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고 행복의 기준이 천차만별이겠지만 궁극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추구하는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인생의 출발점이 다른 탓에 누군가는 처음부터 평탄하고 풍족한 삶을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불행에 좌절하고 절망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이 책의 영문 제목에 사용된, '풍요로운'과 '술 취한 사람'이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lush'라는 단어는 이러한 상반된 두 개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 장마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형상화 한 작은 그림으로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일지 알아보게 해둔 점도 특색 있다.

  <러시 라이프>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상황을 분리하여 각각의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각각 다른 화면으로 분할하여 보여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의 표지에 사용된 에셔의 그림은 이 작품의 이야기 구성 방식의 특징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올라가기와 내려가기(Ascending and Descending)에 나오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게 만들어진 계단처럼 각각의 등장인물들에게 생기는 일들이 결국 모두 연결되어 있으나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구분하기 어렵게 공간과 시점을 교묘하게 휘둘러 놓고 있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인물들 간의 연결점을 발견하고 앞으로 돌아가 다시 확인하면서 이 모든 인과관계를 작품 전반에 걸쳐 잘 배합해 놓은 작자의 솜씨에 찬탄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센다이 역 근처를 지나며 '어떤 특별한 날에'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린 전망대와 '에셔 전' 포스터, '당신이 좋아하는 일본어를 가르쳐 주세요'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서 있는 백인 아가씨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늙은 떠돌이 개를 본다. 센다이 역을 지나쳐 간 깔끔한(?) 프로의식을 가진 좀도둑 구로사와, 교단의 교주를 살아있는 신이라 여기는 청년 가와라자키, 이혼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부(아오야마)의 아내를 죽이려는 교코, 구조조정의 여파로 20여년을 다닌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업자 도요타 등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다. 바로 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떠돌이 개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자각하고 맺은 인간관계 외에도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공간과 사람을 통해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고 있다. 가끔 다른 경로로 알게 된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 인간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게 될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순간에 느끼는 신기함과 놀라움을 경험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이사카 고타로는 이 작품을 통해 정의나 악 등이 관점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날마다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우리들의 삶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내 인생은 과연 "It's All Right!"일까?  책을 덮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나란 존재, 내 인생, 내 삶의 방식, 내 글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 생각이 미친다. 

책표지의 그림을 보며 잠시 생각해 봤다. 과연 나는 계단 위를 끊임없이 돌고 있는 사람일까,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일까?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밤을 새워 이 책을 읽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맞물리며 돌아가는 인생을 작품 속에 너무도 절묘하게 구현해 놓은 작가의 글 솜씨에 매료되어버렸다.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런 묘미와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특별한 재미를 추구하는 분들에 추천할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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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3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하죠^^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반양장)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4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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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는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졌던 시인 윤동주님이 별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남긴 동시들을 모아 놓은 동시집이다. 누가 조금만 야단쳐도 금방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여린 감성을 지녔던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주변의 풍경,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정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젊은 시인이 일제 치하에서 겪어야 했던 암울한 현실은 그로 하여금 더 이상 동시를 쓰지 못하고 민족의식을 가진 시인으로 변모하게 만들었다. '서시'에 나오는 것처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으며,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가고자 했던 시인 윤동주는 결국 스물아홉의 짧은 생을 살다 떠났다. 

 민족 시인으로 칭해지는 윤동주님이 동시도 썼다는 것은 이 동시집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본문에 앞서 표기한 <일러두기>를 읽어보니 1~3부에는 시인 자신이 '동시'나 '동요'라고 밝힌 작품이나 동시로 읽힐 만한 시들을 실었다고 한다. 4부에는 동시는 아니나 아이들도 접할만한 시들을 실어놓았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서시', '자화상', '별 헤는 밤' 등과 같은 시를 다시 접해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작품을 살펴보면 '귀뚜라미와 나와', '반딧불', '참새',' 조개껍데기', '눈', '햇비' 등에서처럼 자연의 모습과 소리를 담은 동시도 있고, '굴뚝', '버선본', '슬픈 족속' 등과 같이 예전의 우리네 살림살이를 살짝 엿볼 수 있는 동시들도 있다. 무엇보다 "손가락에 침 발라/ 쏘옥, 쏙, 쏙/... (햇빛.바람), '째액째액 입으론 받아 읽으며...(참새', '바삭 바삭 추워요(겨울)' 등과 같이 동시 속에 말의 느낌이 살아 있어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윤동주님의 시에는 자신이 성장하면서 접하고 겪었던 일들이 담겨 있으며 그의 그리움, 그리고 꿈과 희망, 어두운 시대를 살다 간 시인의 설움과 슬픔도 배여 있다. 시를 읽다 보면 문득문득 가슴이 아려오는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을 아이에게 들려주며 시인이 가졌던 맑은 심성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성하기를 빌어 본다.

