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마법의 수프 웅진 세계그림책 14
클로드 부종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유치원생만 되어도 자신의 외모에 신경을 쓰고,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가 않다. 현실을 직면해 보면 예쁘지 않거나 뚱뚱하다는 이유로 취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외모와 관련된 성형수술, 다이어트는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그 문제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외모보다는 심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외모를 바꾸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고 중요한 것일까? 가끔 성형수술의 부작용으로 몸이 망가져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꼭 그래야만 하는지, 내 아이들이 성형수술을 해달라고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이 책에는 자신의 외모를 바꾸려 했던 한 마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러나 미녀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욕망을 나무라거나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더 소중하다는 등의 교훈이 직접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기상천외할 결말이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즐겨 보게 되는 책으로 만들어 주지 뭔가! 과연 그녀는 못 생긴 자신의 외모를 바꿀 수 있었을까? 

 그럭저럭 자신의 외모와 삶에 만족하며 살아온 마녀 라타투이, 그런데 어느날 비교대상이 눈에 띈 것이 문제였다. 잡지에 실린 미녀의 사진을 본 라타투이는 자기 얼굴이 보기 싫게 느껴진다.
길다란 검은 색 원피스에 뾰족한 검은 모자, 그리고 결정적으로 길고 꼬부라진 코!
거기다 마녀에게 딱 어울리는 검은 고양이라니..(마녀 위니에도 검은 고양이가 나오죠~)
전형적인 마녀의 얼굴을 가진 라타투이는 예뻐지는 '마법의 수프'를 만들기로 한다. 그런데 마녀의 집에 그런 책이 있을 리가 있나! 공주를 두꺼비나 오이로 만드는 요리법 밖에 찾아내지 못한 라타투이는 자신이 직접 그 수프를 만들기로 한다. 과연 이 창조적인 작업이 좋은 결과를 낳는지는 두고 볼 일~

선반에 놓여 있는 여러 가지 물건과 병들은 금방 아이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먹었다 하면 금박 죽는 독약에서부터 냄새가 고약한 갖가지 똥들,
애벌레와 곤충들이 들어 있는 병들을 일일이 다 살피며 이름을 물어 오느라 이 페이지는 금방 넘어가지를 못한다. 라타투이네 집의 굴뚝에서 뭉클뭉클 솟아나는 검은 연기는 ‘과연 마녀는 어떤 스프를 만들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게 한다.

 커다란 가마솥에는 감자, 당근, 무, 알 수 없는 야릇한 재료들을 뒤섞어 있다. 그리고 가스레인지 위의 냄비에도, 전자 레인지 쟁반 위에도 야릇한 재료들을 넣고 음식이 익기를 기다리고...  마녀에게 전자레인지라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물건같지만, 마녀가 미녀가 되려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니까... ^^;

 자, 음식을 만들 때 라타투이가 외우는 노래나 주문은 꼭 마녀의 목소리로 실감나게 읊어주자~  괴상한 마법의 수프가 한 접시도 아니고 자그마치 여섯 접시나 만들어 졌다. 그런데 라타투이는 자기가 만들었으면서도 그 효과를 영 믿을 수가 없다. 먹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른 실험대상을 물색했으니..

그럼 이제부터 마법의 스프를 먹은 동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
각양각색의 반응에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어 한다.
스프를 먹고 벼락맞은 꼴이 된 고양이,
해롱대는 박쥐들,
알록달록 거품을 내뿜는 두꺼비,
미키 마우스의 환상(?)을 보는 생쥐, 환한 등잔불이 된 부엉이~~
이런 동물들을 보고 일이 잘 되어 간다고 믿는 라타투이가 더 놀랍지 않은가? 마녀는 이 동물들을 커다란 금고에 몰아 넣고 미녀가 되는 꿈을 꾸며 다음날 아침을 기다린다.

