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 철학그림책
홍성혜 옮김, 소피 그림, 라스칼 글 / 마루벌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입양', 참 조심스러운 주제이고, 나 자신이 선뜻 하기 힘든 일인지라 왜 남들이 하지 않을까 비판할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더 입양 문제에 관대하지 못한가 봅니다.
-얼마 전에 어느 기사에서 나오기를 입양 시에 남자아이가 더 홀대를 받는다고.-
우리나라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우리나라 아이들이 이 땅이 아닌 머나먼 외국으로 입양되어 가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죠. 
 이 책은 6. 25 전쟁을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삶을 살아가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 일이지만 그 시절에는 특히 해외입양이 많았던 걸로 압니다.
'문이'라는 이름에서 짐작하듯이 이 책은 한국 아이의 입양에 관한 책이며, 그림을 그린 '소피'라는 분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더군요.
그런데 첫 장면에서 아기 '문이'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이 눈에 걸렸습니다. 그 다음 장 그림에 보여지는 문은 우리나라의 문의 형태를 띄고 있는지라 앞의 침대 그림이 더 어색했는데, 소피라는 분은 한국 사람들은 온돌방을 쓴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곳 사람들이 침대 생활을 하니 우리 나라 사람들도 그러리라고 짐작하고 그렸나 봅니다. 

먹을 것이 다 떨어져 아이를 떠나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란 절박함 그 자체이겠죠?  아기가 든 상자를 들고 서로를 꼭 껴안고 바닷가로 향하는 문이 친부모님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상자에 태워진 문이가 띄어진 바다는 가볼 수 없는 머나먼 외국을 향한 항해를 의미할 것입니다. 해안에서 문이가 든 상자를 발견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 양부모는 마음이 참 따듯한 분이었기에 문이도 행복하게 클 수 있었습니다.
간혹 매체를 통해 접하는 참담한 일중에 일을 시켜 돈을 벌어오게 할 목적으로, 심지어는 친자식의 장애를 고치기 위해 입양을 하는 냉혹한 양부모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해외입양된 아이들이 모두 문이처럼 사랑받고 행복하지만은 않는(수잔 브링크가 생각나네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제 양부모님이 아기를 낳아- 한꺼번에 네 명의 동생이 생긴 듯- 문이네 가족은 더욱 행복하고 화목해 보입니다. 그런데 양부모님은 이런 문이에게 왜 입양 이야기를 들려 주었을까요?
그 사실을 안 순간부터 문이는 슬픔, 미움, 그리움 등의 감정의 회오리에 휩싸여 버렸답니다. 저로서는 입양사실을 밝히는 것과 숨기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는 언급이 없지만 해외입양인 경우에 굳이 입양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외모가 다른 것 때문에 아이가 조금 크면 그 사실을 인지할 것 같아요.
좋은 양부모님이라면 그 문제까지 잘 다독거려 줄 것이라 생각하며, 그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란 입양아 역시 감정의 굴곡을 잘 헤쳐나갈 것 같습니다. 문이가 그랬던 것처럼요... 
최근 모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공개입양이 활성화되기 위한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더군요. 어쩌면 입양사실을 숨기지 않되 사랑으로 입양아동의 마음을 채워준다면 사실을 알고 방황하는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떠나 보냈다는 사실 때문에 먼저 미움으로 찾아오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 친부모님의 사랑과 아픔도 짐작하게 되겠지요.  어릴 적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담아 띄어 보낸 상자(자신이 담겼던)에는 문이의 그리움과 사랑도 담겨 있을 겁니다. 그 상자가 꼭 문이의 친부모님께 닿았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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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5-10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슴이 아프면서도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네요.
사실 우리 주위의 버려진 아이들에 대해 참 안타까와하면..동시에 우리나라가 해외입양률 1위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만
그러면서도 저 자신...다른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아이랑 어느날 제 의지로 선택해서 데려오게 된 아이와의 차별이 없을 수 없을 거 같아요.
그래서 주위에 입양하신 분들이 참 대단해보이고 그분들의 아이를 편견없이 바라보려 애쓰는 것으로 제 소임을 다하고 있다라고 변명해봅니다.

