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인형의 집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5
타마라 손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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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내가 어쩌다 스티븐 킹의 책에 손이 가게 되고, 그러다 공포소설 분야에도 호기심을 가지게 되어 종종 기회가 생기면 얼른 책을 잡고 읽게 된다. 실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얼른 채널을 돌렸다가 다시 돌려서 보는 행동을 하면서 공포/호러 영화를 보는데, 그건 어찌 보면 앙꼬 없는 찐빵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도 무서운 영화를 방영하면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거 한다고 틀어줄 만큼 여전히 좋아하는 분야로 꼽고 있으며, 영화만큼 무섭지는 않아도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섬뜩한 공포의 느낌을 주는 공포소설 또한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책이다. 지인의 책소개로 알게 된 이 작품 또한 공포소설이라 하여 어떤 작품일까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 무섭지는 않아서 남편이 들어오지 않아 혼자 자야 하는 심야의 밤에 읽어도 별 지장이 없었다. ^^;;

 이 책은 무시무시한 공포보다는 에로틱한 공포를 선사하고 있는데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좋을 요소나 장치들이 많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근사한 외모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애정 또는 욕망을 바탕으로 한 육체적인 관계를 묘사하는 부분들이 애로틱한 면을 드러내 주고 있는데,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남자들의 신체적인 욕망과 신분상승과 자기 과시의 욕망을 지닌 여성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표출하고 있다. 동시에 목이 뜯겨져 나간 유령이나 뱃속에서 꺼내진 창자가 널브러져 있고 신체의 각 부분이 난도질당한 시체 등이 등장하니 그 엽기스러움을 상상 속에서 펼쳐볼 수 있으리라... 

 주인공은 공포소설 작가인 데이빗 마스터즈와 딸 앰버로 신작을 쓰기 위해 일부러 유령이 출몰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바디 하우스를 사서 이사 온다. 돈 많고 잘생기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홀아비에게는 여자들이 꼬이는 법인지, 데이빗은 부동산 중개업자인 테오의 육탄공세에 휘말리는데 여자인 나로서는 과연 남자들이 육체적인 욕망 앞에 그처럼 쉽게 의지가 꺾이는가 궁금하다. 테오의 욕망 또한 후반부로 가면서 그녀 혼자만의 의지가 아닌 것이 되는데... 마스터즈 부녀가 새 집으로 이사 온 후에 마을에 사는 미니라는 중년여인이 가정부로 일하러 오는데 나라도 그렇게 수다 많은 가정부는 딱 질색이지 싶다. 그나저나 홀아버지와 장성한 딸 둘만 한 집에 살면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가 보다. 바디하우스에 떠돌고 있는 핵심 유령은 리찌 보디와 그녀의 딸인 크리스터벨, 등대에 출몰하는 목 없는 와일더 선장 등인데 바디하우스에서 생기는 일련의 사태는 이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표지에 나오는, 핀에 찔려 피가 나오는 하얀 인형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무속에도 유사한 주술이 존재한다. 사극 같을 걸 보면 궁중의 여인네들이 짚 같은 것으로 만든 인형에 부적을 붙여 놓고는 침으로 찌르거나 비틀어 해를 가하려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하곤 하는 장면이 종종 들어 있다. 부두교에서도 주술을 건 인형을 통해 죽도록 미운 상대나 정적에게 저주를 퍼붓거나 몸에 상처를 입히게 하는 등 해를 가하는 주술이 있는 모양이다. 내가 접한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과 비교하자면 글 자체가 독자에게 근원적인 공포를 제공하기보다는 인형을 통한 저주와 부활이라는 충실한 스토리 진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흥미를 돋우는 소설인 것 같다. ^^ -공포면에서 강도가 약한지라 별 셋을 주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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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6-10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공포는 쏙 빼고, 에로틱에만 눈이 번쩍..^^

물만두 2005-06-1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에로틱하지요^^

로드무비 2005-06-1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재밌을 것 같아요.
에로틱...좋지요.^^

아영엄마 2005-06-1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에로틱한 제목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얻는군요. 종종 이용할까봐요~ ^^
 