-이 책 31쪽에 실린 <호주머니>란 동시는 예전에 다른 동시집에서 본 적이 있는 작품이다. 큰 아이가 2학년 때 나에게 자작시라며 보여준 동시를 읽어 보니 윤동주님의 <호주머니>에서 소재를 차용(?)한 느낌이 들었는데-본인은 강력하게 부인을 했지만~ ^^;- 그래도 스스로 동시를 지은 것이 대견해 칭찬을 해주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이런 것이 바로 좋은 동시집을 접해주면서 생기는 묘미가 아니겠는가! ^^

<호주머니-윤동주>

넣을 것이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주머니-최아영>
                 
추운 날/ 아무 것도 없던/ 주머니에는/ 꼭꼭
주먹이/ 쏘옥/ 들어간다.
아무 것도 없던/ 주머니는/ 기뻐지네. 

마이페이퍼 링크 주소 : http://www.aladin.co.kr/blog/mypaper/59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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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6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5-2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호주머니 시 좋아해요. 아영이가 쓴 시도 예쁘네요

2006-05-27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들 책 76.  <새미 리>
 책 소개글에 이 분이 미국에서 올림픽 영웅으로 존경받는 다이빙 스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많이 알려진 편이 아닌가 보다.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를 다녀간 기사가 나온다.
원하는 게 무엇이든 마음을 다해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 기회의 땅..  미국
미국이란 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꿈을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높긴 하지만
그 나라에도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마찬가지지...
 
아이들 책 77-78.  <마법의 나라 라미온> 1-2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등장하는 세 아이와 고양이 스너글은 실제 아이들과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
둥둥 떠다니는 해골, 요술 지팡이, 불 뿜는 드라이어, 식인종,
노래를 부르는 물고기들, 아이들을 태워주는 용 등 마법의 나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아이들 책 79. <리디아의 정원>

 이 그림책, 잘 알려진 작품인데 한글판으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문판 사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읽어주지도 못하고 묻어두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나도 내용을 제대로(?) 알게 됬다. ^^
아영이는 편지글만 있다고 별로 재미없다는 반응...  ㅡㅜ;
하긴 이 책은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고 감동받을 내용이다.


아이들 책 80.  <초코 엄마 좀 찾아 주세요!>

 입양을 주제로 한 그림책.
입양을 주제로 한 또 다른 그림책인 <고슴도치 아이>은 마음의 상처를 지닌 아이가
새로운 부모를 만나 사랑받으며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풀어낸 책이라면 이 그림책은 간결한 문장과 동물들이 등장하는 밝은 톤의 그림을
바탕으로 서로 달라도 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곰 아줌마가 네 명의 아이들을 꼭 껴안고 앉아 있는 마지막 장면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아이들 책 81.  <울어도 괜찮아>
 이 작품은 폭력을 일삼는 아빠와 집을 나간 엄마를 둔 한 아이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동화로 가정 폭력과 무관심 속에 방치된 한 아이의 고통스러운
나날의 삶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데, 불행하게도 이런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모든 어린이들이 부모에게 사랑받으며 밝게 자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이들 책 82.  <고마워요, 선생님!>
 일전에 있었던 스승의 날에 앞서 본 그림책...
이 그림책은 마음이 끌리지 않던 한 학생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깨닫고
진심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게 된 선생님과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훌륭하게 성장한 제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 담임선생님께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는데 스승의 날이라
의례적으로 드리는 선물처럼 여겨질 것 같아 마음을 접고 말았다.

아이들 책 83.  <장난감 병정과 꼬마 숙녀>
 
"나는 이 책 다시는 안 볼꺼예요!"
이 그림책을 본 큰 아이의 반응... 슬픈 결말이라 이런 말을 한 것이다.
사실 처음에 책 내용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아이의 이런 반응을 예상해서
말을 해주지 않고 보게 했는데 역시나 아이도 이 이야기가 슬프게 여겨졌나 보다.
이 이야기는 한 여인(가수)을 짝사랑했던 안데르센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동화이다.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다가가 보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안타까운 짝사랑...

내 책 31-32.  <밤, 그리고 두려움> 1, 2

 이 책의 저자인 코넬 울리치가 윌리엄 아이리시의 본명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됬다. 사실 <환상의 여인> 이외에는 읽어본 작품이
없는 것 같은데 기회봐서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지 싶다.
코넬 울리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14편의 단편이
실려 있음,  2권의 마지막 단편 <뉴욕 블루스>가 매우 인상깊었다.



