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의 숨어 있는 방 창비아동문고 228
황선미 지음, 김윤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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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키고 싶은 비밀>, <마당을 나온 암탉>, <일기 감추는 날>등의 많은 작품을 선보인 황선미씨는 작가 인지도 만으로도 신간이 나올 때면 주목 받는 작자이다. 이번에 발표한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현실과 판타지 공간이 교차되는 '넝쿨집'을 배경으로 나온이라는 여자 아이가 겪게 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나온이는 지병인 천식 때문에 독감에라도 걸리게 되면 종종 중환자실 신세를 져야 할 만큼 몸이 약한 편이다. 자식이 조금만 아파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슴이 철렁하고, 행여 열이라도 많이 나는 날에는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켜보는 것이 부모 아니던가. 특히 나온이처럼 지병이 있는 아이에게는 늘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고, 매사에 조심을 시키느라 잔소리가 늘 수 밖에 없다. 반면 아이 입장에서는 그것이 간섭이고 속박으로 여겨져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특히 배우고 싶은 것은 못 배우게 하고 하기 싫은 것은 억지로 배우게 하는 엄마가 미운 나온. 아이들은 이런 나온이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을 하지 싶다. 엄마는 나온이에게 운동도 못하게 하고 여자다워야 한다면서 바지도 못 입게 하니 과잉보호에다 극성으로까지 여겨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엄마가 나온이를 공주과처럼 차려 입히고 단장을 시키는 것이 못마땅하게 여겨졌지만 나중에서야 엄마 나름대로도 이유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였지만 그렇게라도 자식을 지키고 싶은 것이 어미의 마음임을 알기에 수긍하기로 했다.

 나온은 근무하는 학교가 멀리 있어서 주말에나 만날 수 있는 아빠가 집에 빠트리고 간 물건을 갖다 드리러 갔다가 아빠와 함께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가 보게 된다. 벽에 싱싱한 담쟁이 넝쿨이 숲처럼 우겨져 있고 마당에는 풀이 무성한 그 집을 '넝쿨집'이라고 부르기로 한 나온. 그런데 그 곳에서 또 다른 세상의 공간과 내내 자신을 불렀다는 '라온'이라는 남자 아이를 만나게 된다. 라온이는 나온이를 잘 알고 있는 것 마냥 대한다. '나온'과 '라온'은 하나이면서 둘인 존재이다. 다만 머물고 있는 세계가 다른 탓에 둘의 만남은 늘 꿈속인 냥 희뿌연 안개와 향기로운 꽃들로 싸여 있다.

 현실에서 나온이가 힘들어 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같은 아파트에 할머니와 사는 강우는 예전에 나온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등 한동안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으나 나온이가 심하게 앓으면서 멀어진 친구이다. 조각난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은 탓에 비틀린 모습으로 비춰지는 강우를 엄마는 편견이 실린 시선으로 대하는데,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오해가 자리해 있다. 나온과 강우 간에도 오해와 반목이 거듭되지만 결국 서로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나온이에게는 '나의 왼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이 꾼 꿈을 기록하곤 하는 일기장이 있다. 이와 대조적인 상징물로 라온에게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를 연상시키는, '오른눈이'이라는 토끼가 있다. 그리고 넝쿨 집에 세들어 살던 사람이 베어버린 모과나무도 엄마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나무이다. 아이에게 알려 주지 못할 아픔을 오래 전 가슴에 묻은 엄마. "자식은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옛말이 있다. 나온의 엄마는 그 커다란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살기에 더욱 나온이 각별하고 조바심이 생겼던 것이다.

 대화의 단절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나온은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한 박자씩 어긋나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나온과 라온이 주고받는 대화는 금방 이해가 되지 않는 난해함을 지니고 있다. 판타지 동화 형식을 취한 것은 좋았으나 마지막까지 비밀을 끌고 가려다 보니 대화 속에 이를 드러내지 못하는 제약이 따른 탓이지 싶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궁금증을 유발하여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있으나 글이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삽화는 깔끔하면서도 선명한 느낌을 주며 라온이 속한 세계의 풍경이 특히 눈길을 끈다.

