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공예 - 나무로 빚은 예술
손영학 글 / 나무숲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의 역사보다 더 긴 역사를 지닌 나무는 인류가 도구를 만들어 쓸 줄 알게 되면서부터 사용된 자원이다. 우리 선조들도 나무를 다양한 곳에 이용해 왔는데 아쉽게도 나무의 특성상 나무 공예품이 보존되어 전해져 내려 오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양한 공예품을 보기 위해서는 박물관이나 민속촌 같은 곳에 가야 그나마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아이들과 견학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책이 매우 반가운 존재이다. 책에 실린 많은 공예품 사진들 덕분에 생활 공예품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에 간 것처럼 하나 하나를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사랑방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도입부에 나오는 사랑방의 모습은 이제는 TV 역사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만한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안, 연갑, 사방탁자, 붓걸이, 책장 등 다양한 나무 공예품들이 꼭 있어야 할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 공예품은 나무의 결이나 나이테 등에 따라 무늬가 달라 보이기 때문에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란다. 14쪽에 나오는 문갑, 34, 35쪽에 나오는 먹감나무로 만든 삼층장이나 물푸레 나무로 만든 삼층장을 보면 이를 무늬가 잘 살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공예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글을 읽어 보니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절하다. 편지지를 꾸미는 나무 판을 지칭하는 '시전지판'에 대한 설명을 보니 매화 그림이 찍혀 있는 한지에 능숙한 문장을 흘려 놓은 한 장의 고운 편지를 받아 본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 시전지판에는 사랑방 주인이 좋아하는 문양들을 조각하였습니다. 저마다 독특한 무늬를 넣었기 때문에 무늬만 봐도 누가 보낸 편지인지 금방 알 수 있었지요. 멀리 있는 벗이 고운 시전지에 글을 적어 안부를 물어 온다면 얼마나 운치 있고 정다울까요.

여인네이다 보니 사랑방보다 부인네의 살림살이나 부엌 살림에 더 관심이 갔는데 <안방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편과 <부엌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편을 보니 예전에 할머니가 사시던 본가에서 본 듯한 가구나 물건과 비슷한 것이 눈에 띄기도 했다. 나비 문양 장식이나 서랍장 문 손잡이를 박쥐 모양으로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것도 다 나름의 소중한 의미를 담아 만든 것이란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장롱'이라고 칭하는 것이 옛날에는 '장'과 '농'으로 따로 지칭했다고 한다. 옷이나 천, 버선 등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였다는데 층층의 서랍에 개켜 넣어 둔 것보다는 원하는 물건을 찾는 것이 어려웠을 법하다. 철마다 필요한 옷가지 등을 찾기 쉽게 넣어 두는 부지런함과 노련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온갖 것을 다 끄집어 내서 뒤적거려야 할지도...

