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러 1 - 세상의 운명을 결정하는 자
존 트웰브 호크스 지음, 안종설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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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국에만 4백만 대의 폐쇄회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인구 열다섯 명에 한 대 꼴이다." 이 문장은 이 책에 나오는 것이지만 이야기 구조를 위해 설정된 허구가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기업이나 민간에 의해 CCTV가 설치된 것을 비롯하여 9. 11 테러 이후 범죄 및 테러 예방을 목적으로 국가 기관에 의해 더욱 많은 CCTV가 설치되어 일반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을 통해 정보와 지식을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를 통해 개인의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트래블러>는 테러나 범죄에 의한 생명의 위협으로부터의 안전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두 개의 명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의 배경은 국가 권력을 등에 업은 '브레드런'이 막대한 재력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시티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가능해진 제 4세계이다. 시민들은 베스트 머신에 의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통해 포착된 개인의 얼굴은 안면인식프로그램으로 식별되고, 개개인의 나이와 주소를 비롯하여, 최근에 어디를 여행하고 도서관에서 무슨 책을 검색했으며, 신용카드로 무엇을 구매하였는지, 주로 어떤 음식을 먹는지 등이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인류를 통제하고 복종시켜 사람들이 더 이상 새로운 질문을 던지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과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는 '트래블러'는 필히 제거해야 할 존재이다. 그렇기에 '타볼라'는 계를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트래블러'들을 찾아내어 모두 죽이려 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사명을 지닌 '할리퀸' 마야는 아버지 쏜의 뒤를 이어 트래블러의 가능성을 지닌 가브리엘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데...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육신의 저주, 피의 구원'이란 명제를 숙명처럼 받아들여 타불라와 맞서 싸우는 냉정한 여전사 마야와 가브리엘의 앞에 과연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작품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했으나 후반부로 접어들어 이야기를 너무 급하게 진행시키고 마무리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별 세 개 반 정도를 부여하는 것이 적당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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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05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벌써 쓰셨군요. 저는 결말땜에 미루고 있는중이네요 ㅠ.ㅠ
 
수학 1kg만 주세요 - 교실 밖 지식여행 3
카를로스 안드라다스 에란츠 지음, 김수진 옮김, 김흥규 감수 / 을파소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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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워낙 수학이라는 학문에 젬병이라 수학을 재미있게 접해볼 수 있는 류의 책에 관심이 많다. 일단 이런 책은 아이보고 읽어보라고 그냥 주면 안 볼 때가 많은지라 내가 먼저 책 내용을 살펴보고, 호기심이 생길만한 내용을 이야기해 주어야 흥미를 가지고 보게 된다. 제목에 '수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당연히 수학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겠으나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과 문제 풀이 같은 내용이 아니라 수학자들에 관한 이야기, 여러 가지 에피소드, 수학동화 등 흥미를 자아내게 하는 글들이 실려 있다. 일단 <똑똑똑> 코너에 제공되는 퀴즈 10문제를 풀면서 우리 생활에서 떼놓을 수 없는 수학, 그러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을 재미있게 접해볼 수 있도록 워밍업을 해보자~.

 지혜의 문으로 들어가 보니 "사람들은 왜 수학을 어려워할까?", "수학과 친해지는 방법은?", "수학자의 삶은 어떨까?"같은 질문 형식의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조금 생뚱맞은 제목도 있었다. 워낙 수학을 멀리하며 살아와서 그런가, 그림에 사용되는 원근법이나 땅을 측량하는 것,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확률 등,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 대부분이 새롭고, 놀랍고, 신기하게 여겨진다. 내가 수학이라면 진절머리를 치다 못해 포기했던 시절에는 왜 이런 책들이 안 나온 거야~~. 컴퓨터의 등장으로 지겨운 계산에서 벗어난 수학은 암호화 작업이나 주식에도 활용되는 등 앞으로도 더 많은 부분에서 우리 생활에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학은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영역이 생겨나는 진화하는 과학이라니, 우리가 수학의 끝을 보기는 어려울 듯 하다. @@ 
 