-저자의 머리말을 읽고 검색창에서 '나온'이라는 단어를 한 번 찾아보았는데 나오질 않아 이번엔 '라온'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단어는 '라온'의 기본형인 랍다- 형용사로 '즐겁다'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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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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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모래와 한낮의 불볕 더위, 급격한 온도 차이와 밤의 냉기가 존재하는 불모의 땅 사막. 이처럼 사막은 극지방과 더불어 생명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 곳에도 허름하나마 집을 짓고 동물을 키우며 고단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뜨겁고 삭막한 알제리 사막에는 침략을 받고 조국땅을 떠난 사하라위족이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태어날 때부터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코리. 여덟 살의 소년은 풀밭도, 나무 한 그루도 없는 사하라 사막에 있는 스마라(사하라 난민촌)에 살고 있다. 

 느릿느릿한 움직임과 차분함, 등에 혹을 단 신기한 생김새를 지닌 낙타에게 매료된 소년. 벌어졌다 오므라들었다 하는 입술 모양이 이름이고, 말인 코리는 먹이를 씹느라 입술을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낙타도 말을 한다고 믿는다. 낙타도 입을 오물오물~, 코리도 입을 벙긋벙긋~. 어린 코리는 비록 낙타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걸곤 한다.

 숙모네 낙타가 점점 뚱뚱해졌다가 다시 홀쭉해진 날 마법처럼 생겨난 캐러멜 색의 조그만 아기 낙타... 아기 낙타가 코리 쪽을 보며 입술을 움직인다. 벌린 입술, 닫힌 입술, 벌린 입술.... 코리는 달콤한 캐러멜 같은 색깔과 자꾸 만지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 보드라운 털을 지닌 아기 낙타에게 '캐러멜'이란 이름을 지어준다.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코리는 다른 낙타들도 좋아했지만 캐러멜이 더욱 특별했던 건 그래서일 것이다. 처음으로 사귄 소중한 친구. 코리가 건네 파릇한 보리풀 한 줌을 먹으며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는 캐러멜. 소년과 낙타, 둘은 서로 사랑했고, 오후가 되면 늘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찌는 듯이 더운 날에도, 무시무시한 모래폭풍이 부는 날에도... 

 코리는 캐러멜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말을 쓰기 위해 선생님을 졸라 읽고 쓰기를 배운다. 일식이 일어나던 날, 코리는 수업 도중에 캐러멜에게로 달려 간다. 서로를 바라보고, 입술을 움직이고, 입술을 읽고....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 같은 시어들은 정말 코리의 말처럼 낙타가 말한 것일까? 아니면 자연과 생명을 향해 열린 귀를 가진 소년의 순수한 마음과 풍부한 감수성이 그려낸 것일까?

 이 책은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는 조국땅을 떠나 살아가고 있지만 자유와 민족 자결의 굳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하라위족의 힘겹지만 강인한 삶이 묻어있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동물간의 우정을 다룬 책을 가끔 접하는 편인데 <안녕, 캐러멜!>이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코리가 캐러멜의 입에서 읽은 "이건 내가 우리 엄마 뱃속에서 꿈꾼 땅이 아니야..."라는 시 속에는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하라위족의 고통과 슬픔이 녹아 있는 듯 하다.

 이 둘의 이별은 난민촌을 짓누르는 배고픔 때문에 찾아온다. 희생 제물로 바쳐질 시간... 사랑하는 조카의 캐러멜을 향한 커다란 사랑을 알면서도 삼촌으로서는 사치를 부릴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들이 믿는, 숫낙타를 제물로 바치라는 계시를 내렸던 신은 소년의 애처로움과 슬픔에는 대답이 없었다. 여자와 아이들 앞에서 절대로 울지 않는 사하라위족 남자의 가슴과 눈에 슬픔이 방울져 흘러내리게 하는 그 신을 나는 과감히 원망하고 질책하였다. 신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이들은 그러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러할 수 있으니...
 
  코리는 둘만의 하이마를 꿈꾸며 캐러멜을 이끌고 사막 남쪽으로 향한다. 사랑하는 캐러멜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민족의 사막이 아닌 사막의 사막일 뿐인, 끝없이 텅 빈, 뜨거운 사막 속으로... 소년은 들을 수 없기에 풀이 자라는 곳에 절대 닿지 못할 것을 본능으로 아는 낙타의 깊고 처량한 울부짖음을 듣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소년과 낙타는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되돌아간다. 죽음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는 하마다를 향해서..

