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요 바빠 - 가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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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를 짓는 농촌이야 일 년 사시사철 다 바쁘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이면 바쁜 것이 더 즐거운 계절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노력한 결실을 거두어 들이는 손길이 바빠지는 시간... 가을 걷이를 할 때가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가장 기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자연재해 등으로  본전도 못 건질만큼 농사를 망친 경우에는 시름이 더할 것이다. 세밀화로 그려진 가을 풍경은 어떠할까? 산골에 사는 마루네 마을에는 가을도 일찍 오니까 더욱 손길이 바빠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할 일들이 왜그리 많은지...

 할아버지는 옥수수를 묶어서 말리시고, 할머니는 수확한 참깨를 터시느라 바쁘시다. 마루도 할머니를 도와드린다. 그러면 사람만 바쁘느냐, 참새는 떨어진 곡식 낟알갱이를 쪼아 먹느라 바쁘고, 제비들은 강남찾아 떠나느라고 바쁘고..  다들 바쁜 계절이 가을이구나 싶어진다. 그림을 보니 마당 가득히 널린 빨간 고추가 눈에 확 들어 온다. 이제는 고추가루를 사 먹는 가정이 많겠지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마당이며 옥상에 고추를 널어 놓아서 뛰어 놀다가 야단맞기도 한 기억이 난다. 특히 우리 친정 어머니나 이모님들은 고추 말릴 때 먼지 들어간다고 조심하고, 말려서 닦느라고 하루를 다 보내시는 분이시다..^^;;

  담력이 커진 것인지 경험으로 사람이 아닌 것을 아는 것인지, 허수아비를 겁내지 않고 앉아 있는 참새들..  그런 참새를 쫓기 위해 냄비 뚜껑을 두드리느라 바쁜 마루...  다람쥐랑 청솔모도 마루와 함께 밤을 주워 나르느라 바쁘다. 가을은 사람들이나 동물들이나 겨우내 먹을 양식을 모아두어야 하는 계절인 것이다. 누런 벼이삭이 펼쳐진 들녘이나 껍질을 돌돌 깎아 꼬챙이에 꿰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주황색 감들... 한 줄 얻어 왔으면~ (큰 아이가 곶감을 좋아한다.^^*) 이 그림책에는 우리네 겨우내 양식이었던 김장 담그는 모습까지, 농촌의 바쁜 가을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하루 일이 피곤한 듯 마루는 잠이 들었지만, '부엉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할머니 곁에 앉아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솔솔 풍겨 나올 듯한 마지막 장면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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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2-06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구병님이 이런 책도 쓰셨군요... 조금만 지나면 우리 애들은 농촌에 대해 다 잊게 되겠지요. 그림책으로라도 배우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영엄마 2004-12-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구병님은 책 감수도 많이 하시는 이름 많이 알려지신 분인데 님도 아시는 분이신가 봐요. 그나저나 정말 이젠 우리가 자랄 때 볼 수 있었던 농촌 풍경은 그림책 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골도 이젠 개량주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이니..
 
마틸다 (반양장)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3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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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여자 아이 마틸다는 천재이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걸 알아 주는 사람은 담임 선생님뿐이다. 어릴 때부터 혼자 글 읽는 것, 숫자 계산 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마틸다는 책에서 모든 것을 얻는다.  마틸다에게는 책이 선생이자 친구였던 것이다. 그녀의 엄마나 아빠는 마틸다의 천재성에 코웃음을 치는 사람들이다. 언젠가 「나는 리틀아인슈타인을 이렇게 키웠다」 라는 책을 읽을 적이 있는데 자식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교육을 한 어머니의 태도와는 너무도 상반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책을 본다고 나무라고 꼭 텔레비젼을 보면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가정. 아버지는 톱밥과 전기드릴을 이용하여 낡은 중고차를 그럴듯하게 꾸며서 남에게 팔아먹으면서도 그것을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터벌리는 사람이다. 엄마는 텔레비젼과 빙고 게임에 빠져서 아이들의 식사도 식당에서 사오는 사람...  이런 가정에서 마틸다가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통쾌하게 여겨졌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천재로 여기는 것을 말리는 것이 더 힘든 법이라고 하는데 마틸다의 부모는 자기 자식이 천재라는 것이 오히려 못마땅하고 못 믿을 일처럼 여긴다. 마지막에 사기 행각이 들켜 온가족이 도망갈 때 마틸다가 남고 싶다는 걸 맘대로 하라는 식으로 댓구하는 걸 보고 기가 막혔다. 정말 친부모가 맞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모 밑에 마틸다 같은 아이가 태어난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이름도 괴상한 그 여자 교장 선생님도 너무나 황당한 존재였다. 땋은 머리가 싫다고 들어 올려서 빙빙 돌려 내던져버린다든지, 답을 틀리게 말했다고 귀를 잡아 들어 올리는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교육자라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마틸라가 넘쳐나는 에너지를 초능력처럼 이용해 제니 선생님을 아가다 이모(교장선생님)의 억압에서 구해내는 장면을 읽으면서 내가 다 가슴이 벅찼다. 그런 능력이 사라진 것을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 마틸라에게서는 애어른다우면서도 천진난만한 성숙함이 느껴졌다. 선생님과 마틸라를 괴롭히던 존재들이 다 사라져서 마음을 놓고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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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2-0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도 제가 읽고 싶어서 구입했답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

