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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 물푸레 물푸레
조호상 지음, 이정규 그림 / 도깨비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입이 없어도 말할 수 있다는 물푸레가 들려주는 이런 저런 이야기에 나도 흠뻑 빠져 들어 읽어 버렸다. 물 마시러 찾아오는 동물들 이야기며 먹이를 찾아 날아오는 새들, 자갈밭에 모인 여러가지 돌맹이들… 뭉툭, 뽀족, 길쭉… 꺼끌꺼끌, 보들보들…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것 같은 돌맹이가 실은 긴 여행을 하며 그 곳에 왔기 때문에 이야기거리가 풍부하단다. 물푸레가 어느 날 발견한 아주 특별한 돌멩이 네 개. ‘댕글댕글하고 매끈하면서 깨알 같은 점이 다닥다닥 박힌 밤톨만한’ 그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어찌나 쪼르르 잘 달리는지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 꼬마물떼새가 나타나고서야 그 정체를 알겠다. 새가 알을 낳는 곳 하면 흔히 나무 위에 잔가지나 ?흙 같은 걸로 지은 새둥지를 연상하기 마련인데 꼬마물떼새의 경우에는 이렇게 맨 자갈밭에 알을 낳는 모양이다. 나무나 풀숱 아래쪽,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낳아서 품는다고는 하지만 참 불안해 보인다.
사실 물푸레의 새소원도 새들이 자기 가지에 둥지를 트는 거였는데 아무도 둥지를 틀지 않았단다. 보통 새가 둥지를 짓는 곳은 아주 커다란 나무의 꼭대기인데 이 물푸레 나무는 좀 작은 모양이다. 아기를 가진 엄마가 하루 하루 아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기를 볼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마음으로 물푸레나무는 조그마한 물떼새가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어려웠다. 새끼 물떼새를 보기 참 어려웠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일을 보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의 심정이 어떤지 알지 않는가. 알을 잃은 물떼새 부부의 마음만큼 물푸레나무의 마음도 아팠고 슬펐지만 소망하고 또 소망했다. 절절한 그 소망이,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가지고 놀만한 것이라면 조그만 것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사내아이들을 그대로 돌려 보낸 것은 물푸레나무의 간절함이 전해진 덕분이라 믿는다.
정말 어렵사리 본 새끼들이 오종종~ 오종종~ 뛰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가는 줄도 모르던 시간이 흘러 물떼새 가족들이 떠나게 瑛?때 물푸레나무는 그들을 가슴에 묻었다. 다시 볼 날 있으랴 싶어 꼭꼭 품었다. 그리운 이 있어 자꾸 그 이름 불러보면 그 모습 아련히 떠오르고 허전한 마음 한구석이라도 채울 수 있을지 모른다. 꼬마물떼새, 꼬마물떼새, 꼬마물떼새….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도 물푸레가 그리웠나 보다. 문득 문득 ‘물푸레 물푸레~’하고 불러 보게 된다. 물푸레 가지를 물에 담그면 물이 푸르러진다니 아이가 진짜 그런 나무가 있느냐며 보고 싶다고 하는데 실은 나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정말 그럴까? 나도 물푸레 가지 하나 주워서 물에 담궈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무엇을 묘사할 때 참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 수식어구 등을 쓰여서인지 이런 저런 소리를 들은 것 같고, 만져본 것 같고, 직접 본 것 같은 느낌이 잘 전해져 온다. 새소리라며 적은 삣종 호르르 비오비~ 이런 소리 한 번 내봄직하고, 여러 가지 모양과 느낌을 담은 돌멩이를 만져보면서 직접 느껴보고 싶게도 만든다. 무엇보다 물푸레 물푸레 물푸레… 연거푸 불러보면 기분이 세 배나 좋아질 거라는 물푸레의 말이 참 좋다. 이 책을 읽은 후로 가끔씩 물푸레 물푸레~하고 불러보기도 하는데, 슬프거나 울적할 때 자기 이름을 자꾸 불러보는 물푸레나무처럼 내게도 불러볼 이름이 있던가 생각해 보았다. 내가 생각해 낸 이름은 엄마.... 엄마...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