자...어떤 여자가 더 불행한 걸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4-05-1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참..곤란하네요.
정말 누가 불행한걸까요?? 결론은 둘 다..아니 셋다에
자녀들까지가 아닐런지...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 전4권 (양장)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는 드래곤, 엘프, 드워프, 오크, 마법사, 소드 마스터... 등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나 설정에 식상해 있는 독자들을 마음을 알게 된 것일까? 이 책에는 서양에서(주로 톨킨에 의해) 창조된 종족들이 아닌, '나가, 도깨비, 레콘, 두억시니 같은 새로운 종족들이 등장한다. 또한 드래곤이나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용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의 용(아스탈리화)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나가라는 종족은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니름’이라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며 뱀처럼 허물벗기를 한다. 이 종족의 가장 큰 특징은 모계사회라는 것과 심장을 꺼내는 의식을 통해 불사의 몸을 얻게 된다는 점이다. 여자는 가주가 되어 가문을 이끌고 사회 전반을 지배하며, 남자들은 성년식-심장적출식을 거치면서-을 치른 후에는 예외 없이 집을 떠나 단지 자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존재가 되어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닌다. 때문에 그들 중의 일부인 여신의 신랑이라 지칭되는 '수호자'들이 '신'을 통해 힘을 얻어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나가의 신인 '발자국 없는 여신'을 죽이려 하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서 부터이다. 이를 알게 된 대사원(인간)에서 그 시도를 막으려고 인간, 도깨비, 레콘 종족의 세 인물을 남쪽과 북쪽의 한계선으로 파견하게 된다. 음모를 막으려는 나가의 수호자 한 명을 사원으로 데려 오기 위해서이지만 일은 어느 누구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케이건은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나가를 죽여 잡아 먹는 기행을 일삼는 나가 살육자인 그는 아라짓의 전사이자 키탈저 사냥꾼의 마지막 후예로 그가 살아 온 역정은 글 중간 중간에 조금씩 드러날 뿐이다. 마침내 여신의 힘을 사용할 수있게 된 나가 종족의 북쪽땅을 향한 토벌이 시작되는데 신의 힘을 휘두를 수 있게 된 수호자들에 의해 진행된 전쟁은 일방적인 도륙일 뿐이었다.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도깨비, 레콘, 인간은 힘을 합쳐 대항하고, 한편에서는 또 다른 세 신을 찾아 여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위와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라는 전제는 이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중요한 법칙으로 설정되어 있다. 도망자를 구출할 때도 세 종족이 구출대를 결성하고, 갇힌 여신의 힘을 대적하기 위해서도 세 신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독자들을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두 번의 교묘한 속임수에 넘어가 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한 말장난 위주의 판타지책들과는 달리 가끔씩 표출되는 유우머는 이 책의 무거운 주제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주면서 글을 읽는 재미를 줄 것이다.

「드래곤 라자」라는 책을 통해 알려진 이영도가 「눈물을 마시는 새」로 우리 앞에 새로운 역량을 드러낸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를 했던 책이다. 그래서 권 수는 4권이지만 분량은 보통 책의 10권 정도는 되는 책을 열심히 읽어나갔다. 두꺼운 양장본을 제작한 출판 의도 또한 다른 판타지 책과 차별하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흥미진진하고 독특하며, 재미와 여러가지 주제(권력, 전쟁, 복수 등)를 아울러 매우 창조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글을 어렵게 쓰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부분들은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가끔 등장하는 아라짓 방언같은 것은 그 말을 해석하기 위해 열심히 생각해 보게 만들었는데, 두꺼운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의 어려움(^^;)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은 배려를 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파이어나, 검강 같은 것이 난무하는 판타지에 질려버린 판타지 매니아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이 책을 기점으로 여러 판타지 작가들도 새로운 관점과 창의력을 발휘에 좋은 작품을 창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4-05-1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달려가야겠네요..사실 드래곤라자는 별로였지만...
새로운 인물형과 세계 창조라니 넘넘 궁금합니다.

읽고 저도 후기 올립지요^^*

주작 2004-05-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는 이영도의 팬입니다. 이영도의 작품은 다 가지고 있지요. 그 중에서도 '눈물을 마시는 새'는 다른 책과 달리(다 그렇지만) 동양 판타지란 점에서 관심을 끌었구요. 잘 보면 우리가 전래동화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친근했는지도 모르구요. 판타지의 주 수요층인 학생들은 별 재미없다지만 홍수처럼 쏟아지는 판타지 속에서 이런 책들은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는 쓸데없는 끄적거림이다... 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요리장이 너무 많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24
렉스 스타우트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책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너무 많다!  나이에 따른 기억력 감퇴 탓인지, 익숙치 않은 이름 탓인지, 요리장들의 이름이 자꾸 헷갈려서 책을 읽다말고 앞 쪽의 이름 목록을 살펴보고, 또 살펴보곤 했다. 음식이나 향신료 이름들도 낯설었지만 과연 어떤 요리일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책 내용을 별도로 하고, 등장하는 탐정이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원래 비만한 사람은 싫어하는 편인데 탐정으로 나오는 네로 울프는 미식가라면서 뭘 그리 많이 먹어서 거동도 귀찮아 할만큼 살이 쪘나 모르겠다. 포와로도 그정도로는 살이 찌진 않았는데... 

