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만의 전쟁 작은거인 4
바네사 발더 지음, 강석란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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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계급 사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잘 사는 사람들, 잘난-외모든 실력이든- 사람들,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무기삼아 강자로 군림하고 그런 무기를 지니지 못한 사람들은 약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세계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안다. 부유한 집안이나 사회지도층의 자녀들, 그리고 외모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인지라 뛰어난 외모를 지닌 아이들이 주변 친구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유유상종이라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부류를 이루어 지낸다. 그 한 편에는 상대적으로 내성적인 성격을 지녔다거나 못생기거나 가난한 아이들이 인기 없는 부류가 되어 다른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곤 한다.

이 책은 학급 내에서 잘나고, 예쁘고, 든든한 백이 있기에 잘난 척하는 아이들과 그들에게 무시당하고 놀림 받는 아이들 간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동화이다. 주인공인 도로는 잘난척하는 필립네 패거리에게 '울보'라고 놀림 받곤 하는데, 자신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온 잘난 아이들에 의해 자신과 친구들이 놀림을 당하자 분개한다. 마침내 필립네 패거리에게 선전포고(?)를 하면서 그동안 이들에게 놀림을 받아 오던 아이들이 뭉쳐 잘난 아이들을 골탕 먹일 계획을 세운다. 책 제목처럼 아이들이 그들만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승리할까? 

 사실 어느 쪽의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친구 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일 것이다. 누군가를 괴롭히고 상처주어 봤자 그 순간에는 통쾌함이나 기쁨을 누릴 수 있다하더라도 되돌아보면 결국 가슴에 남는 것은 후회와 자책감일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이 책은 놀림을 당하던 쪽의 아이도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또한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 아이는 외모나 성격면-안경을 낀 점이나 내성적인 성격 등-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도로와 많이 닮았는지라 부모로서 걱정이 될 때가 많다. 요즘도 종종 친구 또는 태권도장 오빠가 놀렸다고 속상해 하는데 아이가 조금 더 당당하게, 책 속의 도로처럼 '나를 지키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용기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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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3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3-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학기초라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하기를 바라면서 지내는데요.
아이 가진 엄마라면 누구든 걱정이 앞서는것같아요.
아영엄마님 마음을 아영이와 혜영이가 헤아려 씩씩하게 잘 자랄거에요.

아영엄마 2006-03-2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ㄹ님/사실 저 역시 그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거 알거든요. 그렇기에 아이는 좀 더 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 아시죠? ^^*
승연님/누가 놀려서 울었다고 하면 저렇게 여리게 자라서 어쩌나..속부터 상해요. 까짓거 큰 소리로 댓거리를 해주지... 부모의 마음은 다 그렇겠죠? ^^

동그라미 2006-03-23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을 거예요. 아영이와 혜영이는 씩씩해 보이고, 잘할것 같아요. 잘자라줄거에요...

2006-03-23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깥 볼 일도 많고, 몸도 아팠던 한 주.. 그 결과가 드러나는 독서기록이다.

아이들 책 40. <넌 무슨 동물이니? / 윤소영 (지은이), 신명환(그림)> 

 생명체의 신비함은 알아갈수록 더욱 감탄하게 되고 더 나아가 내 몸의 한 부분, 한 부분이 소중하게 여겨지게 된다. 이 책은 여러 동물들을 비롯하여 인간이 살아가면서 숨쉬고, 먹고, 배설하고, 움직이는 행위를 하는 동안 몸 안에서 신체의 각 기관들이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어린이 과학 교양도서이다. 우리 몸에서 이루어지는 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다른 동물들의 예를 들어 어떤 점이 비슷한지, 어떤 점이 다른 지를 비교해 놓고 있어 여러 동물들의 구조, 생태, 습성의 특징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구데기'라는 필명을 쓰시는 신명환씨가 그린 삽화도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해 줌~

아이들 책 41.  <시민의식 만세! / 실비 지라르데 (지은이), 퓌그 로사도(그림)>

 아이가 이 책을 보더너 시민의식이 뭐예요 하고 묻길래 "음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가서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길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등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것도 시민의식에 속하는 거지."하고 설명해 주면서 "너도 서울의 시민이잖아. 그러니까 너도 시민의식을 가져야 해~"하면서 보라고 책을 넘겨 줬다. ^^ 짧은 우화들이 들어 있어서인지 작은 아이도 재미있다며 두어번 본 책. 인권 헌장이나 어린이 권리 헌장을 보면서 과연 이 지구상에 자신의 권리를 모두 누리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그런 인권이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아이들 책 42.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아이 /존 버닝햄 (지은이), 조세현 (옮긴이)>

