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올 에이지 클래식
곤살로 모우레 지음, 김정하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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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에 두 편의 성장 동화-사춘기로 접어든 열두 살의 소녀가 여름 방학 때 겪게 되는 일을 소재로 한 <병 속의 바다>와 삼촌네 농장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던 열 살 남자아이의 추억이 담긴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를 연달아 읽었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병 속의 바다>가 가족과 이성에 대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라면, <그리고 나는 어른이..>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특별한 사건은 없으나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것처럼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나가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내용 속에 작가의 기억과 현재의 모습이 녹아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름이 될 때면 떠오르는, 열 살이 되던 해의 그 여름은 주인공인 다리오에게 조금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꼬마 다리오'란 별명으로 불리는 다리오는 일곱 살 때부터 매년 여름이면 두 달 동안 삼촌네 농장에 지내는데 열 살 때 농장의 말들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된다. 다리오는 말을 돌보면서 책임감과 그 일이 가져다주는 특별한 즐거움을 알아간다. 그리고 화가인 다리오 삼촌과 말수는 적지만 독특한 감성을 지닌 판판 숙모, 이 두 사람은 다리오에게 동물에 관한 이야기, 자연의 아름다움, 평온하면서도 소박한 농장의 일상을 잔잔하게 들려주곤 한다.

 삼촌이 말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알려준 덕분에 이전과 다른 눈으로 말들을 보게 된 다리오. 복통의 아픔으로 스스로 쇠창살로 된 담장에 몸을 던진 말 지오콘다, 사막에서 살려고 태어났지만 그 목적에 맞게 살 수 없어 슬픈 낙타들, 자폐증세를 보인 강아지 사라... 도시에서 산 탓에 동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다리오는 삼촌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동물도 얼굴에 표정이 있으며 그들도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는 등 그 때까지 알던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동물과 자연에 대해 알아 가고 느끼게 된다.

 외국 작가의 성장 동화나 영화 등을 접할 때면 우리나라 아이들과 참 다르게 방학을 보내는 그네들의 모습에 늘 얼마간의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외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 아이들은 여름방학 및 휴가철을 맞아 몇 주 또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친지의 집에서 머물거나 외국 여행을 가기도 하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기도 한다.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며 청소년기를 보내는 모습은 여름 방학이 되어서도 가방을 메고 학원이며 독서실로 향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의 쳇바퀴 같은 일상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정말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언제쯤에나 우리네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입시 위주로 살아가야 하는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 다리오처럼 자유분방한 유년 시절을 누리고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리오는 이 여름에 죽음의 의미-죽음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죽음이 남겨 놓은 빈자리가 나쁜 것이라는-를 되새겨 보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묻는 듯한 예쁜 눈을 가진 파올라를 통해 첫사랑의 설렘을 경험한다.

  다리오는 이 회상의 끝을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나라 나이로 열한 살, 외국 나이로 치면 이제 열 살인 큰 아이의 반 아이 중에 한 명이 딸아이에게 좋아한다며 호감을 표하곤 하는 모양이다. 그 남자 아이도 파올라를 좋아하게 된 다리오처럼 혼자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며 얼굴을 붉히기도 할까? 이 뜨겁고 무더운 여름, 우리 아이들도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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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1 22: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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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골에 이사 왔어요 신나는 책읽기 12
양혜원 지음, 최정인 그림 / 창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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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골에 이사왔어요>는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 온 한 가족이 보낸 한 해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이다. 귀농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하며 겪는 일들을 때묻지 않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야기에 따라 채운이(초등 4)가 화자가 되기도 하고 찬이(초등 2)가 화자가 되어 들려주기도 한다.  계절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자연이 선사하는 사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신나는 책읽기’ 시리즈의 한 권으로 우리집 초등 2학년 작은 아이도 재미있게 읽은 저학년 동화.

