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열세 살 키라 3 - 기적을 만든 아이들
보도 섀퍼 원작, 구명서 글, (주)미디어러쉬 그림 / 을파소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초등 2학년인 우리집 큰 아이가 늘상 붙들고 사는 만화책이다. 이전에 만화로 출간된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도 무척 재미있게 보고, 조금 이르긴 해도 <열세 살 키라>도 책으로 읽은터라 만화책을 접해주었더니 책의 재미에 푹 빠져 있는 모양이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열 두살보다는 <열세 살 키라>가 더 재미있단다. 하긴 나도 책을 읽어보니-두 가지 책을 다 읽어보았는데- 책 내용상 아무래도 경제적인 개념이 나오는 전작보다는 모험 이야기가 곁들여진 열세 살 키라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그림도 매우 선명하게 바뀌었고 등장인물의 이미지도 전작과 비교해 볼 때 많이 달라졌다.

 이 만화에서는 열 두살 때보다 훨씬 성장한 모습의 키라를 볼 수 있다. 원작의 내용과 조금 다른 면도 있긴 하지만 그림이 제공해 주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재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키라가 도넛에 구멍이 왜 있는지 알아맞히는 부분에서 틀린 답을 제시하자 주위 사람들이 가위표가 된 표지판을 다 들어올리는 장면은 역시 그림으로 봐야 웃음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 만화책을 볼 때마다 아이는 낄낄거리며 웃곤 하는데 특정 장면은 나 보라고 펼쳐서 가져 오기도 한다.

 만화 중간 중간에는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상식이나 정보 등이 나온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만화 자체만 보느라 그냥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니 부모님도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고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이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12가지 황금률"이 나오는 부분을 펼쳐보길래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점(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있어야 옳은 법이다. 결심한 일은 반드시 실행하라....등 정말 좋은 이야기지 않은가? ^^)을 짚으면서 큰 소리로 읽어 강조해 주기도 했다. 아이가 늘 이 책만 꺼내서 보니 만화만 본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교훈과 마음가짐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ika 2004-12-12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의 겨울 방학용으로 찜 해놓아야겠군요..

날개 2004-12-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딸아이에게 사줬었는데.. 전 요즘 키라책이 다시 나오길래 제목만 바꿔서 나온 줄 알았어요.. 열세살이 된거였군요..^^ 아이 참~

마냐 2004-12-1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이러다 키라의 열네살, 열다섯살도 나오는 건가요?

2004-12-1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것 학교 도서실에 사야 겠습니다..^^
 