아이들 책 84. <자연과 꿈을 빚은 건축가 가우디>
일전에 읽은 <소심하고 겁 많고... 걷기 여행 2>에서 가우디의 건축물을 언급한 부분과
책에 실린 그의 독특한 건축물 사진을 보고 반해서 나중에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어린이 책이긴 하지만 그의 일화를 알 수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실물 사진을 좀 더 실어주었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 설명을 읽으면서 사진으로나마 건물의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보았는데 사진을 발견할 수 없어 허탈해지기도 하였음..@@;; 

아이들 책 85. <얼굴 빨개지는 코끼리>

수줍음이 많아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코끼리 '하늘이'
너무 작아서 커다란 동물에게 밟히기 십상인 작은 생쥐 '땅이'
친구들에게 매일 놀림 받던 하늘이는 빨간 몸이 아주 멋지다고 말해주는 땅이 덕분에
하늘이는 점차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이 둘의 우정이 참 이쁘고, 쥐를 보고 놀라 초록색으로 변해 버린
다른 코끼리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그림책.  

아이들 책 86. <높은 산의 모험>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 중의 한 권,
이번 책은 모험심 강한 머위로 인해 곤경에 처하고 어쩔 수 없이 산에서
밤을 보내게 된 머위와 사과 할아버지의 모험담을 담고 있다.
머위와 사과 할아버지가 동굴 안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보내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오래 전 여름에 옥상에 텐트를 쳐놓고는 그 안에서 큰 손전등을 켜놓고
이웃에 사는 사촌들이랑 밤늦게까지 노닥거리다 잠이 들기도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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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3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 그리고 두려움 좋죠^^

반딧불,, 2006-05-2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대단하십니다!

2006-05-23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5-23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아슬아슬, 조마조마한 느낌을 자아내는 단편들이었어요. ^^(딸을 위한답시고 총을 쏜 경찰 아버지 등등..)
반딧불님/한 주 분량도 아닌걸요. 뭐... 리뷰 쓰느라 끙끙거리지 않았ㅇ면 조금 더 읽었을텐데...^^;;
속삭이신ㄸ님/저도 책 안 읽어질 때가 종종 있는걸요. 아이들 책 보는 건 제게 일종의 공부이기도 합니다. 이다음에 어린이 문학 공부 좀 해볼려구요. ^^

바람돌이 2006-05-23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올라온 독서기록이네요.
저도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이렇게 살뜰하게 독서기록을 해줄 수 있을까요? ^^

하늘바람 2006-05-24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만 봐도 어떤 책인지 눈에 들어와서 좋아요

2006-05-24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5-2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독서기록 못 쓰면 어때요. 계속 좋은 책 접해주시면 되죠~ ^^
하늘바람님/이거 정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네요..
속삭이신 ㄹ분/리디아가 참 의젓하고 정이 많은 아이에요. 그죠? ^^

2006-05-25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높은 산의 모험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강경혜 옮김 / 마루벌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함께 산에 가서 산에서 보는 밤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함께 보기도 하고, 텐트 안에서 속닥거리면서 밤을 보내고, 아침의 맑은 공기도 맛보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높은 산의 모험>은 그렇게 낭만적인 산행 이야기는 아니고, 모험심 강한 머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산에서 밤을 보내게 된 두 들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선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를 보는 재미중의 하나, 들쥐 이웃들의 집 구경하기! ^^ 이번 책에서 구경할 집은 돌쩌귀 아저씨와 은방울 아주머니가 살고 있는 옷감 짜는 오두막집이다. 천정에 달고 있는, 오색실들을 감아 놓은 막대기 양 쪽에 주머니를 매달아 놓은 것을 보니 실을 팽팽하게 하려고 그리한 모양이다.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옷감도 있고, 한 쪽 벽면에 놓인 책장에는 색색의 약품통과 책들도 꽂혀 있다. 이 곳에서 탐험가 책을 읽고 이야기에 매료된 머위는 금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에 높은 산에 사는 산쥐 가족에게 새로 만든 담요를 갖다 주러 가는 사과 할아버지를 따라 나선다. 물론 탐험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서 말이다~. ^^

  머위가 책에서 본 것처럼 산에서 금을 찾으려고 위험한 곳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짙은 안개까지 끼는 바람에 둘은 길까지 잃게 된다. 그래도 다행히 쉴 곳을 찾고  뭔가가 필요할 때마다 머위가 준비해 간 물건들을 요긴하게 쓰게 된다.- 앞서 머위가 챙긴 물건들을 살펴보면서 산에 갈 때 챙겨가야 할 물건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듯싶다.- 낯선 길을 가고, 산에서 밤을 보내고, 집에 돌아 올 때는 뗏목을 만들어 개울을 타고 내려오기도 하는 등 머위와 사과 할아버지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모험적인 탐험을 한 셈이다. 그리고 금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머위가 귀한 보물(?)을 찾아냈으니 엄마의 말처럼 대단한 모험이라 할만 하다. 