  제목-'여우골'이라니 마을 이름도 재미있지 않은가-부터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울진 통도산 골짜기로 삶의 터전을 옮긴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손수 땀 흘려 농사를 짓는 것이 꿈인 아빠를 따라 여우내로 이사 온 채운이와 찬이. 산골 생활에 조금씩 적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이에게는 부러움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어릴적 기억들을 하나 둘 일깨워 줄 것이다. 무엇보다 "~ 필통이 덜그럭덜그럭 장단을 맞추었지요.", "~ 엄마한테 건네며 낑낑댔어요.", "휘적휘적 참깨밭을 나왔어요." 등, 리듬과 생동감이 있는 문장들이 독자에게 읽는 재미, 상상해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똥탑>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이야기이라 더 인상 깊다. 아이도 직접 경험해 본 일은 아니지만 똥이 조금씩 쌓여가는 재래식 화장실을 실감나게 묘사한 이 이야기를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다. 어릴 적 기억에 화장실은 이래저래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 공간이었다. 혹시라도 그 속에 빠지지는 않을까, 변이 튀지는 않을까, 거기다 밤에는 그 어둠의 공간에서 손이 쑥~ 올라와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 무서움에 달음박질 쳐 다녀오곤 했다. 이 책을 보고 있자니 그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손잡이만 누르면 물이 내려와서 오물을 말끔하게 씻어 내리는 수세식 변기만 사용해 본 아이들과 이런 기억을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호미 할매>는 개울 근처에 밭이 있는 호미 할매와 엄마간의 갈등을 담은 작품이다. 여름이라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며 신나게 여름을 만끽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엄마는 자식 교육을 들먹이는 호미 할매에게 화가 나 목소리가 높아지고 만다. 아이들은 개울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호미 할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자기들은 미워하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이웃 아줌마와 수다를 떨며 오해를 푼 엄마와 무뚝뚝한 호미 할매가 화해하는 모습을 통해 조금씩 이웃과 어우러져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

 아빠와 찬이가 밭을 지키려다 무서운 산돼지를 만나 줄행랑을 친다는 이야기가 담긴 <얘들아 조금만 먹어!>에서는 농사를 짓는 분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다. 농작물을 해친다고 올가미나 덫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채운이의 아빠는 자연의 배척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고 애쓴다. <산지기 아빠>편에서는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올가미에 걸린 오소리를 구해주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 아빠가 <눈 무덤>에서는 죽은 동물보다는 산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이들을 슬프게 만든다. 노루가 죽었어도 불쌍하다며 땅에 묻자고 하는 채운이와 대비되는 아빠의 모습이 조금 씁쓸하면서도 그게 현실적인 모습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 속의 이야기들을 보고 있자면 시골(농촌)에 가서 사는 것도 참 좋겠다 싶지만 실제로는 감당해야 할 어려움과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은 것으로 안다. 논이나 밭에 난 잡초를 뽑거나 계절에 맞춰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고, 비료도 주어야 하고 태풍이나 장마, 또는 동물이나 벌레들에 의한 피해를 감수하기도 해야 한다. 한 해 내내 들인 정성과 노동에 비해 돌아오는 대가는 적지만  한여름 뙤악볕에 물을 줘가며 자식처럼 돌보는 농작물이 쑥쑥 커가고 익어가는 즐거움... 그것이 그분들의 수고로움과 시름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기쁨이 아니겠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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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9 2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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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 댄서 - 전2권 - 암살자의 문신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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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돌아왔다!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본 컬렉터>에 이어 청부살인을 맡은 암살자를 밝혀내기 위해 라임과 그를 돕는 인물들이 <코핀 댄서>에서 다시 만났다. 전 뉴욕 시경 과학수사국장 링컨 라임. 그는 불의의 사고로 현재 전신 마비 상태지만 폭넓은 지식과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명철한 사고와 직관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라임을 대신에 현장에서 범인을 입증할 증거들을 수집하는 미모의 감식반 과학수사관 아멜리아 색스. 미모의 여수사관이라는 설정이 식상하다 싶지만 색스는 의외의 약점들을 많이 가진 인물이다. 피가 날 정도로 자꾸 손톱을 물어뜯어 성한 손톱이 하나뿐인데다 가끔은 두피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긁는 자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지병인 관절염은 위험할 수도 있는 현장 감식활동을 하는 수사관에게 때론 큰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그 외에 증거 분석을 담당한 감식기술자 멜 쿠퍼, 민간인 신분인 라임에게 공권력의 힘을 실어주는 셀리토 형사반장, 전설적인 잠입수사 능력을 지닌 FBI 요원 프레드 델레이 등.. 뛰어난 기량을 지닌 이들이 팀의 두뇌라 할 수 있는 라임을 중심으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여 전설적인 암살자 '코핀 댄서'를 뒤쫓는다. 관 앞에서 여인과 춤추는 사신(死神)의 모습을 그린 문신이 팔뚝에 있다고 알려진 이 암살자는 자신이 맡은 임무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며, 심지어 일을 의뢰한 사람도 취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대배심 재판에서 무기 밀매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예정이던 증인 한 사람이 비행기 조종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정부에서는 나머지 두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재판 증언 때까지 이들을 보호하고 베일에 사여 있는 코핀 댄서의 존재를 밝힐 수 있는 시간은 45시간. 미량의 증거들을 통해 댄서의 뒤를 쫓는 라임의 진영과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임무를 수행해 나가는 코핀 댄서! 이들의 치밀한 두뇌 싸움이 숨 가쁘게 교차된다. 

