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 2권 세트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살인한다>라는 데뷔작으로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조르지오 팔레띠의 신작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가 무더위로 지친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버렸다. 어떤 작가들은 역사, 예술, 문학 등의 조예가 깊은 분야의 지식을 작품에 녹여 자신만의 특성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영상매체, 음악 등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드러냈던데 대중 예술 분야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작품 속에 잘 활용하고 있다. 스릴러 소설이지만 사건 전개에 무게를 싣기 보다는 주변 환경과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와 등장인물의 생각과 심리 묘사 등에 공을 들인 작품이다.

 형을 위해 경찰의 직위를 버리고 도시를 떠나려했던 조던 마샬리스는 조카의 살인사건 해결을 돕기 위해 들었던 배낭을 잠시 내려놓는다. 매력적인 파란 눈의 잘 생긴 외모를 지닌 조던은 140마력을 자랑하는 매력적인 오토바이 ''듀카티 999''를 몰고 도시를 질주한다. 오토바이는 그에게 말이 필요 없는 여행의 동반자이다. 신중하면서도 도시와 인생이 안겨주는 비애를 체감하면서 살아온 듯한 이미지를 풍기는 조던이라는 인물은 이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한편 또 다른 도시에서는 한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 로마 경찰인 모린 마르티니 반장은 가슴깊이 사랑했던 남자가 죽는 것을 목격하면서 ''사랑은 찾아내기도 너무 어렵고 잃어버리기도 너무 쉬운'' 것임을 절감한다. 시력을 잃은 후 다행히 적합한 각막을 기증받아 시력을 되찾는데 어느 날 눈앞에 펼쳐지는 환영에 큰 충격을 받는다. 눈을 통해 보지만 현실이 아닌 모습들... 과연 모린의 눈은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일까?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조르지오 팔레띠만의 건조한 듯하면서도 시적인 감수성이 어우러 작품이다. 이 작품 덕분에 저자가 <나는 살인한다>에서 사이코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얼마나 섬세하게 그려냈는지 궁금증이 이는데, 앞으로도 계속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독자들을 찾아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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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9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작품이 3편인가밖에 없더라구요.

야클 2006-07-1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이책 제법 평들이 좋네요. ^^

똘이맘, 또또맘 2006-07-2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 후에 찜통 더위를 날려 버릴수 있는 책... 맞나요?

동그라미 2006-07-20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랫만이예요. 책구입할려고 들어왔는데.. 이책 괜찮은것 같으네요..
무더운 날씨에 다들 잘지내시고 장마 비피해는 없으신지요?
모두들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제가 시간이 많이 나면 자주 들릴께요.
즐거운 하루하루 되시고 늘 행복하세요
 
부드러운 버드나무 몸과 마음을 키워주는 그림책 2
조이스 밀스 지음, 캐리 필로 그림, 정선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작은 나무>가 불치의 병을 앓거나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 등으로 고통을 받는 어린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면 <부드러운 버드나무>는 불치의 병으로 죽음을 앞 둔 아이나 그런 친구를 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작은 나무와 다람쥐 아람이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버드나무가 어느 날인가부터 예전 모습을 잃어간다. 나무껍질도 울퉁불퉁해지고, 잎은 누렇게 색이 변하고, 나뭇가지는 힘없이 늘어지고...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자 숲 속의 나무 마법사를 부르지만 어루니와 만지니 마법사는 자신들이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작은 나무와 달리 버드나무는 모습이 점점 바뀌는 여행, 즉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무 마법사는 친구를 잃게 되었다고 슬퍼하는 작은 나무와 아람이(가족과 주위사람)에게 아픈 버드나무(아이)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약은 '사랑'이며, 버드나무(아이)가 남기고 가는 특별한 선물은 '추억'이라고 말해준다.  변해가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며 슬픔에 잠긴 버드나무에게 아람이는 버드나무를 꼭 끌어안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우리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처럼 잎에 바람을 머금고 솨솨~ 노래를 부르던 부드러운 버드나무도 숲 속 모든 이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 더구나 아이가 그 당사자라면 죽음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알려주어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만약 내가 그런 입장이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솔직히 아이가 죽음에 대해 물어 본다면 어떻게 해서든 회피하거나 금방 나아서 집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넘어갈 것 같다. 그리고 아픈 아이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것에 절망하고 좌절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부모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아이에게 병에 대해 서서히 이야기를 꺼내고, 병이 나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고, 슬픔이나 노여움 등의 감정을 다스리도록 도와주라고 조언하고 있다. 본문 뒤에 죽음과 죽어가는 것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아이가 통증과 두려움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등이 실려 있어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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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6-07-1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전에도 책( 나, 엄마 만나러 왔어요) 으로 저를 울리시더니... 이 책도...

아영엄마 2006-07-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 또또맘님, 죽음을 앞둔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가슴 아파요. 그죠?
 
