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그림책은 내 친구 9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글 그림, 강무홍 옮김 / 논장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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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의 경이로움부터 죽음의 심오함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전도서의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각 구절을 여러 나라의 독특한 미술 양식으로 표현한 그림책. <북쪽 나라 자장가 >,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작은 기차> 등의 그림책으로 유명한 다이앤 딜론, 레오 딜론의  작품이다. 본문을 '전도서'에서 빌어 오긴 했지만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레오 딜런과 다이앤 딜러는 공동작업을 하는 부부로, 열네 번째 그림책인 이 작품의 그림들은 딜런 부부의 대표작으로 꼽을만하다. 

 다양한 면을 지닌 우리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음을 하나 하나 짚어주는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를 보는 느낌이다. 본문의 글은 한 쪽 당 한 줄 정도로 많지 않으나 그 구절에는 삶의 이치와 지혜가 담겨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라는 글에는 재칼의 모습을 한 아누비스가 죽은 자들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이집트의 무덤 벽화 양식 그림이 그려져 있다. '누구나 생명을 얻지만 결국에는 잃게' 되는 이치를 담은 글과 그림이라 하겠다. 다음 장에는 일본의 우키요에 목판화 풍의 그림으로 두 개의 그림에 곡식을 심고 때가 되어 이를 수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서 멕시코, 그리스, 인도, 유럽, 북아메리카(푸에블로 인디언), 에티오피아의 그림 양식을 차례로 접할 수 있다. '샴'이라 불리던 태국의 그림자 연극 양식의 그림도 이색적인데 재물을 얻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도 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비단에 그림을 그린 구아슈 그림도 있고,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나무 껍질 그림 양식으로 그린 그림도 특색 있다. 마지막 그림은 바로 우리 인류가 살아가는 푸른 지구를 우주에서 본 모습으로 실어 한 세대가 가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영속성을 표현하였다.

 본문 뒤에 각 그림에 대한 설명과 미술 양식, 그림 재료 등이 실려 있는데 이를 보기 전에 그림책이나 기타 다른 책들을 통해 접해 본 각국의 화풍을 떠올려 보면서 어느 나라 미술 양식인지 아이와 함께 알아맞혀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이집트나 그리스, 유럽, 일본, 중국의 그림 화풍은 확연하게 구분이 가던데 원주민(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들의 화풍은 조금 낯선 감이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미술 양식을 접하게 되는지라 책을 처음 펼쳤을 때부터 아이들이나 나나 감탄을 하면서 재미있게 본 그림책이다. 다양한 예술 형식을 접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그림책으로 추천할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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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아저씨 발명왕 되다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1
박남정 지음, 김주경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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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현재 충북 제천시 봉양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고추 농사꾼 이해극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역사 속에나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열정을 다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우리 주변의 인물을 다루고 있는 점이 인상 깊다. 이해극씨는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농부의 길을 택하고, 고추 작물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 '고추왕'이 되기도 하였고, 농사와 관련된 기계들을 발명하였으며, 북한에 가서 농사 기술을 전수해주고 오기도 한 인물이다. 이 책은 그의 어린 시절과 농부가 되고, 여러 일들을 해낸 과정을 담고 있다.

- 시댁이 제천에 있는지라 더 관심이 갔는데, 혹 제천 갔을 때 찾아가서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남편 말로는 멀다고 함. -.-

 커다란 나무도 아주 작은 씨앗에서 발아하여 자라난 것으로, 하나의 씨앗을 심어 크게 키워내는 일은 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어느 일이고 고단하지 않은 일이 있겠는가 마는 생명을 키워내는 일만큼 수고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 수고로움에 비해 얻는 이익이 적은 탓에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기 위해 농촌을 떠났다. 이해극씨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는 군대에 다녀 온 후 고추 농사를 시작한다. 남들이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해보려 하다 실패를 겪기도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며 자신의 꿈을 일구어 간 것이다.

