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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이야기꾼 ㅣ 미래그림책 49
테드 르윈 글.그림, 양녕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시장에서 이야기를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보낸 하루의 일을 담아 낸 그림책.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로코의 '페즈'란 도시의 시장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칼데콧 영예 도서를 수상한 <페페, 가로등을 켜는 아이>에 그림을 그린 테드 르윈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본문에 나오는 아랍어 여섯 마디-무우진, 바이락, 수크, 칸 야 마 칸, 샤이크, 무디누-의 뜻풀이를 본문 앞에 실어 놓았다.
책 속지에서부터 이국적인 형태의 나무와 낮은 높이의 건물들이 대부분인 도시의 풍경이 펼쳐지며 본문으로 들어가면 노새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거리 풍경, 갖가지 물건을 제작해서 만들어 파는 시장의 풍경이 눈길을 끈다. 기도 시각을 알리는 외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새벽에 길을 나선 할아버지와 손자의 걸음에 동행하여 시장 구경을 해 보자. 털실에 곱게 물을 들이고 있는 염색 공장 거리,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찬 구리 그릇과 놋그릇 수크(시장),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가죽 공장, 과일 수크, 양탄자 수크 등등... 천을 짜는 여인들이 아이를 옆에 앉혀 두고 베틀로 양탄자를 짜는 모습도 이채롭다.
이슬람에는 이야기꾼이 옛날의 왕들의 업적이나 모험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이야기꾼 복장으로 갈아 입은 할아버지가 "칸 야 마 칸"을 시작으로 풀어 놓는 베두인 왕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손자가 날려 보내는 비둘기는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물어 온다. 사람들이 이야기 값으로 던져 놓은 동전을 집어 들어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표정에선 생각을 읽기 어려우나, 할아버지에게 도시 전체에서 자신들의 직업이 최고라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 <하루>란 책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보낸 어느 하루의 일을 그린 그림책으로 이민자의 어려움과 노동과 정직의 가치를 담아낸 작품임.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이야기를 팔러 다니는 <모로코의 이야기꾼>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문화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그림에서 보면 남자들이나 여자들이 모자를 쓰거나 천을 머리에 두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그림책 한 권에서 이슬람 문화권의 의복 형태도 엿볼 수 있다. 이슬람권 여성들이 율법에 따라 천으로 몸을 감싸고 다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종류가 다양한 줄은 몰랐는데, 나도 이 책을 보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면서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이처럼 다양한 문화권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접해줄 수 있어서 참 좋다. 끝으로 이슬람 문화와 전통이 전해오는 도시와 전통 시장 '수크'의 풍경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전통 시장의 모습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