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73
유리 슐레비츠 지음,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까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멀리 떠나야 할 때도 있다.'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난 한 남자가 결국 보물은 가까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는 영국(*)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이 작품은 소중한 것, 고귀한 것, 값진 것이 먼 곳에 있지 않으며, 이를 얻기 위해서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새벽>, <황금거위 >, <월요일 아침에> 등 그림책마다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유리 슐레비츠작품이다. <비오는 날>이나 <새벽> 같은 작품들처럼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단순하며 그림 또한 여백의 미를 많이 살리고 있다. - 한 문장만 실려 있고 나머지는 공백으로 처리한 면도 있는데 나름의 의미를 담은 여백이다.

  저녁도 수시로 굶어야 할 만큼 가난하기 그지없는 이삭은 꿈에 어떤 목소리가 '수도 왕궁 앞 다리 밑에 보물이 있으니 찾아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 그런 꿈을 세 번에 걸쳐 꾸고서야 정말일지도 모른다고는 생각에 길을 떠난다. 먼 길을 걷고 걸어서 마침내 수도에 도착한 이삭. 왕궁 앞을 지키던 보초 대장이 매일 근처에서 서성이는 이삭으로부터 이 곳에 오게 된 사연을 듣고는 자기도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다며 꿈을 믿은 이삭을 어리석다고 비웃는다. 

 이삭은 다시 먼 길을 걷고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반복되는 간결한 문장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담하게 적고 있을 따름이지만 미소 띤 얼굴로 돌아오는 이삭의 모습이 인상 깊다. 보물을 찾지 못해 실망하거나 먼 길을 빈 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에 속상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집에 돌아온 이삭은 보초 대장의 말대로 자기 집 아궁이 밑을 파고, 마침내 보물을 발견한다. 소중한 것들은 멀리 있지 않지만 우리들은 그것을 모르고 먼 곳에서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때로는 먼 길을 돌아가거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너무 일찍 실망하고 단념해버린 적은 없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내 보물은 바로 사랑하는 아이들임을 진작에 알았으니 나는 보물을 일찍 발견한 셈인가? ^^)

  리뷰 첫 문장으로 적은 그 글귀는 이삭이 예배당을 세운 후 벽에 새긴 문장이다. 조금 종교적인 면이 묻어나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삭이 깊은 믿음을 지닌 인물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럼 이제 이삭은 부자가 되어 호화로운 삶을 살게 되었을까? 마지막 장은 아무 그림도 없이 그저 "죽는 날까지 다시는 가난하지 않게 잘 살았"다고 끝을 맺고 있다. 비록 글로 적진 않았지만 그가 부귀한 삶보다는 겸허하면서도 소박한 삶을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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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포함된 정보지에는 이 이야기가 영국의 옛이야기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큰 아이가 <호롱불>이라는 책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여 찾아보니 거기에는 네덜란드 민화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가난한 한 남자가 한 도시의 다리 위에 서서 기다리면 행운이 올 거란 요정의 말에 그 도시 다리에 가서 기다린다. <보물>처럼 어떤 사람이 비꼬듯이 말하고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와 이야기에 나오는 나무 밑을 파보니 보물이 나온다. 다만 결말은 조금 다름. -.-

- 리뷰 글 분량이 책의 글 분량보다 더 많은 듯..^^;

 -> <호롱불>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일러스트와 이야기들이 담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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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3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씩씩하니 2006-11-2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져요...이삭의 말도 참,,,삶의 깊이가 느껴지는,,,
곱씹을수록 가슴에 와닿는 문장이네요...
가까이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멀리 떠나야할 때도 있다.............

반딧불,, 2006-11-2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이 보관함이 흑흑..ㅠㅠ;

반딧불,, 2006-11-2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언젠가도 말씀드렸는데 이 작가가 저는 넘 어려워요ㅡ.ㅡ;
이 책은 어쩔려나?