나무 위의 아이들 난 책읽기가 좋아
구드룬 파우제방 글, 잉게 쉬타이네케 그림, 김경연 옮김 / 비룡소 / 199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이 왜 나무 위에 올라갔을까? 그 위에서 신나게 놀기 위해 올라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고 즐거웠겠으나 산타나네 아이들이, 그리고 움베르토가 나무 위에 올라 간 것은 나무를, 숲을, 자연을, 지구의 생명 줄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적나라한 현실이자 안타까웠던 점은 산타나네 일곱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 간 것은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숲을 지키려는 그들의 의지는 지주인 세뇨르 리폴의 협박, 아니 그보다는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엄마의 애원 앞에서 꺽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나무를 지키기 위해 그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면에서는 그 강력한 의지에 마음이 울컥했으나 엄마의 애원에 결국 내려올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의 현실인 것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세뇨르 리폴의 아들이 나무 위에서 소리치자 
상황이 달라진다.  움베르토의 아버지인 리폴은 과연 모두에게 숲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아들의 말에 공감해서 나무를 태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일까? 그보다 앞서 숲에 들어갔을 때 산타나네 아버지는 아무 쓸모 없다며 나무를 베어 숲을 없애려는 세뇨르 리폴에게 숲이 중요한 이유를 열심히 설명했었다.
"
그렇지만 뿌리로 물을 붙들어 놓고 있는걸요. 숲이 없어지면 시내도 없어집니다. 숲이 없어지면 밭도 황무지가 될 거예요. 여기 나뭇잎들은 공기를 맑게 해 준답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설명을 세뇨르 리폴은 무시한다. 그러다 나중에 물과 좋은 공기를 주고 여러 동물들에게도 숲이 필요하다는 아들의 말에는 수긍을 한다. 아니 어쩌면 농장을 갖지 않겠다는, 옳지 못한 것을 갖지 않겠다는 아이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마음을 접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리폴이 아들의 말은 중요하나 소작인의 말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무시하게 하는 설정은 매우 현실적이긴 하나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이 조금은 못마땅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리고 차를 타고 떠나면서 리폴이 세상에 공짜란 없는 걸세, 산타나라고 한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산타나네 엄마가 아이를 아홉이나 낳고 열 번째 아이를 가졌다는 대목을 보면서 입이 벌어지기도 했었는데(낳을 생각을 해보면...^^;) 아이 생각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가족이 많으면 같이 놀 사람이 많아서 더 좋을 것이란다.  움베르토가 산타나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도 없이 혼자 무슨 재미로 놀겠는가... 우리 집만 해도 언니가 피아노나 태권도를 배우러 가고 나면 집에 혼자 남은 둘째는 심심하다며 누구하고 노느냐고, 무엇을 하며 놀아야 하냐고 투정을 부린다. 아이는 산타나네 아이들과 움베르토가 어울려 노는 모습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나무를 타고, 가축을 우리에 몰아 넣고, 개울에서 멱을 감고 물장구치며 함께 어울려 놀고 싶으리라...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삭막하기만 하다. 아마존 밀림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난다. 지구촌 곳곳에 사막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기사도 보았다. 지금도 경제 개발의 미명 아래,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사라져가고 있는 원시림들...  그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신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 나무를 베어 내고 있고, 그 일을 선도한 선진국들은 이제 그 일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과연 누가 산타나네 아이들이고, 누가 움베르토일까? 아니면 누가 산타나네 아버지의 말을 무시한 세뇨르 리폴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시의 신기한 모험 03 - 유령을 몰아내다! 타시의 신기한 모험 33
안나 피엔버그 지음, 킴 갬블 그림, 문우일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타시' 시리즈는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스테디셀러라고 하는데 1,2편보다 먼저 3권인 [유령을 몰아내다]편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타시가 책 속의 화자인 '잭'과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잘 모르는 것이 아쉽기만 한데,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 글을 찾아보니 타시는 머나먼 나라에서 백조를 타고 날아와서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백조를 타고 날 정도면 타시의 체격이 얼마나 작을지 얼핏 상상이 되는데 이렇게 작고 별다른 기술(마법같은..)도 없는 타시가 불뿜는 용이나 거인, 그리고 유령들을 물리쳤다니 과연 어떤 방법을 쓴 것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책 이야기에 앞서 우선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인 내게 특별하게 여겨졌던 인물은 유령과 흰호랑이를 물리친 용감한 타시가 이닌 잭의 부모님이었다. 대게 어린이 책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부모, 선생님 등)은 아이가 유령이나 괴물, 동물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리는 모습(대표적인 예:<지각대장 존>)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비록 아이의 상상력에서 나온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줄 알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른들에게는 어려운 일인 것일까?

