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맛있어 어린이 들살림 1
도토리기획 엮음, 양상용 그림 / 보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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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별별 먹거리가 많다 보니 예전에 주요 간식거리이자 주식이 되기도 했던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이 많이 멀어진 느낌이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고구마를 좋아해서 가끔 삶아주는 편인데, '고구마'가 제목으로 들어 간 이 책을 고구마 먹을 때 곁들여서 보면 더욱 '맛있을 것 같아서~' 구입했다. ^^ 실은 이 책 덕분에 나도 모호하게 알고 있던 '밤고구마'와 '물고구마'의 차이점과 구별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본문을 보면 '껍질이 붉은 것은 밤고구마예요. 울퉁불퉁하고 큰 것은 물고구마예요."라고 나오는데, 오늘 삶아 먹은 고구마는 큰 아이가 좋아하는 물컹물컹한 물고구마인 모양이다.

혹시 고구마나 고구마순이 어떻게 가꾸어지고 자라는지 아시는가? 이 그림책을 보니 고구마를 얻기 위해서는-어느 농작물이든 기르는 것이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일이겠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이 책에 나오는데로 윗목에 헌 가마니를 깔아 그 위에 거름을 깔고 고구마를 묻어 두는 방식은 실제로 해보기는 힘들 것 같다. 쥐며느리같은 벌레도 기어 나오다니 대략 난감~ 일전에 고구마에 싹이 올라온 것이 있길래 화분에 묻어 두었는데 그것이 아직 자라고 있다.(고구마인지 감자인지 기억이 안 났는데, <보리어린이 식물도감>에 나오는 잎 모양새를 비교해 보니 고구마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고구마를 얻으려면 이대로 자라게 놔두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순을 잘라서 다시 땅에 묻어야 한단다. 그렇다면 내가 심어 놓은 대로는 고구마를 얻기는 그른 모양이다. ㅜㅜ;

진이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심은 고구마순은 잘 자란다. 물론 틈틈히 개비름, 명아주...(잡초라 적지 않고 식물 이름 하나라도 더 알 수 있게 표기해 주다니~) 등을 뽑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진이가 고구마가 밑이 들자 몰래 파내서 씹어먹기도 한다니, 아이들은 흙이 묻은 걸 씻지도 않고 먹는다니 지저분하다고 으익~하며 거북한 표정을 짓는다. 고구마순으로 김치도 담궈 먹는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 진이는 노릇노릇하게 눌은 것을 더 좋아한다는데, 실은 오늘 고구마를 삶다가 물이 다 졸아서 책 속의 그림처럼 한 부분이 좀 탔는데 그래서인지 맛도 냄새도 구수하게 느껴졌다. ^^;

밭에 캐내진 고구마들을 보니 거기 가서 일 거들고 품으로 고구마 한 바구니 얻어왔으면 좋겠다. 맛있는 고구마~ 푹~ 삶아서 먹기도 하고, 가스레인지그릴에 구워 먹기도 하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기도 하고, 맛탕도 만들고, 튀겨도 먹고, 고구마밥도 해 먹고... 아쉽지만 엿은 내가 만들어 보지는 못할 것 같다. 나도 조그만 밭 있으면 고구마도 키우고, 감자, 옥수수, 고추도 키우고 싶다. 이 책 있으면 고구마는 잘 키울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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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요정이 춤추는 숲
장 요우란 그림, 얜 수뉘 글, 권상기 옮김 / 봄봄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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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대만의 아리산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그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책이다. 요정이 등장하고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등의 판타지적 요소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지라 어느 분이 책 선물을 하신다기에 이 책을 골랐는데 <볼로냐 국제아동도서 일러스트전 입선>을 한 작품답게 그림이 환상적이다. 처음에 책을 볼 때는 꼬마 열차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풍경 속의 학교 건물이 그 모양새나 색깔이 우리나라 학교와 외관이 비슷해서-저자가 타이완(대만) 사람임을 알고 봤으면서- 우리나라 화가가 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어 다시 한번 저자들의 약력을 살펴보기도 했다.