  지인에게 선물 받은 그림책... 나쁜 쪽만 보고 아이를 비난하고 낮추고 야단치고 단정짓는 것보다는 칭찬 한 마디가 좋은 행동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사랑하는 내 아이에게 종종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처럼 날카로운 말들을 던지곤 한다. 아이가 상처입을 말임을 알면서 화를 참지 못하고, 해서는 안될 말임을 알면서도 감정이 격해져서 이런 말, 저런 말을 마구 입 밖으로 던져낼 때가 많다. 이 책을 보면서 반성거리가 무수히 많은 나의 모습을 또다시 돌아보면서 덕이 모자라는 엄마라는 걸 절감한다. 조금 더 가다듬어서, 조금 더 좋은 면을 보고 좋은 말, 꽃 같은 말들을 아이에게 할 수는 없는 걸까?

아이들 책 43.  <독도 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 /정해왕 (글), 김세현(그림) >

 가끔 독도 기사를 접할 때면 일본은 국제사회를 무대로 로비를 해가며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중인데 우리나라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울분은 더욱 쌓인다.  나라를 위해 3년을 넘게 애쓴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도 받지 못하고 물러나고 어려운 삶을 살다 가신 분들도 계시다. 목숨을 받쳐,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독도를 지켰는데 돌아오는 것은 비난일뿐이라니... 일전에 아이가 "독도는 우리 땅인데 일본사람들은 왜 자기네 땅이라고 하는거야! 일본 사람들 나쁘죠!!"라는 말을 했었는데 조만간 이 책을 가방에 넣어주어야겠다.


아이들 책 44.  <코/ 니꼴라이 고골, 지빌 그래핀 쇤펠트 (지은이), 겐나디 스피린(그림) >

 그림책이지만 은유와 풍자가 깃든 이 책의 내용이 유아들에게는 좀 어려울 듯.
고골의 원작을 쉽게 풀어 쓴 작품으로 그림이 매우 멋지다!
내 코가 없어졌다!! 이발사의 실수로 코가 잘린 남자의 이야기. 이발사는 자신이 밴 코를 버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번번히 실패~.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코가 높은 직위의 옷을 걸치고, 마차를 타고 다니며 마치 사람처럼 행동한다. 부와 명예를 탐하는 사람을 비꼬고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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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3-22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새벽별님 여적 안 주무시면 어쩌신대요~~ ^^(근데 코는 양장판이라 아니라 가격도 그리 안 비싸요~~ 아참 코난 나온 건 아신대요??)

2006-03-22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22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3-22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ㄹ님/흥흥.. 약올리시기와요!! ㅡㅜ
속삭이신ㄹ님/앗, 칭찬해주신거죠? 감사합니당~ ^^*

치유 2006-03-2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엄마셔요....늘 감탄...

아영엄마 2006-03-2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제가 책 빼면 시체인 사람이라서요..감탄까지 하실 정도는 아닌데...^^;;

paviana 2006-03-2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퀴즈 천자문 수준이 어느정도인가요? 이번에 6급 보는데 도움이 될까요? 아님 넘 쉽나요?
 
독도 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 - 홍순칠과 독도수비대
정해왕 글, 김세현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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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검색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독도와 관련된 기사를 또 하나 접하면서 일본이 참 끈질기게 시비를 걸고 물밑 작업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우리나라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거야! 하는 울분이 더 크게 치솟는다. 사실 이는 독도라는 섬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그 주위를 둘러싼 해역까지 걸린 문제로, 일본은 자꾸 국가간의 영토분쟁으로 몰고 가려고 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임이 분명한 독도. 역사적인 사료들을 통해 독도가 대한민국임을 땅임을 증명하여도, 아무리 많은 증거 자료를 들이대어도 그들은 끊임없이 독도가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 책은 울릉도 토박이로 자란 홍순칠이라는 분이 독도를 지키기 위해 애쓴 실제 이야기와 함께 독도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실이나 정보 등을 충실하게 실어 놓았다. 동족상잔의 6.25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러운 틈을 타 독도를 가로채려 한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로 지칭하며 이를 자기네 땅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자국 경비정을 보내 우리나라 고기잡이배를 쫓아내기도 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있자니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의 지원도 없이, 독도를 지키기로 마음먹고 독도의용수비대를 결성한 홍순칠 대장은 사재를 털어 무기를 구입하고 식량 등을 마련한다. 물자가 부족하던 때라 동도에 계단을 만들기 위해 쇠망치로 바위를 깨가며 작업을 해야 하는 등 온갖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독도에 다가오는 일본 경비정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던 독도의용수비대원들...  

