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뜸 헤엄이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5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5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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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를 보면 아주 작고 까만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올거예요.헤엄을 잘 치는 덕분에 '으뜸헤엄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작고 까만 물고기는 바닷속 한 구석에서 다른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지요. 그러나 바다 속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지라 작은 물고기들이 삶이 평화롭지만은 않지요. 어느 날 으뜸헤엄이는 무섭고 날쌘 다랑어에게 친구들이 잡아 먹히는 것을 보고 겨우 도망을 칩니다. 목숨을 잃을뻔한 상황도 충격이었겠지만 함께 살아가던 동료들을 잃고 혼자가 되었을 때 느끼는 무서움, 외로움, 슬픔 등의 감정들을 생각해 보세요. 어쩌면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절박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살아남은 자에게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옛말에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슬픔에 잠겼던 으뜸헤엄이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닷속 구경을 하면서 다시 행복함을 느낍니다. 이 책의 그림들은 붓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찍기나 종이 채색 등을 해서 만들었나 봅니다. 그 독특함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거칠고, 탁해 보일 수도 있으나 보면 볼수록 특별해지는 것 같아요. 으뜸헤엄이와 함께 하는 바닷속 구경은 그 절묘한 구절들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한답니다. '끈에 매달려 가는 듯한 물고기', '달콤한 사탕 같은 물풀 숲', '분홍빛 야자나무가 흔들리는 것 같은 말미잘' 등등 그 표현이 참 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름다운 세상을 본 덕분일까요, 으뜸헤엄이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하지만 같은 고통을 당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숨어서 살 생각도 없는 으뜸헤엄이는 친구들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답니다. 헤엄만 으뜸이 아니고 생각도 으뜸이지 뭐예요!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 커다란 물고기를 만들자는 생각은 으뜸헤엄이와 작은 물고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줍니다. 힘들고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이 그림책을 통해 힘없는 약자들도 힘을 합친다면 어떤 위험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체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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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바다에서 0100 갤러리 5
타무라 시게루 글.그림, 고광미 옮김 / 마루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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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너무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는지도 모르겠는데, 이 그림책 속에는 두가지 세상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단 몇 초에 지나지 않는 그 순간이 또 다른 차원의 존재들에게는 몇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아버지와 아들이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은 흑백톤으로 그려져 있어서 언뜻 보기에도 밤이 연상되더군요. 아들이 망원경으로 보는 것은 커다란 물고기에게 쫓기는 날치떼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 커다란 물고기는 어떤 종류일까 하는 궁금증은 금방 해결되지 않아요.  갑자기 흑색이 초록으로 전환되는 색채의 반전은 곧 다른 세상이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한 노인과 그의 애완동물이 바다 위를 걸어가는가 싶어 눈이 동그레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에게는 바다가 유리로 되어 있답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바다는 어떤걸까요? '흩날리는 물방울이 유리구슬 같다',거나 '과일을 따듯이 날치를 잡았다'는 표현처럼 마치 파도치는 바다가 정지해 버린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유리 바다는 단지 하나의 장면만으로 멈춘 것이 아니었어요. 분명 노인이 잠을 자고 꿈을 꾸고, 다음 날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 시간이 흐르고 있었어요. 단지 그 시간의 흐름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시간과 그 길이가 다를 따름이지요. 즉 유리 바다는 특정한 장면에 고정된 세계가 아니라 비록 유리로 되어 있긴 해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제게는 그 광경을 어릴 때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여운을 남기는 노인의 말이 다시 배 위의 소년에게 투영됨으로서 시간의 순서가 뒤섞여 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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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나라 자장가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9
다이앤 딜론.레오 딜론 그림, 낸시 화이트 칼스트롬 글, 이상희 옮김 / 보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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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문구가 주는 아늑함,  변화하는 색채를 담은 그림들, 자연을 가족으로 삼은 내용, 이 세가지가 잘 어우러진 그림책이자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자장가 삼아 읊어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별 아빠, 달 엄마, 산 할아버지, 강할머니, 큰사슴 삼촌 등등.. 자연과 동물을 가족들간에 사용되는 호칭으로 정감있게 부르는 것이 광활한 자연과 동물들을 더 가깝게 느끼게 해 줍니다. 뒤에 아기가 새근새근 잠자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연과 동물들이 한 가족처럼 느껴지는군요. 알레스카 쪽의 주민의 특징이 배여 있는 그림들이 독특하다 싶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은 조금 무섭게 생겼다는 생각도 들지만 세월의 연륜이 듬뿍 묻어나게 표현하였군요.