할머니가 가장 아끼던 보물이 든 작은 주머니를 지닌 아띠는 아빠와 함께 꼬마 열차를 타고 아리산으로 향한다. '꼬마 열차(미니 산악 열차)'는 세계에서 단 세 곳만 있다고 한다. 한 번 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데, 그 기차를 타고 가면서 산의 멋진 풍경들을 감상하다니, 얼마나 멋지고 좋을까~ 아리산은 아띠가 할머니와 보름달 벚꽃 축제를 보러 가기로 한 곳인데 할머니는 그 약속을 지키기 못하셨다. 아이는 밤에 날아가는 벚꽃잎을 따라 갔다가 할머니에게 벚나무 꽃잎을 선물로 주었던, 그녀의 가장 특별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꽃잎이 날아 들어가 버린 나무 구멍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이다. 

 그 곳에서 벚꽃 요정이 봄의 신을 깨우러 오지 않아 동물들이 조만간 죽게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띠는 곰과 함께 신비한 목소리가 알려준 '투명한 은빛 진주'를 찾으러 떠나게 되는데 이는 추족의 하느님과 그를 따르는 곰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작가의 글('아름다운 숲의 재현')에 작품의 의도가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이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오랜 기간을 걸쳐 제작된 책이라기에 처음에 책을 볼 땐 이야기를 보고, 그 다음에는 그림을 보고, 그 뒤에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부분들을 의중에 두고 좀 더 세심하게 책을 보았다. 벚꽃 요정은 아띠의 눈물을 통해 회생하는데, 은빛 진주가 눈물이고 이 눈물 덕분에 요정이 살아난다는 설정이 내용 자체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 본 어른이 보기에 조금 진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 펼쳐지는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장관은 그런 점을 잊게 해 줄만큼 화려해서 내용보다는 그림에 눈을 빼앗기기 쉽다. 

 그리고 그림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산과 나무, 동물들에게서 아리산의 생태와 타이완의 원주민인 추족의 신화를 그림에 담고자 한 장 요우란의 의도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달팽이처럼 생긴 나무, 석상이 겹쳐놓은 듯한 산, 조각이 새겨진 듯한 아름드리 나무들... 작은 아이는 책에 등장하는 벚꽃 요정이 너무 귀엽다고 한다. 같은 아시아권 나라의 그림책이라 더 반가웠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낼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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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4-11-24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처음 받아보는 땡스 투입니다. 뭔지는 모르지마 고마워요~ ^^*
 
나는 독도에서 태어났어요 - 자연과 나 10 자연과 나 32
한정아 지음, 김세진 그림 / 마루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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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변함없이 이 나라의,대한민국의 땅인 독도...  넓은 바다에 외로이 자리잡고 있는 섬 독도에는 '새들의 고향'이라는 노랫말처럼 괭이 갈매기들이 많이 살고 있단다. 이 그림책은 독도에서 태어난 이 괭이 갈매기를 화자로 내세워 새의 시선에 보여지는 독도와 주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아이들과 '괭이'라는 이름이 '고양이'의 준말로 울음소리가 고양이랑 비슷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정말 고양이처럼 울까-책에는 왜옹~ 왜옹~운단다-, 예전에 배 타고 섬에 놀러 갈 때 우리가 던져 준 새우깡을 공중에서 낚아 채는 묘기를 보여 주던 새가 괭이갈매기가 아닐까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다. 

 아이에게 '독도'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무인도'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 무인도... 그림에 보여지는 독도의 모습을 보면 여기 저기 솟은 바위들뿐이라 사람들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래도 이 섬에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독도가 우리나라 땅임을 알리기 위해 그 곳을 지키고 있는 이들~ -책 본문에는 '군인아저씨'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뒷쪽의 독도 관련 정보글에 나오듯이 경찰로 이루어진 '독도 경비대'가 지키고 있다. 가끔 TV에서 독도를 지키고 있는 분들의 모습을 보곤 하는데 참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괭이갈매기들이나마 그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일까...

 그런데 여름이 되면 고기를 잡기 위해 독도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떠나 고기를 잡다 날씨가 거칠어지면 독도로 대피를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림책에 보여지는 색채가 참 다양하다. 너른 푸른 빛이었다가 남회색 비바람으로 몰아치기도 하고, 연두빛 등대불로 물들기도 한다.. 그리고 해가 뜨면 하늘은 아침을 맞이하는 갈매기들과 붉은 빛으로 가득 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독도! 외로이 아름답게 떠올랐다 지는 섬이구나... 밤이면 오징어잡이 배의 노란 등이 주위를 대낮같이 밝힌다고 하는데 그림에 전구의 불빛이 약하게 그려진 것이 좀 아쉬웠다. 아주 오래 전 고향 항구에서 본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은 눈이 부실만큼 환했었는데...

