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용은 잠들다>는 <이유>, <화차>, <모방범> 등을 통해 사회의 악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1992년 작품. 이 책은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같은 특이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초능력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지닌 사람의 이면에 숨겨진 고통과 갈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저자가 '인간이 갖고 있는 블랙박스'일지도 모른다고 묘사한 초능력은 과연 신이 내린 선물일까, 저주받은 재앙일까? 그것도 아니면 어른들의 환상일 뿐일까? 

  잡지사 기자인 고사카 쇼고(화자)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차를 몰고 가다 '이나무라 신지'라고 이름을 밝힌 한 고등학생을 태우게 된다. 신지는 누군가에 의해 뚜껑이 열린 맨홀 근처에서 실종된 아이의 문제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낸다. 화자는 사람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즉 스캔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주장하는 신지로 인해 의문에 빠진다.

 그런데 나중에 사촌이라며 화자를 찾아 온 나오야는 신지가 알아낸 것들이 초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교묘한 속임수임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주장한다. 초능력은 없다고 주장하는 나오야와 오히려 나오야 또한 자신처럼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신지의 진실 공방!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화자뿐만 아니라 독자들마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몰라 혼란이 가중된다. 초능력의 존재 여부에 의문을 가진 화자는 초능력을 믿지 않는 동료의 조언으로 나오야와 신지가 진짜 사이킥(Psychic)인지를 조사해 나간다.  

  이 작품은 두 갈래의 사건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초반에는 화자와 신지가 초등학생 실종 사건을 야기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과정이 펼쳐진다. 다음으로 화자인 기자에게 계속해서 날아오는 백지만 들어있는 편지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서 걸려 온 의문의 전화. 누가 무엇때문에 그런 편지를 보내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화를 입지 않을까 염려하여 동분서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또 한 사람의 사회적 약자를 만날 수 있는데, 어릴 때의 사고로 말을 하지 못하는 나나에는 신지나 나오야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있어야 할 능력이 사라진 이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들에게 없는 능력을 여분으로 가진 탓에 고생하는 이는 그 능력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어느 쪽도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중심인물인 고사카는 어느 쪽도 아닌 평범한 정상인의 범주이지만 저자는 이 '정상'의 범주도 살짝 꼬집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니고 태어난 초능력 탓에 사람들 속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타인의 생각들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자의 혼란스러움, 알고 싶지 않은 것,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을 알아버린 자의 고통을 접하게 된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가진 것이 과연 우월감을 느낄 만큼 대단한 축복일까? 

  누군가의 기억을 읽어버리게 되는 쪽도, 자신의 기억을 읽혀버린 쪽도 좋을 리가 없다. 좋은 말을 건네고 호의를 베푸는 상대가 친절이라는 가면 뒤에 악의나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인다면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더구나 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그 거짓된 친절에 감사를 표해야 하는 가식적인 삶으로 점철된다면 결코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 작품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그늘에 살아가는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용하게 서로를 감싸안아 주는 모습으로 따스한 훈기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사이킥 능력이 있는 사람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는 전직 경찰 무라다는 나오야나 신지를 자기 자신 안의 용을 깨워버린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오야는 자신의 몸 안에서 깨어난 용의 어마어마한 힘에 짓눌려 삶 자체가 고통스러워 그 힘을 숨기고자 한다. 그에 비해 신지는 용의 힘으로 발휘되는 자신의 능력을 사회를 위해 쓰고자 하는 쪽이다. 둘은 같은 능력을 지녔으나 이처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고 다른 삶을 살고자 하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함께 할 수가 없다. 과연 내 몸 안에 거대한 용이 잠들어 있다면 그 용을 깨우고 싶을까? 용이 깨어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게 될까? 책장을 덮고 잠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사이코메트리 [psychometry]-시계나 사진 등 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어,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인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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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으셨네요^^

반딧불,, 2006-09-0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써야하는데..읽으면 안되는데...ㅠㅠ;

똘이맘, 또또맘 2006-09-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특이한 책이네요. 내 마음속에 꿈틀대는 용이있다면 잠재우고 싶네요...조용히 살고 싶어서리...

아영엄마 2006-09-04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월초에는 좀 널널한 마음으로 책을 보는 편이라서요.. 헤헤~
반딧불님/안 읽으셨죠? 언능 리뷰 올리삼~
똘이맘, 또또맘님/학창시절에는 초능력에 관심 있어서 내가 초능력자였으면 하는 상상도 해보곤 했는데 나이들면서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닌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느낍니다. 그래서 책 내용에 공감이 가네요.