-독도의용수비대의 이야기 중간 중간에 <독도일보>라는 코너를 두어 "독도의 진짜 이름은 무엇인가?", "독도는 언제부터 우리 땅이었을까?", "독도 위령비에 얽힌 억울한 사연" 등의 제목 하에 독도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옛날 독도를 지켰던 조선 어부 안용복의 이야기와 본문에도 잠깐 언급되는 독도 우표 전쟁에 대한 것, 일본의 주장이 엉터리임을 밝혀주는 글도 실려 있다.

 그렇게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몇 년의 세월을 힘겹게 독도를 지켜온 홍순칠 대장과 독도의용수비대에게 돌아온 것은 불법무장단체라는 비난... 나라의 녹을 먹는 자들도 '나는 못하겠네~'하고 발을 빼는 독도 수비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외교 문제나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몰아붙이다니, 누가..., 과연 누가 그들에게 그런 비난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3년 8개월의 피땀 어린 세월이, 그들의 긍지가 그저 한 장의 서류로 마무리 되는 것에 입술이 깨물어졌고, 홍순칠 대장과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의 이후의 삶을 간략하게 요약한 <가슴 아픈 뒷이야기>는 세상이 그들의 가슴에 안겼을 한을 짐작케 해 주었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고 나라를 위해 애쓴 이들의 삶을 나와 우리 아이들의 가슴에도 오래도록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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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9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10-30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 제목-"전설의 독도수비대, '영웅'은 없었다"... 오늘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하여 댓글을 남긴다. 과연 역사의 진실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67760
 
애완동물을 갖고 싶어 그림책 보물창고 11
바르브로 린드그렌 지음, 에바 에릭손 그림, 최선경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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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강아지 기르고 싶어요!"
"우리 물고기 키우면 안돼요?"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은 마음... 아이들의 그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나 역시 어릴 때 그러했고 지금도 여건만 된다면 강아지도 키우고 싶고, 고양이, 새, 물고기, 다람쥐, 거북 등등 내가 어렸을 때 집에서 키워본 모든 애완동물을 우리 아이들도 키우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부모가 되고 보니 애완동물을 키울만한 여건이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나중에 무책임한 행동-키우다 다른 곳에 보내는-을 하게 되는지라 아이들의 소망을 그저 "다음에..." 라는 말로 다독거리고만 있다. 이 책을 보여주면 보나마나 아이들이 "엄마 나도 애완동물 키우고 싶어요!!'라고 외칠 텐데 어떻게 하나...살짝 고민을 했다. 하지만 부모에게 부탁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애완동물을 구하러 다니는 율리아의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오지 싶어 책을 보여주었더니 역시나, 아이들은 이 책이 참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그림책은 애완동물을 구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홍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져 하늘거리는 치맛단이 하늘로 활짝 날아오르는 듯이 펼쳐진 화사한 무용복을 입은 율리아는 집에서 장난감 유모차를 밀고 나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열심히 돌아다닌다. 자기가 밀고 다니는 유모차에 태워 잠도 재울 수 있는 애완동물이 갖고 싶은 율리아. 매일 아침"오늘은 예쁘고 귀여운 동물을 가질수 있나요?" 하고 물어봐도 엄마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늘 아직은 안된다는 말뿐이지라 율리아는 직접 애완동물을 구하기 위해 유모차를 밀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율리아를 보니 가끔 여자아이들이 장난감 유모차에 인형을 눕혀 놓고 밀고 다니기도 하고 인형을 안고 토닥거리기도 하면서 노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왜 저런 놀이를 좋아할까 궁금해 하곤 했는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엄마 역할을 흉내내보고 싶어서 하는 놀이 같기도 하고, 그 이면에는 그 자신이 아직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이긴 하지 만 자기도 누군가를 돌봐줄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애완동물은 친구처럼 어울려 놀 수도 있고, 자기가 밥도 챙겨주고 산책도 시켜주는 등의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존재이기에 더 간절하게 바라게 되는 것일까? 율리아는 말도 고슴도치도 좋고, 쥐나 개구리까지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렁이처럼 싫은 동물도 있지만.... 