  유기농법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방법으로 고추 농사를 지어 '고추 다수확 왕'으로도 뽑힌 것이나, 굳고 메말라 버려졌던 육백마지의 농장의 땅을 되살려 내는 등의 일을 해낸 것도 자신의 일에 대한 신념과 굳은 의지가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농사와 관련된 발명을 많이 하여 '농민 발명가'로 불리게 된 것도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매일 하는 일 분야에서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실행에 옮긴 결과이다. 요즘은 주부들도 생활 주변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발명하여 상품으로 선보이기도 하지 않는가~.

  실은 이 분이 북한에도 종종 다녀오신다는 글에 깜짝 놀랐는데-북한을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잡혀가던 시대를 산 사람이라..-.-- 그 곳에 가서 북한의 풍토에 맞는 농사법을 전수해 주고 왔다고 한다. 그가 북한의 제자들과 함께 심고 기른 식물들이 통일의 씨앗이 되고, 밑거름이 되어 통일이라는 커다란 열매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거나, 주위의 반대, 자신의 결심이 흔들릴 수도 있을 텐데 자신이 선택한 일에 애착을 가지고,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나누고 전수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는 등 일과 삶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해 보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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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역사 여행을 떠나요 인권 그림책 5
미츠카와 나오미 지음, 김선숙 옮김, 기하라 치하루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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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권 그림책 시리즈(총 5권) 마지막 권으로 인권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타임머신(인권호)을 타고 세계 곳곳, 여러 시대를 여행하며 등장인물들이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책을 통해 세계 인권의 발전 과정을 알 수 있다. '다울'이라는 햄스터와 두 아이가 인권호를 세계와 역사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인권에 관한 사건들을 살펴본다.

 역사의 현장으로 찾아가 직접 보는 것처럼 인권을 향한 첫걸음이었던 프랑스 혁명과 1789년 국민의회에서 발표한 <인권 선언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캐릭터가 주고 받는 이야기에서 왕실의 사치와 과도한 세금 등으로 힘든 생활을 해나가던 평민들이 국민의회 강제 해산을 계기로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면서 시작된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자유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에 가서는 <미국 독립 선언서>에 관해, 러시아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에 의해 시작된 러시아 혁명과 <억압받는 인민의 권리 선언> 등을 다루고 있다. 그 외에 옷에 숨은 인권, 종교 개혁과 마녀 사냥도 다루고 있으며 유럽의 식민지 침탈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아픔을 다룬 부분에서는 콜럼버스와 '신대륙 발견' 에 대한 지적과 비판으로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지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을 본 큰 아이가 가장 분노한 부분은 바로 노예로 잡혀가는 과정에서부터 농장에서 노동을 수탈 당하는 등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았던 아프리카 흑인에 관한 이야기다. 뒤이어서 흑인 해방 운동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다.(조금 원색적이고 싸잡아 비난한 감이 있는 발언이지만 '백인이 제일 나쁘다'고 분노를 표함. -.-)  이 책에서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인권 운동, 군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시대의 아픈 역사도 다루고 있다. '유엔 아동 권리 협약'과 세계 어린이들의 인권 실태 외에 핵 문제와 지구의 환경 오염 문제 등도 인권과 관련된 문제임을 짚어 주고 있다.

 서양이나 동양의 역사를 살펴보면 특권 계층에 의해 핍박과 수탈을 당하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계층의 희생에 의해 조금씩 인권의 역사가 발전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인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며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존재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인권이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이 인권 그림책이 우리 아이들이 인권 발전에 기여할 인권지킴이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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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7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6-12-1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인권의 관한 동서양의 역사는 잘 정립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권을 제일 잘 보장한다는 미국이나 스웨덴, 네덜란드 같은데에서도 인권의 역사는 제대로 정리가 되어 있지 않습답니다.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아영엄마 2006-12-17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주말이라 집안이 조용하질 않네요..^^; 애들 TV 볼 때 잠깐 눈 붙여서 그런지 아직까지 버틸만 합니다. ^^
산타님/만인의 인권 보장의 길은 멀고 험난하여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2006-12-18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맹꽁이 서당 4 - 조선시대 광해군-효종편 맹꽁이 서당 4
윤승운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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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는 역사만화 교실 시리즈 <맹꽁이 서당> 의 네 번째 권은 조선의 임금 중 인목대비를 유폐시킨 광해군, 대동법을 실시한 인조, 북벌정책을 펼친 효종과 그 시대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공맹 서당, 아니 맹꽁이 서당의 유명한 말썽꾸러기 학동들을 살펴 보면, 떡봉이, 담뱅이, 장쇠, 칠복이, 덕보, 길동이, 촉새, 돌몽이, 개똥이, 맹구, 방개 등 이름도 참 재미나다. 그리고 서당의 훈장님과 본가보다 서당에 더 많이 와 있는 박첨지네 마당쇠, 서당의 쥐생원들~ 이들이 바로 이 재미난 만화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이다.