 각 페이지마다 그림의 색조도 다양하게 변하고, 자연 및 동물의 특징들도 잘 부각시켰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엉이 언니 그림이 제일 눈에 띄고 -아이는 가면옷을 입었다고 말하던군요- 별 아빠, 달 엄마 그림이 가장 아름답게 여겨졌습니다. 겉표지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에서 '자연은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었다'라는 글이 이 그림책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네요. 책에서 '춤추며 다독거려 준다'고 표현한 오로라가 펼쳐지는 장관을 TV를 통해서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신비롭게 느껴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아름다운 장관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한데 제가 추운 것은 못 견디는터라 직접 가서 볼 엄두는 나지 않네요. ^^;)

 TV를 통해서나마 우리 아이들에게도 오로라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꼭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책의 그림이 오로라의 신비한 색채를 다 표현하지는 못한 것 같지만 하늘에서 춤추는 듯 펼쳐지는 모습은 잘 드러내주고 있군요. 잠자리에 든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면 각 페이지의 끝부분에 나오는 '잘자요~' 부분에서 아이의 이름을 번갈아 가면서 불러 줍니다. 잘자라는 인사를 책을 통해서 해주는 셈이죠.  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은 이유가 아주 많이 있지만 그림책이 제공해 주는 다양한 세상의 모습이 꿈 속에서 다시 재현되고 우리 아이들이 그 속에서 뛰노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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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bins 2004-04-25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진으로 밖에 보지 못한 오로라를 꼭 보고 싶습니다.
사진으로 봐도 그 신비함에 몸서리가 쳐지거든요.
아이들 책 둘러보다가
들렸는데 님이 소개하신 위의 책도 한 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2004-06-1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기는 왜 귓가에서 앵앵거릴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8
다이앤 딜론.레오 딜론 그림, 버나 알디마 글, 김서정 옮김 / 보림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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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예전에 얼핏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도 그림이 참 독특하다 싶었는데 책을 받아 보고서야 칼데콧상을 받는 작품이라는 것은  알게 됬어요. 그림을 평하자면 흰 선(공간)으로 여러 동물들의 세부적인 형태를 표현한 독특한 그림이다 보니 각 장면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느낌이랄까.. 이 책은 서아프리카에서 전해져 오는, 모기가 귓전에서 앵앵거리게 된 사연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우선 초반에 나오는 모기의 말-고구마가 자기만큼 크다!-이 난이도가 조금 높은 농담(?)인지, 우리 작은 아이(다섯 살)의 이해력이 모자라서 그런지 왜 '헛소리'인지를 잘 모르겠다는 투로 물어보더군요. 그리고 이 책의 그림 구도가 한페이지에 시간 전개에 따른 두 개의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다보니 각 동물이 두 마리인 걸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뱀이 등장하는 그림에서는 책을 읽어주던 아이 아빠가 왼쪽의 뱀 얼굴을 꼬리로 설명하는 것을 보고 제가 핀잔을 주었답니다. ^^

우리나라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이 이 책의 내용과 맞아 떨어지지 않나 싶어요. 모기의 농담 한마디 때문에 결국 아기 올빼미가 죽게 되잖아요. 이 슬픈 사건때문에 엄마 올빼미가 해를 깨우지 않게 되자 사자왕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차례로 동물들에게 연유를 알아가는 부분은 글이 많아서 읽어주기 조금 버겁습니다. 그리고 번역자께서 잘 번역하셨겠지만 개인적으로 '... 때문에 토끼가 겁을 먹는 바람에... 원숭이가... 바람에...'라는 부분은 어감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입니다. '토끼가 겁을 먹고 그 바람에...'라고 하면 문맥이 좀 더 매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가장 우스운 부분은 이구아나가 귀에 나뭇가지를 꽂는 장면과 사자왕이 그것을 빼는 장면(뽁 뽁-이부분을 재미있게 표현해 주어야 함~)일 것 같네요. 그리고 모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마지막 장면! 사람의 손에 철썩~-사람들 귓가에서 속삭이는 녀석에게 돌아온 대답 말이죠!- 당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 실은 제가 모기에게 상당히 한이 맺혔거든요. 날마다 어디로 들어오는지도 모르게 들어와서는 아이들을 물어대는 통에 11월까지 모기장을 쳐주어야 했답니다. 저는 저대로 새벽마다 몇 번이나 깨서 불을 켜고 모기를 잡아야 했는데 기본이 네 다섯마리 이상이더군요. ㅠㅠ;