반딧불,, 2006-09-0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버렸어요.흑..ㅠㅠ;

아영엄마 2006-09-0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책은 다 읽으신거죠? 그럼 제 리뷰 읽어도 괜찮을텐데.. 왜 그러시나요..^^;;
 










어제 <삼월은 붉은 구렁을> 마지막 부분을 읽을 때 속임수 그림 이야기가 나오자
딱 떠오르는 그림이 있어서 밤에 아이들 책장에 가서 찾아봤어요.
바로 <장난기 많은 눈>이라는 책인데요, 바로 봐도 책을 돌려서 봐도
그림이 되는 아주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는 어린이 책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무척 재미있게 본 책~.

언뜻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다 보면 아하! 하게 되는 그림들~
어떻게 저렇게 그릴 생각을 했나 하고 감탄을 하게 되는 그림들이 많이 실려 있어요.

리뷰에 올리려다 그럼 안될 것 같아서 님들께 속임수 그림도 보여드리고,
이 그림 나오는 책도 알려 드릴려고 따로 페이퍼를 써서 책 이미지 하나 올립니다.

* <삼월은 붉은 구렁>에 언급된 속임수 그림



 -출처 :<장난기 많은 눈> - 그림 이름/아내와 장모, 1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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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1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진/우맘 2006-09-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아직...잘 안보인다....ㅡ,,ㅡ;;;
님, 온다 리쿠의 책 중 강추 한 권 콕! 찝어 주신다면? ^^

아영엄마 2006-09-0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이 가장 반기실 줄 알았습니다. ^^
진/우맘님, 저도 이제 두 권 읽었는걸요.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마 <밤의 피크닉>이나 <삼월의 붉은 구렁을>, <굽이치는 강가에서> 등에서 님의 취향에 맞는 책으로 한 번 골라보심이..

진/우맘 2006-09-01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젤 나을 듯. 그런데 왜 전 자꾸 '삼월의 붉은 구렁이들'로 제목이 읽히는지...ㅎㅎㅎ 난독증....^^;;;

아영엄마 2006-09-0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쿡쿡쿡... 제목이 특이하죠? 저도 그렇게 본 적이 있는 듯 하네요. ^^;;

전호인 2006-09-0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유~~ 어지러워 ㅎㅎㅎ, 나이탓인감.

2006-09-01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6-09-0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녀만 보이네요...

2006-09-01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9-02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들~ 조금 멀찌기서 귀를 귀가 아니(?)라고 생각해 보시어요. ^^
속삭이신심/음.. <밤의 피크닉>을 읽어봐야 비교를 할 수 있을텐데...^^;
 
바벨의 개
캐롤린 파크허스트 지음, 공경희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바벨의 개>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납득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어느날 아내가 사과나무 꼭대기에서 떨어져 죽었다. 목격자는 말 못하는 개 로렐라이 뿐... 경찰은 사고사라고 하는데, 나무에 올라가는데 관심을 보인 적도 없던 아내가 왜 그 높은 사과나무 위로 올라간 걸까? 폴은 평소와 달랐던 것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책꽂이의 책들이 다시 정리되어 있는 것이라든지, 스테이크 고기를 개가 먹은 것 등 사소한 것들에 의문이 생긴다. 왜 그랬을까?

  흔히 장례식장에서 상주들에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곤 한다. 맞는 말이다. 산 사람은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살아야 하고, 또 어떻게든 살아간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질 않는다. 사랑했던 사람의 생전의 모습들, 주고받던 이야기들은 가슴에 두고두고 남아 있어 살아가면 문득문득 그 빈 자리를 절실하게 느끼게 되곤 한다. 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죽은 뒤에, 혹은 떠난 뒤에 그 것을 절절하게 깨닫게 되는 것일까? 

