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별 저녁 별 미래그림책 32
요한나 강 그림, 조 외슬랑 글, 곽노경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별이 있어야 할 곳은 하늘인데, 그걸 떼어다 옷에 달고 있으니… 어쩐지 두려워지는구나.’ 집에 놀러 온 헬렌에게, 리디아의 엄마가 옷에 노란 별을 달면서 한 말이다. 하늘에 있어야 할 별을 커다란 멍에처럼 지니고 살다 간 사람들. 대학살을 뜻하는 ‘홀로코스트’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유대인 대학살은 독일 나치스의 잔혹함에 전세계인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참상이었다. 아이들이 보는 이 그림책에는 그런 참상이 담겨 있지도 않고, 이 책의 내용이 슬프다고 말하는 우리 아이들이 그 별표시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궁금해 한다. 왜 리디아네 가족이나 11시 부인이 노란 별을 달고 있어야 하는지, 왜 경찰들이 사람들을 잡으러 다니는 건지, 리디아네 가족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아이들은 가끔 무슨 일로 마음이 상해서는 잘 놀던 친구와 절교한다든지, 이제 같이 안 놀겠다는 말을 하고는 며칠 지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어울려서 놀곤 하지 않던가. 그런 모습을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나게 되는데, 하긴 나 역시 어렸을 때 종종 그랬던 기억이 난다. 헬렌이 생일을 앞두고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리디아에게 실망하고 속상해서 ‘넌 이제 내 친구가 아니야!’라고 소리치긴 했으나 이 말이 그토록 오랜 세월을 두고 가슴에 남겨질 줄은 몰랐을 거다. 정녕 몰랐을 것이다. ‘한참 동안 별을 미워하며 살았다’는 그 말에 어찌 그리 가슴이 미어지던지... 처음에 이 책을 볼 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계속 눈물이 나서 책을 덮고도 참 많이 울었다. 비록 직접 겪은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이야기나 영화, 책 등을 통해 그 참상을 접하였기에 헬렌의 기약 없는 그 기다림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 하는 생각에 너무나 가슴 아팠다.

 처음에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줄 무렵이 되자 울음을 참고 억누르느라 목이 아파서 도저히 평소의 음성으로 읽어줄 수가 없었다. 울음을 삭히느라 한 마디 쉬고 떨리는 음성으로 겨우 읽어 주고, 또 한 번 삭히고 읽어 주고… 참 힘들게 읽어주었었는데, 책을 통해 느낀 슬픔이 처음의 눈물을 통해 다 희석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후에  아이들에게 몇 번 더  이 책을 줄 때에도 또 가슴 아프고, 목이 매이고...   아이들에게 역사의 잔혹한 한 페이지를 들추어 들려주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줄 수는 없는 일이지 싶다. 이 책의 저자도 사실이 아픔을 준다 해도 어린이도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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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9-02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예린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지 사촌동생보고 '이제 너랑 절대 안놀아'라고 하는데 길어봤자 5분이 안걸리더라구요. ^^
제가 만약 아이들이 좀 더 커서 이 책을 읽어준다면 어떻게 읽어줘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세상이 슬프기도 하다는걸 어떻게 납득시킬수 있을지....에휴...
 
일곱 난쟁이와 백설 공주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8
에티엔 들레세르 글. 그림, 노은정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에는 거울을 보고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고 물으며 백설공주를 해치려는 왕비도 나오고, 숲으로 도망쳐 온 백설공주와 나중에 그녀의 생명을 구해주는 왕자도 등장하지만,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그리하여 왕자님과 백설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보여주는 책도 아니다. 극의 재미를 높여주는 조연과도 같았던 일곱 난쟁이 중의 맏형인 스테판이 들려주는, 바로 그들의 현재와 그들의 추억과 선택을 담은 이야기다. 

  임금님의 심부름꾼이 백설공주와 왕자의 결혼식 초대장을 갖고 오고, 그들을 위해 왕실 재단사가 찾아와 옷을 맞추어 주고, 마차가 와서 난쟁이들을 궁전으로 모셔가니 귀빈 대접이 따로없다. 그리고 백설공주는 눈 먼 아비를 만난 심청이 마냥 정신없이 뛰어내려와 그들은 반겨주고, 임금님과 약혼자인 왕자도 그들을 반겨준다. 숲 속 오두막을 통째로 들여 놓아도 될만큼 커다란 방과 맛있는 음식들, 생전 처음 보는 구경거리들... 숲에서, 광산에서 일만 하던 난쟁이들에게는 화려한 왕궁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생소하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더구나 임금님은 일곱난쟁이 모두를 숲의 공작으로 임명하며 '왕실의 신하'가 되어 왕궁에 살 것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광산에 신물이 났다는 솔로몬의 말처럼 보드랍고 근사한 옷, 푹신푹신한 침대, 잘먹고 잘 놀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그런 생활을 제안받았으니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

