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아비'가 '아버지'임을 미처 알지 못했다. '왜 작가는 아버지가 아닌 낮추어 이르는 아비로 칭하였을까...' 했던 나의 궁금증은 그녀의 책을 읽고서야 답을 얻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나는 작품들 속에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내 가슴에는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쇳가루 날리는 현장에서 주말도 없이 날마다 야근을 하시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던 한 아버지의 모습만 기억되어 있을 따름이다.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자랄 때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붇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내가 자식을 낳아 부모가 되고서야 그 자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고, 세상에는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이 존재하고 있음을 살피게 되었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생각해 보게 한다. <달려라, 아비>에서 태어나던 날 세상 밖으로 달려 나가버린 아버지나 <사랑의 인사>에서 놀이공원에서 실종된 아버지, 그리고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에서 어느 날 불쑥 나타나 TV리모콘이 삶의 희망인 냥 붙들고 하루 종일 TV에만 매달려 있는 아버지... 그러나 자식들은 그런 아비를 원망하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음을 할퀴고 간 상처나 큰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위안을 삼아 살아가는 힘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세상 밖으로 달려 나가버린 아비를 둔 작품 속의 그들은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감싸 안으며 살아갈 것이고, 나는 내 안에 굵은 기둥으로 자리한 아버지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련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정형화된 도시인의 삭막한 삶과 인간관계의 일면을 젊은 작가의 감성적인 필체로 그리고 있다. 불빛이 깜박거리면서 검은 선에서 상품의 정보를 읽는 바코드검색기에 의해 읽히는 개인의 사생활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같은 상점에서 같은 물건들을 사는 사람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속에 존재하는 '나'는 이렇게 몰개성적인 인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데, <노크 하지 않는 집>에서 이름도 없이 1호실~5호실 아가씨로 칭해지는 다섯 사람이 결국은 하나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에서 현대인의 몰개성과 획일화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해지고 만다.

 <영원한 화자>에서는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자주 생각해보고 질문하는 '나'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누군가로 규정해 보려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조우한 '그녀'는 '나'에게 밀착하여 기억나지도 않는 과거의 인물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지만 그 둘의 대화는 서로 다른 방향을 쳐다보며 서로 다른 기억을 떠올리듯 불협화음만 연출한다. 합일점을 찾지 못하는 이 둘의 대화는 독자로 하여금 언제 그들의 공유했다고 믿는 기억이 가짜임이 드러날까 하는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한다. 사실 '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글을 읽으며 지루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 속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 속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바람에 의한 포스트잇의 일렁임으로 잠들어 있는 물고기가 금방이라도 기지개를 켜며 헤엄칠 준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종이물고기>이다. 무수한 생각과 글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내 안에도 단편적인 언어와 문장과 기억을 담은 수많은 포스트잇이 일렁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 그 종이 비늘들을 지닌 물고기를 깨워 세상 밖으로 풀어줄 날이 나에게도 올까? 나에게 그런 일렁임을 가져다 준, 젊은 작가 김애란과의 또 다른 만남을 기다려 볼 참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6-01-13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는 눌렀는데, 언제 살지는 몰라요. 포스트잇 이야기 좋네요. 전 '아비'가 아비정전의 그 '아비' 인줄 알았어요.

아영엄마 2006-01-1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지만 책정보를 안 읽어보고 제목만 보면 '아비'를 사람 이름 정도로 알기가 쉬워요. 앞의 '달려라'라는 문장때문에 더 그런 듯 합니다.

깍두기 2006-01-1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엄청 여기저기서 사라고 부추기는구만요.
내가 언제까지 버티나 함 볼까^^

돌바람 2006-01-13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종이 비늘들을 지닌 물고기를 깨워 세상 밖으로 풀어줄 날이 아영엄마님에게도 오기를...