명요리장으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이 한 호텔에서모임을 가지고,  미각테스트-대장금이 생각나~ -를 하는 중에 한 사람이 살해된다. 그런데 네로는 울프는 살인 사건에 대한 조사조차 거부 한다. 하지만 홈즈에게 와트슨이 있고, 포와로에게 헤이스팅스가 있다면, 네로 울프에게는 아처가 있다! 살인자를 찾기 위한 활동의 대부분을 탐정의 개인 비서인 아처가 다 한다. 다른 사람이 부축해주지 않으면 일어나는 것도 힘겨운 네로에 비하면(이건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표현임!) 이 아처라는 인물 은 참 독특하다. 미모의 여성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결혼에 대한 알러지가 있는 사람처럼 여성이 그런 의도를 조금만 비쳐도 도망가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네로의 비서이긴 하지만 그에게 절대 복종하는 타입이 아니며, 그의 생각이나 말들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아직 기억에 남는 부분은 시대 및 지역적인 배경을 반영한 부분으로, 흑인을 검둥이니 까마귀라고 부르는 것은 예사이고 백인이 폭력을 휘두는 것조차 정당화되었다는 것이다. 흑인을 노예로 부리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마냥 그들을 대하니-호텔의 직원들 대부분이 흑인인데- 어떤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지 짐작이 간다. 네로나 아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이 주의 보안관이라는 작자는 흑인에 대한 편견이 매우 강해서 정말 사람 취급을 안 해 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사람은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완전 범죄라고 여겼겠지만 말 한마디 잘못해서 꼬리를 잡히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요괴 이야기 24 - 완결
스기우라 시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고 요괴가 등장한다는 것 때문에 보게 된 만화인데, 첫 권을 보자마자 주인공들의 미모(?)에 반하고, 그들의 금지된 사랑에 푹 빠져 들었버린 책이다. 내가 처음으로 본 '야오이' 만화이기도 하다. 미소년들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만화라는 뜻을 내포한 '야오이'가 원래는 '야마나시(클라이맥스 없음), 오치나시(결말 없음), 이미나시(의미 없음)'의 앞 글자를 딴 말이라고 한다. 야오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이 이야기 속에서라지만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걸 보기 싫어하는 여성의 심리를 남성간의 사랑이라는 구도로 소화해 낸 것이라 분석도 찾아볼 수 있다.

 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이라고 하는데, 30대 중반임에 이런 만화에 빠지는 걸 보면 나도 아직은 젊은가 보다~ (^^*)   그렇다고 내가 동성애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슈카의 외모도 예쁘고 하는 행동도 여성스러워서-차갑고, 냉정하며 냉혹한 얼음요괴인 블러디에 비해 툭하면 얼굴을 붉히는 이슈카의 성격을 살펴보면 여지없이 여성처럼 보임-처음엔 여자인줄 알았다.  이슈카가 나중에 여자로 밝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예상했었는데 결국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서 황당했었다. 

사실 요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그렇고, 남자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슈카와 블러드 사이에 싹트기 시작한 감정이 너무 애틋(?)해서 나도 모르게 이족, 동성간의 사랑조차 아름답게 여겨져 버린 것 같다. 죽기 위해 얼음 요괴가 봉인되어 있는 동굴로 찾아온 이슈카가 블러디를 무서워하지 않고 보다듬어 주면서 시작된 그들의 사랑 이야기... 애정 또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몰랐던 요괴 블러디가 이슈카에게 서서히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어떤 위협이나 위험에도 굴복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면 반할만 하다. 자신의 눈에서 떨어진, 단 하나뿐인 눈물의 보석으로 이슈카를 살려내면서도 깨닿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 상태를 차츰 알게 되는 블러디가 부적이나 승려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슈카를 안아 주는 모습도 멋있게 보였다..

남자끼리라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키스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이슈카와 블러디의 사랑에 대해 이런 호의적인 느낌들이 너무 잘생기게 그려진 주인공의 모습때문이라면 이해가 될려나? 아름다우니까 금기시 되는 사랑조차 아름답게 느껴지나 보다. 물론 만화 속에 그려진 인물들이 너무 예뻐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으니까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 실제로 남성들끼리 키스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랑 천양지차라서..