  폴은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고 싶다. 그래서 개인 로렐라이에게 말을 가르쳐 아내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한다. 조금 황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 독특한 설정의 과정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조금씩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독자는 렉시를 처음 만났던 날, 첫 데이트의 여정, 사소한 다툼과 화해 등 폴이 담담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의 삶에 가져다 준 기적 같은 느낌과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했던 시간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되새겨 보게 된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그 사람을 통해 세상을 보고, 듣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속에 자리 잡으면서 삶 자체도, 생각의 방식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기억 속에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어떤 추억은 찬란한 태양처럼 환히 빛나 그 추억을 되살릴 때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떠오르고, 온기로 가득 찼던 어떤 날의 기억은 여전히 따스함을 지니고 가슴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우리는 그 빈자리를 이런 추억들로 채워가며 영원히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남편이 "예전에 당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는데..."라던가 "그 때 영화 같이 봤잖아!"하면서 나는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말이나 일들을 언급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남편이 그런 것들을 아직도 기억하나 싶어 놀라게 된다. 참 소소한 것들도 다 기억하고 있지...  (대게는 이와 반대로 남자들이 기억을 잘 못하는데 말이다...^^;;) 책을 읽다가 어쩌면 우리 남편도 내가 죽은 후에 폴처럼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데이트를 하며 했던 일들, 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나를 추억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연 개가 말을 할 수 있으면 완벽하게 의사소통이 이루어질까? 사실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 간에도 완벽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살아가면서 종종 느끼게 된다. 이십여 년 넘게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만나 주고받는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삶의 편린들을 조금씩 접해 나가고,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되지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생각지도 못했던 면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하고, 그 사람의 일면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보고자 하는 모습으로만 보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다 그 사람이 떠난 후,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알지 못했던 일들을 듣게 되기도 하고, 그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에 대해 뒤늦게 그 의미를 되새기고 후회하기도 한다. 

 가면 만드는 일을 하는 렉시는 죽은 사람의 모습을 남기길 원하는 사람들의 주문으로 데스마스크를 제작한다. 있는 그대로의 삶이 아니라 그 사람의 됨됨이를 표현하고자 한 렉시는 '잃어버린 사람들을 영원히 되새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면을 만든다. 책을 덮으며 문득 나는 다른 사람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하고 떠올려 주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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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6-09-0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시 책욕심이 좀 생기네요. 작가 이름은 낯선데....좋으셨나보다. 나도 읽어볼까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0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독특한 책이네요... 개에게 말을 가르키다니. 물론 주내용은 그게 아니었겠죠?
저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어야 할텐데...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익명의 작가가 사본 200부를 제작, 배포했다가 절반 가량 회수되었다는 수수께끼의 책...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1장 <기다리는 사람들>을 읽고나서 조금 난감했다.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2장 <이즈모 야상곡>을 읽으면서 또 난감했고 갈수록 궁금해졌다. 그리고 3장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를 읽으면서 아, 어쩌면 이렇게 해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4장 <회전목마>를 읽고서야 저자가 쓰려는 4부작 소설의 구도와 이 책의 내용을 머리 속에서 짜맞출 수 있었던 책, <삼월은 붉은 구렁을>....

 제목부터가 특이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책은 '잘 된 이야기'가 주는 쾌감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책이다. 네 개의 장 각각이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갖춘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들로 인한 초반의 혼란스러움이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게 되는 그런 책.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끝을 궁금하게 하게 만들고, 이야기 조각들이 어긋나지 않도록 테두리를 정교하게 다듬어놓는 온다 리쿠의 탁월한 글 솜씨에 경탄하며 덮게 되는 책이다. 

 사실 이 4장 <회전목마> 또한 상당히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느 부분은 글을 쓰려는 저자의 의도와 저자가 쓰고자 하는 글, 하나의 이야기가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4장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저자가 살짝 살짝 보여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 이야기, 글을 쓰는 작가 나름대로의 고통, 거기다 절절하게 공감하는 워드프로세서(컴퓨터)의 단점까지!!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나도 작가의 길로 들어서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지 뭔가~ ^^;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의 한 부분씩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가령 <이즈모 야상곡>에서 아카네는 "나 말이야,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면서 '누구누구 글'이란게 무슨 뜻인지 몰랐어. 책을 쓴 작가란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거지...."라는 말을 한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는 정말 이야기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냥 글을 쓴 작가의 존재는 인식하지도 못하고 책 속에 든 이야기 자체에 매료되지 않던가. 4장을 보면 차례 다음 장에 로알드 달의 책의 일부가 실린 까닭도 알게 되고, 그림책 표지에 쓰여 있는 '아무개 글'이 뭘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던 작가의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실은 온다 리쿠의 책은 처음 접해 보는데 공교롭게도 또 다른 작품인 <굽이치는 강가에서>도 연달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작가가 글을 쓴 순서대로 작품을 읽지는 않지만 '장편소설을 쓰기 전에 영화 포스터 같이 예고편을 쓴다.'고 한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예고한 4부작(뒤표지 날개에 <근간도서>로 가제가 적혀 있는)이 아직 출간되기 전이라 조금 아쉽다. 수수께끼 같은 사건의 날실과 어떤 책 한 권의 운명인 씨실을 참으로 잘 짜놓은 이 책을 읽고 보니 4부작이나 <밤의 피크닉> 등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 마지막으로 4장 끝 장면에서 언급된 속임수그림 (여자의 옆모습이 젊은 여자로 보이기도 하고, 늙은 여자로 보이기도 하는)을 서비스로 올리려다 저자권 문제에 걸릴 것 같아서 따로 페이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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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9-0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사놓고 아직 안 읽었네. 갑자기 생각났네요. 별이 무려 5개라... 기대해도 된다는 말씀이죠? ^^