-부엌 용품은 물기에 닿으면 녹이 스는 금속 장식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무의 순수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엌 용품입니다. 모양새는 큼직큼직하고, 기교와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건강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부엌 사진을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살강, 찬장과 더불어 검고 커다란 무쇠 솥이다. 아궁이에 나뭇가지 등을 넣어 한참을 불을 지핀 후 무거워 보이는 솥뚜껑을 힘들여 열면 하얀 김이 한꺼번에 솟아 올랐었는데.... 음식을 올리는 상을 지역, 다리모양, 쓰임, 상판 모양 등에 따라 분류해서 설명해 놓은 부분도 눈길을 끈다.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는 다식을 만드는 '다식판'을 하나 갖고 싶어지는데 그 것이 있으면 왠지 나도 맛난 다식을 척척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외에도 <일과 놀이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관혼 상제와 종교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편을 통해 나무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예품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이가 보기에는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그래서 책을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했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 달리 아이는 종종 이 책을 들추어 보곤 하는데다가, 또 한가지 이 책을 보는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책 속에 나와 있는 것들 중에 관심을 끄는 공예품이 있으면 종이에 공예품 그림을 그리고 그에 대해 설명해 놓은 글도 옮겨 적곤 한다. 아이랑 표지에 나와 있는, 아이콘처럼 작은 그림들을 보면서 이름 대기 놀이도 해 보았는데,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으면 장식품으로 놓아 두어도 좋을 것 같고, 소꿉놀이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점차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옛 물건들을 이렇게 책 속에 담아서나마 곁에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작은도서관 1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장을 읽을 때만 해도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주인공의 이름이 정말 책 제목에 나오는 대로 '큰돌'인줄 알았는데 진짜 이름이 따로 있단다. '오대석', 언뜻 떠오르는 한자, 큰 대, 돌 석~. 그래서 학교에서는 선생님 빼고는 모두 큰돌이라고 부른단다. 큰돌이네 가족은 동생 영미,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할아버지와 아빠... 더 이상 없단다. 엄마가 도망을 갔다는 글을 보는 순간, 아! 슬픈 내용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지금이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영미가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장면의 그림에 보이는 샛노란 개나리 꽃 무더기가 너무 곱고 화사해 보여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큰돌이의 아버지는 술꾼이다. 엄마도 없는 마당에 자식을 보다듬고 살피어야 할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꼴도 보기 싫다며 아이들을 내쫓는다. 자식이 미워서 그리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을 보면 도망간 아내가 생각나서 화가 치밀어 그러고 마는 것이리라. 내  그 속상한 심정은 이해가 간다마는 이런 행동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두 아이가 옆 집 외양간에 쪼그리고 앉아 아빠가 잠들기만을 기다리다 서로를 의지해 잠든 것을 생각하니 마냥 눈물이 난다.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쑥골 할머니가 중얼거리는 그 말이 내 입에서도 저절로 나오고 눈물이 차오른다. 제대로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지내다 보니 오빠와 동생 사이가 더 각별했나 보다. 영미가 어느 부잣집에 입양되어 가고 난 뒤에 뒷산에 핀 찔레 순을 보며 동생을 생각하는 큰돌이나, 찔레꽃 향기 나는 장미순을 하염없이 꺾어 먹어보면서 오빠를 생각하는 영미를 보니 더욱 마음이 아린다.

 어느 날 큰돌이네집에 큰 변화가 생긴다. 얼굴엔 곰보 자국이 숭숭 난 키 큰 아줌마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집도 점차 말끔해지고, 가족들의 모양새도 깨끗해진다. 그러나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큰돌이 입장에서는 이제 영영 친 엄마가 돌아올 자리는 사라져 버린 터라 새엄마가 못내 밉기만 하다. 하지만 난 참 좋았다. 옛이야기에 곧잘 등장하는 전형적인 못된 새엄마가 나오지 않아서 너무 좋았다. 생긴 건 팥쥐엄마 같을지 몰라도 할아버지를 모시는 것도 살뜰하고, 손재주도 뛰어나고, 큰톨이를 위해주는 마음도 누구 못지 않다.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는 아이에게 그러지 쉽지 않을 텐데 참 마음이 넉넉한 여인네이다. 하릴없이 마당에서 해바라기나 하던 노인네가 텃밭을 가꾸는 소일거리가 생겨서 생기를 찾는 것도 참 보기 좋았다.

 그런데 밤티 마을 집 마당에 핀 개나리꽃 같은 노란 옷을 입은 영미를 보니 또 가슴이 아팠다. 오빠를 위해, 그리고 아빠를 위해 모은 물건들을 담은 상자를 행여 뺏길세라 꼭 움켜잡고 길거리를 헤맬 적에 영미에게 가장 절실했던 사람은 오빠였다. 양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내는 사이에 밤티 마을의 가족의 모습이 점차 잊혀졌지만 그래도 가슴에 생채기가 생길 때면 가장 먼저 오빠가 떠오르던 영미였다. 두 아이가 다시 같이 살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영미를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 보내기로 한 그 엄마마냥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하였다. 솔직히 영미가 양부모와 살면서 오빠와 자주 만나는 것도 괜찮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 인연으로 맺어진 가족... 가족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고 있는 신화라고 해봐야 널리 알려져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플루타크 영웅전 정도일까, 최초라는 것에 끌려 이 책을 신청하긴 했는데 받는 순간 <고릴라 이스마엘>에 이어 두번째로 후회를 안겨준 책이었다. 내가 어쩌자고 이 두꺼운 책을 보겠노라고 자청을 했던가... ㅜㅜ;;  역사와 신화에 관한 지식이 많은 분이 이 책을 받으셨더라면 좋은 리뷰를 쓰셨을텐데 그 기회를 박탈한 것 같아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좋은 책을 보내주셨는지라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쓰긴 하는데 리뷰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양해바랍니다.(__)-