나, 엄마 만나러 왔어요
아키카와 테츠야 지음, 김소연 옮김, 사코 코지마 그림 / 샘터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나, 엄마 만나러 왔어요」는 양부(아저씨)와 무참한 폭력 앞에 무기력했던, 그리고 종내는 자신의 고통을 아이에게 전가 시켜 버린 엄마에 의해 희생된 한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는 죽어서도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 곁을 맴돌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는, 한줄 한줄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 지고 눈물이 흐르는 이 이야기를 화자인 '나'를 통해 시 형식으로 읊조리고 있는 작품이다.

  하늘과 구름과 새를 가르쳐 주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늘 새롭게 태어나던 아이. 그러나 집에 아저씨가 오면서 부터 아이의 고통은 시작된다. 이유 없이 아이를 때리고, 운다고 또 때리고, 울면서 그저 지켜보고 있는 엄마도 때리고... 폭력은 대물림 되어 또다른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책에서 몸도 마음도 상처 입은 아이는 쥐며느리를 짓이겨 죽이고, 이로 인해 이번에는 엄마의 학대와 폭력이 시작된다. 무기력 했던 엄마가 이제는 가해자가 되어 아이를 때리고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말들을 내던진다. 엄마 자신의 고통을 아이에게 전가 시켜 분풀이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뜨끔 해졌다.

가끔 기분 나쁜일이 생기거나 남편에게 마음이 상해서 속상할 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밀어 내면서 나중에는 후회할 말들을 내뱉을 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 그저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품 안이 그리운 아이를 말이다. 엄마의 폭력에 상처받는 아이의 모습에 내 가슴도 찢어지고 뜨겁게 데였다.  결국 아이는 하늘이 되고, 구름이 되고, 한줌 빛이 된다. 이제 아이는 마음껏 날갯짓하며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자신을 학대한 엄마를 찾아간다. 엄마 저예요. 나, 엄마 만나러 왔어요. 처음으로 세상을 알아가던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다시 보면서 하염없이 목을 넘어오는 울음을 삭이고 눈물을 닦았다.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모(또는 양부모)에게 학대받고 방치된 채 자라는 이야기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바늘로 찔린 듯 아파온다. 가끔 어른들은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이의 장래와 교육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내가 꽃 같이 맑고 여린 우리 아이들의 울타리이자 세상을 가르치고 사랑을 먹여 줄 '엄마'임을 가슴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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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1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못읽을 것 같아요..
님 리뷰만으로도 눈물이 나는데...
추천이요........흑...

똘이맘, 또또맘 2006-07-1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 정말 그러네요. 읽는 동안 가슴이 턱 막혀 오는 기분...
아영엄마님, 엊그제 밤에 남푠이랑 아이들 앞에서 말다툼했는데, 후회 막급입니다. 오늘 아침 한편의 리뷰로 절 울리시네요.

아영엄마 2006-07-1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가정 폭력이 이땅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똘이맘, 또또맘님/저도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말들을 많이 해서 반성하고 합니다. ㅡㅜ

산부엉이 2006-08-0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짧은 글이 우리 엄마(어른)들을 아프게 하네요. 내 아이도 소중하지만 어른들이 포기한 아이, 손 놔버린 아이들의 원인이 어른들에게 있었음을 반성하고 다시 한번 돌아보고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 편협하지 않은 넉넉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영엄마 2006-08-0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사랑님, 책의 글은 짧지만 작품 속에 녹아 있는, 폭력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아픔이 깊어 가슴이 아파집니다. ㅡㅜ
 
마법의 시간여행 33 - 베네치아에서 열린 축제 마법의 시간여행 33
메리 폽 어즈번 지음, 살 머도카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메리 폽 어즈번의 "마법의 시간여행(원제:MAGIC TREE HOUSE)" 시리즈는 1992년에 첫 번째 책인 <높이 날아라, 프테라노돈!>이 출간된 이후로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아동 도서이다. 이 시리즈는 공간과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로 독자를 흡입시켜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본문 속에 역사, 문화, 유명한 건축물이나 인물 등의 다양한 지식이 녹아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33권 "베네치아에서 열린 축제"는 그 첫 번째 모험이야기로 잭과 애니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260년 전의 베네치아로 가게 된다. 그 곳에서 멀린 할아버지가 준 편지를 펼쳐보는데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 같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궁금증만 증폭된다. 과연 위기에 처한 ''석호의 귀부인''은 누구이며, 그녀를 구할 수 있는 ''바다의 지배자''는 또 누구일까?