아빠랑 둘이서 동화 보물창고 6
마를리스 바르델리 글, 롤란드 탈만 그림, 김서정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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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메를레와 아빠가 바다로 떠나기 전, 홀러루프라는 마을에서 지낸 기간 동안의 일들을 간결한 문체의 글과 연필 스케치로 그린 그림을 곁들여 들려주고 있다. 주인공인 메를레... 엄마는 천사이고, 아빠는 화가, 그리고 살고 있는 곳은 자동차 집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마음 가는 것에 따라 떠날 때를 결정하는 이들을 보니 유랑생활을 하는 집시가 떠오른다. 너무 작아서 앉을 수도 없는 부엌을 가장 편안하게 여기는 메를레는 이름(지빠귀)을 지은 엄마의 소망과 달리 노래를 못 부른단다. 노래는 아는데, 곡조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데 실제로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노래는 영 딴판인 거... 내가 바로 그 짝이다. 한마디로 음치... 듣는 사람이야 괴롭겠지만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해서 부르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메를레가 노래는 잘 못 부르지만 화가인 아빠의 재능을 이어 받아서인지 그림을 잘 그리고, 비록 글자를 몰라 적어 두지는 못하지만 시를 쓸 수도 있단다. 

 예술가적인 기질이 다분한 이 두 부녀는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함께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아빠가 챙이 넓은 모자를 쓰면(화가는 원래 그렇게 한다는데, 정말일까? ^^) 메를레도 챙이 넒은 작은 밀짚모자를 쓴다. 화가의 딸은 원래 그러는 거라나~ 햇살이 비치는 풀밭에서 각자 캔버스를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는 닮은꼴의 두 사람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니 풀벌레들이 윙윙거리며 주위를 날아다니고 졸졸졸~ 흘러가는 개울물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오는 곳에서 평온한 오후의 고즈넉한 한 때를 누릴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워진다. 처음에 표지에 사용된, 연필로 데생한 흔적이 드러나도록 하고 그 위에 색채를 드러낸 그림을 보면서도 그림을 배우지 못한 것-그림을 배웠다면 우리 아이들도 예쁘게 그려줄 수 있지 않았을까-이 아쉽게 느껴졌는데 이 두 사람이 연출하는 모습이 뭉글뭉글 솟아오르는 아쉬움의 불길에 더 부채질을 한다. 그림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돌멩이를 올려놓고 팔아야 하는 메를레 아빠의 모습에서 길거리 예술가의 비애가 느껴져 마음이 아파지긴 했지만...

 메를레는 홀러루프에서 학교에 다니게 된 규율이 정해져 있는 학교생활은 그리 순탄치가 못하다. 선생님으로부터 거미를 놓아주러 수업시간 중에 나가서도 안 되고, 알파벳에 그림을 그려도 안 되고, 민들레가 꽃밭에서 꽃을 피우면 뽑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아이는 바로 그 순간 거미 한 마리가 소중하고, 알파벳에서 여러 가지 것들을 상상해 내고,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민들레도 하나의 예쁜 꽃일 뿐인데....  그래도 이 곳에서 헤르베르트와 친구가 되고, 트랙터에 태워준 야콥 아저씨, 아는 노래도 많은데다가 지칠 때까지 노래를 부르는 마르가레트 할머니, 장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와야 해서 늘 피곤해 하는 해젤바르트 할아버지 등과 사귀게 된다. 메를레와 아빠가 이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긴 했어도 잠시나마 이웃으로 지냈던 사람들과 작별을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부녀가 그려 넣은, 꽃이 핀 들판, 파란 하늘, 천장에는 별이 빛나고 한 쪽에는 달이 떠 있는 방에서 살게 된 헤르베르트도, 강에 다리를 놓기로 마음먹은 메를레 덕분에 앞으로 먼 길을 돌아가지 않아도 된 해젤바르트 할아버지도 종종 메를레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과 일일이 작별인사를 나누지 않고 조용하게 마을을 떠나는 부녀를 보며 이제 겨우 가까워져 마음을 나누기 시작한 이웃을 떠나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안녕~ 메를레. 먼 훗날 너를 다시 만났을 때 시인이자 화가, 그리고 자기 안에 울리는 소리를 그려낼 줄 아는 작곡가가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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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의 정복자 곤충 - 인간과 곤충의 유쾌한 계약
메이 R. 베렌바움 지음, 윤소영 옮김 / 다른세상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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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곤충은 알게 모르게, 또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우리들 근처에 살고 있으며 대부분의 곤충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웃이자 불청객이다. 알려진 종류만 해도 80종이 넘으며 곤충이 발견되지 않는 곳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만큼 그들은 어떤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가고 있다. 곤충의 활동을 통해 인류는 다양한 먹거리를 얻고 있으며 깍지벌레등의 곤충에게서 중요한 생산물을 얻기도 한다. 저자는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곤충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는 것은 없다."라고 적고 있는데, 우리가 불청객처럼 여기는 곤충이 사라진다면 인류에게 어떤 일이 일이 생길까?

