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오늘 아침에 걸쳐 <나는 사랑을 죽였다> 라는 심리추리소설을 읽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추리소설 매니아이신 물만두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려고
-근데 다리 찢어질라고 해서 헥헥거리고 있다는..^^;;- 애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에 물만두님께서 작가에게 헌사한 글이 실려 있다.
웃긴 건 네이버에서 책검색으로 찾아봤는데 인터XX라는 곳에 실린 책소개글에는
물만두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알라딘의 책소개글에는 그 부분이 안 나온다.
물만두님이 열심히 활동하는 알라딘에서 그 부분을 책소개에 안 실어주면 어쩌냐고~~

---------------------------------------------------

(다른 곳에서 퍼온 글이라 책 이미지는 생략)

인터넷상에서 추리소설 마니아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중에 ‘물만두’라고 있다.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듯싶은 ‘물만두’는 작가 류성희에게 이렇게 ‘커밍아웃’했다. “다양한 추리소설의 변신이 시도되고 여러 문학 작품과의 접목이 시도되는 시점에서 그의 작품은 독특한 향기를 풍기며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감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리작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작가 개인으로 이보다 기쁜 일이 또 있을까. ‘물만두’를 사로잡은 류성희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 ‘물만두’는 “미스터리와 여성적인 감각(혹은 글), 휴머니즘”이 글속에 강하게 배여 있는 때문이라 말한다.

물만두의 ‘이유’는 적절하다. 류성희는 디테일한 글쓰기를 하는 작가이다. 세심하고 섬세한 글은 인물의 사소한 말투나 모습, 행동 따위를 함부로 외면하지 못하게끔 만든다. 사실 그녀의 글은 일상의 자잘한 모습이 일상에 대한 반역으로 전이 또는 반전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맥락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이다. 너그러운 이해는 흔히 이해하듯 휴머니즘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더 구체적인 인간의 감정들에 잇닿아 있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의존적 여자보다는 주체적인 여자에게, 주체적인 여자보다는 사람인 여자에게 작가는 보다 친근하고 사근사근하다. 류성희의 글이 차분하고 잔잔하지만 한결같이 깊은 여운과 감동을 동반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이 책은(작가의 말처럼) “때로는 가슴 아파하며, 때로는 머리를 쥐어짜며, 또 때로는 차가운 맥주로 뜨거움을 식”힐 줄 아는 ‘사람들’이 읽으면 적당하다.                                                                                                            
     
[인터파크 제공]

-----------------
* 요건 알라딘 책소개글



추리소설가이자 방송드라마작가, 시나리오작가로 활동 중인 류성희의 첫 작품집. 「미스터리 매거진」, 「계간 미스터리」 등, 그간 다양한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단편들을 묶었다. 수록된 열 편의 소설은 '소소한 일상이 일상에 대한 반역으로 전이 또는 반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작가 미스터리문학선'의 두 번째 책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건우와 연우 2006-09-1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축하해요하고 멧세지를 남기면 웃기지요...^^
제가 어제 아영엄마님께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만두님서재에 남겼더라구요...^^

아영엄마 2006-09-15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그 멧세지 봤으니 걱정마셔요~. 축하해주셔서 감사!

물만두 2006-09-15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부끄부끄^^;;;

달콤한책 2006-09-1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물만두님 서재로 갈게요^^ 근데 알라딘 넘~한다. 원로에 대한 대접이 뭡니까! 아영엄마님 땡큐^^

똘이맘, 또또맘 2006-09-15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물만두님 너무 대단하셔... 알라딘 각성하라 ,각성하라!!
 
작가는 어떻게 책을 쓸까? 그림책 보물창고 20
아이린 크리스틀로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작가가 어떻게 하나의 작품을 써내는지, 그것이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져 나오는지, 아이가 호기심을 가질 때 그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그림책이 나왔다. <작가는 어떻게 책을 쓸까?>는 이야기를 창작해 내는 작가가 어떻게 작품의 소재를 얻는지, 한 작품을 쓸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어떤 출판과정을 거치는지 등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개와 고양이가 벌이는 소동을 본 두 명의 작가가 이 소재를 가지고 각각 글을 써나가는 과정을 만화(카툰) 형식으로 담고, 작가들이 어떻게 소재를 얻고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간략한 설명글을 곁들인 형식의 그림책.