 궁전생활이 편하지 않은 스테판은 "깊이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노라고 대답한다. 스테판은 백설공주를 처음 만난 특별했던 십삼 년전, 그 날의 일을 꿈꾸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가 나오고,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은 백설공주를 유리관 속에 넣게 된다. 그 후  십삼년이란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백설공주는 유리관 안에서 스무살의 아가씨로 성장해 가지만 난쟁이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어찌 보면 사실이고 맞는 이야기이다. 부모는 자기 자식을 날마다 들여다 보고 살지만 정작 내 아이가 크는 줄을 모른다. 날마다 그 모습이 그 모습인 것 같다가 오랫만에 만나는 다른 사람이 보고는 아이가 훌쩍 컸다고 하면 그제서야 아, 우리 아이가 벌써 이만큼 자랐구나 하지 않던가.... 

결혼식 날 아침... 난쟁이들의 맏형인 스테판은 결론을 내린다. 나는 그가 내린 결정이 옳았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여러 말로 설명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자신이 있을 자리를 알고, 자기 집이 가장 편한 곳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마무리를 하련다. 일곱난쟁이를 떠올리려면 가장 먼저 디즈니 만화의 귀여운 캐릭터가 떠오르는데 이 책을 보고 난 후에 난쟁이를 떠올리려니 길다랗게 튀어 나온 코부터 떠오른다.(표지 그림보면서 일곱 난쟁이가 맞나 하고 헤아릴 때 코의 수를 하나 하나 짚어봤다. ^^;;)  개인적으로 큰 그림보다 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작은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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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1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근에 판다님의 루소의 에밀이 <에밀과 탐정들>의 에밀인 줄 알았다는 댓글을
페이퍼로 공개하신 걸 보며 나도 그랬는데...^^* 했던 기억이 난다.. ^^;;
<에밀과 탐정들>이 영화화 된 기념으로 그의 책을 30% 할인하는 이벤트가 눈에 띄여서 페이퍼 하나 씀.
일전에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책에 대해 썼는데
에리히 캐스트너도  기회가 되면 작품을 다 읽어 보고 싶은 작가의 한 사람이다.










요기 위의 책 4권밖에 못 샀는데 이벤트에 나온 책을 보니 19권이나 된다.. @@;;
고전을 다시 꾸민 책들을 빼더라도 제법 되는지라 아무래도 다 사보지는 못할 것 같다. 쩝~
(로알드 달은 아영이가 워낙 선호하는 작가가 다 사주긴 했지만...)
그러고보니 <하늘을 나는 교실>을 아직 못사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그 책을 사보게 될 듯...
에궁, 삐삐를 지은 작가로 유명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들도 사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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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3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혹하지 마셈~~~~~~

chika 2005-08-3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과 소년 탐정들.. 울 오빠가 내게 권했던 최초의 책이었어요!!!
오오오~ 전 살래요!!!

아영엄마 2005-08-3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다시 쓴 양장판은 링크가 에러가 나는군요.@@;;

물만두 2005-08-3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넓어서 그런가 싶어 책과 인물만 잘랐어요...


아영엄마 2005-08-3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이미지가 생각보다 작게 나오네

3345600


icaru 2005-09-0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젤 재밌게 읽었던 그의 작품이 하늘을 나는 교실이지요...^^
루소의 에밀이 에밀과 탐정에서의 에밀인 줄 알았다는 어떤 분의 말이 생각나네요...
 