 그래서 아이들도 모기라면 질색을 하는데, 밤에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귓가에서 '앵~앵~'거리는 소음을 일으키는 모기가 과연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과학적인 사실을 떠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알아보는 것도 좋은가 봅니다.  보림에서 나온 <이야기이야기>라는 책은 아프리카에서 전해지는 거미인간 아난시에 관한 옛이야기인데 둘째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이거든요. 이 책도 받은 날부터 계속 읽어달라고 하는군요. 역시 옛이야기책은 재미있으며  이런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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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ryb 2004-04-0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신선한 서평 고맙습니다

아영엄마 2004-04-0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제 리뷰에 코멘트 달아 주신 분은 님이 처음입니다. 감격... ㅠㅠ*
 
내 인형이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7
셜리 휴즈 글 그림, 조숙은 옮김 / 보림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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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는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있기 마련이다. 어딜 가든지 가지고 다니고 잠이 들 때에도 늘 곁에 있어야 안심이 되서 잠을 잘 수 있는 그런 물건. 데이브에게 강아지 인형 몽이는 그런 존재이다. 더러워지면 엄마가 가르쳐준데로 직접 씻어 주기까지 한다. 누나 벨라도 데이브와 마찬가지로 인형을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곱 개의 곰인형과 함께 잠자리에 들면서 잠자리의 대부분은 곰인형들에게 내주고 정작 본인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벽 쪽에 바싹 붙어서 잔다는 것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불편함을 감소할만큼 그 인형들을 사랑한다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처럼 소중한 몽이를 어떻게 하다가 잃어버리게 된 것일까? 엄마와 함께 학교에 누나를 데리러 갔다가 다른 곳에 관심을 두는 바람에 손에서 떨어진 것도 몰랐나 보다. 아이의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리는 순간에 손에 들고 있던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나도 얼마 전에 새삼스럽게 겪었다. 공원에 놀러가서 모래놀이를 꼭 하고 싶다며 모래놀이 장난감을 챙겨서 들고 나간 작은 아이. 잠시 책방에 들러 제가 읽을 책과 아이들이 볼 만화책을 빌려서 공원으로 향했는데 글쎄, 도착할 때쯤에서야 책방에 장난감을 놓고 온 걸 알았지 뭔가! 만화책을 고르느라 바닥에 내려 놓고는 나올 때는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ㅠㅠ;

 몽이를 찾기 위해서 온 가족이 동원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몽이때문에 데이브가 느꼈을 불안감과 슬픔이 절로 느껴졌다. 늘 곁에 있던 것이 옆에 없으니 잠도 푹 잘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집 아이들도 종종 비슷한 경험을 해서인지 그 부분에 공감을 하였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로 책에 묘사된 학교 바자회 풍경은 무척 즐거워 보인다. 운동회도 겸해서 하는데, 예전에 어른들이 음식을 바리 바리 싸와서 함께 즐거워 하던, 학교 운동회가 동네 잔치처럼 여겨졌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몽이를 발견하게 되는 데이브! 누나가 제비 뽑기로 커다란 곰인형을 받게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데이브가 몽이를 발견한 것은 물건을 파는 탁자 위에서이다. 하지만 이미 가격표까지 붙어 있다보니 돈을 내지 않고는 되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애가 탈 수밖에 없는 데이브... 몽이를 되찾기위해 돌아 왔을 때는 이미 팔려 버린 몽이를 되찾아 준 것은 바로 누나이다. 동생을 위해 새로 받은 곰인형을 내민 벨라의 행동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그런 마음을 먹기 쉽지 않을텐데...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하는데 실은 책을 처음 보았을 때 표지의 그림-몽이를 안고 흐뭇해 하는 데이브의 얼굴이 꼭 노인의 얼굴 표정 같아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보니 그 모습이 몽이를 되찾지 못할까봐 속이 상해서 두 눈이 퉁퉁 붇도록 울고 난 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애착을 가지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인상에 남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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