sooninara 2004-12-1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엽기적이네요^^
 
거미줄 미래그림책 31
후지카와 히데유키 그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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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극락...  머리에 황금빛 후광을 두른 부처님이 거니는 연못은 좋은 향기를 머금고 하얀구슬처럼 빛나는 연꽃들이 가득 피어 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피로 가득 차고 바늘산이 떠오르는 연못이 자리잡은 지옥 밑바닥이라니, 참으로 대조적인 풍경이다. 피연못에 빠진 사람들의 얼굴에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한 상태의 표정만이 남아 있다. 표지에 그려진 한 남자, 온갖 나쁜 짓을 일삼던 칸다타라는 사람이 지옥에 가게 된 것은 사필귀정일 것이다. 부처님은 칸다타가 딱 한 번이긴 하나 거미를 밟아 죽이지 않은 선행을 행한 적이 있음을 떠올리시고 극락거미-어쩌면 칸다타가 살려주었을지도 모를-의 거미줄을 지옥으로 내려 보내신다. 
 
 가끔 교회 전도하시는 분이 아이에게 천국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는 과연 하늘나라에 천국이란 곳이 있느냐고 궁금해 하더니, 이 책을 보고는 '지옥'이라는 것이 진짜로 있는 곳인지 궁금해 했다. 천국, 극락, 지옥 등은 종교적인 교리에서 파생된 것이라 있다, 없다를 분명히 규정짓기는 어려운 일이고 자신의 믿음에 따라 이야기 해 줄 수 밖에 없다.  아이도 외국 그림책을 통해 '하나님'이나 '예수'등의 기독교적인 인물은 접한 적이 있지만 '부처님'은  처음으로 접하고 '극락'이라는 표현은 처음 보는지라 아이는 무슨 뜻인지 궁금해 했다. 아이에게 종교적인 교리의 바탕이나 지식이 없어서인지 연꽃이 흐드러지게 핀 연못의 풍경으로 극락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나 보다. 

  칸다타는 거미줄을 타고 끝이 보이지 않는 극락을 향해 열심히 올라가고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리지만 곧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만다. 자신의 뒤를 이어 약하디 약해 보이는 거미줄을 타고 올라오는.무수한 사람들. 칸다타는 이 생명줄이 오직 자신의 것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그는 몰랐던 것이다. 그 거미줄이 어떤 것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것인지를....  이 책은 지옥이라는 특성때문에 그림중에 무섭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를 꺼려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통해 하찮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고, 다른 사람들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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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가 우리 엄마예요?
루판느 그림, 상드린 로종 글, 김도연 옮김 / 봄봄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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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다들 귀여워서 참 예쁘고 정감이 가는 그림책이다. 옆으로 살짝 치켜 올라가 있는 두 줄의 속눈썹 덕분인가? ^^ 표지를 보면 수레 위에 있는 귀여운 갈색 강아지가 이 책의 주인공인 '뽀띠'이다. 어쩌다가 그만 엄마를 잃어버렸는데, 뽀띠에게 엄마를 찾아 주려던 우편 배달부 학 아저씨는 깜빡 잊고 강아지를 어느 지붕에 내려 놓고는 날아가 버리셨지 뭔가! 눈 덮인 지붕에 앉아 있는 뽀띠가 그나마 덜 추워 보이는 것은 모자도 쓰고, 목도리도 두르고, 발싸개도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뽀띠는 굴뚝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서 염소 아줌마를 만나서는 "아줌마가 우리 엄마예요?"하고 묻는다. 손(발이지만...)을 내밀어 보라니 뽀띠가 예쁜 벙어리 장갑을 벗는데, 오호! 플랩을 넘기자 강아지 손이 보인다. 아이들에게 책을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여기게 만드는 장치 중에 하나가 플랩북-우리말로는 날개책이라고 하나?-이다. 아이들은 뒤에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책을 볼 때면 늘 넘겨보는 재미를 빼놓지 않는다. 엄마를 잃어버린 동물이 엄마를 찾는 내용의 그림책을 가끔 접하게 되는데, 이런 책들을 통해 유아들은 동물의 신체부위나 색깔 등의 개념이 생기고 차이점을 구별할 줄 알게 된다.