 그러나 금고를 연 라타투이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라타투이를 꼭 닮은 일곱 명의 꼬마 마녀들!! 윽~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이 가는가? 아이들에게 자기랑 꼭 닮은 아이들이 여러 명이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물어 보았더니 나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결국 입맛이 까다로운 꼬마 마녀들을 위해 허둥지둥 일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 라타투이…
‘잘 가라, 사진 속의 여자여! 잘 가라, 미녀의 꿈이여!’
미녀의 사진을 식탁 위에 깔고 감자의 껍질을 깍는 라타투이가 무척 안되어 보인다. 되로 줄려다 말로 받는다’는 속담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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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집에서
에릭카 실버만 / 한림출판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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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98년에 나왔으니 제법 오래된 책에 속할 것이다. 한림의 다른 책들-순이와 어린동생, 이슬이의 첫 심부름 등-에 비해 그다지 알려진 편이 아니라서 아시는 분이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참 재미있게 본 책 중의 하나이다.
마을 문고에 갔다가 제목이 참 특이해서 발견한 책인데, 몇 번이나 대여해서 보다가 5살 된 둘째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아예 책을 구입해 버렸다.

아이들은 유령이나 괴물 같은 것들을 무서워 하면서도 보고 싶은가 보다.
 어른들이 무서울 걸 알면서도 공포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심리일까? 
자, 과연 으시시한 유령의 집에서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책!
독특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들은 탈옥수이다. 이 점이 조금은 꺼림직하긴 해도, 아이들에게 죄를 지어 감옥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원문은 동시라고 하는데, 탈옥수와 유령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숫자 세기를 하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표지에서 보여지듯이 두 사람은 탈옥수(죄수)인데 탈옥수라고 하면 험상궂게 생긴,
덩치 큰 사람들을 연상하게 되는데, 어째 그 둘의 표정을 보니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동정심을 자아내게 한다. 뒤를 쫓아오는 경찰로부터 도망친 두 명의 탈옥수들은 '어느 어둡고 침침한'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유령의 집었던 것이다.!

그 집의 곳곳에는 서양의 옛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온갖 유령과 괴물들이 살고 있었지 뭔가~~.
두 사람은 들어가자 마자 아빠 늑대인간과 열 마리의 아기 늑대 인간을 보게 된다.
유령의 소굴에서 밤새도록 울부짖는 늑대인간들...
질겁을 하고 도망친 곳에서 이들은 흡혈귀, 벌레, 박쥐, 유령, 괴물, 해골, 거미, 고양이, 먀녀 등을 차례로 보게 되는데, 이쯤되면 이성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독특하게도 아기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 든다!
엄마 흡혈귀와 아홉마리의 아기 흡혈귀,
아빠 벌레와 여덟 마리 이기 벌레,
엄마 박쥐와 일곱 마리의 아기 박쥐,
...
엄마 마녀와 단 한 명의 아기 마녀..
이런 식으로 열부터 하나까지의 숫자가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이 책은 엄마가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달라질 것이다.
무서운 부분에서는 무섭게,
징그러운 부분에서는 징그럽게,
조그맣게 읽을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어서~
이렇게 읽어주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 집에 들어간 것 마냥 즐거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더러운 접시 위에 꼬물거리는 벌레들(구더기~^^;)이 나오는 장면만 보면,
징그럽고 소름이 끼쳐서 빨리 읽어버리고 넘기려는데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듯이 책장을 붙잡고 있다! 고얀 녀석들~ 엄마가 징그러워 하는 것 자체를 즐기나 보다.