  전작주의는 아니지만 한 작가의 책들을 꾸준히 접하다 보면 다양한 소재로 글을 계속 발표하는 작가의 창작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작가의 머리 속에서는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건 아닐까, 혹 이야기로 가득 찬 주머니를 하나씩 꿰차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이 그림책을 보면 작가가 공들여 글을 쓰고 때로는 그림도 그린 작품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 나름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노력과 심혈을 기울이고 여러 활동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다른 출판사의 <책은 어떻게 만들까요?>란 그림책이 있어서 두 책을 비교해 보았는데 그 책은 글을 쓰는 작가보다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더 비중을 두고 세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들의 내용이나 용어, 글 분량 등을 볼 때 유아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고 많게 여겨진다. 그에 비해 이 그림책은 작가의 창작 과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툰의 그림도 큼지막하고 글 분량도 유아들이 보기에도 부담이 적다. 

  작가들은 늘 책을 쓸 생각을 하지만 소재를 얻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해서 저절로 글이 술술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써나갈 이야기의 줄거리를 구상해 보기도 하고, 글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 조사나 취재를 하러 다니기도 한다. 지금까지 쓴 글을 몇 번에 걸쳐 고치기도 하는 등 오랜 시간에 걸쳐 원고를 쓰면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출판사로 보낸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 또 여러 과정- 편집, 수정, 교정, 책의 크기, 글자체, 표지 디자인 등-을 거쳐 그 결과물이 인쇄소를 거쳐 책으로 출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 편집자, 화가, 디자이너, 인쇄업자 등 많은 사람의 수고로움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두 명의 작가가 작품을 써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 그 차이점도 비교가 된다. 한 작가는 글만 쓰고 그림은 나중에 다른 사람이 그리는 설정이고, 또 한 작가는 글과 그림을 모두 자신이 담당하는데 그림을 그리는 것 또한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작가는 그 외에 작품의 헌사를 쓰는 것, 독자의 반응이나 비평 등을 살피는 일, 강연이나 사인회 등의 활동도 뒤따른다. - 책이 나오면 작가 자신의 책이지만 몇 권 정도만 받는다고 이 책에도 나오는데 혹 지인이 책을 내더라도 그냥 달라고 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꼭 선물로 보내주시겠다면 고맙게 받고~ ^^*  

  책을 본 작은 아이가 책의 말풍선들이 재미있다고 콕~ 집어서 말해주었는데, 특히 개와 고양이가 곁들이는 말풍선 속의 대사들이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실은 우리 집 큰 아이의 장래희망이 작가이다.(그 엄마도 그랬었다는 후문이..^^;) 그래서 책 소개글을 보자 바로 "그래, 이 책이야~"하고 느낌이 온 그림책! 훗날 아이가 진짜로 작가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현재의 꿈인 작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을 독자에게 선보이는지 알고, 자신의 꿈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 일전에 허영만의 <부자 사전> 1권을 잠깐 들추어 본 적이 있는데 저자는 만화소재를 구하기 위해 늘 메모를 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만화든 글이든) 작가는 의식이 있는 한 모든 것을 소재와 연결시키고, 항상 집중하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언젠가 원고를 써야 하는데 줄거리 연결이 안돼서 끙끙거리다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에서 아이디어가 번쩍!! 눈을 뜨면 잊어버릴 새라 아내를 깨워 눈을 감은 채로 아이디어를 적었다고 한다.
작가와 관련된 요런 일화들도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면 좋을 듯~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06-09-13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밤까지??^^
저도 학창시절에 작가를 한 번 꿈꿔봤었는데....너무나도 엄청난 일들을 해내는 것을 보고서 식겁하여 바로 포기해버렸다는~~ㅡ.ㅡ;;
전 작가가 그냥 글만 쓰면 되는 것인줄 알았어요!
작가는 좀 타고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글이 안써질때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겠죠?
암튼...이런 소재의 책이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니 무척 흥미롭군요. 일단 보관함에..^^;;