 이 학동들이 쉴 사이 없이 웃음을 제공하는 덕분에 이 만화책을 재미나게 보는지라 가끔은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보다 이 악동들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보게 된다. 이 시리즈는 한 번 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 몇 번이고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만화가 아니던가~. ^^ 공부는 질색을 하는 학동들이지만 놀기만 좋아하다 거지가 된 문인(門人)을 보고는 기겁을 하여 훈장님에게 빨리 공부하자고 조를 때도 있다. 물론 놀기 좋아하는 버릇은 여전하여 어떤 날은 책일랑 묻어두고 단체로 꽃놀이를 가기도 하지만 학동들에게 이골이 난 훈장님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4권에는 청렴 결백했던 오리 이원익 대감의 일화, 이괄 장군, 간신배 이이첨, 영의정 박승종, 최명길, 김상헌, 임경업, 송시열, 이완, 내시 김언겸 등의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의 청나라가 침략하여 온 왜란으로 인해 인조가 청 태종에게 무릎을 꿇고 자식(소현세자, 봉림대군)들을 볼모로 보내야 했던 치욕의 역사는 나라가 힘이 없을 때 겪어야 하는 굴욕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참고로 본문 사이 사이에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적어!" 코너를 두어 이야기의 내용에 대한 생각, 등장했던 인물(혹은 일화)에 관한 느낌을 독자가 적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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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2-1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 이원익 대감이 저의 직계 조상님이에요.

마노아 2006-12-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읽었던 기억으론 맹꽁이 서당 참 재미있었어요. 지금 읽어도 그때만큼 재밌을지 모르겠지만 몹시 궁금해요. ^^
오리 이원익 대감 멋지신 분!

짱꿀라 2006-12-15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꽁이 서당 재미있다는 평이 아주 자자하답니다. 저희 박물관에 한 학예사님이 보고서 말씀을 건네주시더라구요. 아이들 교육에 좋다고요. 잘 읽고 갑니다.

아영엄마 2006-12-1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연님/와! 자랑스러우시겠어요! (저희 조상분 중에 널리 알려지신 분은...음음.. 박혁거세 이시려나...^^;;)
마노아님/아까도 보면서 낄낄~ 웃었어요. 헤헤..
산타님/어른이 보다도 참 재미나고 역사 지식도 다시 생각나고 그래요..

다크아이즈 2006-12-16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문인 - 글쓰는 사람인줄 알았다는... 알라딘에서 놀면 文人이 된다는 전설이!

아영엄마 2006-12-1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다크아이즈님 한자의 뜻에 따라 영판 딴 사람이 될 수도 있네요. 그죠? ^^ (저도 여기서 열심히 놀아야겠어요!!)
 
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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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원한 길 없는 절망감과 두려움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가다 보면 세상 일이 내 맘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다. 복도, 운도 지지리도 없다며 애꿎은 삶을 탓하기도 하고, 때로는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을 접하고 거대한 산 앞에 선 것 마냥 크게 좌절감을 겪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초능력이라도 있어서 단박에 어떤 일을 해결하거나, 상대방이 내 말을 듣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복권 번호를 알아 맞출 수 있는 능력이나 운이 있다면 금상첨화! <마왕>은 이사카 코다로가 "나 자신이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쓴 작품으로, '파시즘'을 주제로 하고 있으나, 초능력을 소재로 차용하여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를 발휘하고 있다.