 요즘 C.S.I라는TV 외화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는데, 등장인물 중의 한 사람인 과학수사대 팀장이 감식곤충학자로 발견된 시체에 곤충들이 몰려들었을 경우에 여러 곤충의 종류와 성장속도 등을 통해 살해된 시간을 추정해 내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살인자를 잡는 구더기>를 보면 썩은 고기를 찾는 곤충들이 몰려드는 순서도 각기 다르고, 부위도 다르며 사망에 이르게 된 방식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 심야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러다 불만 켜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어 버리는 바퀴벌레 및 부식질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흰개미에 관한 이야기, 수서곤충들이 산소를 얻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육식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까닭과 매복 포식자인 사마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 <맛있는 곤충>에서는 곤충들의 자기방어 전략이나 수단 등을 엿볼 수 있다. 회색가지나방의 은폐색-환경문제와도 관련된-에 관한 예나 자벌레의 나뭇가지 흉내 내기 등의 다양한 위장수단은 곤충들이 자신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어기재들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곤충들이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며 사실 인간도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자에 속한다.현대의 문명인들은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혐오감을 표하지만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곤충이나 곤충의 애벌레, 알 등을 먹으면서 살고 있다. 

 초식곤충들과 식물의 관계나 염료산업, 생물학적 방제에 이용되어 온 깍지벌레를 비롯한 누에, 벌 등-심지어 파리도- 곤충들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유용한 면들이 많음에 놀라게 된다. 충영에 의해 식물의 성장이나 생리적인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점도 흥미로운 현상이며, 거대한 메뚜기 떼가 가져다주는 재앙이나 구더기를 이용한 상처 치료 등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번쯤 접해 보았을만한 예들이다. 기생절지동물과 함께 곤충 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혐오스러운 부류에 속하는, 인체에 기생하는 이, 벼룩, 모기등과 같은 곤충 종류들을 다루는 <기생충과 숙주>에서 저자는 "사람 종이 진화과정에서 마주친 중요한 적들이 사자나 호랑이, 곰처럼 크고 사나운 포식자가 아니라, 크기가 때로는 1백만 분의 1도 안되는 작은 곤충이라는 사실은 생명 현상의 아이러니이다."라고 적고 있다.

  <곤충과 사람들>에 실린 곤충공포증에 관한 글을 통해 우리가 왜 곤충에게 혐오감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지를 알 수 있는데, 거의 성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에크봄 증후군"이라는 병명의 기생충 망상증 환자들이 제일 먼저 접촉하는 전문가가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방역전문가나 곤충학자들이라고 한다. 인류가 곤충에게 미친 영향을 곤충의 시각에서 보면 집중적인 도시화와 개발이 특정한 서식지를 없애버리거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킴으로서 그 곳에 서식하던 곤충도 함께 사라지거나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산업화 등의 과학 기술 발달이 생태계에서 물질이 순환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거나 에너지가 흐르는 방식이 바뀌어 다른 생물들에게 피해가 가는 등 뛰어난 적응성을 지닌 곤충이 살아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우리에게 경고하는 바를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병원을 오가면서 틈틈이 이 책을 읽었는데, 한번에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곤충에 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어 좋은 점수를 주려고 한다. 아이들도 건사해야 하느라 오랜 시간동안 책을 붙들고 있을 수 없고 짬짬이 책을 읽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굳이 순서대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한 교양도서이자 곤충에 관한 참고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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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들을 위해 구입하거나 선물 받는 도서들을 보면
대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나 동화책들인데
이제는 아영이의 독서 방향을 좀 더 넓혀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과학 분야는 <달팽이과학동화> ->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와 단행본 몇 권이 다인데
<만화 21세기 키워드> 3편을 자주 보곤 하니 1,2권도 장바구니에 담아 두어야 할 것 같다.