  이 책에서는 '최초'라는 단어는 자주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의 최초가 되는 수메르, 최초의 성숙한 문명, 최초의 국가, 최초의 신화, 최초의 역사 등등... 그리고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 영우 오디세우스를 2000년 뒤의 까마득한 후배로 전락시킨 인물- 과연 인물이라고 칭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이자 최고의 영웅, 길가메쉬!  나는 2/3는 신이고 1/3인 인간이자 수메르의 왕이었던 이 사내에게 주목하며 이 책을 읽었다.  우선 바벨탑의 신화나 노아의 홍수같은 사건들이 수메르로 씌어진 <엔메르카르와 아랏타의 주>에 언급되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실존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길가메쉬를 묘사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실제한 인물인지 혼란스럽다. 영웅은 실제보다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키가 5m에 가까운 인물이라니! 그런데 주석에 달린 글을 보면 그 이후에도 거인이 목격된 적이 있다고 한다. 길가메쉬로 인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과연 아이들 동화책에서나 등장하는 거인은 존재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나저나 영웅이라고 칭송되는 길가메쉬가 신들이 준 완벽한 신체와 남성미를 지닌 사내이긴 하나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초대한 곳으로 갑니다. 예식을 치르는 집으로요. 그곳으로 그가 끼어듭니다! 혼례의 일상적인 관례는 무시됩니다! 도시는 그가 쌓아놓은 망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가 강요하는 이상한 풍습으로, 도시 사람들은 저항할 힘을 잃었습니다. 우루크의 왕을 위해 바뀌지 말아야 할 규율이 바뀌었고, 악용되었고, 관행이 변해버렸습니다. 사람들의 새신부는 누구나 그의 차지입니다....."(p.105)

 나도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주인공이 영주와 맞서 싸우게 된 원인인 '초야권'을 행사한 시초가 길가메쉬에게 있었다니, 그리고 그것이 처음부터 신들이 길가메쉬 혼자에게만 정해준 권리였다니... '성욕을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밤낮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청년'이었던 길가메쉬, 그리고 주위의 충고를 무시하고 무모한 도전에 나선 그에게 엔키두 같은 친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훔바바를 없애기 위한 원정에 나설 때에 우루쿠의 장로들과 함께 엔키두 또한 길가메쉬를 말리려 했었다. 그런 친구에게 길가메쉬가 던진 말을 보라. "이보게, 친구. 자네도 저들과 똑같은 말을 할 건가? '나는 죽음이 두렵다'라고, 응?" 죽음을 가벼이 여겼던 길가메쉬가 엔키두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죽음의 공포를 알고 영생을 누리기 위할 방도를 찾아 나서고 애쓴다.