프레이야 2004-05-10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처음 만난 건 4-5년 전입니다. 주제면에서 독특하게 들고나온 어린이책이라 관심이 갔어요. 전 이 책 보면서 눈물이 찡하게 났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이란 것의 진정한 의미도 생각하게 하구요. 님의 글 잘 읽고 갑니다. ^^

달아이 2004-05-10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관한 이야기는 꽤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읽지는 못했어요. 주위에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고,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들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런 무거운 주제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죠. 도서관에 구입신청 넣어야지...

2004-05-11 0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보여요 안보여 꼬마야 꼬마야 5
카트야 캄 그림 / 마루벌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카멜레온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가 뭘까? 피부색을 자신이 있는 곳과 비슷한 색깔로 바꿈으로써 주위 환경에 동화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바로 그런 상황-의도한 것이 아님은 사람들의 표정에 잘 드러나고 있지만-이다.
 첫 부분에서 마치 브래지어를 찬 것 같은 의상(이런 의류를 탱크 탑이라고 하나?)을 입은 여자와 두 개의 동심원이 가슴팍에 자리 잡은 옷을 입은 여자가 눈에 띄어서 특정 신체 부위를 과도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다시 보면서 원색을 사용하다 보니 표현하기 힘든 입체적인 부분을 흰 선을 포함한 동심원을 이용함으로써 표현해 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노란색을 지닌 물체가 노란색 배경에 들어가면 갑자기 그 것이 사라져 보이는 것처럼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던 아이가 자신의 상체가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런 현상이 계속 반복되기만 하면 이 책이 재미없을 것이다.
 검은 색을 배경으로 흑인임이 분명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 뒤에 벌어진 일! 갑자기 놀란 표정-입술 두 개가 허공에서 따로 떨어져 버리는 장면을 상상해 보시길!-을 짓는 이유가 뭘까? 그 뒷 장면을 보면 엄마나 아이나 '아하!' 하게 될 것이다. 그 뒤로도 상상해 보고, 유추해 보는 재미를 주는 장면들이 연속될 것이다. 초록색 줄무늬가 배경인 장면에서는 눈이 어지러워서 그림에 집중을 하기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에! 누가 놀린다고 옷을 홀딱 벗어버릴 줄이야~ 나로서는 좀 황당한 장면이었다. (딸만 둘이라서 이런 모습은 왠지 낯설다고 해야 할까?) 상당히 과도한 노출로 아이보다는 같이 보는 어른에게 충격을 준 후에 보여지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이다. ^^;; 오래간만에 보는 글자없는 그림책인데, 강렬한 색들이 사용되어 그림이 눈에 확 들어 온다. 배경색에 따라 특정 부분이 안보였다, 보였다 하는 것이 마치 까꿍 놀이를 하는 기분이 드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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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반디각시 보림 창작 그림책
유애로 지음 / 보림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유애로님이 직접 그리고 글을 쓰신 그림책은 늘 감탄을 하게 만들어요.
이 책 역시 처음 볼 때부터 그림이 너무 예뻐서 반해버렸답니다.
작가의 그림의 특징인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면이 이번 그림책에도 잘 살아있어요.
흩뿌린 기법으로 묘사된 꽃이라든지 곤충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요
손으로 일일이 그리셨는지, 컴퓨터로 그래픽 작업을 하신 것인지 궁금해서 ''한 번 물어 볼까?''하는 생각도 한 적이 있답니다.

이 그램책은 그림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도 놓치지 말고 잘 살펴 보아야 해요.
도라지 꽃에 사는 반디 아가씨가 아침에 몸단장을 하는 장면에서는 옆에 있는 꽃술에 연보라빛 저고리가 걸려 있고자그마한 꽃이 세송이 놓여 있습니다.거미가 자고 있는 거미줄에는 자그마한 갓과 부채들이 걸려 있는데, 부채가 두 개인 이유는 뒷 쪽에 거미가 줄타는 묘기를 부릴 때 알 수 있어요~