사촌언니 집에 가보니 <초등학생이 가장/꼭 ~>류의 책이 몇 권 있던데
아이들이 어떤 걸 궁금해 하나 그 점이 궁금해서 어제
<초등학생이 가장 궁금해 하는 100가지>인가 하는 책을 주문해 둔 상태이다.  ^^

새벽별님네 작은 별은 역사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데 
구입하시는 책들을 살펴보고 나도 참조를 좀 해야겠다.
우리 나라 역사에 관한 책도 그렇고 여러 나라의 역사나 인물들에 대해 접해주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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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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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릴 땐 누구나 상상의 세계를 무궁무진하게 펼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 환상의 세계 속에서 헤엄쳐 다니길 좋아한다. 그러나 커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녹녹치 않은 탓에 변화 무상한 만화경 같은 세계는 저 의식 너머에서 서서히 숨죽이고 근근히 연명하면서 책이나 영화같은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아름다운 세계, 환상적인 모험, 새로운 창조물을 만날 수 있게 되는 순간을 제공해 주곤 한다. 살아가는 일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조목조목 따지길 좋아하는 나는 그 반대급부로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를 읽고 있자니 '1'이라는 숫자를 쪼개고 또 쪼개서 0으로 접근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숫자는 무수히 많다는 '무한대'의 개념이 생각났다. 원근법에 의해 그려진 길처럼 보이는 통로에 들어서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그 대상 또한 점점 줄어든다면  30m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그 통로의 끝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이 짧은 작품이 작가(예술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본질적인 것'에 관하여 생각하게 한다면 <조금 작지만 괜찮아>의 경우에는 공간 확장의 놀라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코딱지만한 자동차 안에 어른 셋에 아이 다섯 명, 그리고 손님 한 명 추가요~, 이렇게 많이 탔는데, 그래도 공간이 남네! 이처럼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환상적인 기술만 있다면 주차문제도, 집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터이니 공간부족의 고통을 감수하고 있는 나도 이 마술사를 만나게 되면 명함을 한 장 받아 두어야겠다. ^^

 그림자들에게는 유일한 현실 세계인 동굴의 바깥 세계로 나아갈 출구를 찾는 이브리와 베히모트간의 설전이 이어진 <미스라임의 동굴>을 읽을 때는 다른 그림자들처럼 과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어느 한 쪽의 주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나에게 스스로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는 동굴 경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음으로써 나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ㅜㅜ;) 이 작품은 자신의 의지는 사라지고 지시받은 대로 일하고, 먹고, 자고 일어나 다시 일터로 나가는 시계추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현대사회를 투영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의 표제이기도 한 <자유의 감옥>은 프로스트(R.Frost)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했는데, 이블리스(악마)의 시험에 들게 된 남자는 111개의 문이 있는 어떤 건물에서 하나의 문을 선택해야 그 곳을 빠져 나갈 수 있는 처지에 직면한다. 문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와 맞닥뜨릴 수도 있고, 부와 기쁨을 누릴 수도 있으니 그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문이 두개든, 천 개든 하나를 선택하는 것의 어려움은 똑같으며, '나'의 결정을 통해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넘어서는 신의 의지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나 자신은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 신의 의지보다는 인간의 자유 의지의 본질에 관해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이외의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일은 하나의 통로를 지나 무한한 공간 속으로 나아가는 것과 같다. 무수히 많은 제약이 따르는 하나의 공간 속에서만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답답하고, 숨 막힐 노릇인지! 꿈속에서든, 몽상에 잠겨서든, 책이나 영화 속으로의 몰입을 통해든 현실로부터의 짧은 외도(?)를 하고, 이를 통해 사그라져 들어가는 나의 빈곤한 상상력을 숨쉬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기에 현실의 삶에 지칠 때면 아이들의 동화를 읽고, 판타지 문학책을 읽는다. 미하엘 엔데의 말처럼 "내면의 세계로 여행", 즉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상상력의 발현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고, 그 세상 속에서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찾아내야 하며, 그런 면에서 저자는 현실의 바깥세상으로 가는 통로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전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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