 후반부에는 독도에 관한 정보와 목숨을 걸고 독도를 지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독도에 살고 있는 동식물, 독도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 주소 등의 참고자료들이 실려 있다. 독도에 나무를 가꾸기 위해 애쓰신 최종덕씨 및 1991년부터 독도에서 살고 있는 부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직접 가 보긴 힘든 독도를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구호로만 존재하는 곳이 아닌,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소중한 땅의 일부인 모습으로 기억할 수 있는 그림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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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4-11-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도를 지키는 건 군인이 아니라 독도경비대 경찰(의경)이래요. :) 그리구 의경 말고도, 거기서 농사지으며 사는 분이 계시더군요. 한 아버지와 아들이. 어머니는 학교 다니는 자녀들과 함께 울릉도에 살고요. 전에 티비에서 봤어요.

아영엄마 2004-11-1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책의 뒷편에 실린 관련글에는 '경찰아저씨들로 이루어진 독도 경비대가 항상 머물면서'라고 나오네요. 그리고 다만 본문에는 '군인아저씨'라고만 표현되어 있습니다. 관련정보에 1991년부터는 한 부부가 독도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표기해 놓았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아니니 일단 리뷰를 수정할께요.

숨은아이 2004-11-1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일부러 수정까지 하시고... ^^ 잘 읽었습니다.

2004-11-24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돼지
카르스텐 타이흐 그림, 가브릴레 키퍼 글, 조국현 옮김 / 토마토하우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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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로가 상대를 오해하고 착각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잘 표현한 그림책이다. 우선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오는 그림을 살펴보면 돼지들이 가지가 벌어진 나뭇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멧돼지, 집돼지와 함께 이 책의 주인공 돼지 품종인 <트뤼펠 돼지>가 있다. (그리고~ 돼지는 돼지인데 진짜 돼지는 아닌 것이 둘 있으니 꼭 살펴 보시길! ^^) 트뤼펠 돼지에 대한 설명이 본문에 나오는데 송로버섯을 찾는데 이용하던 돼지라고 한다.- 송로버섯(Truffle)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세계의 3~4대 진미에 해당된다는데 향이 특이하고 생산량이 적고 찾기 어렵다는 희소가치때문에 매우 비싸다고 함.

트뤼펠 돼지인 주시 루스는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그 냄새를 따라 마이어씨 농장에 오게 됬다. 그런데 이 돼지가 좀 특별한 녀석이긴 한 모양이다. 주스는 마이어씨에게 자기가 먹을 스파게티도 있냐고 물어 본다. 돼지가 말은 한다는 것! 그건 정말 놀라자빠질 일일 것이다. 마이어 씨가 놀란 것도, 그 부인이 요술 돼지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마이어 부인은 "돼지가 말을 한다->요술돼지일 것이다-> 원하는 것를 주면 소원 세가지를 들어 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스파게티를 준다. 그런데 돼지가 먹을 거라고 아무렇게나 주지 않고 꽃병까지 곁들여 주는 걸 보면 마이어 부인은 나와 달리 세심하고 낭만적인 면을 지닌 성격을 지닌 것 같다.^^*

그녀는 주스에게 스파게티를 주고 또 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파게티를 많이 먹을수록 소원도 많이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주시는 주시대로 먹고 싶어 하던 스파게티가 눈만 뜨면 앞에 나타나 있으니 요술농장에 온 기분이다. 어쨌든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부인이 테스트(?)용으로 말한 소원 한가지가 이루어진다! 게다가 황금 경운기까지! 우후~ 흔히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지면 '날아갈 것 같다'고 표현하지 않는가. 마이어 부인의 마음에는 행복의 날개가 돋혀 하늘이라도 날아갈 것 같지만 아, 안타깝게도 주시는 요술돼지가 아닌 것을 어쩌랴! 한순간에 현실로 되돌려져 마이어 부인의 황당해 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그나저나 마이어씨는 황당한 일을 연달아 겪어서 잠시 판단력을 접어둔 것일까? 도대체 왜 그랬어요!! 에그 아까워라~ 차라리 나에게 주지... 그런데 주시가 농장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갑자기 생각이 분주해진다. 주시는 정말 요술돼지였던 것일까?