  잠입하고, 판단하고, 고립시켜 제거하는 방식으로 생각과 상황을 접고 비틀어 틈을 만들어내는 쪽과 이를 간파하여 막아야 하는 쪽! 몇 분간의 시간과 생각의 차이에 증인의 목숨과 많은 생명이 달려있는 것이다. 라임은 예전에 댄서로 인해 부하를 잃은 뼈아픈 일을 겪었기에 이번 일에 더욱 집착한다.

  이 작품에서는 첨단 장비를 이용한 다양한 증거 분석 방법들이 동원된다. 폭발 잔해물에서 나온 금속 파편이나 전선조각으로 단서를 찾고, 범인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수집한 미세한 먼지나 한 가닥의 섬유, 모래나 흙 등에 증거를 찾아내기도 한다. 지문, 혈흔, DNA, 곤충 등의 과학적인 증거로 범인을 밝혀내는 C.S.I.를 즐겨보는 편인데, 링컨 라임 시리즈는 한층 더 정교한 법과학 지식을 선보이는, 스릴과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코핀 댄서와 링컨 라임의 두뇌싸움 외에도 라임과 색스간에 형성된 미묘한 감정 전선과 개성 있는 주변 인물들의 활약상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라임이 자신의 간병인인 톰과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보면 살짝 웃음이 나온다. 반면 전신 마비라는 커다란 장애때문에 좌절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라임의 모습이 가슴 한구석을 찌르기도 한다.

  링컨은 주위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몸이 되었지만 사건 현장에서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는 색스의 활약과 첨단 장비의 활용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경험과 지식, 직관력을 바탕으로 범인보다 한 발 앞서나가는 링컨 라임과 그의 팀들의 활약상! 충분히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주목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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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꼬리 1/ <본 컬렉터>는 책으로 읽지 않고 영화로 봤다. 그 탓에 책을 읽으면서 '라임'은 덴젤 워싱턴, '아멜리아 색스'는 안젤리나 졸리의 이미지만 떠올라서 영화를 봐버린 것이 조금 후회가 된다. ㅡㅜ 라임과 색스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책도 마련해서 읽어 보아야 할 듯...

-뱀꼬리 2/ 재미있게 읽긴 했으나 반전과 결말이 충격적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작가가 독자들을 놀래킬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란 기대, 예상을 미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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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9-0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별 다섯개 짜리 작품에 어울릴 것 같은데... 움움... (__;)

물만두 2006-09-0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책도예요^^

2006-09-0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09-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이 책이 영화로 나왔단 말이죠~ 영화보담 역시 책이 재미있겠죠 ^^

아영엄마 2006-09-09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아하하.. 제목이 너무 과했나요? ^^;;
물만두님/ 본 콜렉터 부텀 마련해서 읽을라고 참다가 그냥 읽었어요. 쩝~
속삭인님/꼭 리뷰 쓸 필요가 뭐 있나요. 재미있게 보면 되죠~.
똘이맘, 또또맘님/이 책 말고 전작-시리즈 첫번째 작품인 <본 컬렉터(콜렉터)가 영화로 나왔습니다. 저도 책이 더 재미있지 싶어서 읽어볼려고 합니다. ^^
 
지구 대진화 6 - 인간, 끝없는 모험가
고바야시 타츠요시 지음, 서현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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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만화 시리즈는 일본 NHK 스페셜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 <지구 대진화>를 만화로 재구성한 것이다. 형식은 만화지만 내용의 깊이나 설명글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중학년 정도의 연령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구의 역사와 함께 동갑내기이지만 개성이 다른 두 아이가 다큐멘터리 기획에 참여한다는 설정도 흥미를 지속시켜 주는 요소이다.

