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와 이름없는 감자
아이빈드 굴릭센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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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일상에 갑자기 나타난, 다리 달린 이상한 감자 하나... 이름이 없는 감자와 조그만 꼬마 아이 돌이가 감자의 이름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담은 동화책이다. 과연 '이름'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저자인 아이빈드 굴릭센은 서울에서 태어나 노르웨이로 입양된 사람으로,  현재의 이름을 부여 받기 이전에 자신의 출생과 함께 지어졌을지도 모르는 한국 이름을 찾고 싶어하는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식탁 위에 놓인 빨강, 주황, 초록색의 다른 야채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울퉁불퉁한 감자는 너무나 볼품이 없다.  이 녀석은 달리기 내기라도 하듯 요리조리 열심히 뛰어 다고 돌이는 쫓아 다니고... 둘은 으깬 감자더미가 소용돌이치는 통 안으로 빨려 들어 가게 되면서 비로소 돌이는 이름이 없어 슬퍼하는 감자와 마주하게 된다. 이름을 찾기 위하여 머나먼 길을 떠난 감자와 돌이... 하지만 세상의 끝에 살고 있는 달님조차 감자의 이름을 모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찾아가 만나게 된, 모르는 것이 없는 '감자들의 왕'은 이들에게 이름은 그들의 ‘마음대로’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린다.

  감자들의 왕이 남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시간 가까이 생각에 잠긴 끝에 돌이는 감자들의 왕의 조언대로 감자에게 “내 이름은 돌이, 너는 감자돌이”라고 직접 이름을 지어 준다. 둘이 서로의 이름을 ‘그냥’ 불러 보는 장면이 참 좋다. 나도 가끔 아이들이 바라보다가 너무나 좋아서, 사랑스러워서 그냥 이름을 불러 볼 때가 있는지라 그 느낌을 알 것 같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부른 것이 아니라 ‘그냥~ 불러보는 것... 책을 읽어준 후로 아이들은 이것이 하나의 놀이인냥 서로 이름을 부르고, 왜라고 물어보고, '그냥'이라고 대답하며 자지러지게 웃곤 했다.

 그림을 살펴보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돌이도 처음에는 그다지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름없는 감자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점점 환한 얼굴을 보여 준다. 돌이랑 감자돌이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웃는 모습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다. 굵고 간결한 선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풍의 두리뭉실한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즐겁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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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고양이야? - 베틀리딩클럽 저학년 그림책 2002 베틀북 그림책 10
기타무라 사토시 지음, 조소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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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장춘몽일까? 꿈인지 생시인지, 내가 나인지, 고양인지 헛갈린다.  아이 방을 보니 남자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주로 가지고 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 로보트, 자동차, 비행기, 스케이트 보드 등등... 상당한 지저분한 방이긴 한데 아이들이 사는 집은 다 그러려니 생각할 수 있으리라..  그 방에 빗자루를 든, 정말 마녀처럼 생긴 할머니가 창문으로 들어와서는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고는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이 생겼느냐...

 니콜라스는 아직 눈치를 채지 못했나 보다. 엄마는 고양이 밥그릇에 얼굴을 쳐박고 있는 아이를 보고 기겁을 해서 떼내고, 아이가 스쿨버스를 타러 가 버린 뒤에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생각을 하던 '나(니콜라스)'는 자신이 아직 집에 남아 있다는 것과 수염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다. 그리고 욕실 거울을 보고서야 자신이 고양이로 변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꺄악!!! ^^;;

 늘어지게 잠을 자는 고양이.. 과연 고양이의 삶은 안락하기만 할까? 누군가와 모습을 바꿔 다른 삶을 살아 본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는 상상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공부 하기 싫어서 자기 발 밑에서 자거나 놀거 있는 애완동물을 부러워 해 본 적도 있을 것이다. 흔히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을 쓰는데, 과연 동물들의 정말 편한 삶을 사는 것일까? 글쎄.. 이 책을 보니 고양이의 삶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지막에 황당해 하는 아이들의 모습!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만화형식의 그림이 재미를 더해주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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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2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일본 만화를 보는 듯한 그림책. ^^
 
우리 순이 어디 가니 - 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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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순이 어디 가니'.. 이 책은 제목부터가 어감이 참 좋다. '우리'라는 말이 주는 친근감때문이 아닐까요? 외국에는 내 엄마, 내 가족, 내 나라라고 칭하는 반면,  '우리'나라 말에는 '우리'라는 공동체적인 표현이 많다.  '우리 엄마', '우리 가족', '우리 나라', '우리 순이'... 우리라는 말은 처음 보는 사람들도 가깝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순이'도 낯설지가 않게 느껴진다.  바로 우리들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아이, 우리 순이....

  이 책의 풍경은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들에게도 조금은 낯선, 시골에 갔을 때나 볼 수 있는 전경들이다. 그래도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 복숭아 꽃, 살구꽃, 배꽃,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핀 곳에 자리 잡은 순이네집.. 할머니는 순이 동생을 업어 주시고, 엄마는 부엌에서 쑥버무리를 찌고 계신다. 밭 갈러 가신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새참으로 드릴 것~. 수건을 머리에 두른 엄마는 함지박을 이고 가시고, 순이는 막걸리가 든 주전자를 들고 따라 간다. (사실 요즘 농촌에서는 새참 할 사람이 없어서 시켜먹는 서글픈 현실이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 다람쥐, 들쥐, 청개구리도 물어 보고, 동구 밖에 서있는 장승들도 물어 본다.. 장승을 보고 놀라는 순이 얼굴 좀 보라. 옆에서 눈을 치켜 뜨고 있는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 복실이라고 이름을 지어주면 딱 맞을 것 같은 강아지다. 무 논에서는 백로가 노닐고, 산 속에서는 뻐국이가 울고 참나무에서는 딱따구리가 묻는다. 다들 환경이 파괴되어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동물들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힘들게 일하신 후에 막걸리 한 잔 드시고 '어허, 시원하다'라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참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인다.

