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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송웅 - 배우의 말과 몸짓, 예술가 이야기 1 ㅣ 예술가 이야기 5
안치운 지음 / 나무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신체적인 열등감으로 집을 나왔다가 '연극'을 접한 후에 그 꿈을 키워 마침내 연극사에 큰 획을 귿고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추송웅이란 인물의 연극인으로서의 삶을 담은 책이다. 어릴 때 한 쪽 눈이 사시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 혼자 놀기를 좋아했던 한 남자아이가 커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배우가 되었다. 비록 수술을 통해 정상이 되었다고는 하나 다른 사람의 놀림을 받던 신체적인 컴플렉스를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의 외모로 보건데 미남과 미녀가 넘쳐나는 연예계에 입문해서 많이 힘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실은 추송웅씨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은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그 시절에도 연극영화과에는 미남/미녀들이 가는 곳이었구나 싶었다. ^^
고교시절 소풍가서 장기자랑 시간에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찍은, 춤을 추는 듯한 추송웅의 모습은 이미 그의 다분한 끼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매진하려 했으나 사투리때문에 대사 있는 배역에서 제외되기도 했었다니 얼마나 속상했겠는가. 그래도 그만 두지 않고 오히려 성심을 다해 청소며 연습을 열심히 한 덕분에 배역을 맡게 되는 걸 보면 누가 보지 않아도 자신이 맡은 바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결국은 인정받게 되는가 보다. 연극배우로 넉넉치 못한 생활을 하면서도 자비를 들여 자신의 책임하에 모노드라마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해서 공연을 해냈다니 연극에 대한 열정이 있지 않고서야 그 힘든 일들을 어찌해냈는가. 그리고 희극 배우로서 이름을 날리던 그가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비극이나 모노드라마 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그의 내면의 모습이기도 한-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니, 천의 얼굴을 지닌 광대란 평가가 과장만은 아니리라.
<빠알간 피터의 고백>이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을 비롯하여 일본까지 가서 공연하여 찬사를 받은 것, 그리고 연극인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점도 높이 살만하다.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은 대본에 잘 나타나 있다는데, 자신의 대본에 역할에 대한 분석이나 분위기, 자리 잡을 위치 등에 대해 꼼꼼히 분석하고 기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 대본, 사진, 기사, 입장권 등을 꼼꼼하게 잘 모아 정리해 둔 스크랩북을 소개한 사진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는데 그 자료들이 바로 이 책이 있게 해주었지 않나 싶다.
개인적으로 맡은 배역에 따라 보여지는 추송웅씨의 다양한 모습들이 실린 사진을 살펴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참고로 뒷쪽에 추송웅씨가 출연한 연극 팸플릿들도 볼 수 있으며, 그의 일대기로 연도별로 정리되어 실려 있다. 이 책은 연극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인물의 일대기를 아이들에게 접해주는 것도 한 목적이겠으나 나처럼 연극인의 모습이 아닌 똑순이 아빠로서의 추송웅씨만을 알던 어른들에게 그의 또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