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기획 인류 오디세이>

어제 일찍 귀가한 남편이 TV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틀어서 보게 된 방송.
인류의 기원에 대한 내용으로 온가족이 흥미를 가지고 보았다.
큰 아이는 일전에 구입한 책을 가지고 와서 방송 내용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찾아 보면서 보았고,
작은 아이는 좀 괴상하게 생긴 인류의 조상에게 무서움을 느끼는지
무서워 못 보겠다는 걸 달래서(?) 끝까지 보았다.

내가 가장 관심이 간 부분은 우리 때에 배웠던 학설중 잘못된 부분들에 관해서이다. 
-네안데르탈인이 호모 사피엔스의 DNA 유전적 차이를 보이므로 다른 종으로 볼 수 있다고_
아무튼 이 프로그램을 보고 아이가 선사시대에 더 흥미를 가지는지라
관련 책을 하나 더 구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오늘 저녁 때 2부도 한다니 잊어버리지 말고 챙겨 봐야할 듯...







<책 이미지는 리브로에서 빌려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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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도서>










-자료 출처 : http://www.kbs.co.kr/1tv/sisa/kbsspecial/preview/index.html 

KBS스페셜


        설기획 인류 오디세이


                  제1편 <머나먼 여정>


                  제2편 <호모사피엔스>

방송 : 제1편 2005년 2월 5일(토)   20:00(KBS 1TV)

          제2편 2005년 2월 6일(일)   20:00(KBS 1TV)

■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가 공동 제작한 명품다큐멘터리

한 종족이 처음 일어서서 걷기 시작한 천만년 전부터 호모에렉투스를 거쳐 약 10만 년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해 가는 과정을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과 실감나게 재현한 세트로 복원해 인류의 역사를 조명한다. 프랑스 공영방송 F3, 벨기에 RTBF와 캐나다 방송사가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인류오디세이>는 우리 인류의 탄생과 진화과정, 그 시대 인류의 모습과 행동, 환경 등 과거 우리 조상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2003년 프랑스방송시 시청률 34%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인류탄생과 진화의 신비....드라마적 감동....

<인류오디세이>는 인류의 탄생과 진화를 생생한 에피소드를 통해 드라마같은 감동을 이어간다.

제1편 '머나먼 여정'은 800만년 전 아프리카 동부에서 나타난 유인원으로부터 직립보행을 시작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도구사용이 가능한 호모하빌리스로 발전하는 과정과 사냥을 하고 불을 발견한 호모에렉투스가 중동과 유럽으로 이동하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로 발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중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와 한동안 공존하다가 알수없는 이유로 사라지고 호모사피엔스가 인류를 대표하는 유일한 종으로 남게된다.

제2편 '호모사피엔스'는 에렉투스와 사피엔스의 연관을 찾는데서 출발한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모두 호모에렉투스가 진화한 것이라는 추정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호모사피엔스가 샤마니즘을 발견하고 예술을 습득해 가는 과정과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어떻게 교류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호모사피엔스가 발전된 문화를 선보이며 정착해서 농경을 일구고 가축을 기르며 마을을 형성하는 과정을 추리를 통해 실감나게 제작했다.  