멋쟁이 나방 아가씨들이 나란히 춤추는 장면도 멋있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반디 아가씨가 춤추는 것이 더 예뻐서 반디 총각이 반할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개인적으로 반디들의 눈이 동그랗고 커서인지 개구리 왕눈이가 생각나는거 있죠~^^; 둘이 혼인하는 장면은 우리나라 고유의 혼인 풍습을 담아 놓았어요.
어른들이 자식 많이 나으라고 밤, 대추 등을 신랑 각시에게 던지듯이, 비단벌레 할머니가 반디 각시 치마폭에 산딸기 씨를 던져 주십니다. 곤충들은 알을 많이 낳는 편이니까 할머니가 던져주신 산딸기 씨많큼 낳을 수 있겠죠?
책 읽어주다가 우리 나라 전통혼례 복장을 보여 주려고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저희 부부의 결혼사진 앨범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도 했어요. 제가 보기에도 참 예쁘더군요, 한복이~ ^^*

작가가 이 그림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해야 하나, 중반으로 접어 들어 반디 부부가 알을 낳으려고 보금자리를 찾는 과정에서깨끗한 자연 환경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알을 낳기 위해서는 근처에 물이 있어야 하는데 개울이 너무 더러워서 개구리 아줌마 등 다른 이웃들이 좀 더 상류로 가보라고 권하죠. 그 말을 하는 물고기나 개구리 등의 표정이 무척 슬퍼보여요.
왜 그렇지 않겠어요!
쓰레기가 가득차 있는 곳에 살고 싶은 사람은 없잖아요. 곤충이나 동물들은 더욱 더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물이 더러워서 그동안 살아오던 보금자리마저 버리고 떠나야 하게 되었으니 그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인 인간을 원망해도 할 말이 없네요. 개울이 그렇게 더러워졌는지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경을 깨끗이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반디 부부가 알을 낳을만한 곳이 남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언젠가 서울에도 반디가 존재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동안 개발을 위해 방치해 두었던 오염 원인을 줄이고 정화에 힘쓴 덕분이겠지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어른들도 다시 한 번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접혀진 책장을 위로 젖히면 나타나는, 반디마을 식구들이 잔치를 벌이는 장면은 이 책의 압권이 아닐까요? 반디들이 만들어 낸 불꽃놀이가 너무 예쁘고 소담스러워 보였어요. 반디 부부가 낳은 알들이 다 잘 깨어나서 이 세상을 아름답고 밝은 빛으로 수놓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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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5-10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가 여기 있었네요...^^;;

여름밤...반딧불이 만들어내는 절경을 보신 분이라면.....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하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참 안되지요??실천이라는 것...
 
곰 세 마리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0
폴 갤돈 글 그림, 허은실 옮김 / 보림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곰 세마리>처럼 잘 알려진 이야기는 어떤 화가, 또는 일러스터가 그림을 그렸느냐, 같은 내용이라도 작가가 어떤 식으로 글을 재미있게 썼느냐, 어떤 운율로 맛깔스럽게 표현하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살펴 보면, 우선은 본문의 글자 크기를 다르게 한 점이 눈에 띈다. 우리가 흔히 표현하듯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으로 하지 않고, '한 마리는 조그맣고 조그만 곰, 한 마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곰, 한 마리는 커다랗고 커다란 곰'이라고 표현해 놓은 것이 이채롭고, 크기에 대한 비교를 할 수 있어서 좋다. 글자 크기가 다르니 읽는 사람도 작게, 중간 톤으로, 큰 소리로 읽어야 이 이야기가 살아나지 않겠는가~

 

그리고 눈에 띄는 또 한가지는 곰 세 마리 이야기를 담은 다른 책에서는 보지 못한 부분으로,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놓은 부분에 공감이 갔다. 다른 곰을 믿기에, 그리고 누구든 해친 적이 없으니 자기들을 해칠 누군가도 없다는 믿음이 이 곰 가족이 문을 잠그지 않고 집을 나선 이유이다. 금발머리가 문이 잠겨 있지 않다고 해서 곰의 집에 불쑥 들어간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그 뒤에 아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명백한 잘못이다. 허락도 받지 않고 음식을 먹고, 기물을 파손하고, 남의 잠자리에서 잠을 자는 여유까지 부렸으니...