두 아이는 베네치아로 시간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마법사 친구들에게 열 개의 주문이 담긴 책을 선물 받는다. 그러나 딱 한 번씩밖에 쓸 수 없는 이 열 개의 주문은 네 번의 모험 동안에 써야 할 것이므로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조금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도움을 받으려 하는 것보다는 먼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는 도움을 구하는 진중함은 정말 큰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삶의 지혜이다. 한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성과 판단력도 길러주고 있는데, 가령 날개 달린 돌사자를 타고 날아가려면 과연 "하늘을 날기"와 "돌을 살아 움직이게 하기" 중 과연 어떤 주문을 사용해야 할까?

잭과 애니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들고 다니는 책을 펼쳐서 찾아보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베네치아의 지리적인 위치와 특성, 이동수단, 카니발, 산마르코 광장과 시계탑, 두칼레 궁전, 베네치아의 상징 등의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본문 뒤에 "베네치아에 대한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베네치아의 역사, 곤돌라, 석호, 성인 마르코, 티에폴로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책에 실린 삽화들도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있는데 다만 책에 나오는 도시의 모습이나 명소의 실물 사진을 실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에 등장하는 화가는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를 판타지와 모험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동화야말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보게 해주는 멋진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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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유스또 2006-07-1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에게 주기 위해 벌써 마법의 시간 여행 시리즈를 사 두엇다는 욕심쟁이 엄마가
있다지요..^^옷장 속에 꼭꼭 숨겨 뒀어요 ^^
 
고마워요, 선생님!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37
엘리자베스 발라드 지음, 송언 옮김, 미리엄 로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집에서 아이의 공부를 봐주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인지라 그럴 때면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 자식 하나 가르치는 것도 이리 힘든데 몇 십 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이 드실까...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그림책은 마음이 끌리지 않던 한 학생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깨닫고 진심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게 된 선생님과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훌륭하게 성장한 제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 뱃속으로 낳고 똑같이 사랑하는 자식들이라도 한 아이에게 더 애정이 가는 경우가 있다. 나름대로 공편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대하시려고 노력하시겠지만 선생님도 사람인 이상, 정이 가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학기 초에 톰슨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똑같이 사랑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처럼 그녀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옷매무새도 단정치 못한 테디... 책은 1학년에서 4학년까지의 생활기록부 글 속에 엄마를 잃고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 어둡게 자라는 테디의 성장 과정을 축약시켜 담아 놓고 있다. 악병이 놓여 있던 탁자와 엄마가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주려고 앉던 의자가 텅 빈 채 덩그라니 놓여 있는 것을 보며 문득 내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 아이들은 무엇에서 나의 빈자리를 느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톰슨 선생님은 학생들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멋진 종이로 포장된 선물들과 함께 놓여 있는 허름한 꾸러미 하나. 서툴게 포장된 갈색 포장지 안에서 나온 싸구려 향수와 낡은 팔찌를 보며 반 아이들은 비웃지만 선생님은 그 선물만큼이나 향기롭고 아름다운 말씀을 들려주신다. 아이에게 엄마만큼 소중한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선생님에게 엄마의 물건을 선물하고 엄마 냄새가 난다고 한 것, 아이로서는 최상의 칭찬과 애정을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빈 교실에서 무릎 꿇고 어리석은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비는 톰슨 선생님의 모습이 가슴을 적신다.

 톰슨 선생님이 달라진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하면서 테디 또한 변해가는데, 몇 년에 한 번씩 톰슨 선생님께 배달되는 테디의 편지글에는 그가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세월이 흘러 테디의 결혼식에 참석한 톰슨 선생님은 그의 어머니가 앉아야 할 그 자리에 앉는다. 실은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고 이 그림책을 접했다.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 아이 담임선생님께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는데 스승의 날이라 의례적으로 드리는 선물처럼 여겨질 것 같아 마음을 접고 말았다.
  
 때로는 부모의 말 백 마디보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과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성장했을 테디가 톰슨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을 버팀목 삼아 훌륭한 사회인으로 커간 것처럼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부모들이 새학기가 시작될 때면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를 소망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일전에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한반 엄마들이랑 잠시 담소를 나눈 적이 있는데 한 엄마가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하나 하나가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니 앞으로도 아이들을 잘 지도하고 가르쳐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렸다. 가슴 깊이 공감이 가는 말이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옛말이 빛을 잃어버렸다. 촌지나 가정형편에 따라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선생님의 이야기, 그리고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의 무너지고 있는 교권의 실태를 드러내는 사건들을 접할 때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선생님이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게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은 어느 한 쪽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본문 뒤의 <나의 특별한 아이들>에는 현직 교사이신 송언 선생님(옮긴이)이 쓰신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과 잊지 못할 두 명의 제자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그 글들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가슴 속에 담고 싶은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 스카치테이프->셀로판 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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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맘, 또또맘 2006-07-1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흑... 오늘 계속 저를 울리시네요.

아영엄마 2006-07-1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또또맘님/우리 아이들이 모두 모두 좋은 선생님에게 배우고 자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