그림에 대해 언급하자면, 주시가 농장 울타리에 매달려 있는 장면-그림에 벽을 생략하여 붉은 문만 덩그라니 있다-을 보면 벽에 벽화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이야기와 얼마간 연관이 있다. 다만 조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은 주시가 스파게티 냄새를 맡고 마이어씨네 농장에 오게 됬다는데, 어떻게 농장안의 돼지 우리 안(붉은 문 안)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나중에 그려진 우리 또한 높은 벽이 아닌 낮은 담으로 바뀌어 있어 좀 어리둥절했다. 그건 그렇다치고 마이어씨도 꽤 친절한 농부인가 보다. 가축을 위해 오늘의 메뉴도 적어 두고, 문 옆에 줄을 매단 종도 달아두었지 뭔가~ 이 외에도 이 책의 만화적인 그림들은 곳곳에 살필 거리가 포함되어 있고,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풍부한 표정을 지닌 닭들도 그림 보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어씨 부부는 홀쭉이와 땅달이를 연상시키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라 이 또한 재미있는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특히 닭이 알을 두 개 낳은 장면에서 닭들이 연출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착각은 자유라던가.... 그러나 상상의 나래를 펴는 그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하다! 어른들도 가끔은 행복한 상상에 날개를 달아 공중에 붕~ 떠보는 건 어떨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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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1-1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이 닭이 알 두개를 낳은 것은 요술 스파게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럴 듯 하더군요. 역시~ 애들은 예리하단 말씀이야!
 
정말이야! - 개정판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위정현 글, 한병호 그림 / 계수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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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소문 때문에 황당한 일을 겪어 본 적이 있는가!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라는 속담처럼 말은 순식간에 퍼지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동안에 이야기의 본질은 점점 모습을 감추고, 말을 전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추측으로 메꾸어 지면서 엉뚱한 이야기로 완전된다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안데르센이 쓴 글에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인 한병호님이 그림을 그렸는데 두 가지가 잘 어우러져 재미를 더해준다. 아이도「꼬꼬댁 꼬꼬는 무서워」를 그린 사람과 이름이 같다는 걸 알아보던데 그 그림책에도 이 책과 유사한 형태로 그려진 닭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닭을 직접 기르면서 관찰하였다고 함). 털이 다 뽑혀 맨 살을 드러낸 볼품없는 닭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자, 그러면 사소한 말 한마디가 과연 어떻게 변질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소문이 생성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서 과연 어떤 부분이 덧붙여지고 달라졌는지 비교해보도록 하자. 암탉 한 마리가 털 손질을 하다 깃털이 하나 떨어져 나가자 ‘어, 깃털이 빠졌네. 깃털을 더 뽑으면 더 날씬하고 아름다워질 거야.’라고 말한다.  다른 암탉이 이 말을 듣고 자기 옆자리 암탉에게 들려주는 말에 이미 ‘수탉에게 잘 보이려고’라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져 있다. 이제 이야기는 한 다리를 건너 근처에 사는 부엉이 가족의 귀에 들리고, 부엉이 엄마는 다른 이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이웃 부엉이에게 건너간다. ‘깃털을 모두 뽑아 버린...’이라는 생기지도 않은 일을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떠들어 대는 모습을 보라~. 소문은 이렇게 조금씩 덧입혀지고 부풀려지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간다.

  털 뽑은 암탉은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나중에는 죽은 닭 세 마리가 되어 있다. 마침내 ‘암탉 다섯 마리가 깃털을 몽땅 뽑아버렸대… 피를 흘리고 죽었대…’ 깃털 하나가  다섯마리의 죽음으로 변모하다니, 소문의 힘은 놀랍지 않은가? 거기에 진실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말을 옮길 때는 백 번을 조심해야 한다.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한두 마디를 덧붙이고, 자신의 생각을 첨가하여 말이 돌기 시작하면 나중에 이야기 속의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소문의 본질이 어떠하다는 것을 안다면 가급적이면 남의 이야기는 옮기지 말 것이며, 다른 사람이 전해주는 소문도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이상 100%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책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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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4-11-1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깃털 하나가 닭 다섯마리라... 과연 놀랍군요. ^^

아영엄마 2004-11-1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문은 뻥튀기 기계나 마찬가지죠~ 깃털 하나 넣고 뻥~~ 하고 튀기니 닭 다섯마리가 되서 튀어나오더라... ^^;;

마냐 2004-11-30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은데..울 애들은 그리 썩 감탄하는 분위기가 아닌게..좀 어려웠던 모양임다. 말이 무서운 거, 사실 어른들 얘긴가 싶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