 개인적으로 지혜의 문보다 지식퐁퐁에 담긴 내용이 더 재미있었는데, 수학자들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네스북의 최고기록, 가증스러운 숫자들, 수학과 유머? 등의 코너가 눈에 띄었다. 뒤부분에 실려 있는 "요술 사각형의 비밀"이라는 동화는 여성이 공부를 할 수 없던 시대를 배경으로 누키라는 여자아이와 친구인 쿠마킨이 위대한 수학자 알고리트미가 낸 문제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로, 중간 중간에 수학과 관련된 문제를 제공하고 있다. 과연 알고리트미가 비밀의 방에 남긴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

 - 본문 중에 중요한 문장에는 노란색으로 칠이 되어 있는데 그걸 보니 예전에 공부할 때 교과서나 학습지의 중요한 부분에 형광펜으로 알록달록, 열심히 칠만 해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열심히 칠만 하면 뭐하나.. 칠한 부분을 자주 읽어봐야지 공부가 되지. ^^; 이 책이야 공부를 위해 읽는 책이 아니니 한껏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읽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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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의 어린이 북아트
김나래 지음 / 마루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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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들어 독후감 등의 글쓰기의 어려움-엄마의 압박에 의한- 직면해서인지 꿈을 바꾸려는 기색이 보이는 우리집 큰아이의 장래희망은 작가이다. 본 적이 있는 책의 내용이나 그림의 모방 수준이긴 하지만 자기 스스로 글을 창작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재미가 들려서인지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자기만의 책을 만든다며 A4용지를 묶어 달라고 부탁하곤 했었다. 지금은 아이에게 책을 만들어 보라고 하면 귀찮아하며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라 그런 열정이 있던 시기에 이 책을 접하였더라면 A4용지 묶음으로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멋진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책 만들기에 한층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아이가 책 만들기에 다시 흥미를 가지게 되면 이 책을 참고로 하여 근사한 책을 한 번 만들어 보자고 할 참이다.
 
 이 책은 먼저 북아트가 시작된 시기와 역사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책(코덱스 책)의 명칭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책등'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그동안 '제목이 써진 세로로 긴 부분'이라는 설명으로 풀어서 적었던 걸 보면 나도 참 무식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2장 북아트, 함께 만들어요>에서 다양한 형태의 책을 만드는 방식이 실려 있는데, 지그재그로 접는 기본적인 방식(쉽게 말하자면 부채 접는 방식)과 이를 응용한 크리스마스 트리 책, 아코디언 책, 건물 책 만들기 등이 실려 있다. 그 중에서 세심한 칼질이 필요하여 만들기 조금 어려보이는 별 모양 책 만들기가 가장 눈길을 끈다.

 그리고 깃발 방식이나 터널 방식은 쉬워 보이는 반면 팝업 방식은 조금 어렵게 여겨지는데 대신 만들어 놓으면 아주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외국에서 만들어져 들어오는 팝업북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때가 많은데 간단한 팝업북을 만들어 보면서 그런 책이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 만들어 본 것도 아니면서 팝업 방식과 관련된 부분이 적은 것이 좀 아쉽게 여겨진다.  ^^;; 북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3장에 북아트를 배울 수 있는 곳과 북아트 준비물 사는 곳을 우리 나라와 다른 나라로 구분하여 실어 놓았다.

 4장에는 이 책에 나온 여러 방식의 도면이 실려 있어 나만의 책을 직접 만들어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북아트 관련 사진이 많이 실려서인지 책의 가격이 고가에 속하는 편이라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책가격까지 고려하여 별 네개를 찍을까 고심하다 다섯개로 낙찰..^^*) 저자인 김나래씨의 홈페이지 주소가 책에 실려 있는데 여기에 직접 적기는 그렇고, 검색 사이트에서 김나래로 검색을 하면 김나래의 북아트 라는 사이트를 찾으실 수 있으니 참고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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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여우 리에의 소원 그림책 도서관 12
아망 기미코 지음, 사카이 고마코 그림, 박숙경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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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들은 놀이감을 가지고 나가서는 놀다 들어오면서 가지고 나갔던 것을 종종 잊어버리고 놔둔 채 들어올 때가 있는데, 이 책 속의 여자 아이 '리에'는 동생과 공원에 가서 놀고 들어오면서 줄넘기를 나무에 걸어둔 채로 와버렸다. 간식을 먹다 그것이 생각나 부리나케 공원에 가봤지만 줄넘기를 걸어 두었던 나무는 텅 비어 있지 뭔가~ 마침 그 때 불어오는 바람에 묻어나는 즐거운 웃음소리! 두 아이는 누군가 숲에서 웃고 노래하면 줄넘기를 하는 걸 발견하는데, 어라~ 노랫말이 뭔가 좀 이상하다.