짱꿀라 2006-11-2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이죠. 그리고 소중한 것 또한 가정입니다. 잘읽고 갑니다. 매번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영엄마 2006-11-25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저 문장이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이죠. ^^
반딧불님/글이 어렵다기 보단 작가가 전달하려는 바를 파악하기 어렵단 말씀이신지... 작가에 따라 그런 작품들이 있는 것 같아요. ^^
산타님/별 말씀을요~ 이 책 아니라도 좋은 책들은 아이들에게 많이 접해주시길 바랍니다. ^^

반딧불,, 2006-11-29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략과 압축이 너무 많다고 해야할지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영엄마 2006-11-2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아무래도 자세한 설명보다는 간결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의 내용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올리브 2007-01-15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온 유리 슐레비츠의 책이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아이들 책 201. <물과 숲과 공기>
아이들 책 202. <알과 암탉> - 글자 없는 그림책~
아이들 책 203. <똑똑, 자고 가도 될까요? >
아이들 책 204. <발가락>
아이들 책 205. <나는 나야!>
아이들 책 206.  <비밀의 방>
아이들 책 207. <가면 놀이>
아이들 책 208. <아기는 어디에서 올까요?> -대략 훑어 봄
아이들 책 209. <브레멘 음악대와 그림형제 동화>
아이들 책 210. <보물>
 아이들 책 211. <퀴즈 왕들의 비밀>
 <클로디아의 비밀 >의 저자 E. L. 코닉스버그 의 작품.
 제목에서는 모험 이야기나 흥미진진한 사건이 등장하는 동화같지만 일종의 성장동화이다.
원제는 [The view from saturday ]인데 작가의 대표작인 '클로디아의 비밀'의 제목을 따르느라 이런 제목을 단 듯.. 네 명의 아이가 각각 마음의 상처를 가족의 이해와 사랑으로 극복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이 퀴즈 대회에 참가하여 푸는 퀴즈도 중간중간에 제시되므로 이를 알아맞춰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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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책  <페미니즘의 도전> 1/2 읽고 어른 책은 답보 상태 ^^;;(읽을 책이 줄을 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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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11-2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클로디아의 비밀을 감명깊게 읽었는데요..이거 읽고 성장동화 청소년문학을 열심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전호인 2006-11-2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책을 읽으시다니 부럽고 위대하고 대단하십니다.

아영엄마 2006-11-2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님/저도 이런 책 읽으면서 성장하고 있어요. ^--^
전호인님/아이들 책은 분량이 얼마 안되는 그림책이 많습니다요. 숫자만 클 뿐이죠.. ^^;

또또유스또 2006-11-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언제나 열심 이신 님... 전 보물이란책이 끌리던데요...
리뷰 올려 주삼~

아영엄마 2006-11-2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저도 유리슐레비치 책이라 끌리더라구요. 조만간(언제??) 리뷰 올릴께욤~~

짱꿀라 2006-11-21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열심히 독서 하십니다. 저는 쫓아가지도 못하겠는 걸요. 열심히 독서하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좋은 하루, 즐거움이 넘치는 하루가 되시기를......

뽀송이 2006-11-2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셔요~^^
저도 님의 집에 놀러왔다가...
인사 하고 가요~^^;;
늘... 이쁜 두 따님과 행복하신 것 같아~ 보기 좋아요~^^*
조금 더~ 집구경 하고 갈께요~^^
 
봄 여름 가을 겨울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12
버지니아 소렌슨 지음, 노경실 옮김 / 내인생의책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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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품의 원제는 "Miracles on Maple Hill"로 도시에 살던 한 가족이 메이플 힐에서 자연의 새로운 면을 경험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에 참가했다 돌아온 군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장애를 겪는 ''전쟁후유증''을 겪는다고 한다. 참전했다 돌아온 말리의 아버지 역시 전쟁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는데 그 때문인지 가족들에게도 툭하면 화를 낸다. 영원히 피곤할 거 같다고 말하는 아빠에게 엄마는 잠시 동안의 전원생활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할머니가 살았던 메이플 힐에 가보자고 한다. 온갖 ''기적''이 일어난다고 믿었던 그 곳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를 알아차리고 옷을 갈아입는 자연은 참으로 신비하고도 아름답다. 앙상한 가지들만 남아 언뜻 죽은 나무인 듯싶어도 봄이 되면 그 가지에 파릇한 새싹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태양빛과 비, 바람의 도움으로 이파리를 자라게 해 울창한 모습을 되찾는다. 풀들도 저마다 향내 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다투어 피워내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씨앗을 품는다. 자연은 그렇게 끝없이 순환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어 간다. 저자는 이처럼 신비로운 자연의 변화를 ‘기적’이라고 칭하며 작품 속에 그 모습들을 잔잔하게 담아 내고 있다.

붉은 빛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봄.
흰색과 자주색 라일락의 향기가 산들 바람에 실려 파도처럼 밀려오는 여름.
매일 아침 주홍색과 금빛이 빚어내는 가을의 기적은 짧기만 하고,

벌거벗은 나무와 언 땅 위로 눈이 내리고 녹고 다시 내리는 기나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어김없이 아름다운 봄이 찾아오는 자연의 모습... 짙푸른 초록과 함께 때로는 형형색색의 화려함으로, 때로는 하얀 빛으로 빛나는 자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일들을 잠시 잊게 되고 복잡하고 답답했던 정신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자연의 모습은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것...

