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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할미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11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3
정근 지음, 조선경 그림 / 보림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고 하니, 바로 마고 할미라는 거인 여신이 만들었더란다. 마고할미는 제주도에서는 '설문대할망'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나도 이 이름으로 된 단편을 읽은 기억이 난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보여 주고, 읽어주면서 세상을 창조한 이야기가 담긴 것이 그리스 로마신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신화가 있음을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하였던지...
내가 자랄 때는 이런 이야기를 접해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이렇게 근사한 그림책은 구경도 못하던 시절이었고. 조금 더 자라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 세상이 창조된 이야기를 접했던 나로서는 설문대할망이나 마고할미 , 백두거인 등의 우리나라 신화가 신선하기만 하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보여 주면서 나도 흥미롭게 지켜 보았다.
마고할미가 얼마나 큰고 하니, 땅에 솟은 높은 산이 마고할미의 무릎이요, 천리마를 타고 가도 할미의 정강이까지 다다르지 못했다고 한다. 오줌을 누면 바위가 뚫리고 강이 되어 넘쳐 흘렀다 하니 얼마나 거대한 몸집이었을까! 수백 필의 옷감도 할미의 찢어진 치마 구멍을 다 기울 수 없었고, 배가 고파 쉰 한숨은 산도 나무도 바위도 날라갈 정도의 태풍이 되었다.
우와~ 마고할미는 얼마나 클까?'라는 글을 읽으면서 책장을 넘기면 마침내 할미의 거대한 몸집이 드러난다. 하늘보다 더 높이 솟아 올랐고, 다리 밑쪽으로 높은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정말 얼마나 큰 것일까 하고 아이들과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다.
'우리 집보다 더 커요?'
'그럼~,우리 나라보다 더 크지 않을까?'
'무서버(종이괴물에 등장하는 괴물)만큼 커요?'
'훨씬 더 크지!' 지구보다 더 클지도 몰라~ ^^'
'우와~ 진짜 거인이었나 봐요'...
다른 동화책들과 달리 스프링으로 제본된 것이며, 한 장의 크기가 일률적이지 않고 가로로 활짝~ 펼쳐지기도 하고, 세로로 길게 세워 볼 수도 있는 점이 매우 독특하면서도 특별한 그림책이다. 한라산, 동해물, 만주벌판, 백두산, 거제도 등의 우리 나라와 관련된 지명이 등장하는 것도 아이들의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이 책을 보고 난 뒤에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어디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마지막 장에 나와 있는 창조주에 관한 해석글-왜 세상의 창조에 여신이 등장하는-도 유심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옛날에는 여성중심의 모계사회가 존재했었다는 점을 두 딸에게 이야기 해 주었는데, 여성의 잠재적 능력이 남성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평등의식과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는 책의 하나로 이 그림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