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지않고 꿀꺽벌레는 정말 안 씹어
권윤덕 글 그림 / 재미마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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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희네 집>의 작가 권윤덕씨의 작품. 아빠 방 책장에 살고 있는 벌레들은 글자를 모아서 낱말을 만들어 먹는 존재이다. 그 중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씹지않고꿀꺽벌레'는 먹는 것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벌레!  만희와 아빠의 대화에서 맛에 관한 표현을 듣고는 맛을 알려고 식음을 전폐하고 책 속을 헤매 다닌다. 마침내 친구인 '아낀다고야금벌레'가 발견한 책 덕분에 드디어 맛에 관한 비밀을 깨닫게 되는데... 단어 자체를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들이 결합해서 만들어 내는 벌레들 이름은 독특하게 여겨진다.

그림을 살펴 보면, 책장을 넘기자마자 눈에 들어 온 만희 아빠의 방은 곳곳에 곰팡이가 쓴, 아주 오래 된 헌책방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으로 가득찬 방에 잔뜩 뿌려진 검은 점들 때문이다. 흑백으로 처리된 배경 덕분에 알록달록한 색으로 표현된 글자벌레들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방에 아이가 드나드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아랫쪽에는 블럭 장난감과 인형, 과자 같은 흔적들이 남겨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저절로 군침이 돌지 않을 수 없다. 이 맛 저 맛, 이 음식 저 음식 이름을 들먹이자니 당연히 구미가 당기지 않겠는가... 음, 특히 배가 고플 때는 이 책을 읽어주기 어려울 것 같다~.^^  부록처럼 포함된, 본문의 그림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글자구슬 먹기게임'이나 '글자벌레가 글자구슬을 먹는 순서 알아 맞추기' 같은 게임은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씹지않고꿀꺽벌레'와 '아낀다고야금벌레'의 자세한 설명은 아이가 자주 살펴 보는 부분이다. 작은 로보트처럼 생긴 이 두벌레의 몸체의 구성이나 용도를 하나 하나 살펴 보시길...

 글자에 관심을 가지는 연령의 아이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림책인 것 같다. 시리즈는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의 <생각만해도 깜짝벌레는 정말 잘 놀라 >, <혼자서도 신나벌레는 정말 신났어>, 이 두 그림책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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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네 한솥밥 보림어린이문고
백석 동화시, 유애로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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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곳에...'로 시작하는 첫 소절을 보면 꼭 재미있는 전래 동화 같은데 실은 동시이다. 사실 이 그림책을 구입할 때만 해도 지은이인 '백석' 시인이 어떤 분이신지, 문학사에 어떤 족적을 남기셨는지 전혀 몰랐다. 아이들 책을 좀 보다 보니 글을 쓴 저자의 삶과 살아 온 시대적인 배경을 아는 것도 작품을 이해-전달하는 의미나 교훈-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야기가 있는 동시이다. 마음 착한 개구리가 쌀 한 말을 얻으러 벌 건너 사는 형을 찾아 나섰는데 가는 길에 곤경에 처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소시강게 발도 고쳐주고, 방아깨비 길 가리켜 주고, 쇠똥구리, 하늘소, 개똥벌레 등을 도와준다. 그러다 보니 한나절이면 다녀올 거리를 밤늦어서야 되돌아 오게 되었지 뭔가~. 다들 어렵게 살 때만 해도 이웃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서로를 도와주는 인정이 있었는데 현대로 접어들면서 이웃간의 정이 점차 사라져가는 각박한 삶이 되어가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

 이제 날이 저물어 어두컴컴한 길을 무거운 짐을 지고 가자니 수시로 넘어지기 일쑤이다. 그런 개구리를 도와주기 위해 아까 도움을 받았던 곤충들이 나섰다. 결초보은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가던 길에 만났던 곤충들을 돌아오는 길에 다시 차례대로 만나며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온다.  한데 밥을 지으려고 보니 장작이 없네? 그러나 꼭 불을 때서 밥을 하란 법은 없나 보다.