하늘바람 2006-09-13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빠른 리뷰네요^^

똘이맘, 또또맘 2006-09-1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책 한권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했더랬는데, 이 책 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또또유스또 2006-09-18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 끝부분을 보니 이하윤님의 메모광이라는 수필이 생각 납니다 ^^
이 책도 아들에게 보여 주어야 겟네요...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에 낭만을 빼면 뭐가 남느냐고 생각하는 남자와 사랑이 꼭 한 가지 모습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만났다. 이 사랑스러운 애인은 남자에게 얼마든지 바람을 피워도 괜찮다고 하니 오호~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도 좋은 일이겠으나 쿨하기 그지없는 이 여인,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한 쪽은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른 이 두 사람, 과연 괜찮을까? 사람들은 가끔 알아봤자 좋을 게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진실을 알고 싶다는 명목으로 상대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그 진실에 절망하곤 한다. 덕훈은 스스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괴로워하다 '선녀와 나무꾼'의 행복한 결말을 믿으며, 또한 너그럽게 자신도 쿨~한 남편이 되고자 다짐하며 결혼에 골인한다.

덕훈의 친구인 병수는 종족 번식이라는 위대한(?) 목적을 위해 남자는 계속 다른 여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여자는 안정적인 조건을 위해 한 남자에게 안주한다는 통설을 덕훈에게 들려준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내가 결혼했다」는 이런 통념 또는 고정관념에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종족 번식의 본능에 따라 엇박자로 행동하던 남자와 여자가 같은 박자로 행동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 덕훈은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나 모르게 피우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산다. 그런데... 아내가 결혼을 하겠단다. 변심한 애인도 아니고, 엄연히 나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도 한 법적인 아내가 딴 남자랑 또 결혼을 하겠다는 것!

이 작품을 특색 있게 만드는 점은 한 여자와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 속에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삽입하여 이 둘을 잘 버무려 놓은 것이다. 등장인물 세 사람 모두 축구팬이라는 설정을 배경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렵의 축구선수나 리그 등, 축구와 관련된 상식이나 사건, 축구의 역사와 기록들, 축구 선수들의 말 등이 작품 속에 현란하게 펼쳐진다. 덕훈이 들려주는 축구 일화들이 흥미롭고 놀랍기도 하였으나 내가 워낙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말미에 가서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조금은 뜨뜻미지근한 느낌으로 희석되었다. 반편 가끔 TV로 유럽 축구 경기 중계방송을 보곤 하는 남편은 축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간혹 부부간의 합의 하에 서로에게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용인하는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의 대부분은 덕훈의 친구 병수처럼 자기의 '로맨스'에는 너그러워도 아내의 '불륜'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가차 없는 반응을 보인다. 쿨한 남편이 되고자 했던 덕훈은 태클을 걸어오는 상대선수도 없이 자유롭게 골을 몰고 필드를 휘젓고 다니는 선수에서 어느 순간 골문을 지켜야 하는 골키퍼로 입장이 뒤바뀌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덕훈은 아내의 두 집 살림에 좌절하고 절망했다가도 다시 투지를 불태우지만 점차 베베 꼬여버린 자신의 삶을 한탄하는 신파로 흘러간다.

