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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그림, 지도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4
김향금 지음, 최숙희 그림, 배우성 감수 / 보림 / 2004년 1월
평점 :
지도는 크게는 세계 지도부터 작게는 우리 마을 지도까지, 특정한 목적지의 위치나 찾아가는 길을 모를 때 유용하게 쓰이는 도구이다. 그런데 이 지도라는 것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모를 때가 많다. 요즘이야 인공위성이 발달해서 우주에서 관측한 사진을 전송해 주기 때문에 아주 명확한 지도를 제작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일일이 걸어서, 또는 말이나 마차, 배 등을 타고 직접 다니면서 측량을 해서 지도를 만들었다. 그러니 지도 제작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지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이 책은 지도의 정의와 유용한 점, 제작과 사용의 어려움 등을 담고 있고, 옛날에 제작된 지도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어 있다. 내용중에 지도를 제대로 그리고, 볼 줄 알려면 동서남북 방향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워낙 방향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라 아직도 동서남북을 제대로 분간해 내지 못하는 나로서는 밤 하늘에서 북극성을 찾아내는 것도 힘들다..^^; 그리고 막대기의 그림자를 이용하여 방향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일단 기준을 잘 잡아야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법이니 지도를 보는 것도 '방위'를 제대로 알아야 바른 방향으로 펼쳐놓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책 내용중에 산골 선비가 과거(과거는 고려시대 때 시행되었지요?)를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지도를 본다고 그림 설정이 되어 있는데, 그 시대에 지도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뒷편의 <엄마랑 아빠랑>에 언급된 바로는 18세기부터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솔거나라 책들을 볼 때면 그 책에 실린 내용의 사전 지식을 엄마가 미리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 지도 제작의 역사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고산자 김정호 님!!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고초를 겪었는지는 다들 역사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이 책에도 나오듯이 전쟁을 할 때에 공격이든 방어를 할 때 지도가 유용하게 쓰였기 때문에 지도를 제작하다가 첩자로 오인받아 고초를 겪기도 하셨다. 그 분이 <대동여지도>를 그리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찍은 것도 아니고- 일일이 걸어 다니면서 측량을 해서 오늘날의 지도와 비슷한 지도를 제작해 내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주고 싶었다. 이 책에 그 분의 지도와 지도를 보는 법, 사용에 편리한 점 등이 나와 있다.
마을 지도가 나와 있는 부분에서는 아이들이 우리 집이 어디쯤에 나와 있는지 찾아 보려고 하던데, 아쉽게도 우리집쪽 방면의 지도가 아니어서 좀 아쉬웠다. 대신 전철역 이름이 나오길래 전철노선도 보면서 비슷한 위치를 찾아 보기는 했다. ^^ 우리 아이들은 '지도'하면 '보물지도'를 먼저 생각해 낸다. 가끔 자기들끼리 보물찾기 한답시고, 집 안에 물건을 숨겨두고 지도를 그리기도 한다. 방 이름, 이정표가 될 큰 물건들 등을 나름대로 열심히 그려 넣고 X표시를 해서는 동생에게 찾아보라고 하는데, 이런 놀이도 지도 제작의 기본을 알고 실제로 제작해 보는 활동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뒷표지 안 쪽에 <팔도총도>라는 지도도 첨부되어 있다.
지도는 평소에 잘 쓰이지 않는 듯 싶으면서도 우리 생활과 많은 관련이 있다. 배달을 하시는 분들은 번지수가 나와 동네 지도를 가지고 다니시고, 나처럼 지하철을 자주 타보지 않는 사람은 지하철 노선도를 가지고 다닌다. 세계지도와 우리나라 지도 하나쯤은 벽에 붙여 두고 아이들과 여러 나라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느 도시에 할아버지 등의 친척이 살고 있는지 찾아 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지리적인 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