 소시랑게의 거품이 마치 밥물이 끓어오르는 모습을 닮아 정말 밥이 잘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진짜 그렇게 지어 진 밥을 먹어 보라면 으~~ 사양하고 싶다. 하지만 모두 둘러 앉아 즐거운 마음으로 밥을 먹으려는 그림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한솥밥에서 한 숟가락씩 떠 먹고 오물오물~ 거렸더란다~~.  아이가 가끔 입장난으로 거품을 뽀글뽀글 일으키곤 하는데 사실 나는 이런 장난을 무지 싫어한다! 그래서 야단을 치곤 하는데, 어떤 날은 "너 밥하려고 거품맹그냐?"하고 놀리기도 한다. 아이도 소시랑게가 생각이 나서 히히~ 거리면서 웃어 넘기고... ^^


 어린이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백석님의 시적 특징은 이 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또한 어린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의 반복도 이 시의 특징이며, 흔히 접하던 것과는 다른 여러 가지 의성어와 의태어-뿌구국, 덥적 덥적, 디퍽디퍽, 허덕허덕,풀룩풀룩-가 등장한다. 그리고 '견우직녀'나 '반짝반짝 반디각시'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유애로님이 이 책의 그림을 그렸기에 이 책이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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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꺼내 주세요
유혜전 글 그림 / 한림출판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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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깔끔하게 치우면서 사는 타입이 아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둘이다 보니 나름대로 열심히 치운다고 해도 늘 집안은 어지럽기 마련이다.  가끔 아이 친구 엄마에게 놀러 오라고 하면서 집이 좀 지저분하더라도 흉보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곤 하는데, 그러면 상대방은 대부분 "애들 있는 집은 다 그렇죠 뭐~"라는 대답을 해주신다. 흠.. 아이가 있는 분들은 알고 있는 게야.. 아무리 정리를 해도 그 때뿐인 것을!  여기 저기 자질구레한 장난감이 굴러 다니고, 아이가 읽고 꽂지 않은 책들이 발에 밟히기도 한다. 청소기를 하루에 몇 번을 미는데도 아침에 일어나 바닥과 물건들 위에 내려앉은 먼지들을 보면 깜짝 놀랄 때까지 있다. ^^;;

  아이들이나 내가 무엇을 만들기라도 하는 날에는 주위는 여러 가지 것들(종이, 풀, 가위, 칼, 셀로판 테이프 따위들)이 널려서 빙 둘러서 가야 할 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의 풍경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책 속의 두 아이의 엄마도 요리를 하고, 스크랩을 하거나 만들기를 하는 등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는 아빠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엉망이 된 집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왜냐하면 별명이 "깔금쟁이"인 아빠는 상당히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판 밑의 청소 상태까지 점검하는 아빠의 마음에 들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책 읽어주면서 속으로 '이런 사람과 살면 정말 피곤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먼지 하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더구나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 

 이 책 속의 아빠는 그래도 손수 청소기를 들고 집 안 여기저기의 먼지를 청소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은 소수이지 싶다. 어쨌든 여자만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다만 아빠가 '깔끔쟁이'이기 때문이라는 전제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아내를 도와주기 위해 청소기를 드는 모습이었다면 더 멋져 보일 텐데... 그나저나 아빠가 너무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다가 그 속으로 엄마가 빨려 들어가버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과연 누가 엄마를 꺼내줄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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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ta 2004-09-0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구구절절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보관함에 쏘옥....!!!

아영엄마 2004-09-0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제가 쓴 글이지만 저도 정말 공감하는 나날들입니다. ㅜㅜ

섣달보름 2004-09-0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희 집도 정신이 없어요. 이제 겨우 한살밖에 안된 녀석의 짐이 가장 많지요.
책이며, 장난감이며, 유모차며, 옷이며, 이불이며....
가뜩이나 요즘은 꺼내기에 재미 붙여서 옷장 정리는 아예 포기했답니다.
언제 한번 저도 이 책 보고 싶네요.