 칼날 같은 죽음의 순간에 코리는 그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광경을 외면하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캐러멜의 말을 받아 적은 아이의 의연함은 그래서 더 슬프고 가슴 아프다. 훗날 사하라위족의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시인 바티가 그를 찾아와 그의 시를 칭찬하자 때 코리는 자신은 그저 옮겨 적을 뿐이라고 말한다. 귀가 들리지 않던 소년이 오래 전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 배웠던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들.. 그것은 바로 '캐러멜의 말'이었다.

   <안녕, 캐러멜!>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와는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비록 난민의 삶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폭력 없이 살아가는 사하라위족을 알게 되었고, 마음으로 읽는 법을 배운다.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과 맑고 순수한 영혼이 들려주는 말처럼 아름다운 시가 또 있을까. 감동은 짧은 시 한 편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막에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같은 잔잔한 이 동화 한 편 역시 진한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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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1-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

살인교수 2006-11-2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멋진 리뷰네요^^

아영엄마 2006-11-27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삭사스님/감사합니다. 님도 축하해요~ ^^
살인교수님/고맙습니다!(__)
 
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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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한 소년의 가상의 만남을 통해 한글의 편리함과 우수성을 일깨워주는 창작동화. 이 작품은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든 후 눈병을 치유하기 위해 충북 청원군에 있는 초정 약수터로 요양을 다녀온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종대왕이 시집간 딸에게 한글을 시험해보았다는 일화에서 실마리를 얻어 이 작품을 쓰게 된 저자는 이야기 속에 한글 창제의 취지와 우수성, 편리함 등을 적절하게 잘 녹여 놓고 있다. 특히 장운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편지를 15세기 한글표기로 적어 놓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 글 아래쪽에 현대적인 문장으로 해석한 글이 첨부되어 있어 둘을 대조해 보게 되는데 마치 암호를 푸는 듯한 재미가 있다.

  어머니를 여의고 석수 일을 하던 아버지마저 사고를 당하신 후 열두 살의 장운은 남의 집에 나무를 해다 주고 끼니를 때울 양식을 조금씩 받는 것으로 생활해 나간다. 어느 날 나무도 하고 약수도 뜨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토끼를 잡기 위해 산 너머까지 쫓아가게 된 장운은 그 곳에서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정자에서 쉬고 있던 한 선비의 눈에 띄게 된다. 토끼 눈처럼 눈이 빨개진 이 할아버지에게 약수를 떠다 드리고 쌀을 얻게 되어 신이 난 장운에게 할아버지는 '글자'란 것을 가르쳐 주신다. 장운은 나중에서야 알게 되지만 바로 이 할아버지가 바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다. 

  학창 시절에 한글 창제 과정과 그 우수성에 대해서 배우지만 일상에서 늘 사용하고 있는 있다 보니 우리 자신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귄위있는 영국 옥스퍼드 언어학 대학에서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세계 모든 문자를 순위를 매긴 결과 1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한글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된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소식을 접할 때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지고 뿌듯해진다! -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0%에 가까운 것도 한글이 누구나 배우기 쉽다는 장점을 지닌 덕분이며 한글이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라고 하니 자부심을 가질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익히기가 어려워 양반들이나 쓰던 진서(한자)에 비해 배우기 어렵지 않고, 무슨 말이든 다 쓸 수 있는 글자를 배우는 맛에 매료된 장운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라는 할아버지의 당부 말씀을 조금씩 지켜나간다.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함께 글자를 익힌 누이 덕이를 비롯하여 장운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이 새로운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약재영감에게 돌아가신 어머니 약값을 갚지 못해 누이가 멀리 떨어진 곳에 종살이를 하러 간 후에 서로의 안부를 편지로 전할 수 있게 된 것도 새로운 글자를 배운 덕분이다.