잭의 엄마나 아빠가 "궁금해서 못 참겠다."다며 온전히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편한 의자에 앉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당사자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열의를 가지게끔 만들기에 충분하다. 내가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건성으로 듣고는 "그래? 그래서?"라고 대충 듣는 시늉만 하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라 나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졌다. 잭의 부모님은 그저 이야기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타시를 걱정하고, 이야기에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잭이 들려주는 첫번째 이야기인 <유령을 몰아내다!>에서는 타시가 '유령구이'라는 괴상한 요리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관한 것이다. 끈적끈적해서 어디든 잘 매달린다는 유령이 숲에 출몰하여 마을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개가 마을에 나타난 유령을 들이마시는 바람에 돌로 변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져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 넣는다. 작은 아버지는 유령의 출몰 이유가 '월식'때문이라고 타시에게 알려주신다. 처음 읽을 때 이 부분에서 아빠가 "타시가 월식이 뭔지 알겠냐"고 하자 잭이 태연스럽게 월식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보고 은근히 잭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여기던-전작을 읽어보지 못한 탓이기도 하지만- 나조차 '이야~ 타시가 잭에게 알려주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겁도 없이 유령들을 찾아 숲 속으로 간 타시는 월식을 이용해 유령들을 겁에 질리게 만든다. 이 다음에 윌식이나 일식 같은 현상이 있을 때, 마법사라도 되는 것 마냥 "수리수리 마수리 해야(달아), 모습을 감추어라!"하고 주문을 외워 볼까 보다. 그러면 아직은 어린 우리 아이들이 이 엄마를 마법사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 유령 두목에게서 맛도 좋고, 먹으면 특별한 능력이 생기는 유령구이 요리법을 알아낸 타시는 다음 이야기인 사악한 남작이 등장하는 <흰 호랑이 산>편에서 이것을 잘 써먹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타시가 직접 등장해서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다 보니 제 삼자(잭)이 들려줄 때보다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이고 사실감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림에서 보기에도 매우 심술궂고 도둑놈 심보를 지녔을 법한 남작이 은닉해 둔 재산을 찾기 위해 타시는 무시무시한 흰호랑이가 사는 산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금화를 나누어 주어 남작의 착취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결말은 통쾌했다.

마지막 대사를 통해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 또한 타시 이야기를 기대하고 기다리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연필로 그려진 단색의 그림이지만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이야기의 내용을 잘 드러내 주고 있으며, 책의 뒷부분에 영어 원문이 실려 있으니 원문이 전해 주는 느낌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냐 2004-12-0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는 정말 충실한 가이드입니다. 책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까지, 상당히 친절합니다. 섣불리 토 달기 어렵기도 하네요. ^^

아영엄마 2004-12-08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이 제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나서신 모양이십니다. 오히려 마냐님이 상당히 친절하시군요..^^;

마냐 2004-12-08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제가 오버하는거라 하지 마세용. 글구, 저 친절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답니다. ^^

아영엄마 2004-12-08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봐요~ 친절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뜻은 원래는 친절하다는 뜻이잖아요. 아무튼 이 늦은 시간에 절 다독여 주시니 고맙기도 하시지...(직장 다니시는 분이 잠은 대체 언제 주무신대요..)

2004-12-11 0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 -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
고재은 지음, 양상용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강마을에 살고 있는 한 아줌마가 들려주는 형식의 이야기로 광주의 사투리가 질펀하게 묻어나오는 동화책이다. 전라도 사투리라 경상도에서 자란 내가 들어 왔던 사투리와는 조금 다른 면이 있지만 이질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종종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사투리를 섞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그렇게 읽어주는 것을 오히려 더 재미있어 한다. 특정 지방에서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쓰이는 말들이지만 평소에는 표준말만 듣다 보니 사투리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엄니, 오늘 핵교서 용의 검사를 헌다 안 허요. 그래 어제 손톱도 자르고, 목도 씻겄소."
"오메, 손톱만 자르믄 뭣 허냐? 때가 덩얼더얼하구먼. 빤스나 갈아 입고 가라이."

 처음부터 끝까지 ~디, ~제, ~냐, ~거여, ~능가, ~당게 같은 어미로 끝나는 문장이 나오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생동감 있는 입말이 주는 현실감과 재미에 푹 빠져 들었다. 더구나 책을 읽고 나니 생각에도 말에도 사투리가 절로 툭툭~ 튀어나오려고 하지 뭔가. ^^ 다만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 편을 읽어주어 보니 늘상 듣던 말투와 단어가 아니어서인지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어려워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고 재미없어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투리가 나오면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곤 한다. 큰 아이는 학교를 핵교로 발음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다고 하였다. 

 등장 인물들인 강마을 주민(어른, 아이, 그리고 개, 닭까지~)들의 개성과 특징도 이야기 속에 잘 드러나 있다. 마음 좋은 탓에 빈 집 문 닫아주러 갔다가 졸지에 도둑으로 몰렸는데도 암 말로 못하던 독바우 어매, 그리고 어매만큼이나 마음 좋고 순해서 남 안되는 것을 못보고 지나쳐서는 결국 자기만 손해 본 꼴이 되어버리는 독바우... 독바우가 "정월 초하룻날 닭장 밖에 있는 닭을 보면 일년 내내 재수가 없다(강마을의 격언~)'고 돌아다니는 닭을 마을 사람 눈에 안 띄게 쫓으려 하루종일 후닥닥 거렸다니, 참 우직하고 마음 좋은 동무구나 싶었다. 