 

그런데 이 책을 처음 볼 때 금발머리 여자아이의 모습이 좀 이상해 보였다. 헤벌쩍 웃는 모습이 좀 바보스러워 보인다고나 할까... 그림 속의 아이의 연령을 고려해 본다면 그 나이에 앞니가 빠져 있는 것은 사실적인 묘사라 할 수 있다. 금발머리라고 해서 무조건 예쁘장하게 그릴 필요는 없으리라. 다만 그림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여자 아이를 그린 부분들을 비교해 보면 얼굴 모양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서 조금은 실망이다.  내용면에서는 별 네 개를 받을 만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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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왕자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지만 옮김, 레인레이 그림 / 마루벌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왕자>는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으로, 눈물없이 볼 수 없는 동화라고 하면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일까? 예전에 읽을 때도 제비가 얼어 죽는 것이 마음 아파서 울었는데, 이제 아이의 그림책으로 다시 보면서 고귀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행한 왕자와 그의 소망을 외면하지 못한 제비의 슬픈 죽음이 너무 가슴을 아프게 하여 울 수 밖에 없었다.  동상으로 우뚝 선 '행복한 왕자'는 살아 있을 때 어떤 인물이었나. 눈물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사랑 역시 몰랐던, 반 쪽의 행복만을 안 사람이었다. 궁전 문을 나가 보고서야 인간의 생사고락을 알게 된 싯다르타(부처)처럼, 행복한 왕자 역시 궁전에서 살 때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었을 것이고 가난도, 아픔도, 슬픔도 몰랐을 것이다.  죽어서 다른 사람들에 의해 동상으로 세워진 후에야 도시의 가난한 이들의 모습과 그들의 고통을 보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비로소 눈물을 흘린다.

 왕자는 온 몸을 금으로 휩싸고, 보석들로 치장을 하였지만 동상이 되어 버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기에 그저 눈물밖에 흘릴 수 없었던 것이리라. 왕자는 잠자리를 찾아 동상 아래로 날아 든 제비에게 사랑의 전령사가 되주길 요청한다. 눈물 때문이었을까... 따뜻한 나라로 떠나야 할 제비는 금붙이와 보석들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왕자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리고 마침내  한쪽 눈(보석)마저 뽑아 주는 바람에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된 왕자를 위해 언제까지나 곁에 남아 있겠다는 제비의 말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추위에 얼어 죽을 것을 알면서도...왕자도 헐벗은 몸만 남았지만 제비의 헌신과 사랑으로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잘 알려진 이 동화는 제인 레이라는 작가의 그림에 의해 새로운 이미지가 부여된 것 같다.  왕자의 동상의 바탕이 되는 금색과 붉은 색, 초록색을  그림 여기저기- 옷, 담요, 탁자, 장갑, 지붕, 새, 뱀  등- 에 쓰이고 있다.  금색은 손으로  만져 보고 싶게 만드는지라 아이나 나나 한 번씩은 쓰다듬어 보곤 한다.  무엇보다 금색은 제비가 왕자에게 들려주는 이집트의 화려한 그림들에 잘 어울린다. 이집트에 있는 왕의 무덤과 거대한 화강암 왕자, 그리고 황금빛 사자들의 이야기를 왕자에게 들려 주며 그 곳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던 제비였지만 결국 "사랑하는 왕자님,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왕자의 발 아래에서  차디찬 죽음을 맞이하죠. 그와 함께 -납이었을망정- 왕자의 심성이 깃든 심장은 두 조각나고...

 너무나 서글픈 결말이 될 뻔한 이 이야기를 아름답고 흐뭇한 끝맺음으로 이끌어 준 것은 하느님이 왕자와 제비(조각난 납 심장과 죽은 제비)를 그 도시에서 가장 고귀한 것으로 인정하시고,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갖게 하신 덕분이리라. 감동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고 가슴에 새겨지기에 아무리 어릴 때 본 이야기들이라도 잊혀지지 않는가 보다. 더구나 그림책은 아름다운 색채로 이루어진 한 장면으로 더욱 강하게 기억되지 않겠는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동화가 그러한 감동과 여운을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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