  장운은 점밭 아저씨 밑에서 석수 일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자 자신이 배운 것을 기록하고,  친구인 약초집 손녀 난이도 글자를 배워 자신이 익힌 약초를 다루는 요령이나 효능을 한글로 기록하고자 한다.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한글의 우수성 외에도 장운이 친구인 난이, 오복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문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잘 드러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양반, 중인, 천민(종) 등 신분의 차별이 존재하던 시대에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어렵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도 녹아 있다. 누이를 종살이하러 보낸 약재영감 외에 장운과 갈등관계에 있는 인물로, 함께 석수 일을 배우는 '상수'란 인물이 등장한다. 이 둘은 장운이 글자를 익히고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두고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며 비웃는다. 특히 늘 장운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노비 출신이라고 낮추어 보는 상수와의 껄끄러운 관계는 나중에 장운에게 큰 어려움을 가져온다.  

 세종대왕이 많은 연구와 고민 끝에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지만 반포 초기에 한자를 중시하는 신하나 유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작품에서도 산에서 장운에게 보인 근심으로 가득 찬 모습을 통해 한글을 반포하여 널리 사용하게 하려는 것을 반대하는 무리들이 많은 탓에 심적인 고충을 겪은 세종대왕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과학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한글은 컴퓨터나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을 사용하는 디지털정보화 시대에도 별 불편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언어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수하고 위대한 문자인 한글에 관심과 자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라며, 한글을 더욱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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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2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을 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야 겠다는 생각과 한글날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함께 드네요.

프레이야 2006-10-2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영엄마님!! 이 책 벌써 읽고 리뷰 쓰셨네요. 이 책의 작가는 우리 지역 도서관 내에 있는 점자도서관에서 일하는 선생님의 친언니더군요. 당선되었다는 말을 전에 그분께 듣고 무척 반가웠었거든요. 아주 흥미로운 동화 같아요. 꾸욱~
 
전략의 귀재들, 곤충
토머스 아이스너 지음, 김소정 옮김 / 삼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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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의 귀재 곤충>은 본문만 해도 500쪽(총 568쪽) 가까이 되는 하드커버의 묵직한 곤충관련 서적으로 동물행동학과 생태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토머스 아이스너가 곤충 연구에 바친 역사와 연구 결과가 결집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가 50년 가까이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채집하고, 관찰하고, 여러 종류의 실험을 하면서 발견한 곤충들의 놀라운 생존 전략들을 소개해 놓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곤충의 생태나 특성 등을 설명하는 방식의 일반적인 곤충 서적과 달리 파브르 곤충기처럼 저자 자신이 그 동안 곤충에 관해 연구하고 관찰한 바를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조목조목 들려 주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저자가 접한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과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적인 면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곤충의 어떤 점에 궁금증과 의문을 가지고, 어디에서 어떤 곤충을 채집하고,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고 실험했는지를 이야기를 들려주듯 차근차근 적고 있다.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실린 프롤로그에는 저자의 연대기(탄생에서 학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가 짧게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1장 <폭격수딱정벌레>에서는 저자에게 화학생태학자의 길을 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해 준 곤충-펑펑 소리를 내며 화학물질을 발사하는 폭격수딱정벌레를 연구한 과정이 담겨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딱정벌레를 비롯하여 전갈, 애벌레, 나방, 나비, 개미, 노린재, 노래기, 곤충을 잡아먹는 거미 등 여러 종의 생존 전략을 다루고 있다. 특히 4장 <속임수의 대가> 편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양가죽을 뒤집어 쓴 늑대'처럼 진디의 흰 털을 뒤집어쓴 녹색풀잠자리 유충에 관한 부분이다. 단물을 제공하는 진디-사진을 보면 진디들이 정말 하얀 양처럼 생겼다!-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초를 서는 개미들의 감시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술을 쓰는 이 유충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롭고도 재미나다. 더 놀라운 것은 6장<거미줄 이야기>편을 보면 성충이 된 녹색풀잠자리가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려도 거미가 공격을 가하지 않을 때는 미끄러지듯~이 빠져 나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곤충들에게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 위험을 느꼈을 때 공포탄(대포 소리~)이나 생화학 무기(냄새가 지독한 분비물이나 화학물질)를 사용하는 종류도 있고, 가짜 눈(대표적인 것이 호랑나비 속 나비들의 유충들) 무늬를 지니기도 한다. 그리고 한두 번 맛을 본 천적들이 더 이상 잡아먹지 않게 만드는 효과를 가진 방어물질을 몸에 지닌 곤충들도 있다. 그런데 곤충들이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세운 방어전략을 세워도 다른 곤충들이 이를 제거하는 반대전략을 구사하는 경우도 있으니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신기하고 오묘할 따름이다. 