"여우야, 여우야, 줄을 넘어라.
여우야, 여우야, 뒤를 돌아라."

 앞부분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많이 들어 본 노래가락. '여우야 여우야'를 '꼬마야 꼬마야'로 바꿔 불러 보면 어렸을 때 줄넘기를 하면서 많이 부르던 노래인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이 부분은 그냥 흥겹게 노래로 흘러 나온다. 다만 '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가 아니고 '여우야 여우야, 만세를 불러라~~ '라고 해주어야 하지만.. ^^ 두 마리는 줄을 돌리고, 여덟 마리는 팔짝팔짝 뛰고~. 귀엽기 그지없는 아기 여우 열 마리가 너무도 즐겁게 줄을 넘는 모습을 보니 아~응~ 깨물어 주고 싶고, 다음 장을 넘겼다가도 그 모습이 또 보고 싶어서 앞으로 넘겨보게 된다. 사카이 고마코의 그림은 처음 접하는 건데 이 책의 그림을 보니 다른 그림책도 한 번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아이와 아기 여우들의 조우에 이어 함께 어우러져 줄넘기 놀이~~ 웃으며 폴짝폴짝 줄을 넘는 아기 여우도, 아이들도 너무 즐거워 보인다. 자기의 이름이 적힌 거라며 줄넘기를 내보이는 아기 여우 '리에'와 동생의 말을 막으며 그냥 가는 '리에', 둘 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웃으면서도 왠지 가슴이 찡해진 리에를 보며 마음이 흐뭇하면서도 자기도 아끼는 줄넘기였을텐데 행복해 하는 여우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배려하며 돌아선 아이의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찡해져 온다. 아기 여우 리에는 소원하던 줄넘기를 가졌으니 무척이나 행복할터이고, 다른 아기 여우들아~ 너희들의 소원은 뭐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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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9-22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이에게 읽혀주고 싶은 책! 추천이예요. ^^

아영엄마 2005-09-22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바람돌이님 추천 감사!

돌바람 2005-09-22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주무시네요. 저도 추천이요. 너희들의 소원은 뭐니? 물으니까 내 소원은 뭘까부터 생각하게 되네요.^^ 아이들 다 모아놓고 크게 줄넘기 놀이 했으면 좋겠어요.^^*

아영엄마 2005-09-22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방님이 동료들과의 친분을 다지기 위한 음주에 바빠 아직 귀가 전이어요..그래서 또다시 잠 못자는 밤을 연출하고 있답니다. 쩝~

돌바람 2005-09-22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서방은 지금 막 소주향 풍기며 들어왔답니다. 양말은 벗고 자네요. 잘 때 한 대 때려줘야지...

아영엄마 2005-09-22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돌바람님네도 만만치 않으시군요. 그나저나 저는 들어오기나 해야 한 대 때려줄 수 있을텐데 과연 가능할지 원.. @@;;

돌바람 2005-09-22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어오는 날은 양호하지요. 대개는 낚싯대 들고 안 들어옵니다. 대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무조건 봉사하는 걸루다 타협을 봤지요.

아영엄마 2005-09-22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림책 리뷰 아래에 달만한 내용의 댓글이 아니지만 서두...^^;; 그래도 돌바람님은 일주일에 한두번이라도 봉사하시는 부군을 두셨잖아요. 우리집 양반은 일년에 서너차례 정도뿐이어요..ㅜㅜ

2005-09-22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9-2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야밤에 무슨 서방 성토대회! 어젯밤에 제가 댓글 올리고 해아가 자다가 깨서 우는 바람에 잠이 들었더니.... 에구구 나도 할 걸.... 우리 서방도 늦게 들어오는걸로는 한가닥 하는데.... 어젯밤도 12시 넘어서^^