 청소년들간에 동성간의 애정, 즉 야오이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접한 적이 있는데, '야오이'류의 출판물들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동성간의 사랑에 빠져 드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런 만화는 청소년이나 아가씨들보다는 남녀간의 사랑을 알고 있는 중년(^^;) 여성들에게나 적합할 것 같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4-05-1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에 동의합니다.최근의 만화 ..우리나라 작가들의 만화나 인터넷소설들에도 동생애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지나친 폭력이나 성애부분이 있더라구요.

일본만화를 싫어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이런 것들입니다..순정이란 이름으로 수입되어진 것들에 이런 야오이나 로리타를 다룬 내용이 많고 또 뭐라고 하는지 용어는 잊어버렸지만, 어린 엄마들에 대한 찬양의 시선이 들어있는 것이 정말 싫답니다..그럼에도 아영엄마님이 소개하시니 보고 싶어지네요..현실성이 없기에란 말이 참 맘에 와닿습니다.

아영엄마 2004-05-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폭력적인 면이나 성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만화나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아카시아나 핑크(김동화), 하니같은 만화를 좋아하던 세대라서 그런가... 그래서 요즘은 만화 볼 때, 그런 장면이나 부분은 대충 보고 넘어가 버립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이 성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다 보니 문화적인 면(영화, 만화, 게임 등)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특히 눈에 띄나 봅니다. 이 만화도 그저 잘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는 측면에서 보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반딧불,, 2004-05-1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저는 발레만화나 피겨이야기가 많았던 예전의 일본만화를 보면서 컸거든요..
참 좋아했었는데..아마도 제가 못해본 것들에 대한 동경이었겠지요.
좋은 작품도 많은데..자꾸 실망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안 읽게된답니다.
 
반항하지마 25 - 완결
후지사와 토루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 만화책은 남편이 재미있다며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터라 속는 셈치고 보게 되었는데, 폭력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해도 그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전직이 폭주족이었던 '영길-오니츠카'이 그레이트한 선생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정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는 학생들을 친구처럼 여기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속시원하고, 부러웠다.

짧게 친 염색 머리, 담배를 물고 다니는 것은 예사이고, 비록 학교 옥상에서 기거하는 처지이지만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아간다.  학생과 학교, 가족간의 문제점을 속시원하게, 때로는 과격한 방법-태러범으로 변신하기도.-으로 썩은 고름덩어리를 한 칼에 제거하듯 단숨에 파헤쳐 버리지 무엇인가! 참으로 그레이트한 선생이다. 물론  학부모나 다른 선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선생으로서의 자질이 전혀 없는 '문제만 일으키는 선생'이다.

 툭하면 틀린 글자를 써서 학생들에게 지적을 받고, 실력이 안되니까 후배에게 화상 강의를 시키기도 한다. 학과목을 제대로 가르칠 능력은 없지만 학생들에게 인생의 상담자이자 선배, 그리고 선생으로 마음이 병든 학생들을 치유해 나가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선생을 쫓아 내기로 유명한 문제아 반을 맡아서 자기를 쫒아내기 위해 똘똘 뭉쳐져 있던 학생들에게 기존의 선생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면서 하나 둘씩 자기 편으로 만들어 갈 때마다 흥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일본은 특히 이지매가 심해서 자살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던데 영길 선생은 그런 학생들에게도 친구들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또한 천재라서 오로지 공부만 시키는 학교 생활이 무의미했던 레미도 다시 학교에 나오게 만들고, 일에만 매달리던 엄마를 되찾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99명의 무지막지한 퇴학생들과의 팔씨름에서 이길 때는 영길이 정말 인간인가 싶었다. 툭하면 머리가 깨지도록 쳐박고, 심지어 총을 맞기도 하지만 단 며칠만에 활개치고 다니니.. 정말 인간의 신체인가, 외계인인가 의심스러울 지경... 늘 큰 소리만 뻥뻥~ 쳐대고, 고의는 아니지만 툭하면 교장(교감인가?) 차를 박살내고, 경찰들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영길은 정말 그레이트한 남자이며, 그레이트한 선생이자 그레이트한 친구이다.

 월급때문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수시로 음흉한 시선을 여학생들에게 던지고, 보물 찾기에 학생들을 동원하고, 음란 비디오와 게임에 빠져 있는 그의 모습에서 오직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기위해 혈안이 된  선생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부모와 선생, 학교, 사회에 의해 망가진 학생들의 응어리를 풀어주고, 치유해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선생이 우리나라의 학교에 있다면 과연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암울한 학창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겠지만 학생들이 본다면 터프한 영길 선생에게 반한 나머지 지금의 선생님들에게 바라는 점이 많아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 과연 이런 친구같은 선생님은 만화속에서만 존재하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