  이 책은 이처럼 곤충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위장을 하고, 왜 특정 곤충을 잡아 먹거나 잡아먹지 않는지 등에 관한 이유와 그와 관련된 일련의 실험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현장 연구를 좋아하여 야외로 나가는 일이 많다는 저자는 전국 강연회를 다니는 동안에도 가는 중간에 차를 세우고 곤충을 채집하곤 한단다. 반세기 가까이 곤충 연구에 몸바쳐 온 저자는 "자연은 항상 우리에게 풀어야 할 숙제를 내"주므로 호기심과 발견에 대한 열정, 지식을 향한 욕구를 가지고 자연을 탐험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곤충(벌레)들이 인간의 기준으로 혐오감이 이는 생김새를 지녔거나 식물이나 인간에게 해로움을 끼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이들을 멀리하거나 죽여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하면 보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곤충을 사랑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저자의 믿음은 곤충들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일깨워 주고 있다. 신비하고도 경이로운 생존 본능을 지닌 곤충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이 지구상에서 그들과 공존하고 있는 인간들이 지켜야 할 예의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전문 용어(학명 외에 호르몬이나 화학 물질 등의 영어 명칭)가 많이 나와서 문장을 매끄럽게 읽어나가기가 쉽지는 않지만 내용 자체는 설명을 쉽게 해 놓아 어렵게 여겨지는 부분은 없다. 특히 책에 실린 곤충의 내부 기관을 찍은 현미경 사진, 곤충의 모습이나 곤충이 실험에 반응하여 일어나는 순간적인 장면들을 포착하여 담아낸 생생한 컬러 사진들은 놀라움을 배가시켜 준다. 책을 보다 흥미롭거나 신기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이 나올 때면 아이들을 불러 사진을 함께 보며 본문의 내용을 들려주기도 하였는데 생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좀 더 커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에서 곤충을 비롯한 자연의 커다란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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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0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10-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고쳤사옵니다~ ^^*

똘이맘, 또또맘 2006-10-20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서재에 들어와 찜해둔 곤충서적이 있긴한데, 어려울까봐 미루고 있습니다. 이책은 재미있나봐요. 롤라처럼(?)재미와 쉬운것만을 찾는 똘이맘

2006-10-20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6-10-20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놀라워요. 책 정보 보고 기절할 뻔!
그러니까 당신을 존경합니다

아영엄마 2006-10-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똘이맘님/재미라기보다는 몰랐던 신기한 것들을 많이 알게 되는 점이 장점입니다.
파란여우님/흑.. 영어 단어 나올 때마다 앞 문장 거슬러 올라가서 무슨 곤충인지, 무슨 물질인지 다시 찾아봐야 하는 저를 절대로 존경하지 마세요..ㅡㅜ

비로그인 2006-10-2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 이번 달에는 명절이 끼여서 책을 조금 덜 봤음.
(차가 없으니 시댁 갈 때 들고 갈 수 있는 책의 수가 한정되어 있는지라.. ㅡ.ㅡ)


아이들 책 178.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아이들 책 179. <정글 파티>
아이들 책 180. [hunter and his dog]
아이들 책 181. <돈키호테>
아이들 책 182. <우리는 할 수 있어요>
아이들 책 183.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웅진에서 시공주니어 판으로 다시 출간
아이들 책 184. <봄여름가을겨울>

내 책 77. <남쪽으로 튀어> 2
내 책 78. <스텝파더 스텝>
내 책 79. <피라니아 이야기>
내 책 80. <전략의 귀재 곤충>은 읽고 있는 중... ^^;;
(요 책 읽느라 <신기생뎐>도 읽다 잠시 접어 두었음>)

* <향수> 책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구입했어요.
오옷, 근데 미니북이  그냥 작은 수첩인 줄 알았는데 책 내용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책이더군요!!
혜영이가 자기 한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 @@

리뷰 대회 참가는 불발로 끝날 듯...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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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1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향수를 사나 어쩌나 하고 있습니다. 만순이가 잃어버렸는데 다시 샀는지를 모르겠어서요 ㅡㅡ;;;

2006-10-17 0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7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8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