Kitty 2006-01-13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샀어요 홍홍홍 사자마자 친구가 빌려갔지만 ^^;;;

바람돌이 2006-01-13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이게 갈수록 압박이 심해지는군요. ^^

mong 2006-01-13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괜찮게 읽고 동생에게 선물했어요
^^

진주 2006-01-1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또..이소룡 흉내내는 외마디 소린줄 알았죠~ 아뵤~~~~ㅋㅋ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철로 출퇴근하는데 한시간씩 걸리는 남편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그 시간동안 읽을만한 책을 가방에 넣어가곤 한다. 그러므로 나는 남편에게 재미있는 책을 계속 공급해주어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니고 있는데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터라 남편 또한 요즘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 책을 잡은 날, 이 추리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단숨에 읽어버린터라 "강추~"하며 가방에 넣어준 이 책을 읽은 남편은 "근자에 보기드물게 재미있는 책"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사형 집행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한 남자가 저질렀다고 여겨지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면서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사형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당신은 과연 법의 이름으로 죄를 지은 한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사형제도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한 부부가 난자되어 살해된 사건 현장의 근처에서 사고를 당한 상태로 발견된 사카키바라 료는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체포된다. 그러나 료는 사건이 일어난 몇 시간 동안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사형을 언도 받고 투옥되어 하루 하루 피가 마르는 생활을 해나간다. 사형수에게는 이른바 '마중'으로 일컬어지는, 감방으로 걸어오는 간수의 발자국 소리가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의 극도의 공포감을 준다고 한다. 자신의 손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잔혹함을 지닌 사람이라 할 지라도 그런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 싶다. 한편 누군가의 의뢰로 료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두 명의 남자-교도관인 난고와 가석방 상태의 준이치-가 조사에 나서게 되고 진짜 범인(그가 료이든 아니든)이 누구인지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물을 찾기 위해 애쓴다.

 이 책에 사건의 본질을 한 눈에 꿰뚫어보는 명석한 탐정같은 존재는 등장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교도관으로 재직하면서 교수형 집행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40대 중년의 간수장 난고. 그리고 실수로 한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 후 징역 2년의 실형을 살고 가석방된 20대의 준이치.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지닌 이 두 사람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난고를 통해 교도관이 된 후 자신의 이상과 괴리된 교도소내의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사형이 집행되는 과정이나 사형이 확정되어 형의 집행이 결정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법적인 절차 단계도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국가 보상 실태도 알 수 있다. 독자는 피살자의 가족이 느끼는 슬픔과 응보의 감정에도 공감하면서도 준이치 같은 전과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냉혹한 시선이나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안타까워 하기도 할 것이다.  

 사건 전후 4시간 가량의 기억을 잃었던 료가 어딘가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작용하는, 미지의 장소에 존재하는 계단! 과연 그 계단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어쩌면 사카키바라는 자신이 머지 않아 오르게 될 처형장의 계단을 떠올린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13계단'은 료가 걸어올라 간 계단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판결을 받아 사형에 이르는 13단계의 절차를 상징하고 있다. 료는 과연 무죄임이 증명되어 사면될 것인가, 아니면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절차가 완료되어 처형되고 말 것인가, 그도 아니면 유죄가 입증되어 예정대로 처형될 것인가... 

 사형수의 목을 옥죄어가는 시한부 처형 시한이 가져다 주는 극적 긴장감과 사건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반전이 사형제도나 국가 범죄 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잘 맞물린 이 작품은 손에 드는 순간부터 그 끝을 볼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렵게 만든다. 신인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의 글솜씨를 선보인 이 작품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에로가와 란포 상에 당선된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영엄마 2006-01-1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남편이 머리 아픈(?), 또는 어려운 책은 No~라고 하는 통에 내가 추리소설를 더 찾게 되는 건 아닌지 몰라~ ^^;;

blowup 2006-01-1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은 너무 금세 읽히는 바람에, 책 사기가 좀 아까워요. 잘 안 읽히는 책을 사야 덜 아까운 이상한 심리^^

Kitty 2006-01-1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무님 저도 그래요. 왠만하면 전 재활용(?) 가능한 책을 선호해요 호호호
그나저나 아영엄마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모1 2006-01-12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생각은 팍팍 드는데..요즘 추리소설이 안 땡겨서...후후..

깍두기 2006-01-1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13층이란 영화 있었던 것 같은데, 상관 없어요?^^

아영엄마 2006-01-12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키티님,모1님/그..그래도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추리소설도 나오고 하는데 말이어요. ^^;
깍두기님/저자가 2001년경부터 작품을 선보였다고 하니.. 옛날 영화라면 아닐겁니다.