나이팅게일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3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김서정 지음, 김동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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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책은 코가 빨개져 엄마를 기다리던 아기를 오래도록 가슴에 담아두게 하는 <엄마 마중>이라는 그림책으로 유명해진 김동성씨가 그림을 맡았는데 전작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를 세밀하면서도 화려한 그림 솜씨로 담아냈다. 사찰의 고색창연한 처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중국 황실의 복도나 금으로 치장한 것 같은 휘황찬란한 용상과 침실에서는 섬세함이 느껴진다. 황제를 다른 사람들의 몇 배에 가까운 거대한 모습으로 묘사하여 그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40여명에 가까운 신하들의 얼굴 표정에는 각각의 개성이 담겨있다. 또한 신하들의 과장된 표정이나 자세에서는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지라 등장인물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처음으로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를 듣게 된 황제는 그 아름다운 소리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고 이후 나이팅게일은 궁궐에 살게 되지만 새장에, 산책을 나갈 때면 다리에 비단 리본을 달아야 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 나이팅게일이 열두 명의 신하가 각기 붙잡고 있는 비단 리본들을 다리에 매고 산책을 나가는 장면은 호화로운 궁궐에서의 생활이지만 자유가 구속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 날 황제는 태엽을 감아주면 진짜 새처럼-그러나 항상 정해진 대로만- 노래를 부르는, 갖가지 보석으로 치장한 조각품 새를 선물받고, 궁궐 안의 사람들은 조각품 새에게만 노래를 시키고 총애를 하자 나이팅게일은 궁궐을 떠나고 만다. 조각품 새는 일년 만에 고장나버리고, 세월이 흘러 황제가 병에 걸려 누웠을 때 나이팅게일이 다시 찾아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어 황제의 병을 낫게 한다. 이 내용 자체는 어렸을 때 읽어서 기억이 나지만  작가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 때는 왜 그걸 살펴 볼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여전히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즐겨 보는 것은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어릴 때 인상 깊게, 또는 감동을 느꼈던 이야기의 저자를 알게 되고 그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이나 작가의 숨겨진 의도 등을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궁궐 사람들이 새를 찾으러 나가서 다른 동물들의 울음소리에 '저 소리다~'하며 아는 척을 하는 것이나 나이팅게일을 처음 보았을 때 볼품없다고 중얼거리는 것, 궁궐 사람들이 조각품 새에게 열광하는 반면 백성들은 진짜 새와 닮기는 했으나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등을 통해 작가는 내면과 진실한 아름다움보다는 외면을 중시하고 기교와 화려함을 선호하는 지배계층의 속물근성을 풍자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안데르센은 꾸밈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예니 린드'라는 가수를 짝사랑한 경험을 소재로 <나이팅게일>을 썼으며 '조각품 새'가 기교적으로 부르는 가수를 상징화 한 점 등도 알게 되었다.   

- 사실 책정보를 볼 때만 해도 작가가 서양인인데 이야기의 배경이 중국이라니... 혹시 줄거리만 빌려오고 작가가 이야기 배경이나 사소한 부분들을 각색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잠깐 했었다. 나중에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니 당시 유럽에서 신비하게 여겨지는 동양을 소재로 한 그림이나 글을 쓰는 것이 유행이어서 안데르센도 그 영향을 받아서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책에 등장하는 나이팅게일은 일명 '밤꾀꼬리'는 주로 유럽 쪽에 서식하는 새라 이 이야기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점에서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참고로 한자어로 '황조'라고 불리는 꾀꼬리는 아시아에도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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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8-3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째 이 리뷰를 붙잡고 있으면서 몇 번을 고쳐가며 쓰긴 했는데, 기교적인 면보다 소박함과 진실함을 강조한 안데르센의 이야기에 대한 리뷰이거늘 지나치게 기교적으로 쓴 것 같아 내내 찜찜하다.

2005-08-31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넷 서점이 아니라 검색사이트에서 책소개 기사를 보고서야
방금 로렌 차일드의 신간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책소개글을 살펴보니 "'빨간 모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에 등장했던
늑대와 요정들이 등장하여 신선한 패러디를 보여준다."라고 적혀 있다.

내가 또 패러디~ 그림책들을 선호하지 않는가...
로렌 차일드의 책인 점도 끌리지만 그것보다는 패러디라는 점이 끌린다. ^^
패러디 그림책은 원작을 알고 있을 경우에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원작을 모른다고 내용 자체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원작이 어떤 식으로 비틀리고 혼합되었는지 알아채는데서 오는 묘미도 색다르니까~

우리 아이들이 '빨간 모자'나 '신데렐라'는 내용을 알고 있음을 아는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내용도 알려나? 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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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9-01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팍 삘이 꽂혔슴다. 보관함에 퐁당했어요. 님께 오랜만에 땡스투~ ^^

아영엄마 2005-09-0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실제로 책을 보고 평한 글이면 더 좋을텐데... 땡스투 감사합니당. 아, 미국에 계실때 도서관에서 영어그림책도 많이 빌려서 아이들 보게 하면 좋겠군요. 원어책 사는 돈도 안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