 율리아는 까마귀를 잡으려다 실패하고, 길에서 개줄로 벽에 묶여 있던 강아지를 발견해 유모차에 태우고 가려다 주인에게 혼이 나기도 한다. 아까 길에서 만난 증기 기관차 흉내를 내던 꼬마를 태워서 달려보기도 하지만 별 재미가 없다. 그러다 바닥에서 발견한 딱정벌레를 유모차에 태워 이불도 덮어주고, 나중에 죽으면 묻어줄 생각까지 하는 율리아를 보면 아직은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마침내 율리아가 애완동물을 갖게 되는 결말 부분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단 한 줄로 압축하여 들려준다. 요즘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방식의 책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그 문장 안에 생략된 뒷이야기도 궁금하긴 하지만 마지막에 실린 짧은 문장 하나가 오히려 함께 책을 본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주는 것 같다. 책장을 덮으며 여덟 살의 율리아에게 찾아온 행복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언제쯤 찾아올까, 언제쯤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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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2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참 좋아하는데도 잘 안되죠??

하늘바람 2006-03-2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잘쓰셨네요. 대단하셔요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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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모해 보이면서도 그 용기와 도전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책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내곤 하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작품으로 1974년, 완공을 앞둔 쌍둥이 빌딩 사이에 실제로 줄을 걸고 그 위에서 노닐었던 거리의 곡예사 필립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상에서 400여 미터 높이의 상공이라니, 과연 얼마나 높을 것일까? 10여층 이상의 건물에 가본 일이 거의 없는 나나 아이들에게는 솔직히 감이 오지 않는 높이이다. 일반인들은 3m만 되어도 아래쪽을 보면 현기증이 나고 어질어질한데 그 열 배가 넘는 높이에서 줄 하나에 의지하여 걷고, 묘기를 부리는 일은 아무리 그가 줄타기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필립은 쌍둥이 빌딩을 바라볼 때 빌딩의 거대한 높이보다는 그 건물들 사이의 거리, 즉 줄을 맬 수 있는 공간에 시선을 둔다. 하고 싶은 마음. 하겠다는 의지. 추락하는 날에는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요, 성공하더라도 경찰들에 의해 체포될 것이 뻔한데도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 하나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건물 사이에 줄을 매고 그 위에 오르는 도전을 행한 것이다. 과연 그가 명예나 자신을 주목하게 될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그 도전은 분명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인 모험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던 필립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너무도 충격적이었던 비행기 테러… 이 날 많은 승객을 실은 비행기가 인질범들에 의해 납치되어 쌍둥이 빌딩을 향하여 돌진, 건물과 충돌하면서 수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고, 뉴욕의 명물이었던 쌍둥이 빌딩(뉴욕 세계무역센터)이 무너져 내렸다. 새벽에 비행기가 빌딩으로 날아가 부딪히며 폭발하는 그 어이없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설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현실이겠어, 영화의 한 장면이겠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이제 쌍둥이 빌딩은 사라져 버렸습니다"라는 문장을 접하고는 그 때의 황망하면서도 기막혔던 순간이 떠올라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졌다. 책에는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이유, 즉 테러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범죄인 테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인간은 자신들의 명분을 내세워 그토록 잔인한 일들을 행하는 것인지… 활기가 넘치던 마을이 이제는 사라졌다는 마지막 한 장면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을 보며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던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며 '왜 그런 무서운 일을 하였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궁금해 하고 놀라워 하였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쌍둥이 빌딩, 이제 우리 아이들은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게 되어버렸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건물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람들의 기억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비록 쌍둥이 빌딩은 테러로 인한 아픈 상처를 안고 사라져 버렸지만 무모한 도전을 했던 필립의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쌍둥이 빌딩 역시 비록 그 위용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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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