처음에는 다른 가족들은 주말에 들리기로 하고 아버지만 메이플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이웃인 크리스 아저씨가 산골 생활에 익숙치 않은 아버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다. 아버지는 자연에서의 삶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여유와 웃음을 되찾게 된다. 크리스 아저씨는 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시럽을 만드는 일을 하시는데 산골 생활에 익숙치 않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많이 주신다. 크리스 아저씨는 말리에게 주말에 올 때면 새로운 ''기적''을 한 가지씩 보여주겠노라고 약속하신다. 그리고 이 곳에서의 생활이 아버지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자 가족 모두가 메이플에 정착하기로 마음 먹는다.

언제고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보이는 건 숲, 호수, 하늘, 동물들뿐이었던 월든 호숫가에서 혼자 보낸 시간들을 반추하며 써 내려간 책 <윌든>이란 작품. 본문에 나오는 "위대한 소로우가 남긴 말-내 집 앞 계단과 저 길 사이에 탐험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데 왜 세계를 탐험해야 하는가!-과 난 똑같이 살았어."라는 말은 자연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말리가 메이플에서 겪는 기적 역시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는 주변의 작은 식물들에게서도 자연의 신비로움을 찾아볼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풍요로움을 간직한 자연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사랑하는 우리네 아이들도 자연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 작품에 언급되는 식물들이 외국 식물이라 낯선 종류는 어떤 꽃인지 당장은 떠올려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리가 만끽했던 그 느낌을 공감하기 어려웠던 점이 조금 아쉽게 여겨졌는데 식물에 관한 부분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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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있어서 신께서 내려주신 4계절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사람에게 주신 하나의 선물이라 생각이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한주가 되시기를
 
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하 밀리언셀러 클럽 43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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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무서워 할 걸 뻔히 알면서도 "전설의 고향"을 보기 위해 TV앞에 모여 앉아 미리 준비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것도 모자라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까지 열심히 보았던 것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다. 꿈에 볼까 두렵고 무섭지만 실눈을 뜨고서라도 살짝 엿보고 싶은 마음.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공포를 즐기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공포(호러) 영화가 만들어지고 공포 소설이 출간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고 무엇인가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찾아오는 공포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그 실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살아오면서 쌓여 온 고정관념과 상식들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대할 때 심리적인 충격과 공포가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작가는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인식으로는 납득하지 못할 것들로 독자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의 단편집인 <스켈레톤 크루>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커진 동물이나 곤충들, 기다란 촉수, 체액을 빨아먹는 괴물, 죽음을 몰고 다니는 인형이나 사람 등등을 만날 수 있다. 상권의 첫 번째 작품 <안개>는 중편에 가까운 분량으로 죽음을 내포한 안개에 둘려 싸인 폐쇄된 공간에 갇힌 인간들이 드러내는 절망과 광기를 그린 작품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기에 일어날리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질 때 인간은 당황하고, 공포를 느끼고, 서서히 이성을 잃어간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은 이성보다 본능을 자극하게 되는데 어떤 이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술을 마시고, 부부관계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맺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를 미약하게 만드는 거대한 존재를 앞에 두고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보다는 타인을 재물로 하여 자신들의 목숨을 보전하려 하는 광기에 물든 사람들이 주는 공포가 더 끔찍하게 여겨진다. 저자의 작품 중 <토미노커>란 책에 주인공이 반핵주의자로 나오는데 그 작품을 읽으면서 스티븐 킹이 핵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안개>에서도 소문으로 들리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정부의 주도로 은밀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인해 안개를 생겨난 것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인간의 무모한 실험이나 계획이 인류를 위협하는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음을 계속 경고하고 있는 것 같다.