 그나저나 염소 손이랑 뽀띠의 손이 하나도 안 닮아서 엄마가 아니란다. 염소아줌마는 친절하게도 뽀띠를 등에 태워서는 함께 엄마를 찾으러 간다. 당나귀 아줌마도 만나고, 얼룩소 아줌마, 돼지 아줌마, 암탉 아줌마를 만나 "아줌마가 우리 엄마예요?"라고 물어보지만 귀 모양도 다르고, 노랫소리도 다르고, 꼬리 모양도 다르다. 별 생각 없이 읽어주다가 놓칠 뻔 했는데 친절한 동물 아줌마들의 대사 속에 "우리 셋이~", "우리 넷이~",  이렇게 숫자가 포함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조금은 평범했을 이 책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유아들에게 난이도가 조금 높은 유머가 될지도-은 뽀띠 엄마이다. 엄마가 자기 자식 자랑하는 거야 못 말리는 일이겠지만 엄마의 눈에는 뽀띠가 동물들 뒤를 쫄래쫄래 따라 오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강아지 뽀띠도 참 귀엽지만 개인적으로 예쁘장한 분홍 코를 지닌 염소 아줌마가 가장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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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2-02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소아줌마 나왔다!!!!^^ 이름도 예쁜 뽀띠...그래도 분홍코를 지닌 염소 아줌마가 마음에 들다니 너무 좋아요.호호호^^

아영엄마 2004-12-0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염소 기르시는 거 자랑하시는 거지유? ^^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2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마루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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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을 깨고 나올 때 서서 걸어나옴으로서 남들과 다른 면모를 보여준 우뚝이는 다른 모든 악어들이 네 발로 기어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서서 걷기를 택한다. 특히 "키가 자라고 힘도 더 세지자 우뚝이는 네 발로 기어다니지 않고 항상 두 발로..." 라는 문장-원 글은 어떤지 모르겠으나-을 보면 우뚝이가 네 발로 기어 다닐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서서 걷는 방법을 택한 것을 알 수 있다. 남들과 다른 점을 내세우고 자랑스러워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랬다가는 오히려 다수에게 왕따를 당하기 쉽상인지라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묻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우뚝이는 다른 악어들은 볼 수 없는 덤불 너머의 풍경도 볼 수 있고, 물고기를 위에서 내려다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것을 그의 표정에서 알아 볼 수 있다. 뒷짐을 떡~하니 지고 먼 곳을 쳐다보는 우뚝이의 모습이 참 근사해 보인다. 그러나 그의 장점을 인정해 주기보다는 "그런데 어쩌라구~"라는 투로 무시해버리는 다른 악어들에게 실망하여 길을 떠날 때의 표정은 실망에 젖어 있다. 음.. 비슷한 악어 얼굴인데 어떻게 이리 다른 표정이 보여지나 싶어 이리저리 비교를 해보니 톱니형태의 입 모양이 그 차이를 나타내주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으면 밝은 표정이고, 입꼬리가 처져 있으니 우울한 표정이 되는구나...

 길을 가던 우뚝이는 '물구나무서기'와 '꼬리로 매달리기'를 할 수 있는 원숭이를 만난다.  그것을 배우고자 하는 우뚝이에게서 서서 걷는 것을 시큰둥하게 대하던 다른 악어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지녔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육중한 몸에 물구나무서기나 꼬리로 매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  가르침을 받는 이가 열심히 배우려는 열의를 지니면 가르치는 이도 열심히 가르치려는 열정이 샘솟는 법이다. 우뚝이와 원숭이는 궁합이 잘맞는 사제지간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운 뿌듯함에 강가로 돌아가 이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지만 악어들의 반응은 여전히 못마땅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우뚝이는 볼 수 있었다! 물구나무서기를 배우기 위해 자신처럼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악어들의 모습을... 이제 강가의 삶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큰 여운이 남는다. 우리 아이들이 우뚝이에게서 남들과 다른 것을 겁내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삶의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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