 신들이야 영원한 삶을 보장받은 존재들이고, 그들이 창조한 인간에게는 '영생'이라는 것은 주어지지 않은 인센티브였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영원한 삶... 그것은 행복할 때, 많은 것을 누리고 있을 때 더 생각이 나고, 죽음을 목격하거나 앞두었을 때 더욱 간절해진다.  부와 권력, 풍족한 삶을 누렸으며 불로초-이 책에 그런 식물이 언급된다!-를 구하기 위해 그토록 애쓴 진시황제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이 인간의 수명을 늘이기 위해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니 어쩌면 보통 인간도 126년간 우루크를 통치한 길가메쉬의 수명만큼은 누릴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태생이 주는 특권을 누리던 방탕한 젊은이, 괴물 후와와를 해치울 때조차 겁에 질려 엔키두에게 의지하고 꾐에 빠트리기 위해 여동생을 팔아먹기까지 한 사내에게선 영웅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엔릴이 길가메쉬가 아닌 엔키두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의 타당성에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일까? 친구가 나쁜 길을 가겠노라고 큰소리를 쳐서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으되 그가 나쁜 짓을 저지르도록 도와다는 이유로 그만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온당한 것일까?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접하는 길가메쉬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영웅도 사람이란 점을 감안해 주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여러 판본(수메르어, 악카드 어 등)을 대조하고 음역하느라 애쓴 필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3부 02 <여자>를 읽어 보면 필자가 여성예찬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이 점에 동조하는 바이다. 동물들과 생활하던 원시인이었던 엔키두를 개화시킨 이가 누구이던가. 꼭 신화속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주위를 둘러 보면 여자(엄마이든 아내이든)의 말을 들어서 나쁜 일은 없으니, 남자들이여, 여자의 판단력을 믿을지어다~. ^^*  
 
'여자를 정복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짓이다. 차라리 그들에게 정복당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도 안전한 길이다. 열등한 존재가 우등한 존재를 넘어서는 일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정확한 통찰력은 언제나 남자의 생을 이끈다.'(p. 350)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완성 2005-02-1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도 숙제 끝내신 거 축하드립니다-
전혀 질이 떨어지는 리뷰가 아닌 걸요. 오히려 쉽게 읽히는 장점이 돋보이는 리뷰였습니다.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점이나 그냥 지나친 세세한 이야기들을 보니 또 새삼 다양한 시각을 만나는 즐거움에 대해 깨닫게 되네요 :)

아영엄마 2005-02-1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 답칭찬(?)은 안해주셔도 되는데..^^;; 그래도 일부러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__)

반딧불,, 2005-02-1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축하드려요.
전 언제 마치려는지..
두 개의 리뷰 땜에 머리가 복잡하옵니다ㅠㅠ

그리고, 음..그 부분을 열심히 읽게 되는 것은 그나마 쫌 편하게 읽힌 곳이라서 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던 것들이 실은 아니라는 것 때문인지..에구 ..
그 많은 사진들에도 불구하고 참 힘들군요.
 
인간과 사자 - 이집트 미래아이 세계의 옛이야기 1
디안느 바르바라 글, 곽노경 옮김, 장 프랑소아 마르탱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인간과 사자>는 '힘'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집트의 옛이야기이다. 순수한 물리적인 힘만 따지자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과 강한 힘을 지닌 사자에 비해 인간은 육체적인 면에서 사자보다 훨씬 미약한 존재이다. 그러나 이 우화는 인간은 '지혜'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사자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을 지녔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자는 생쥐에게 "이집트에서 나보다 더 힘센 동물이 있을까?"라고 묻는데, 그 질문 속에는 자신이 가장 힘이 세다는 사자의 자신감이 배어 있다. 하지만 생쥐는 사자보다 더 더 힘센 동물로 "인간"을 내세우지 뭔가! 자신의 힘에 대해 자부심을 지닌 사자로서는 자존심 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니 그냥 있을 수 없어 자기보다 힘이 센 '인간'이라는 존재를 직접 보기 위해 찾아 간다. 