 준이와 지나는 엄마들의 주선으로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NHK 방송국을 방문하는데, 방송국의 책임 프로듀서의 제의로 프로그램에 대한 의문이나 의견을 말하는 시청자 대표가 되어 기획에 참여하게 된다. 각 권 초입부, 중반부, 말미에 두 아이의 개인적인 일상사나 이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 등을 담고 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하던 이 둘이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를 알아가는 동안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 가는지 모습이 이 책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다.  

 지구의 역사 46억년... 엄청난 수치인 탓에 그것이 얼마나 기나긴 세월인지 언뜻 다가오지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46억년이라는 시간을 일 년에 비유하여 보면 우리가 오래전 옛날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불과 몇 초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과연 46억 년의 오랜 시간 속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기에 작은 박테리아 형태의 생명이 오늘날의 무수한 생명체로 진화했는지를 파헤쳐 볼 수 있다.

 각 권마다 도입부에는 컬러 화보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끄는데 본문은 흑백으로 인쇄되어 일부 내용에서 충격적인 장면-운석 충돌로 야기되는 점 등-에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조금 아쉽게 여겨진다.(이는 흑백 만화가 많이 출간되는 일본의 출판경향임을 감안해야 할 듯) 내용 중간 중간에 실려 있는 <과학 노트> 코너에는 지구의 탄생 및 생명의 진화에 관련된 주제와 내용 및 실험에 관련된 부연 설명이 정리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 

 시리즈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1권 <생명의 별을 만든 큰 충돌>편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역할과 앞으로 전개될 내용, 지구의 탄생과 생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권 <얼음덩어리 지구>는 지구가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치는 동안에 일어난 변화를, 3권<바다를 벗어난 생명>에서는 물 속에서 존재하던 생명체들이 육지 생활이 가능한 존재로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4권 <대멸종, 그리고 진화>에서는 2억 5000만 년 전에 일어난 대멸종 사건과 그 원인, 난생에서 태생으로 자손을 남기는 방식을 전환한 포유류의 조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5권 <대륙 대분열과 생존경쟁> 편에서는 영장류로 진화한 우리 조상들과 거대 조류의 출현, 생존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눈의 기능과 뛰어난 의사 표현 수단인 표정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6권 <인간 끝없는 모험가>편에서는 두 종으로 나뉜 인류와 뇌의 진화 결과를 다루고 있는데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어떤 이유 때문에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인지 흥미롭다. 각종 설명에 대한 관련 실험이나 증거 자료 등도 실려 있으며 연구 분야에서 권위를 가진 실제 전문가들을 만화속에 등장시켜 과학적인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1, 3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들의 본문 뒤에 한두 장의 지면을 할애하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고성 공룡박물관, 국립 서울과학관 등 우리나라에 있는 박물관들을 소개해 놓은 코너도 있다. 지나가 살아 있는 것이 정말 굉장하다고 느낀 것처럼 독자도 이 만화들을 보면서 지구에 닥친 많은 변화와 역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의 강인함에 경이로움을 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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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05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6권까지 나왔군요
 
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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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굽이쳐 흐르는 강가에는 언제나 그네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유년의 기억은 그 곳에 묻혀버린 채 시간이 흐른다. 소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새 일기장을 준비하지만 소녀의 동경과 뜨거운 여름은 늘 그 자리에서 흐르고 있는 강가로 소녀를 이끈다. 그리고 이제는 잊혀진, 세월 속에 감추어져 있던 유년의 기억이 황혼에 물든 수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온다 리쿠는 이 작품에서 경쟁과 보완, 질투와 동경 등 친구나 동성의 선배를 향해 다양한 빛깔의 감정을 발산하는 여학생들의 감성을 잘 묘사하고 있다. 여름방학을 앞둔 어느 초여름 날, 마리코는 연극제에 쓰일 무대배경 그림 작업을 함께 하자는 가스미 선배의 초대로 한껏 들뜬다.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가스미와 요시노는 마리코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약속한 날이 되어 세 소녀가 가스미의 집에 모이고, 힘든 일을 돕겠다며 가스미의 사촌 쓰키히코와 친구인 아키오미가 오면서 각 인물들 간에 미묘한 감정의 대립이 시작된다. 