 머위와 사과 할아버지가 동굴 안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보내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오래 전 여름에 옥상에 텐트를 쳐놓고는 그 안에서 큰 손전등을 켜놓고 이웃에 사는 사촌들이랑 밤늦게까지 노닥거리다 잠이 들기도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 때는 옥상에서 보는 하늘도 맑았고 별빛도 참 선명했었는데... 언제 가보게 될지 모르는 가족 산행이지만, 야외에 나가기 전에 연습 삼아 옛날처럼 아이들과 건물 옥상에서 밤을 보내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우선 텐트를 사야 하는 선결과제가 있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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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4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5-2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상이 낮에 한참 달면 저녁 무렵에 후끈후끈하죠? 어떨 땐 물 몇바가지 퍼질러서 좀 식혀 놓고 놀기도 했어요. ^^

hsh2886 2006-05-2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이 책은 그림이 너무너무 이쁜 찔레꽃울타리 시리즈 중 하나잖아요?
저는 비밀의 계단이랑,눈초롱의 아기들이 젤 좋아요.
그리고 봄이야기,여름이야기등도 재밌죠~
책도 재밌지만 리뷰가 넘넘 좋아서 추천해드리고 갑니다~♡

아영엄마 2006-05-2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셩양~ 찔레꽃 시리즈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그림책들이죠? 추천 고마워요~~^^
 
자연과 꿈을 빚은 건축가, 가우디 위대한 도전 4
김문태 지음, 박종호 그림, 고정욱 기획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유네스코에 의해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이 과연 어디까지 뻗칠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 준 위대한 건축가'라는 찬사를 받았던 스페인의 건축가, 자연을 닮은 건물을 짓고자 한 안토니 가우디...

  이 책은 가우디가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난관에 부딪히고, 어떻게 그 어려움을 이겨냈는지 그가 건축한 건물과 관련된 일화를 중심으로 극화시켜 들려주고 있다. 시청이 정한 건축법을 위반한 건물을 짓고도 상을 받게 된 일, 그가 평생 혼자 살면서 건축에 열정을 쏟아 붇게 된 사연,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밑거름이 된 어린시절의 일들, 평생의 후원자가 되어 준 구엘 백작과의 인연, 폭동이 일어났을 때 성가족 대성당이 파괴되지 않고 남은 이유 등의 많은 일화들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건물은 보기에도 아름다워야 할 뿐만 아이나 기능적으로도 편리해야 하고 또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아늑하고 편안한 기분이 들어야 한다'고 여기던 가우디의 건축관을 엿볼 수 있다. 본문 중간 중간에 내용에 언급된 신화, 가우디의 어린시절, 비싼 고급 타일을 일부러 깬 사연, 스페인 국왕과 공주의 방문 등의 일화를 담은 만화도 실려 있고, <나도 가우디의 상상력에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코너에는 퀴즈를 제시하는 등의 재미도 곁들였다.

 구엘 별장, 궁전, 공원, 교회, 바요트 저택, 밀라 저택, 구엘 수녀원 학교, 성가족 대성당 등..
그가 만들어낸 건축물들은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과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완성된 것이라 해도 허물고 다시 만들게 하는 등의 완벽함을 추구했던 성격, 그리고 굴뚝이나 장식품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담은 신념이 깃들어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하는가 보다. 그가 말년에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성가족 대성당을 사진으로나마 접해 보니 그 위용과 독특함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그가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오늘날까지도 완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전에 읽은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에도 가우디의 건축물을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책에 실린 사진을 통해 그의 독특한 건축물들을 보고 반해서 나중에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 아동 도서이지만 이 책 덕분에 가우디의 상상력과 독창성의 기반, 곡선을 중시한 그의 건축물의 특징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책에도 본문이나 부록에 가우디의 독창성이 발휘된 건축물 사진들이 실려 있는데 개인적으로 실물 사진을 좀 더 실어주었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건물의 독특함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겨보았는데 사진을 발견할 수 없어 허탈해지기도 하였음) 

- 이 책은 가우디의 일생을 담은 위인전기 형식이 아니라 일화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는데, 구엘 교회를 방문한 여학생들의 대화 장면(p. 97) 같이 가공된 이야기보다는 실제 일화나 후세에 미친 영향 등을 좀 더 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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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7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우디 건축물을 실제 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상상했습니다. 정말 독특하고 아름답고 신기하게 지었지요?

2006-05-1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5-1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제가 스페인에 가볼 이 있을까요? 아쉬운 마음에 가우디 책을 하나 골라 리스트에 모셔놨어요. 언제 사서 책으로라도 봐야겠어요.
속삭이신Eㄸ님/집에 위인전이 따로 있지 않은터라 저도 이런 류의 책이 반갑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