  흰 천 하나만 달랑 걸친 남자는 사자가 달려 들면 당장이라도 잡아 먹을 수 있을 것 같이 나약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속담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인간도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인간이 사자와의 대면에서 '힘'을 가지러 가겠다고 말하고 위험한 순간을 모면한다. 후반부에는 이미 펄펄 끓은 물의 뜨거운 맛을 본 사자가 "물을 부어요!"라는 말에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가 엄마가 뜨겁다고 하는데도 냄비를 손으로 만졌다가 혼이 난 후로는 뜨겁다고 말하면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라. 사자가 한 번 데이고 난 후 뜨거운 것의 무서움을 알고 다시는 그 고통을 겪으려 하지 않으려 하는 바람에 도우러 왔던 다른 사자들까지 된통 당하고 만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 후 인간이 사자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큰 아이는'지혜'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 살 수 있었다는 이 책의 주제를 짚어 냈고, 작은 아이는 인간에게 채찍을 맞아 살갗이 찢어지고, 뜨거운 물을 뒤집어 써서 온 몸이 벌겋게 익어 버린 사자가 불쌍하다는 느낌을 이야기한다. 하긴 인간이 밧줄에 묶인 사자를 때릴 때 얼마나 애처로웠으면 생쥐가 눈을 다 가렸을까! 이후로 이집트에서는 백 한 마리의 사자 가운데 단 한마리도 인간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하니 누구의 힘이 더 센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 그림, 김세희 옮김 / 봄봄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릴라(앤서니 브라운)>에 나오는 한나가 고릴라를 좋아하는 소녀라라면  <나의 조랑말>에 나오는 소녀는 말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아하는 소녀이다. 작은 말 조각상이나 미니어처도 여러 개 가지고 있고, 그것을 식사를 할 때에도 식탁에 올려 놓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좋아하는 물건이 생기면 늘 곁에 두고 싶어서 밥 먹을 때나 잠잘 때도 옆에 놔두고, 외출할 때는 주머니에 챙겨 넣고 나가는 우리집 둘째 아이가 생각나서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아이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조랑말을 갖고 싶지만, 사실 말은 부모 입장에서는 쉽게 사줄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너무 비싸서 안 된다거나 둘 곳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은 형편상 구입해 주기 힘든 장난감이나 덩치 큰 물건을 사달라고 아이들이 조를 때 내가 대꾸하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아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녀가 제일 좋아하는 냄새가 말들의 냄새라는데 그 글을 읽자니 왠지 바람 내음, 풀 내음이 생각난다.  여자아이가 꿈 속에서 보는, 아니 그림을 그릴 때면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투영되는 실버는 참 근사해 보인다. 이왕이면 온 몸이 온통 하얀 백마가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밤하늘을 날아가 내린 숲에서 만난 말들 속에서 실버를 알아볼 수 있는 건, 역시 실버가 눈이 내린 것 같은 하얀 점무늬를 지닌 덕분인 것 같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말들이 노니는 숲이었는데 알록달록한 여러 가지 과일이나 사탕나무도 근사했지만 그 숲에서 가장 특별해 보인 것은… 바로 당근 나무!!  당근은 말들의 애호식품이 아니던가~ 소녀가 실버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을 보면서 작은 아이가 말이 정말 하늘을 날 수 있느냐고 묻자,  큰 아이가 바로 ‘말이 어떻게 나냐!’며 면박을 준다. 그래서 '말이 실제로는 하늘을 날 수 없겠지… 그렇지만 꿈 속에서는 어떤 일도 가능하지 않겠냐'며, 책 속의 여자아이처럼 우리도 꿈 속에서 실버를 불러서 같이 타고 날아보자고 했다. ^^

 그러고 보니, 재작년 무렵에 근처 공원에서 진짜 말(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짜리몽땅한 녀석이었는데..)을 아이들과 함께 구경한 적이 있다. 조랑말에 아이들을 태워 주는 행사를 가진 모양인데 우리 아이들보고 타겠냐고 했더니 싫다고 하지 뭔가... 그다지 큰 말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겁이 난다며 타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말을 타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보고는 자기도 말을 타고 하늘을 날아 보고 싶단다.. 실버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은 신날 것 같은 모양이다. 여전히 엄마, 아빠는 말을 사주실 수 없다고 하실 테지만 아이는 비록 상상으로 빚어낸 존재이기는 하나 늘 자기를 기다려 주는 실버와 교감하고 있기 때문에 행복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창을 통해 들여다 보고 있는 실버의 얼굴을 보니 말의 눈이랑 눈썹이 참 예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