 이야기의 시대적인 배경이 6,70년대인데 이 시기는 새마을 운동이 한창인 때였다. 그래서인지 동네 이장이 순사 모자보다 더 무섭다는 '새마을 모자'를 쓴 광필 아배의 기세는 대단하다. 그런데 어찌나 인심 사납고 밉살스럽게 구는지 나도 강마을 주민들만큼이나 광필 아배가 싫어졌다. 아들이 입바른 말 했다가 친구에게 얻어맞자 그 아이네 집에 찾아와서느 새마을 지도소에 보고한다고 하다니, 밴댕이 소갈머리를 지닌 사람이 아니던가... <암소는 안다>편에서 광분한 암소가 도망가는 광필 아배를 쫓아 그 집 논에 들어가 겅중거리는 바람에 쑥대밭이 되고 만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소가 바로 광필 아배네 암소지 뭔가! 어찌나 고소하던지... ^^;

 현대로 접어들면서 도서, 신문, TV 등의 미디어의 발달 및 교육을 통해 표준어가 광범위하게 전파되면서 사투리가 점차 우리 생활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긴 해도 아직까지는 한 지방에서 십여년 넘게 살다 보면 그 지방의 특색이 살아 있는 사투리가 저절로 입에 익히게 된다. 그리고 사회 생활을 하게 되면서 다른 지역에 가거나 타인과 말을 나눌 때는 표준말을 쓰다가도 고향에 가거나 가족나 이웃, 한 동네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무의식 중에 사투리를 사용하게 된다. 나 역시 표준말을 구사하지만 친정 식구들과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사투리가 저절로 튀어나와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내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버린 고향 사투리는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불쑥 자신의 존재를 알려 오지 않겠는가 싶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냐 2004-12-08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님도 가끔 사투리일기를 써보시는게 어떻습니까. 팬서비스 차원에서.

2004-12-08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12-08 0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귀 방귀 (보급판) - 옛이야기 보따리 5 옛이야기 보따리 (보급판) 5
서정오 / 보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옛말에 상전 배부르면 종 배고픈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남이 배곯고 추운 곳에서 떤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자신이 너무 배부르거나 덥게 지내면 아이들이 배고프거나 추운 것을 모를까 조금은 배고프게, 조금은 춥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왕굴장굴대라는 이름을 지닌 종이 주인집 도령을 혼내준 이야기를 읽어보니 사람은 자고로 심보를 곱게 써야 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는 만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면 서로간에 오가는 정도 도탑고, 서로 마음 상할 일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제목으로 나오는 <나귀 방귀>에서는 짐을 좀 실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자기 편의만 생각하고, 남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변을 당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버지가 길을 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듣고 자기가 나귀를 탔다가, 아들을 태웠다가, 둘 다 탔다가, 결국에는 나귀를 지고 가는 이야기(아들과 나귀이던가?)가 생각났다. 작은 아이가 이 책을 가끔 읽어달라고 가져 오는데 다 읽어주지는 못하고 몇가지 이야기만 골라 읽어주는데, '재주 많은 여섯 쌍둥이'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 이름들이 독특하여 재미있어 해서 자주 읽어달라고 하는 부분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시아버지의 팥죽땀'은 아이보다는 어른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지 싶었다.

  '달은 산 사또'에 나오는 어리석은 사또를 보니 거울을 처음 봐서 다른 여자가 거울 속에 들어 앉은 줄 알고 화를 내던 여인네 생각이 났다.  이렇게 사물의 이치에 어두운 사람이 사또가 되면 밑에 일하는 직원(?)들이 얕보는 것은 물론이요, 괴로운 것은 그 마을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느린둥둥이, 벼락팽팽이, 약은살살이'에서는 무릇 사람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무엇이든 지나치지 않고 적당함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아이가 재미있어 해서 이 책 시리즈는 다 구입했는데 서정오님의 옛이야기는 볼 수록 그 재미가 더해서 점점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드는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