 생각해. 생각해. 언제나 심각한 얼굴을 하고, 동생의 표현의 빌자면 "이 세상을 복잡하고 까다롭게 생각하는 일만이 삶의 보람"인 형 안도는 늘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상상하고, 고찰한다. 어느 날 상대에게 자신이 의도한 말을 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 안도는 자신의 능력을 이리저리 시험해 보고, 30보 거리 내에서 통용되는 것임을 확인한다. 전철 안에서 대학 친구를 만나 주목 받고 있는 야당 대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무솔리니, 파시즘 등이 화두로 떠오른다. 일렬로 박혀 있는 수박의 씨를 보며 '파시즘'을 생각하고, 대중의 통일된 흐름이 가져 올 결과를 두려워하는 안도. 젊은 시절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이 바뀔 거란 믿음을 가졌던 안도는 선거유세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한다. 

 현대로 접어들어 TV, 비디오, 게임기 등과 같은 문명의 이기의 발달에 속도가 붙을수록 사람들의 사고 능력은 점점 저하되고 있는 것 같다. 멍하니 앉아 아무 생각 없이 TV나 비디오를 보고, 게임에 빠져들어 현실을 잊고 살기도 한다. 생각을 하지 않고 무리에 휩쓸려 다니다 보니 누군가 짠~ 하고 나타나서 자신들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심리가 커지게 된다. 책에서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가 이누카이는. "5년 안에 내가 이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내 목을 날려라!" 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젊은 사람들의 시선까지 사로잡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정치판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에게 권력을 쥐어 줄 표를 얻기 위해 그럴싸한 문구나 웅변으로 국민들의 환심을 사고자 애쓴다.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번엔 다를 거야 하는 바람으로 투표용지에 표를 찍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임 깨닫게 된다. 정치인들의 공약(空約)과 이익추구, 몸 사림과 변절에 실망하고 돌아선 것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두 번째 이야기인 <호흡- 동생 준야의 이야기>는 형 이야기 편에서 동거 중인 동생의 여자 친구로 나오던 시오리가 화자로 등장한다. 오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이제는 결혼해서 준야의 아내가 된 시오리는 늘 남편과의 가위바위보 내기에서 지고 만다. 준야와 시오리는 경마장에서 준야의 운을 시험해 보고, 10/1의 확률에서는 늘 운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준야는 독재자와 함께 처형되어 거꾸로 매달린 여인의 뒤집힌 치마를 바로 잡아 준 사람처럼 되고자 한다. 커다란 홍수의 흐름 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언제까지고 버티고 서 있을 수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같은 사람...

 최근에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룬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를 읽은 터라 비슷한 소재를 등장시킨 이 작품에서 이사카 코다로는 어떤 이야기를 펼쳐 놓을 것인지 궁금했다. 저자는 파시즘과 민족주의를 죽음을 부르는 '마왕' 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 대중이 선동과 분위기에 휩쓸려 한 방향만 쳐다보게 될 때 마왕은 소리 없이 뒤에서 대중을 덮치고, 우롱하여 죽음으로 내몰지도 모른다. 우리는 마왕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아이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자주 접하면서 <러시 라이프>, <사신 치바>, <중력 삐에로>, <마왕>까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연달아 읽었다. 작가는 깜찍하게도 이번 작품에 <사신 치바>에 등장하는 치바를 슬쩍~ 동원시키고 있다. 조사할 기간이 별로 나질 않는다는 그의 대사는 <사신 치바>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금방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큰 주재를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결말이 미완의 느낌으로 남는 것이 조금 아쉽게 여겨진다.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옮긴이의 말을 보면 저자가 이번 작품에서는 '대화문의 글자 수 맞추기'를 시도하였다고 하는데 언어간의 차이에서 오는 한계로 그 묘미를 느낄 수 없는 것 또한 아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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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오빠 2007-01-0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정말많다.

아영엄마 2007-01-1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길게 쓴다고 잘 쓰는 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