아무리 '투톱체제의 감독'이라지만 작품 속에 묘사된 인아의 활동 반경과 능력을 보면 그야말로 초절정 슈퍼우먼이다. 단지 남편을 두고 잠시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남자와 결혼식도 올리고, 주말마다 덕훈의 집으로 왔다가 다시 두 번째 남편에게로 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명절이나 집안 행사가 있으면 양 쪽 집안을 쫓아다닌다. 이 남자도, 저 남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인아의 마음이야 공감한다 쳐도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집안의 며느리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여주인공의 삶의 방식은 능력이 넘쳐도 보통 넘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규범의 틀에 구애받지 않고 일부다처제도 아이고 일처다부제를 실행에 옮긴 아내에게 덕훈이 아무리 레드카드를 날려도 아내는 끄떡도 않는다. 덕훈은 그저 상대 골키퍼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이 고작이다.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은 결국 일부일처제의 관습이 지배적인 대한민국에서 계속 살아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그런 통념이 없는 사회로 간다면 과연 이들 모두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생각도 개인마다 다를 것이요, 또 그런 상황과 실제로 맞부닥치면 막상 결론은 예기치 않은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독자는 색다른 주제를 결합시켜 놓은 이 책을 통해 섹스, 연애, 결혼 등에 관한 자신의 관념의 깊이와 포용성을 살펴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결말이 미진한 감이 있지만 남편이 축구 이야기 덕분에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별 네 개 낙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09-1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쿨한거 별로예요. 가슴은 뜨겁게~ 쿨하게~ 이 노래 생각나네요^^

하늘바람 2006-09-13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쿨하게 못살거 같아요
 
어떤 느낌일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체험해 보는 행사에 참여해보지 않더라도 잠시 눈을 가리거나 귀를 막고 일상의 생활을 해 보자.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몸의 한 부분을 잠시 구속해 보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어려운 점도 발견하게 되고, 장애를 가진 몸으로 일반인들에게 맞춰진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그림책은 장애에 대한 더 나은 생각, 다른 면을 발견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장애를 소재로 한 그림책 중에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라는 작품이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동생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특별할 뿐이라는, 남들보다 훨씬 다양한 표정을 가진 아주 특별한 동생임을 언니가 담담하게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저자는 <어떤 느낌일까?>는 그 책보다 범위를 좀 더 넓혀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더 잘 느끼고 알 수 있는 것도 있음을 히로와 그 친구들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친구>,<이솝 주식회사> 등의 작품에 그림을 그린 와다 마코토 씨가 소박한 느낌을 풍기는 그림으로 따스함을 더했다.

안 보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안 들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엄마 아빠가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히로'라는 이름의 한 남자 아이가 이런 것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 마리. 남자 아이는 안 보이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 잠시 눈을 감아 본다. 그렇게 하자 보이지 않는 세상은 어둡기만 하지만 대신 아이는 눈을 뜨고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들려오는 소리의 세계를 경험한다. 캄캄한 밤에 이런 저런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아이는 마리를 만났을 때 "안 보인다는 건, 참 대단해. ..."라고 그 느낌을 말하니, 마리는 웃으며 "히로는 참 이상해!"라고 말한다.

 귀가 들리지 않는 사노. 남자아이는 귀마개로 귀를 막아 보고 세상이 좀 더 많이 보이는 것을 알게 된다. 엄마 얼굴에 점이 몇 개인지도 처음 알게 되고... 그래서 사노에게 "안 들리는 건. 참 대단해. 그렇게 많은 것이 보이다니. ..."하고 말을 한다. 상대의 입을 보고 알아 듣는 사노는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어도 화를 내지 않는다. 조금 어리둥절해 하다가 피식 웃으며 "히로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고 말한다.

 고베 지진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키미. 아이가 키미에게 쓸쓸하겠다고 말하자 키미는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부모님이 안계시면 너무 너무 외로울 것 같은데... 키미를 보면 그 외로움을 이겨내고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키미가 아이를 찾아와 온종일 움직이지 않고 있어 봤다며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참 대단해."라면서 꼼짝 않고 하늘만 보고 있으니 다른 때보다 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히로는 학자 같다는 키미의 말에 쑥쓰러워 웃기만 한다.