어찌 어찌하여 두사람에게는 너무나 무시무시하기만 했던 밤이 지나고, 그 집을 빠져 나온 그들이 어디로 도망을 갔을 것 같은가?  어른인 나에게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마무리였다.
'광복절 특사'라도 되고 싶은 걸까? 그들이 도망쳐 간 곳은 바로 "Home Sweet Home"
유령의 집에서 나온 그들에게 감옥은 차라리 아늑한 집과 같았나 보다.
이 여름에 으시시함과 흥미를 끄는 내용에, 숫자를 익힐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까지,
두가지 효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서 묻혀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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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7-1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 보는 책이네요, 정말.
묻혀버리기엔 참 아까운 그런 그림책이 정말 많아요.
다행히 한림출판사는 판매가 다소 실망적이어도 꾸준히 발간을 하는데
베**이라고 전집 만드는 F출판사의 단행본 라인 있잖아요?
거기 책은 쫌만 안 팔린다 싶으면 바로 절판시키더라구요.
최근에 나온 마법의 그림책인가도 절판시켰다지요....
장사속으로 출판사 운영하는 것이 너무 확연하게 드러나는 듯 해서 많이 씁쓸해요.
그런 점에서 보면 한림이나 비룡소...등은 참 뚝심이 있는 거 같아요.

바람꽃 2004-07-14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영엄마님 리뷰를 보니 저도 구입하고 싶네요.^^
이런책 많이 소개해 주세요.. 아니..많이 소개하시면 다 사고싶으니까 적당히..ㅎㅎ



딸기엄마 2004-07-1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의 리뷰는 언제 읽어도 ------ 흑~ 저에게 좌절감을 줍니다...... 그리고 보관함에 책들을 집어넣게 합니다.^^

아영엄마 2004-07-1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제 리뷰보고 책 사셨다가 실망하실까봐 걱정되는데요.. 되도록이면 서점에 가서 정말 흡족한 책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확인해 보고 사시는 것이...^^;;
 
장갑 - 우크라이나 민화 내 친구는 그림책
에우게니 M.라쵸프 그림, 배은경 옮김 / 한림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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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든 아이들의 그림책이나 동화책이든 책을 읽을 때는 감동, 기쁨, 슬픔과 같은 여러 감정들이 함께 한다. 특히 요즘에 접할 수 있는 아이들의 그림책을 보면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든다. 이미 다 자란 어른(작가)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떠올려서 글을 쓰나 하는 생각과 창의적인 이야기가 주는 기쁨에 같은 어른이기도 한 나마저 행복함을 느끼기도 한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그림책을 읽어주면서부터는 예전에 내가 미처 누리지 못했던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에 더욱 매료되고 있다. 조그마한 '장갑' 속에 여러 동물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이 책 역시, 상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넓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 할아버지가 떨어뜨리고 간 벙어리 장갑 한 짝이 눈에 띄인다.
추운 겨울에 장갑 한짝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이다. 하다못해 동물들도...
제일 먼저 장갑을 발견한 것은 먹보 쥐. 밑에 나무가지도 받치고 사다리를 놓아서 제법 집처럼 꾸며 놓았더니 이번에는 폴딱폴딱 잘 뛰는 개구리가 와서 자기도 넣어달라고 한다.
여우가 나타나서 넣어달라고 할 때쯤에는 나무로 얼기설기 지은 장갑 집에 대문도 보인다.
그리고 동물들이 앞쪽에 포진하고 있으니까 뒷공간이 남아 있는 듯 여우가 들어가도 아직 공간이 좀 남은 것 같다.

 이 쯤되면 어른들은 할아버지의 장갑이 상당히 크구나, 혹시 할아버지가 거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지만 이야기에 빠져드는 아이들에게는 장갑이나 동물의 크기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가 보다. 장갑 속이 좁긴 하지만 회색 늑대까지도 들어갈 수 있어 보이고, 집의 형태를 갖추려는지 장갑에는 창문까지 생긴다.

 이렇게 차례차례 동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장갑의 사소한 변화를 찾아보는 재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림책의 묘미중의 하나가 바로 그림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나도 가끔 범하는 실수지만- 가끔은 글을 읽어주는데 치중해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살펴 볼 여유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 여유를 두고 아이들이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자! 새로운 동물들이 장갑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을 때마다 처마가 생기고, 나무 굴뚝이 생기고, 멧돼지가 등장할 때쯤에는 '풍경'도 달리는 등 점점 집 모양새가 갖추어 지게 된다.