Kitty 2006-01-3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영엄마님 땡스투 토크에 등극 ^^;;
다들 아영엄마님 옆지기님이 인정한 책이 궁금했나봅니다 ^^
 
할아버지 힘내세요 - 핀두스의 다섯 번째 특별한 이야기 핀두스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5
스벤 누르드크비스트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 보면 까닭 없이 우울해지는 때가 종종 있다. 딱히 무슨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왠지 아무 것도 하기 싫고 힘이 빠져서 축 쳐져 버리는 그런 때... 이번 핀두스 이야기에서는 할아버지에게 바로 그런 날이 찾아왔나 보다.  날씨도 우중충한 것이, 해두어야 할 일도 하기 싫고 노는 것조차 하기 싫고 주위에서 시끄럽게 구는 것도 싫고, 한마디로 만사가 귀찮은 할아버지는 우울한 기분으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비해 기운이 펄펄~ 넘쳐나는 핀두스는 한시도 가만 있지를 않고 여기저기로 방방 날아다닌다. 기분이 좋지 않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할아버지 말씀에 우리의 귀염둥이 핀두스는 이렇게 말한다.
"앗싸! 그럼 하루 종일 같이 놀 수 있겠네요. 할아버지." ^^
 
 그러나 할아버지는 접시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조차 거슬려 오만 인상을 쓰며(모자가 바르르 떨릴 정도로~ ^^;) 소리를 버럭 지르다 못해 탁자를 탕탕 두드릴 정도로 화를 내신다. 내 어찌 할아버지의 그런 심정을 모르리오. 솔직히 나도 가끔 울적해져서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그런 기분도 모르고 옆에서 종종종~ 떠들며 함께 놀자고 졸라대곤 한다. 흑... 사랑하는 아이들아, 이 엄마도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걸 좀 알아다오~~. 그런데 속상해하거나 우울해 하는 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핀두스처럼 우리 아이들도 마구 재롱을 떨 때가 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어찌 내내 우울해 할 수 있겠는가.. 나를 위해 애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 참 좋은 거다. ^^*

 핀두스는 우울하고 슬픈 할아버지의 기분 전환을 위해 할아버지가 즐겨 하던 낚시를 가자고 하고 갖가지 방법으로 유혹하고 마침내 성공하고 만다!! 혼자서라도 낚시를 가고야 말겠다며 애를 쓰고 화를 내는 핀두스의 모습을 보면 할아버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우울하거나 기분이 처질 때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으며 기분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고즈넉한 자연의 품 안에서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것 또한 참 멋진 시간이 되리라. 물론 핀두스처럼 폴짝 팔짝 촐랑대는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조금 어렵겠지만... ^^; 참, 이 그림책을 볼 때는 자그마한 물건이나 생물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놓치지 않도록 그림 구석구석까지 잘 살펴보시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영엄마 2006-01-10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을 보며님~~ 선물 받은지 한참 되었는데 이제서야 이 책 리뷰를 올립니다요~. 좀 늦었죠? ^^*

물만두 2006-01-10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전 피난가야겠네요 ㅠ.ㅠ

돌바람 2006-01-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랑 비슷하네요. 왜이리 허기지는지, 귀찮은지... 밥하다 말고 잠깐 들렀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 동물 그림책만 봤다지요~~

하늘바람 2006-01-10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할때 언제든 말씀하셔요. 달래드릴게요
 
버뮤다 바다 속 바다 - 사르가소 바다의 비밀, 그림과 나 13
루스 헬러 지음, 이한음 옮김 / 마루벌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버뮤다'라는 지명을 들으면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단어부터 떠오르는 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에 과연 버뮤다에 관한 어떤 내용을 실었을까 궁금했다. 표지 전면을 가득 메운 황금빛 바닷말이 눈길을 끄는 이 책은 버뮤다 삼각지대에 위치한 사르가소 바다에 관한 이야기다. 포르투칼 탐험대가 '포도의 바다'라고 불렀다는 사르가소 바다는 황금빛 구슬이 달린 바닷말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배와 사람을 한 입에 삼켜버리는 거대한 물고기 괴물 이야기~~. 날카로운 이빨이 삐죽 삐죽 난 괴상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그 곳을 빠져 나오지 못한 배들이 영원히 바다 속을 떠돈다는 소문들.... 사르가소 바다로 들어가서 사라진 배들이 생기자 사람들의 상상력이 가미되고 부풀려져 탄생했을 법한 이런 소문들은 정말 전설이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지 않은가.