 우주, 화산, 화학식이 그려진 그림을 보며 남자 아이가 이런 생각 말고도 다양한 생각을 하는구나 하며 다음 장으로 넘기는 순간... 아, 그랬다. 책을 보면서도 내가 참 무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이렇게 무심한 시선으로 대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 부끄러워졌다.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것 등이 어떤 느낌일지를 궁금해 했던 바로 이 남자 아이, 히로는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아이였던 것이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 우리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하는 아이...

  저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희귀병에 걸린 한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소망처럼 히로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어쩔 수 없는 괴로움이 있어도 살 수 있다고, 함께라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졌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은 나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참 각별한 작품으로 남을 듯 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09-1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09-1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책이나 TV프로그램을 접할때마다 건강한 몸으로 살아간다는건 참으로 큰 축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설수 있는 마음이 생기구요.

또또유스또 2006-09-12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고 이래서 님 리뷰를 보기 싫다니깐여...
흑... 지름신이 내려 오시네요... 아웅...

2006-09-12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세를 구한 미리암 용서와 사랑의 노래 3
진 마졸로 지음, 현은자 옮김 / 마루벌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모세를 구한 미리암>은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출간된 "용서와 사랑의 노래" 시리즈 중의 한 권. 미리암의 이야기는 구약 성경 출애굽기 2장에 나오는 것으로, 그 이야기에 어린이도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작품. 이 그림책에서는 훗날 이집트에서 히브리 민족을 구해 낼 모세보다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한 미리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본문에 앞서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파트에서는 히브리 사람이 이집트에서 노예로 지내는 상황과 미리암네 식구가 하는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이야기 들어가기"에서 본격적으로 미리암과 가족이 모세를 구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노예 수가 많아진 것이 겁이 난 이집트 왕 파라오가 히브리 사내아이들을 모두 강에 던지라는 명령을 내린 후에 태어난 미리암의 남자 동생. 미리암네 식구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파피루스 줄기로 바구니를 만들어 아기를 넣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미리암은 "방긋방긋, 우리 아기~.", "자장자장 우리 아기~." "색색 우리 아기.~" 등의 노래를 계속 아기에게 불러주는 모습이다. 모세는 미리암의 지혜로 공주의 양자가 되고  엄마 품에서 젖을 먹고 자라서 이집트의 왕자가 된다. 미리암은 성장한 모세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모세는 미리암이 불러 준 노래들을 기억하고 가족들을 도우려 한다.

 '모세'란 이름이 '물에서 건져 낸 아이' 뜻이 있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훗날 한 민족을 구하게 되는 모세란 위대한 인물 뒤에 그를 구하기 위해 애쓴 가족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모세가 자신이 히브리인임을 잊어버리고 이집트의 왕자로 남았다며 자신의 민족을 구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리암이 어머니와 함께 모세를 돌볼 때 애정을 담아 불러준 노래가 가슴깊이 스며들어 기억 속에 살아 있었기에 모세가 훗날 가족과 민족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나서게 되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 하단에 1.5cm 정도의 공간을 할애하여 줄지어 가는 물고기들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 형식의 짧은 글들과 물고기 그림으로 채운 구성이 돋보인다. 이 부분은 본문을 읽은 다음에 책장을 넘기기 전에 읽어보는 것이 좋다. 작가 자신이 책을 쓰면서 자꾸 궁금한 것이 생겨서 이를 물고기들의 대화로 넣었다고 하는데, 본문을 본 다음에 이 부분을 보고 있자면 마치 연극을 보는 관객이 내용 중에 궁금한 부분을 옆사람에게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성경을 기반으로 한 종교를 믿으시는 분들이 아이들에게 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담은 그림책을 보여주시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성경의 내용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지라 이 그림책도 이야기의 하나로 접해 주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똘이맘, 또또맘 2006-09-1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경에서도 꽤 유명한 일화중 하나죠~ 동화책으로 보면 좀더 구체적이고 쉽게 와 닿겠는걸요.

달콤한책 2006-09-1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 권짜리 만화 성경 읽히고 나니 에피소드는 많이 알게 되더이다. 미리암이 나중에는 모세를 비난해 문둥병에 걸리게도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