아영엄마 2006-09-01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야클님, 저는 별점에 후한 족인지라...^^;; 취향 차이가 있을 수 있사오니 큰 기대없이 먼저 읽어 보시길(기대했다 실망하거나 하시지 말고...)

하늘바람 2006-09-01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두 궁금하네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0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실과 날실이라.... 리뷰제목 까지도 어쩜 이렇게 잘 지어내신담...

아영엄마 2006-09-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이 작가의 책들을 좀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요. 새벽에 한 권 더 섭렵했답니다. ^^
똘이맘,또또맘님/ 에공, 저 단어, 이 책에 나오는 거거든요. 부끄, 민망..^^*
 

8월 중후반의 독서기록~
이번 달에는 <안데르센 평전>을 읽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한 관계로
어른 책은 별로 못 봤다..^^;;


아이들 책 139. <훈이와 고양이>
아이들 책 140. <도서관에 개구리를 데려 갔어요>
아이들 책 141. <미키가 번 50센트>
아이들 책 142. <할머니 집에서>
아이들 책 143. <인류 최초의 해저 탐험가, 쿠스토>
아이들 책 144. <이민 간 참새>
아이들 책 145. <빌헬름 텔>
아이들 책 146.  <여우골에 이사 왔어요>
아이들 책 147. <일어나>
아이들 책 148. <헨리와 긁적긁적 머릿니>
아이들 책 149. <장수>
아이들 책 150. <누렁이를 삼켜버린 안개산으로>
아이들 책 151. <모세를 구한 미리암>
아이들 책 152. <불새와 붉은 말과 바실리사 공주>
아이들 책 153. <빨간 부채 파란 부채>

내 책 57. <고양이는 알고있다> 
내 책 58. <용의자 X의 헌신> 
내 책 59.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
내 책 60. <안데르센 평전>
내 책 61. <바벨의 개>
내 책 62.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오늘 <굽이치는 강가에서> 다 보게 되면 포함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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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3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럼 5권 겹치는군요^^ 에헤라디여~

아영엄마 2006-08-3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 겹치는 책이 많아질수록 기쁨이 더 커질 듯 하옵니다. 저는 이제 책 읽으러 가유~

Mephistopheles 2006-08-31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알라딘엔..외계인이 너무 많아요...

파란여우 2006-08-3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난 이런거 안할래요...(안하는게 낫지 암!)
어멋, 그나저나 여우골로 이사왔다뇨? 당장 폴짝 갑니다~

치유 2006-08-3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독서 기록 볼때마다 놀라라...하며 입이 쩌억 벌어집니다..

비자림 2006-08-3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옷 아영엄마님, 밥도 안 해 잡숫고 책만 보는 거 아닌감유? 호호호 대단하셔용
놀랬습니당. 마치 왕년의 저의 모습을 보는 듯 하군요. =3=3=3

2006-08-31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08-3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저도 물만두님 사는 행성에 살아유~ ^^*
파란여우님/님이 하시면 저의 좌절감이 깊어질거예요. (어려운 책들만 읽으시는 분들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지~~ ^^)
배꽃님/에궁, 어른책은 권수 얼마 안되잖여요.
비자림님/이제 날도 선선해지는데 밥 먹는 건 좀 줄이고 책을 조금 더 많이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속삭이신님/부러울께 뭐 있남요. 집에만 있으니 책을 읽는거죠..

마노아 2006-08-3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데르센 평전 궁금했었는데 오래도록 잊고 있었어요. 오늘 다시 떠올려 보네요^^

2006-08-31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08-3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몇개 겹쳐요^^

2006-08-31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콤한책 2006-09-01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치는 거 하나도 없어요ㅜㅜ

2006-09-01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06-09-0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나도 안 겹쳐요. 흑흑흑. 결산하시는 분들 많아서 완전 좌절모드예용. ㅠㅠ; 아영엄마님 정말 신기하세요. 그 바쁜 와중에 어쩜 이리 책을 많이 읽으시고 리뷰도 많이 쓰시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