 드디어 곰이 나타났는데 과연 곰이 들어갈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기 전에 아이에게 그 뒤를 상상해서 이야기를 전개해 보자. 과연 곰이 들어간 뒤에 다른 동물이 왔을까? 아니면 장갑이 터져버렸을까?
책을 읽어줄 때 마지막 장까지 일사천리로 읽어줘 버리지 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극대화 시켜 줄 필요가 있다.
 과연 장갑의 행보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면서 아이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해 본다면 이 책을 백 배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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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7-14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야기 참 재미있죠?
동물들이 다 들어가도록 자꾸자꾸 바뀌는 장갑의 모양도 재미있구요.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가 한림것보다 다산기획의 것이 더 입에 착착 붙게 번역된 거 같더라구요.
번역자가 김중철님이시라는 데서 제가 한점 주고 들어가기에 그럴까요?

ㅎㅎㅎ 한림출판사나 이영준님이 들으시면 기분 나쁘시겠지만요.
어린이 그림책이 완역이 다가 아닌데 한림것은 좀 완고하게 느껴지도록 번역이 되어있더라구요.
이 책하고 그 머시지요???
메리 홀 예츠의 [숲 속으로]으로도 번역 자체의 부드러움은 시공사 것이 나은 듯 싶지만
결정적으로 북이라고 했다가 드럼이라고 했다가 그렇게 일관성이 안 보여서 걍 한림 것으로 했지요.

아영엄마 2004-07-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산기획에서 나온 책은 못봐서.. 지금 그 쪽에 올라와 있는 리뷰를 살펴보니 모과나무흙밭이라는 분이 쓰신 리뷰에 동물들이 반말와 존대어를 사용한다고 나오네요.. 언제 서점에 나가게 되면 한 번 살펴봐야겠습니다. 숲속으로..는 아직 본 적이 없는데 당장 검색하러 가볼랍니다.^^
 
예방 주사 무섭지 않아 - 그림책은 내 친구 내 친구는 그림책
후카이 하루오 글 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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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는 날카롭고 긴 바늘이 주는 아픔때문에 우리 몸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참 맞히기 어려운 것이다. 갓난 아기 때에야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사를 맞고 잠시 뒤에 아픔이 전해지면서 그 때서야 울음을 터뜨리곤 한다. 영문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면 오히려 어른이 신기해 한다.
  하지만 조금 큰 아이들은 이미 경험을 통해 주사를 맞으면 아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주사라는 말만 들어도 거부감을 표하고 만다. 그 때문에 아이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린 주사를 맞히는 일은 엄마에게도 괴롭고 힘든 일이 되어 버리니...

 예방주사를 집중적으로 맞혀야 하는 유아기에는 아이들에게 '병원=주사=아픔'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병원에 갈 때마다 거짓말과 회유와 꾸중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주사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예 병원으로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쓰기도 하고,
병원 문 앞에서 안 들어가려고 버티기도 하고, 병원에 들어서자 마자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다.

 귤배꼽을 단 아저씨로 유명해진 거인 아저씨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는데 과연 어떨까?
처음에는 당당하게 주사를 맞는 곳으로 가서는 '주사따위는 무섭지 않다'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간호사가 꺼낸 것은 보통 주사보다 몇 배가 더 큰 주사였으니...
거인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보다 덩치가 훨씬 크니까 당연히 큰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을 미처 예상치 못했던 거인아저씨로는 당황할 수 밖에 없으리라.

 이 부분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른이 보기에는 작아 보이는 주사도 어린 아이들의 눈에는 아주 커다랗게 보인다는 것을!
커다란 바늘이 자신의 몸에 꽂힌다는 것이 한 때의 따금함은 비교도 안 될만큼 커다란 공포이다.
당연히 아이들도 거인 아저씨처럼 도망가고 싶어질 것이다.
사실 다 큰 어른들도 주사맞는 것이 은근히 겁날 때가 있지 않은가~(나만 그런가? ^^*)
작은 아이는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한다면 작은 주사를 맞을 거냐고 물어보곤 한다. 큰 주사나 작은 주사나 맞을 때 따금한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그래도 작은 것이 보기에도 덜 아파보이나 보다.