 <신들의 워드프로세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단편으로 인생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기계 앞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버튼을 누르는 주인공의 심리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내가 만약 그런 기계를 가지고 있다면 과연 내 인생의 어떤 부분(또는 사람)을 사라지게 만들거나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하고 있다. <고무 탄환의 발라드>는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작가여서 그런지 혹 스티븐 킹 자신이 타자기에 무엇인가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 상상이거나 말거나 요정을 등장시킨 작품치고는 결말이 비극적이어서 역시 스티븐 킹은 동화작가가 아닌 공포소설 작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단편 중에 신화 속의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 있었는데 우선<악수하지 않는 남자>는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 금으로 변하게 한 미다스 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으로, 악수를 하는 대상은-동물도 포함해서- 곧 죽음을 맞이한다고 여기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서바이버 타입>은 신에게 바쳐진 나무들을 벤 벌을 받아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으로 자기 자신마저 먹어치워 버린 신화 속의 인물 ''에리식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배가 난파되어 무인도에 갇힌 한 남자가 드러내는 살고자 하는 본능을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생존 본능만큼이나 본능적인 욕구가 식욕으로, 인간도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먹어야 하는데 음식을 구할 수 없을 때 과연 무엇으로 극에 치달은 허기를 면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그런 상황에 쳐했다면 살기 위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 상상을 해보다 소름이 돋고 만다.

 이번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 중 그다지 흡족하지 않는(<결혼 축하 연주>, <오웬을 위하여> 같이 조금은 생뚱맞은) 글도 있었고, 공포물에 속하지 않는 단편(<토드 부인의 지름길>, <리치>)도 있었다. 그렇지만 <안개>나 <원숭이>, <할머니>, <뗏목>처럼 서서히 목을 조여드는 공포가 한밤에 찾아드는 적막감과 어우러져 바깥에서 불어오는 한줄기 서늘한 바람과 함께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오르게 만드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작품의 편차가 있긴 해도 그 이름만으로도 관심이 가게 하는 작가, 스티븐 킹의 작품이니만치 그의 매니아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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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보드북)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미애 지음, 한병호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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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는 동물들의 행동과 영유아들이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동과 이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동물들의 모습을 함께 담은 그림책이다. 0-3세 아기들을 위한 나비잠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이번에 보드북으로 다시 나왔다. 이미애씨가 글을 쓰고 <도깨비 방망이>, <산에 가자> 등의 작품의 그림을 그린 한병호씨가 그림을 그렸다. 동물이나 아이의 실제 모습과 유사한 모습으로 사실적인 묘사를 하면서도, 연필의 부드러운 느낌과 파스텔 톤의 연한 색감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우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안겨주는 그림책이다.

영유아들은 어느 나이 정도가 되면 부모가 해주는 것보다는 서툴러도 자기가 하는 것을 좋아하고,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곤 한다. 혼자서 세수도 하고, 이도 닦고, 목욕도 하고, 밖에 나갈 때는 혼자서 신발을 신겠다고 하는 등 혼자 힘으로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해 하며 이를 자랑스러워한다. 부모는 아직은 서툴고 때론 한없이 느려 보이는 아이의 행동에 조바심도 생기고 내서서 도와주려는 마음도 생기지만 혼자 힘으로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그림책은 "무엇이 무엇이 똑깥을까? ~ 똑같아요"하는 문장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이 특징이며, 꼼지락꼼지락, 몽그작몽그작, 콕콕콕, 치카치카, 쩝쩝쩝, 냠냠냠 등의 의성어, 의태어가 책을 보고, 듣는 아가들에게 호기심과 청각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반복적인 문장을 노래하듯, 운율이 담긴 느낌으로 아이에게 읽어주면 더욱 좋을 듯 하다. 책에 나오는 아이의 모습을 따라가보면 우리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씻고, 놀고, 먹고, 잠이 드는 일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도 책에 나오는 것들이 평소에 자신이 하는 일과들이라 내용 하나하나가 현실적으로 느껴져 더 공감하고 좋아한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생각하며 책을 펼쳐 보니 세수하는 모습이 똑같다. 토끼는 앞발로 꼼지락 꼼지락~ 세수를 하고, 아이는 앞에 수건을 두르고 몽그작몽그작~ 세수를 한다. 깨끗이 이 닦는 것도 똑같아서 악어는 악어새가 콕콕콕~ 이 청소를 해주고, 아이는 혼자서 치카치카~ 이를 닦는다. 과자도 먹고, 응가도 누고, 놀이감으로 놀기도 한다. 그리고 등딱지 속에 쏘옥~ 숨는 거북이처럼 이불 속에 들어가 눈만 빠곰~하게 내 놓고 있기도 하고, 곰 인형을 업고 노는 모습을 보니 큰 아이 어렸을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아이가 새근새근~ 편안하게 잠이 든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책을 보는 이의 마음도 편안하게 가라 앉고, 벌써 끝인가 싶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엄마와 함께 이 책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던 아이도 어느 사이에 살포시 잠이 들지 않을까? 어쩌면 꿈 속에 책에 나온 동물들과 함께 놀게 될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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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0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