■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성찰

1편과 2편이 연속적이라기 보다는 약간은 다른 기원의 역사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의견이 분분한 고대역사에서 창조론과 진화론, 어느 한쪽에 기대어 역사물을 만들 수 없는 현실에서 1편이 진화론의 맹점들과 단절된 채 지구상을 살아온 인류의 발자취와 노력을 그리고 있다면 2편은 추정에 의해 형성된 오늘날의 진화개념에 맞추어 만들어 간다. 세월 동안 지구의 기후는 혹독하게 변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호모사피엔스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다시 진화해가며 새로운 생존법을 배운다. 계속 닥쳐오는 지구의 기후변화와 전염병, 이것을 극복해가는 호모사피엔스의 관찰을 통해 우리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겨울방학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우리 인류의 탄생과 진화과정을 음미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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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길 떠나는 아이 반달문고 13
임정자 지음, 지혜라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물이, 길 떠나는 아이>라는 책은 제목 자체가 영화장르로 치자면 로드 무비(road movie)적인 요소가 포함된 성장 동화의 이미지를 풍기는 작품이다. 아이가 재미있게 읽은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라는 작품을 쓴 임정자씨의 작품이라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펼쳐보일지 기대를 하고 보았다. 한 여자아이가 선녀의 실수로 인해 떨어져 나간 자신의 영혼의 일부분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는 옛이야기 형식 속에 사람이 성장하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하늘나라의 옷 짓는 선녀가 자기 재간만 믿고 정성이 부족하여 솔기가 터진 아기 옷을 짓는다. 터진 옷 솔기를 통해 세상 독이 스며들면 아기는 평생 떠돌며 살아야 할 운명인 것을 잊었던 모양이다. 삼신은 아기를 잘 돌봐 줄 사람이다 싶어 아기를 세상에 내려 보내지만 처음부터 세상의 독(毒)으로부터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한 아기의 운명은 가시밭길을 가야 하는 것으로 정해진 모양이다. 삼신님께 '못나도 좋으니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점지해 달라고 치성을 드렸던 아주머니는 물동이 안에 든 아기를 보고는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작가는 아기가 생겼을 때 '이왕이면 아들'을 바라고, '꼭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을 들추어내고자 한 모양이다.

"어라, 계집애잖아! 이왕 보내 주실 거면 고추 하나 달아서 보내 주시지, 야박하게 계집애가 다 뭐람."

말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아프게 하는 힘을 지녔다.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가 깊은 상처를 내고 가슴 깊이 파고들어 영혼을 잠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주머니의 말은 독이 되어 아이의 영혼의 한 조각을 분리시고 만다. 그것이 바로 물동이 속에 함께 들어 있던 '구렁이'로 이 둘은 원래 하나였어야 하거늘 떨어져 나와 있으니 둘은 함께 있으되 완전한 하나와는 다른 불완전한 모습이다. 아기는 물동이에서 태어났다하여 '물이'라 이름 지어진다. 물이는 동무 구렁이와 함께 지낼 뿐 바깥에 나서는 것 자체를 꺼려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는 근심스럽고 답답한 노릇일 수밖에 없다. 커서 이제 제 밥벌이는 하고 앞가림을 해야 할 터인데 맨날 구렁이만 싸고돌면서 놀기만 하니 어찌 밉지 않겠는가.

"여기 있는 책들을 똑같이 베껴 쓰거라. 한 글자도 빠뜨리거나 틀리면 안 되느니라."

마을을 떠나 어머니가 가라고 한 글자를 가르쳐 주는 집주인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벌어먹고 살 수는 있을거라며, 오로지 자신이 쓰는 것에만 신경을 쓸 것을 강요한다. 학생들에게 오로지 공부만 가르치는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현실을 보는 듯 하다. 그 집을 나서서 동행하게 된 사내아이는 '내 판단에 의하면~'을 관용구처럼 사용하는, 자칭 재주가 많은 녀석이다. 물이와 함께 길을 떠나게 된 이 재주 많은 사내아이는 애초부터 물이가 들고 있는 소쿠리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존재이다. 구렁이가 떠나 있는 동안 물이가 의지하는 존재이나 뒤에 하는 행동들을 보더라도 그다지 믿을만한 대상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빈 소쿠리 속의 있지도 않은 금은보화에 욕심을 품고 물이와 동행하며 살펴준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같이 다니면서 그 덕 볼 생각은 하고 훔쳐서 달아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붉은 구슬의 정체를 발설한 재주 많은 아이에게는 아무런 해도 없다는 것 또한 미진한 구석이 남는 부분이다. 재주 많은 아이로 인해 구미호 가족이 참변을 당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곳에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인데도 물이를 떠난 뒤로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것에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물이는 그저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 슬퍼할 뿐이고... 옛이야기의 형식은 빌었으되 권선징악의 구도는 차용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바느질을 소홀히 한 벌을 받게 된 하늘 선녀의 고행이 걸린다.