2005-09-2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9-2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맘에 들어요. 요즘 예린이가 뭐든지 내꺼야를 주장해서 고민이 되는 참이었는데 정말 이거다 싶었다구요. 고마워요 아영엄마님!!! 근데 남편분이 새벽까지씩이나.... 저 결혼초에 연락도 없이 그러는 서방보고 이혼장 들고 설쳤던 기억이.... 그래서 요즘은 늦게 들어와도 연락은 꼭 해요. 아영엄마님 진짜 맘 좋으시군요. ^^

바람돌이 2005-09-2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작빠른 아영엄마님!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 종칠때가 됐네요.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늘 종소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
 
꿈꾸는 책들의 도시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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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에 읽은「바람의 그림자」도 주인공이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을 쓴 한 작가의 발자취를 쫓으면서 겪는 일들을 담은 내용이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미텐메츠도 자신의 대부의 임종시에 남긴 부탁으로 어떤 원고를 쓴 작가를 찾기 위해 부흐하임으로 떠난다. 전작이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독특한 공간과 젊은 날에 찾아 온 사랑과 열망, 끝을 모르는 증오와 복수의 칼날이 내재되어 있는, 감성이 넘치는 작품이라면 후자인 이 작품은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이라는 배경과 위대한 작가가 되고자 하는 미텐메츠가 겪는 모험이 주는 넘치는 상상력에 더해서 책과 문학의 본질이 요소요소에 포진해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작가가 창조한 차모니아 대륙이라는 배경 속에 존재하는 부흐하임이라는 도시는 그야말로 고서점이 넘쳐나는 지상에서 지하미로까지, 온통 책들로 가득 찬 도시이다. 그리고 그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사람이 아니다. 위대한 작가가 되고자 하는 공룡이 나오고, 상어머리에 구더기 같은 몸뚱이를 지닌 괴물, 외눈박이 괴물(부흐링), 하늘을 나는 무시무시한 흡혈괴조, 다양한 형상을 지닌 책 사냥꾼들이 등장한다. 판타지 문학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고려해 볼 때 이처럼 독특한 등장인물들의 등장은 하나나 새롭고 반가우며 그들이 펼쳐가는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이 흡혈괴조의 습격을 받아가며 '녹슨 난쟁이들의 궤도'를 지나가는 장면은 이 책의 소개 글의 일부처럼 '롤러코스터 위를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인디에나 존스가 궤도차를 타고 레일 위를 질주하는 아찔한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로 꼽을 수 있는 부흐링은 특정 작가의 이름을 지니고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외우고, 탐닉하고, 작가나 작품과 관련된 물건을 수집한다. 작가는 책을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부흐링이 들려주는 말을 통해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들어 내는 일에 관련된 사람에 비하면 그저 책을 즐기면서 읽기만 하면 되는 독자들은 얼마나 팔자가 좋은 사람인지를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위태로워 보이는 커다란 외눈을 지닌 괴상한-하긴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치고 괴상하지 않은 이가 있던가! - 외모와 달리(?)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종족이다.

그리고 책의 전반에 걸쳐 나오는 '오름'은 '많은 시인들에게 최고의 영감의 순간에 그들 몸속으로 뚫고 들어간다는 일종의 신비로운 힘'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이 추구하는 최고, 최상의 단계인 이 오름의 순간이 찾아오기를 끊임없이 열망하고 꿈꾸지 않을까 싶다. 아주 가끔 나도 글이란 것을 쓰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 때가 있는데 불행히도 그런 오름의 순간에 주인공처럼 글을 쓸 도구가 없어 그것들이 '마치 미끄러운 물고기들처럼' 빠져나가는 때를 겪을 때가 많아 순간순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책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을 지닌 나로서는 책들이 촘촘히 꽂혀있는 표지를 비롯하여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책으로 가득 차있는 서가를 묘사하는 부분들을 읽을 때마다 부러움이 넘치다 못해 범람할 지경이다. 살아 움직이는 책, 공포와 광기가 가득 찬 책마저도 탐을 낼만큼 위험한 욕망이다. 지상이나 지하나 무수히 많은 책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마음껏 뒹굴다 온 덕분에 잠시나마 책에 대한 포만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는 찾아오는 것은 결국 가지지 못한 책들에 대한 열망과 이토록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작가의 글재주에 대한 부러움이다. 그러나 이 책 덕분에 우주 너머까지 꿈꿀 수 있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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