  강물은 말없이 잔잔하게,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듯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물살이 강하거나 소용돌이치는 물 위에 뜬 것들을 빨아들이기도 한다. 우리의 기억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삶의 순간순간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만 같은 기억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억의 부재. 각색. 덧칠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 때로는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려 해도 영원히 잊어버리고 묻어 두고 싶은 기억이 오래도록 남아 한 사람의 인생을 그 자리에 영원히 묶어두기도 한다. 무엇보다 억지로 묻어 두었던, 떠올리고 싶지 않던 기억을 들추어내는 일은 현재의 삶의 기반을 뒤흔드는 커다란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같은 풍경을 보더라도 기억에 남는 모습이나 인상이 다르듯 어떤 일에 대한 관점이나 기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선착장이 있는 집'에 모인 다섯 사람은 십여 년 전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통해 기억 속에 묻혀 있던 빛바랜 유년의 편린들을 떠올리지만 그들이 진실이라 믿었던 것이 과연 진실일까? 연극부원이 연습중인 대사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 진실이란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형태로 보고 그것을 믿는다. 자신이 믿고 싶은 진실만을...

  소녀, 소년들은 합숙의 목적인 무대배경 그림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더위를 피해 요령을 피우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음속으로나마 선망의 대상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리코는 쓰키히코-사촌이라고는 해도-의 출현이 반갑지가 않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가스미와 가까워지지 말라고 경고한 적이 있는 쓰키히코는 여전히 마리코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그리고 아키오미는 상처받은 마리코의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마리코에게 자신과 가스미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묘한 말을 한 요시노는 조금은 방관자적인 위치에서 이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기억 속에서 하얀 그네는 여전히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 작품은 각 장의 화자가 다르다. 1장 <개망초>는 마리코, 2장 <켄타우로스>는 요시노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3장 <사라반드>에서는 마리코에게 가스미의 초대를 거절하라고 경고했던 친구 마오코가 화자가 되어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4장<자장가>는 가스미의 독백으로 마무리 된다. <굽이치는 강가에서>는 특정한 장르로 규정하기가 모호한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유년의 기억 속에 묻혀 일들이 베일을 벗으면서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소년, 소녀기의 관문을 넘어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의 감성과 혼란, 갈등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온다 리쿠의 작품이 아직 몇 편밖에 소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일본에서 백 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밤의 피크닉> 등의 작품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는 온다 리쿠의 작품들의 매력을 좀 더 많이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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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4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월은 붉은 구렁을 후속작이 안나와서 속상해요 ㅡㅡ;;;

아영엄마 2006-09-0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근간~~ 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은디...^^;;
님의 파워로 출판사를 콕콕 찔러보시어요~~

2006-09-04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9-0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다리쿠 밤의 피크닉 읽고나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이제보니 그것도 아직 리뷰 안썼군요. 허기는 언제는 리뷰 썼습니까만은...;;

아영엄마 2006-09-04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저도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자꾸 늘어나서 몸이 달고 있습니다. ^^;
반딧불님/저도 리뷰 안 쓰고 넘어가는 책들이 늘어가는 듯 합니다. 밤의 피크닉도 읽어봐야 헐틴디..

2006-09-05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9-0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한번도 접해보지 않은 일본 작가인데, 솔깃, 합니다. 유년의 기억이라니, 순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생각했어요. 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은 마들렌을, 저는 빠다 코코낫(꼭 이 발음이어야만 합니다!)을 먹으며 유년을 기억한다는 것. 후훗.

아영엄마 2006-09-0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일단 기대는 접어두시고-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도 있고 해서..^^;- 다음에 책 읽으시고 느낌을 발산해보시어요. ^^
쥬드님/저도 이번에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솔깃'해지는 글솜씨를 보여주는 작가네요.(이미 일본에서는 팬들이 많다죠) 아웅, 빠다 코코낫 먹고 싶네요. 저도 어릴 때 그 과자 좋아했거든요(원래 과자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 뽀빠이, 새우깡이랑 빠다 코코낫 정도만 먹은 편임.^^)

marie 2007-09-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근데요.. 왜 엄마가 혼자 걍 자살하면 될 것을(혼자 그냥 손목을 긋던지 ㅠㅠ.. 모 어떤 식으로든지..) 어린 딸에게 본인의 자살을 거들도록 했을까요? 너무 잔인한 방법 아닌가요? 딸의 장래를 생각해도 그렇고.. 너무 어리고 약한 딸에게.. 정신적으로 크게 문제가 있는 엄마같진 않던데.. 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 책은 아주 재밌게 읽었는데, 엄마의 자살 방법이 이해가 안 돼여.. 님들의 의견 듣고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