쥐가 들끓는 마을에 들어간 구렁이와 물이가 겪는 상황들은 이야기의 진행이 느려지게 만드는 감이 있다. 어릴 때부터 끔찍이 여기던 동무 구렁이가 행여 다칠까 싶어 쥐잡이꾼들의 말에 두려움에 떨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여주는 물이가 답답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답답함은 바로 나 자신을 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사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서성이며 불안해하는 나 역시 세상의 독, 말의 독에 의해 영혼의 조각이 떨어져 나간 상처를 지닌 존재로 아직 그 조각과 합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이는 구렁이의 옷을 짓기 위해 필요했던 마지막 머리카락 한 올을 자신의 것으로 채워 마침내 구렁이가 자기 자리를 찾아가게 해준다. 구렁이는 사라졌지만 가슴 속이 꽉 찬 물이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들 모두는-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조차도- 부족한 것이 한 부분은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태어나 상처받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서로가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주며 살아간다. 내면의 성장에 좀 더 무게를 실자면 다른 사람에게 상처는 덜 주고 부족한 것은 많이 채워주는 사람이 되는 것일게다.

- 로드무비 (road movie) 주인공이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인생관이 변한다든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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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시의 신기한 모험 05 - 마녀 바바야가를 만나다 타시의 신기한 모험 5
안나 피엔버그 지음, 킴 갬블 그림, 문우일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의 말>에 '바바 야가' 이야기가 여러 나라에 전해지고 러시아, 체코, 폴란드 동화에 자주 등장한다고 해서 도서검색을 해 보았다.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바바야가 할머니>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흉악한 마녀로 알려진 바바야가가 사람들 사이에서 살기를 원하고, 마침내 바바야가 할머니'로 다시 공동체에 받아들여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반면 이 책에 나오는 바바 야가는 저녁거리로 아이들을 잡아 먹기도 하는 나쁜 마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가 흉측하고 이는 기다랗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못 생긴 마녀, 바바야가! 그런데 다른 마녀들처럼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철 솥을 타고 날아다닌다니 별난 취향을 지닌 마녀인가 보다.

첫 번째 이야기는 타시가 마녀 바바 야가를 만난 이야기로, 잭이 아빠와 새 집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작된다. 감기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는 아빠는 잭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양손을 쓱쓱 문지르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타시 이야기를 기다리며 자기만 들을 수 없다면서 아이 엄마도 부른다. 바닥에 내려놓은 빨랫감을 째려보는 엄마를 보니 집안 일이 아무리 바빠서 이야기 듣고 봐야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잭이 타시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집이 통째로 날아갈 정도 거센 바람이 불고 난 다음날의 사건이다.

발톱을 땅 속에 박고 닭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이상한 집에 다가갔다가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타시는 그만 바바 야가가 제일 좋아하는 '사내아이를 넣고 구운 파이'가 될 처지가 되고 만다. 과연 타시는 이 위기를 어떻게 모면하게 되었을까? 위험한 일이 닥쳤을 때마다 그 순간을 모면하고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타시가 친절함과 영리함을 지녔으며 재빠르게 행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쏫아 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두 번째 이야기는 마을 암탉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벌어진 일로 타시 엄마를 보니 달걀 없는 세상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 것 같다. 이번에는 전작에 등장했던 악당 같은 남작이 등장하는데, 앞에 나온 바바 야가의 모습과 비교해 보니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 셋째 숙모가 일하고 있는 남작의 집에 달걀을 얻으러 간 타시는 남작네 닭장에 갔다가 동네 암탉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뿔싸! 그만 남작에게 들켜서 깜깜한 광에 갇히고 만다. 그 광에는 무시무시한 흰 호랑이가 잠들어 있었으니... 이번에는 무엇이 우리의 타시를 구할 수 있을까?

타시의 모험 시리즈는 다섯 권까지 나왔는데 읽을 때마다 조금은 아쉬우면서도 감질 맛이 느껴지곤 한다. 뭔가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순간이 닥쳤는가 싶으면 어느 사이에 위기를 모면하면서 타시의 모험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아쉬워하게 된다고나 할까. 그 것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지게 만드는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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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친구 집에서 자는 날 보림어린이문고
버나드 와버 글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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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라는 친구 레지로부터 자기 집에 자러 오라는 초대를 받고 무척 신이 난다. 처음으로 친구 집에서 자 보게 되었으니 신이 날 수 밖에……. 자기 집, 또는 친척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잔다는 것, 아직 그런 경험이 없는 아이에게는 두려우면서도 참 설레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라는 곰 인형을 가져갈 것이냐는 누나의 질문에 당치않다는 듯이 큰소리를 친다.