  책의 곳곳에 피어 있는 꽃들이 그렇게 어여쁠 수가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늘 곁에서 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은 어느새 친청이 있는 시골로 치닫는다. 둘째 아이가 이 책을 참 좋아했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 는 혼자서도 잘 읊어서 자기 몫이라고 우기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과 책 속으로 들어가 순이와 함께 논 길, 밭 길, 산 길을 걸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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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2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집에선 이 시리즈가 대표적인 경우임다. 엄마는 마음이 따뜻해서 애들에게 읽어줄려구 과하게 욕심내구...애들은 그냥 그렇고 그런 책 중에 하나구...-_-

아영엄마 2004-10-2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요.. 이런 저런 조미료(-운율, 움직임, 어투, 그림보며 찾기 및 이야기 하기 등)를 첨가해서 책 내용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시면 어떨지요. 우리 아이들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재미있게 읽어주는 책은 대게 좋아한답니다. 밋밋하게 읽어주면 아이들 반응도 심드렁... ^^;;

반딧불,, 2004-10-2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백프로 밖으로 나갈 때 들고 가시던지, 아니면 박물관 다녀오신 담에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마냐님은 어서 단풍놀이가 아닌 그린탐사여행을 가소서^^
 
픽칸 픽과 픽칸 몰 그림책 도서관 17
휴 럽턴 지음, 윤미연 옮김, 허유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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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칸 몰이 나무에 올라가 호두를 따서 픽칸 픽에게 던진 것은 같이 먹기 위해서였는데, 픽은 그걸 몽땅~ 혼자 먹어 버린다. 조그마한 과자 하나라도 형제 중 한 쪽에만 주면 난리가 나는 판인데 호두를 따느라 고생했는데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된 몰로서는 당연히 화가 날 노릇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무에게 '단단한 회초리'를 얻으려 하지만 이것이 고생의 시초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엇이듯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회초리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잘라낼 도끼가 필요하고,  도끼를 구하고 보니 갈아야 할 숫돌이 필요하다. 그런데 숫돌은 물이 필요하다고 하고, 호수에 가니 수사슴을 찾아오라고 하고... 점입가경이라고 픽칸 몰은 픽칸 픽을 때려 줄 회초리 하나를 구하기 위해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 찾아 계속 헤매야 할 판이다. 책을 읽어주는 나도 필요로 하는 것이 하나씩 늘 때마다 반복해서 읽어주어야 할 분량이 늘어나서 힘이 드니 고만 픽칸 몰이 포기해주었으면 하는 심정이 되었다..^^;;
 
  빵굽는 아저씨에게서 빵을 얻으면서 마침내 픽칸 몰의 고생은 끝이 났고 결국 회초리를 얻게 되는데 과연 그 회초리로 픽칸 픽을 때려 줄 수 있을까? 그림을 보며 조금 아쉬운 점은 인물의 표정이 그다지 살아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고생하고 있는 픽칸 몰은 내내 일관된 밝은 표정이다 우물물을 뜰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표정의 변화-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온다. 회초리를 친구(또는 형제?)를 때린다는 설정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픽칸 몰이 겪은 그동안의 여정이 주는 재미가 그것을 상쇄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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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잡았어요 꼬마야 꼬마야 1
돈 프리먼 글,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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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는 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는 그림책이 아닌가 싶다.  한 사내 아이가 창밖에 걸린 무지개를 발견하고 잡으러 나간다. 비옷도 입고, 장화도 신었다. 하늘은 먹구름인 낀 듯 어둡고 우충충하지만 그것을 상쇄시켜 주기라도 하듯 길게 걸린 무지개가 화사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무지개를 일곱색깔로 그려넣지 않았다.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 보 일곱색깔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로서는 그 점이 아쉬운 모양이다.

막상 잡으려고 달려가 보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무지개... 역시 손닿을 수 없는 무지개구나 여겨지는가 싶더니, 아이를 따라 온 무지개와 한바탕 즐거운 놀이를 한다. 휘감고 노니는 모습을 표현하려는 듯 그림이 역동적이고 아이의 얼굴엔 즐거움이 배인 미소가 어려있다. 무지개로 미끄럼도 타고, 공작 꼬리도 만들어 보고, 침대로도 사용해 보고.... 또 어떤 걸 해 볼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는 사람도 한참을 무지개와 논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먹구름이 게이고 해가 나오니 눈사람이 녹는 것 처럼 무지개도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무지개는 하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방 안에 있던 어항이 프리즘 작용을 하여 방 안에 무지개를 만들어 주었다. 햇빛이 만들어 준 거다... 해는 무지개를 사라지게도 하지만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방 안에 나타난 무지개라면 내 손안에 가득 잡힐 것 같다. 아이가 어항을 갖고 싶어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게 된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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