아영엄마 2004-09-0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섣달보름님~ 옷장에 테이프를 붙여 버리시지요..^^;
 
새앙쥐와 태엽쥐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9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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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에 나오는 생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쏙~ 빼닮은 새앙쥐가 등장한다. <초록 꼬리>에도 쥐들이 나오는지라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의 단골출연배우가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쥐란 녀석이 원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는 동물인데, 이 책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물건 세례를 선사(?)받는다. 그저 조그만 빵부스러기를 얻어 먹으려고 했을 뿐인데 사방에서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해 구멍 속으로 피해야 하는 고달픈 신세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자기랑 꼭 닮았지만 다리 대신에 바퀴가 달리고, 등에 손잡이가 달린 태엽쥐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구멍으로 대피해야 하는 자신과는 달리 모두가 좋아해 주는 존재... 새앙쥐가 태엽쥐를 부러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혼자일 때 느끼는 비참함은 더 큰 법이다.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는 존재가 느껴야 하는 외로움, 고독, 슬픔... 새앙쥐의 바램을 어리석다 비난할 수 없을 것이며, 나는 그런 소망을 지닌 새앙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받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소원...  그런데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 줄 존재가 있단다.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에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빼앗아 간 마녀같이 소원의 댓가로 무엇인가를 앗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저 보라색 조약돌만 찾아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새앙쥐는 다른 선택을 한다. 사랑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해 무엇을 소망하게 만든 것은... 소원이 이루어져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된 두 친구의 행복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레오 리오니는 가슴을 따듯하게 해 주는 이야기 속에 교훈을 담아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진지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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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국민서관 그림동화 3
메리디스 후퍼 글, 알랜 컬리스 외 그림 / 국민서관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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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에는 개가 등장하는 그림-<미역 감는 사람들>, <몽파두르 부인>, <앤드류 부부>, <지오바니 아놀피니와 지오바니 세나미 부부 초상화>-이 나온다. 물론 이 미술관에서 일년에 딱 한 번 벌어지는 비밀파티~~ '개들을 위한 밤'에는 엄청나게 많은 개들이 등장한다. 어디서 이 많은 개들이 왔을까 싶어진다. 다만 위에 언급한 그림에 등장하는 개들은 위치 감각이 좀 떨어지는 것인지, 파티를 너무 거하게 즐긴 후유증인지 파티가 끝나고 그만 엉뚱한 그림들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 때문에 생긴 일은?  바로 이 그림들이 있는 미술관이 엄청나게 유명해진 것이다.. 어떻게 하루 밤 사이에 그림 속의 개들이 바뀌어 버린 것인지 어느 누구도 밝혀 내질 못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을 수색하고 전문가들이 그림을 조사했지만 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진 이유를 밝힐 수 없게 되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게 된 것이다. 원래의 개가 아닌 녀석이 그려진 그림이라면 진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려나? 어쨋든 이 기이한 일은 회자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하지만... 다른 그림에 들어간 개들은 어떨까? 당연히 자기 자리가 아니니 불편하지 않겠는가.. 자기 자리에 돌아가고 싶어도 당장 그러질 못하니 안타까울 노릇인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그림책에 나오는 다른 개들도 런던 국립 미술관에 있는 그림에서 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아이가 그 곳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고 가보자고 하는 바람에 진땀을 뺏었다. ^^;;. 앞으로 기회가 닿아서 이 책에 나오는 개들이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  책에 소개 된 그림이 네 작품뿐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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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8-30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핫. 거 무지 재밌는 스토리네요.

책읽는나무 2004-08-30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하겠는데요??..^^

아영엄마 2004-08-3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화를 접해주고자 하는 저의 목적이 깔려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래도 이런 그림책을 통해 명화를 접하니까 다른 책에서 같은 그림을 발견하면 아는체 하고 그러네요.

진주 2004-08-3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아는체 할 수있게 맹그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