"친구 집에? 농담이지? 말도 안 돼. 당연히 안 가져가지!"

곰인형 없이 자본 적이 없는 아이라가 과연 그 말처럼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곰 인형을 가지고 가라고 친구가 웃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는데 비해, 누나는 동생을 놀리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하긴 소소한 일로 아이를 놀리는 것은 슬며시 웃음이 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말 한마디에 눈물을 글썽이고, 화를 내면서 삐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 자꾸 더 놀리고 싶어지니 말이다. 아이라가 아주 어리다면 아무 고민도 하지 않고 곰 인형을 가지고 친구 집에 갈 텐데, 책에 정확한 나이는 나오지 않지만 아무래도 드러내 놓고 인형을 안고 자는 모습을 보일 나이는 지난 모양이다.

함께 자기로 한 레지와 아이라가 곧 있을 한 밤의 여흥-레슬링, 마술, 도미노 게임 등-에 대한 기대를 안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 또다시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귀신 얘기도 할 것이라는 레지의 말에 곰 인형이 생각난 아이라가 '곰 인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레지는 못 들은 척 하지 뭔가. 어른들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생기면 '어디 갈 데가 있어서…….' 라며 슬며시 자리에서 빠져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꼭 그 모습 같다. 아이라는 아무래도 불안했던지 곰인형을 가져가기로 마음을 먹지만 누나 때문에 또 마음이 바뀐다. 간결한 그림이지만 심통이 난 듯 눈썹을 모으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참 재미있다.

가방을 챙겨 들고 아이라가 향한 친구의 집은, (애걔걔) 바로 옆 집이다! 그렇긴 해도 어쨌든 다른 집에서 자는 건 자는 거니까……. 둘은 낮에 세운 계획들을 하나 하나 실행하는데, 나는 그 중에서 고무도장으로 사무실 놀이를 하는 것을 해 보고 싶은 반명 우리 아이들은 베개 싸움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음, 먼지 많이 나는데…….^^;) 드디어 잘 시간이 되었는지 레지의 아빠가 와서 "잘 시간이다!"라고 말하는데 표정을 봐서는 좀 무뚝뚝해 보이는 타입이다. 아이라의 아빠는 콧수염을 길러서인지 나이 들어 보이긴 해도 다정한 느낌이 들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부엌일을 함께 하는 것을 보더라도 상당히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빠인 것 같다.

침대에 누운 두 아이다 다 한숨을 내쉬는 걸 보니 더 놀고 싶은 마음이 남았는데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것이 아쉬웠나 보다. 드디어 레지가 귀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사실 잠자리에 든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이 부분을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이하게 읽어 준다. 낮에는 무서운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으시시한 분위기를 잡고 읽어주지만 밤에 그렇게 했다가는 겁 많은 작은 아이를 잠 못 들게 만들 것 같아서 후다닥 읽어주고 넘어가 버린다. 그런데 귀신 이야기를 하던 당사자인 레지도 무서웠는지 갑자기 뭘 꺼내 온다. 그것은…… 바로 곰 인형! 아이라는 친구에게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일부러 곰 인형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레지도 곰 인형을 안고 잠자리에 들다니! 거기다 이름이 '푸푸'라니 자기 곰 인형 이름인 '빠빠'랑 별로 다를 것도 없다.

결국 나란히 집에 가서 곰 인형을 가져와서는 끌어 안고 잠이 든 아이들을 보니, 자기가 좋아하는 베개와 인형을 끌어 안고 자는 우리 집 두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미소를 짓게 된다. 큰 아이가 이 책을 보고는 자기도 친구 집에서 자보고 싶다고 하는지라 가까운 곳에 또래가 있는 친척집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어린 시절, 이 책에서처럼 한 집 건너에 있던 고모네 집에 가서 사촌들에게 내가 지어 낸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하고, 어울려 신나게 놀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곤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작은 아이도 이 책을 읽어달라고 자주 가지고 오는 걸 보면 아이라가 겪는 고민, 레지와 노는 모습 등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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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동화 보물창고 4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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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째날,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빨간 단추를 눌렀다.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고 느낀 것이다.
불길이 지구를 휩싸고 산들이 불타고
바다에서는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와 증발하였다.