 이 그림책은 사르가소 바다에 관한 전설과 소문을 언급한 다음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며, 콜럼버스가 아무 문제 없이 사르가소 바다를 지나간 일화를 예로 들어준다. 바닷말에 달린 황금빛 구슬에 공기가 들어 있다고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황금빛 바닷말 사이 여기저기 숨어 있는 물고기를 찾는 묘미도 있다. 코 앞의 먹이들을 입 속으로 빨아 들이는 먹이 사냥꾼 노란씬뱅이와 이를 피해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날치의 활짝 편 지느러미들이 환상적이다. 수면 아래의 맑고 푸른 바다에는 분홍빛 고깔 해파리와 이를 먹는 거북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다양한 물고기들이 존재하는 바다 속에는 전설에 나오는 유령선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심해어들은 정말 괴상하고 무섭게 생겼는데 앞에 등장했던 전설 속의 소름 끼치게 무섭게 생긴 괴물들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마지막 부분의 대서양 양쪽에서 회귀하여 알을 낳고 그 알에서 깨어난 새끼가 본능에 따라 일년에서 삼년에 걸쳐 대서양 쪽으로 가는 뱀장어의 이야기가 미식가의 요리로 끝을 맺는 점이 개인적으로 좀 아쉽다. 예전에 떠돌던 사르가소 바다에 존재하는 괴물 이야기는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긴 했지만 났지만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그림책은 요즘도 사르가소 바다에 들어간 배나 비행기가 사라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음으로써 사르가소 바다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미스터리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지 않게 하고 있다. 과연 바다 속의 바다, 사르가소 바다에서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왜 그 곳에서 배나 비행기가 사라지는지 궁금해 하는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진다.. 

 언제고 사르가소 바다에 가게 되면 그 비밀을 파헤쳐 보리라!! 내가 탄 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 그리고 그 곳에서 이 황금빛 구슬이 달린 바닷말을 보게 되면 하나 건져내서 톡톡~ 터트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상품 포장할 때 쓰는 뽁뽁이를 터트리는 재미를 아실는지? ^---^ /물론 깨끗한 건 보관해두었다가 유용하게 써먹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깍두기 2006-01-0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멋질 것 같아요.
글고,
아영엄마님이 타신 배는 사라질 것 같은디.....^^
 










아영이가 방학과제로 정한 6급 한자 익히기를 위해 알라딘에서
<마법급수 한자 6급>시리즈 세 권을 구매했음~









요건 일전에 생긴 상품권(알라딘에서는 사용할 수없는 아픔이..ㅜㅜ)으로 해리포터 신간 4권과
방학숙제로 매일 나눗셈 10문제씩 풀어오기가 있어서 공부 겸 숙제로도 활용하려고 문제집도 한 권~









그리고 출판사에 적립해 둔 마일리지(나의 마일리지 인생은 어디까지인지...^^;;)를 탈탈 털어서
세 권의 그림책을 주문했는데 오늘 이 책들이 도착했다~
찔레꽃 시리즈 한 권이 비었는지라 그거 채운다고 <가을 이야기> 선택~,
<십이월의 친구들>은 이년 전에 아이 친구집에서 보고 나도 사야지~ 하던 책인데 이제서야 구입을..^^;
그리고 <토끼가 된 토끼>!!
이거이 꼬마야 꼬마야 시리즈인데 레오 리오니 책이라 한 번 보고 다른 분께 선물할까 싶어서 구입했는데 
아그들이 보더니 너무 너무 재미있다면서 절대 주면 안된단다.. ㅎㅎ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1-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지 여기있어요^^

모1 2006-01-0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지르셨군요. 지출이 꽤나 크셨겠어요. 아니 지난번의 상품권때문에 아무렇지 않으신가요? 후후.

바람돌이 2006-01-03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월은 안지르고 쉴거야요. 도서관도 안가고 집에 있는 불쌍한 책들 읽어주고, 아그들은 얼마전에 적립금 모은걸로 왕창 지른 달팽이 과학동화로 버틸려고요. 굳건히 결심.... ^^

sooninara 2006-01-0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두 많이 선물하시니까..ㅋㅋ

Kitty 2006-01-04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너무 예쁜 책들이네요.
토끼가 된 토끼라니 너무 귀여워요~
(제가 요즘 토끼에 필받는 중;;)

2006-01-04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1-04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이월의 친구들은 저는 좋아하는데 아직 아이들이 적응을 못하네요.
이렇게 저만 좋아하는 책들이 나날이 쌓이옵니다ㅠㅠ

아영엄마 2006-01-0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좋은 책인데 아이들이 안 좋아하면 속상하죠.. 어떻게든 좋아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은 안 볼려고 하면 뭐 언제고 보게 되겠지 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