 거인 아저씨가 도망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은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 쪽으로 도망하면 까마귀가 쫒아 온 사람들에게 거인 아저씨가 저기 숨었노라고 일러주고,
저쪽으로 도망가면 원숭이가 일러주니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지 뭔가~
자, 우리가 주사 맞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예방주사'를 맞지 않으면 큰 병에 걸려서 더 많은, 그리고 더 큰 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거인아저씨는 악몽을 꾸고는 마침내 주사를 맞으러 간다~

 마지막 부분에서 나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도 생각나고...
과연 거인 아저씨가 생각해 낸 방법-한 번의 큰 아픔보다는 열 번의 작은 아픔을 선택한 것-이 더 나은 것일까?

 이 책은 거인 아저씨의 악몽을 통해 아이들에게 '예방주사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고, 주사맞는 것에 대한 공포를 조금이나마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울면서 겁을 내는 아이에게 주사를 맞히느라 애를 먹던 나에게나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 그림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주사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그림책을 통해 어릴 때부터 주사에 대한 공포를 줄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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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 톡톡 음매~ 젖소가 편지를 쓴대요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1
도린 크로닌 글, 베시 루윈 그림, 이상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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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워낙 컴퓨터가 보편화되어서 타자기를 쓰는 곳이 별로 없지만 예전에는 탁탁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줄을 넘길래 덜컥 또는 차르륵~ 거리는 소리가 나는 타자기는 사무실의 필수품이었던 적이 있다.
  브라운 아저씨는 새로운 타자기를 마련하면서 낡은 타자기를 젖소들이 있는 헛간에 놔두었는데..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젖소가 타자기로 편지를, 그것도 농부 아저씨께 자신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며 '요구'하는 편지를 쓴다니...  내용 자체가 참으로 기발한 그림책이다.

 브라운 농부 아저씨로서는  날마다 탁탁, 톡톡, 철커덕 거리는 소리를 듣는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자기에게 뭘 해달라는 편지를 받는 건 더욱! 자, 타자기를 이용해 브라운 아저씨에게 전기 담요를 요구하는 젖소들과 절대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는 브라운 아저씨. 과연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들까?

 젖소들은 추운 겨울을 따듯하게 나기 위해 전기 담요가 필요하고, 그동안 농부 아저씨에게 제공해 온 것을 생각해 보더라도 그것은 온당한 요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파업을 선언한다!! 우유 줄 수 없음! 거기다 나중에는 암탉들까지 가세해서 담요를 주지 않으면 우유도 달걀도 줄 수 없다고 한다. 자, 이젠 우유 없음, 달걀없음!! 

 농장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필요한 브라운 아저씨는 자신도 편지로 젖소와 암탉에게 거세게 항의를 한다. 서면으로 전면전에 돌입한 두 쪽의 우위에 대해 다른 농장 동물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결국 젖소쪽이 타협안을 내놓는다. 타자기와 담요를 교환하자~~

하지만 그 누가 알았을까! 그동안 쌍방에 편지를 전달해 주는 오리가 타자기를 빼돌릴 줄이야...
이제 브라운 아저씨는 연못에 다이빙대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 사항이 적힌, 오리들이 타자기로 쳐서 보내는 편지를 받게 되었으니, 브라운 아저씨가 얼마나 황당할지 한 번 상상해보라~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과 재미를 주는 책으로 아이들은 '탁탁톡톡, 철커덕~'하는 의성어를 읊어대는 재미때문에 이 책에 매료되는 모양이다. 다른 건 안 읽어도 이 부분만큼은 자기들이 꼭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걸 보니....
아이들에게 이런 타자기가 있으면 어떤 글을 써서 엄마에게 주겠느냐고 물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음.. 벌써부터 식은 땀이...
 굵은 테두리선이 눈에 들어오는 그림과 타자로 친듯한 글씨체가 눈에 띄는 책으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니 상(칼데콧 상) 받을만한 그림책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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