-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라(요르크 친크) 중에서-

사람들이 안전을 위해 핵탄두를 준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조절하려다 스스로 멸망을 자초한다는 내용의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시니라(요르크 친크)'라는 시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갑작스러운 핵 폭발의 위력에 노출된 일가족과 피해지역의 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통해 핵 폭발이 우리에게 끼칠 참상과 암울한 미래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가 열세 살 생일을 앞 둔 사내 아이, 롤란트가 화자가 되어 들려 주는 이야기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화상 자국을 남기는 핵 폭발후의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강렬하게 가슴을 강타하였으며,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은 버섯구름에 뒤덮인 것 같았다. 어린이 동화책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도처에 죽음이 만연해 있으나 마지막 희망으로 살아남을 최후의 아이들에게 기대를 걸고 책을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동서간의 긴장이 고조되었다고는 하나 핵 폭발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들이 닥치고 사람들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그 상황에 휘말리고 만다. 강렬한 섬광, 버섯구름, 뜨거운 열기, 강렬한 폭풍, 초토화된 도시, 죽음! 그리고 뒤이어 사람들을 찾아오는 것은 혼란, 생존 본능, 원자병, 전염병 등, 몇 주 동안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 길게만 느껴졌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살 곳을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냉대, 약탈, 이기주의, 절망…….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절망뿐이었다. 롤란트는 부상자들이 있는 병원에 찾아가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후, 갈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물을 먹여주는 일을 한다. 핵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아기를 임신한 것을 알고 기뻐하는 엄마와 가족들을 보면서 그래도 희망은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었건만 그 기대마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을 때의 절망감이란…….

-죽은 사람을 묻는 것, 계속해서 죽은 사람을 묻는 것이 살아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 날 아침, 나는 내가 살아 남은 사람들에 속하지 않기를 빌었다. 나는 옌스가 누리고 있는 고요함이 부러웠다. (p. 187)

가끔 재난 영화에서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을 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남을 짓밟고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사람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살신성인의 정신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리라. 그렇더라도 이토록 무기력하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이나, 죽음보다 차갑고 살벌한 세상이 찾아오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군인들이 아니라 민간인들, 특히 아이들일 것이다.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도, 선택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부모를 잃고, 굶주림과 추위와 병마에 시달리다 결국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누가 그들에게 이런 삶이 올 것이라고 경고를 해주었던가?

- "비열한 놈! 폭탄이 떨어진 건 당신들 책임이야. 당신들은 아이들이 무슨 일을 겪든지 상관 없었던 거야. 중요한 건 당신들이 편하게 사는 거였지. 지금 당신들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고, 그건 당신들이 벌인 일이야. 하지만 우리까지 불행에 빠뜨렸어! 뒈져버려라!" (p. 144)

음식을 훔친 아이들에게 시내에 나타나기만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펄펄 뛰는 리핀스키씨를 향해 소리치던 안드레아스가 지하실 벽에 쓴 "천벌 받을 부모들!"란 글귀는 바로 우리 어른들을 향한 절규이다.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던 아빠에게 "당신은 살인자!"라고 소리를 지른 남자 아이를 탓할 수만은 없으리라. 그러나 추위에 떨며 삼 일 전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는 안드레아스의 유모차를 온 힘을 다해 밀어 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롤란트를 과연 살인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롤란트가 최후에 살아남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것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어른들이 가슴 깊이 새겼어야 할 것들이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폐허더미로 내몬 살인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면할 수 없다. 이것이 어린이 동화책이긴 하나 읽어보아야 할 대상에 어른을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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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2-0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중등 이상일 듯 하네요.
더 어린 아이들도 읽는 것이 괜찮을까요??

아영엄마 2005-02-0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상연령이 5학년 이상일겁니다. 제가 본다고 책상에 두었더니 아영이가 앞부분을 좀 본 모양인데 너무 일찍 이런 참상을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책을 잠시 높은 곳에 올려두기로 했습니다. ^^;

반딧불,, 2005-02-0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읽기엔 조금 벅찰 듯 해요.
중학생 정도가 읽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얀마녀 2005-02-0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에 대한 소개를 받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섬뜩해지네요.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