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으려고 했는데 꼬마야 꼬마야 8
김춘효 글 그림 / 마루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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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고자 할 때 자신이 의도한 바대로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속상하기도 하고, 난처하거나 황당하기도 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하는 것이 서툰  아이들은 그런 일이 더 많지 않겠는가. 포충망을 들고 열심히 나비 뒤를 쫓는 책 속의 사내 아이가 나비 대신에 꽃만 딴 것은 그나마 나은 경우에 속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황당하고 속이 상할 것 같은 일이 생긴다. 물고기는 안 잡히고 신발 한 짝만 걸려 나오거나, 파리를 잡으려다 자기 이마만 다친다. 아이는 이 장면들을 보더니 자기도 포충망 사서 나비를 잡아 보고 싶다고 한다. 낚시도 해 보고 싶지만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만지는 것은 싫기 때문에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그것만 아니면 종종 낚시하러 바다나 강에 가고 싶다.

 요즘은 건물에 방충망이 잘 갖추어져 있다보니 파리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적어서인지 파리채를 사두는 집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친정집에 가보면 문을 열어 놓고 생활하는지라 파리들이 많이 눈에 뜨여서 파리채로 잡곤 한다. 아이들은 파리채로 파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모양인지 파리채가 보이면 그걸 들고 파리잡겠다고 여기저리 휘두르곤 한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버리는 녀석을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 않는가. 아이가 파리채를 내려 쳤을 때쯤에는 파리는 어디 가고 없고 빈 바닥에서 찰싹~ 소리만 들려 온다.

책 속의 아이는 파리 한 마리 잡으려고 방안 여기저기를 휩쓸고 다녔는지 제자리에 있는 물건이 없다. 거기다 파리 잡으려고 휘두른 파리채가 이마에 딱! 윽… 솔직히 나 같으면 아픈 것보다 지저분한 것이 닿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얼른 씻고 싶을 것 같다. 반창고를 이마에 떡~ 하니 붙이고 있는 아이는 울먹였다가도 반창고를 붙인다는 것이 즐거운지 웃음을 짓고 있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다쳐서 울다가도 엄마의 우스개 말에 울다가 웃다가 하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강아지와 토끼, 새를 잡으려던 것도 엉뚱한 결과만 얻고 실패로 끝났지만 이제 아이는 하늘의 별을 따려고 한다. 물론 이것도 의도하던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해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여겨진다. 길다란 손잡이가 달린 곤충망과 사다리를 보니 <아빠 달 따 주세요>에 나오는 모니카의 아빠와 그 사다리가 생각난다. 모니카 아빠에게 하늘까지 닿는 길~다란 사다리를 빌리면 하늘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별들을 딸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책 속의 사내 아이는 별을 따는데 실패했지만 아무리 실패를 거듭해도 도전할 수 있는 힘, 그것은 끝없이 꿈꾸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잠든 아이가 덮고 있는 이불 속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토끼, 강아지, 물고기 인형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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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와 늑대 0100 갤러리 8
수잔네 얀젠 그림, 그림 형제 원작, 장순란 옮김 / 마루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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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심부름으로 빨간 모자가 숲 속에 살고 있는 할머니 댁에 음식을 갖다 주러 가다가 늑대를 만나고, 그 늑대가 할머니 집으로 가서 할머니를 잡아 먹고는 대신 침대에 누워 기다린다는 ‘빨간 모자’ 이야기는 잘 알려진 그림형제의 동화이다. 이 동화를 수잔네 얀젠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매우 색다르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을 통해 새롭게 선보였다. 그런데 이 책의 그림들이 지금까지 접해보던 그림책들과 달리 너무도 파격적이고 일견 기괴하게까지 보여서  ‘음… 과연 아이들이 볼만한 그림책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마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들처럼 머리와 몸의 비율이 일 대 일 정도의 크기로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이상한 느낌을 준다. 책 표지 안쪽에 소개 글을 잠시 보면 ‘주인공들의 왜곡된 신체 비례, 정면을 피하는 묘한 시선, 그림의 대담무쌍한 구도, 파격적인 초점과 시점 등’이라는 글로 이 책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표현들을 우리 아이들의 말을 빌어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의 머리만 크게 그려져서 이상해 보여요(6세)’, ‘꼭 거울나라-사물이 크게 보이는 것이 볼록 거울이던가-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초등2)’라고 한다. 나는 무섭게 보인다는 생각부터 했는데 아이들의 의견들을 들어보니 역시 그림을 보는 아이들의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 속에서는 무섭게 느껴져야 할 늑대가 오히려 평범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잡아먹을 듯이 입을 벌리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늑대의 모습보다 사냥꾼에 의해 늑대의 뱃속에서 구출되는 빨간 모자의 얼굴이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것 역시 그리는 사람이 그림의 촛점을 위에서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림이 두드러져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다 보니 이야기(텍스트) 자체는 그림에 묻어서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자 없이 그림만으로 이루어진 면이 번갈아 나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도 한 특징이 될 듯... 바로 이런 점들이 잘 알려진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색다르게 보이게 하는 그림책이 지닌 장점이자 특징이 아닐까?   이「빨간 모자와 늑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색다르고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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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감기 걸린 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2
스기우라 한모 그림, 후나자키 요시히코 글, 정숙경 옮김 / 보림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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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하는 것들을 가져가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책에는 그런 소망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신기한 알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감기에 걸려 파랗게 질린 아이에게 엄마는 병원에 가라고 소리치지만 아이로서는 병원에 가면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다.  결국 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서긴 했지만 머리 속이 아픈 주사 생각으로 가득 찬 아이로서는 쉬이 가지는 발걸음이 아니다. 우리도 내키지 않는 곳에 가려면 발걸음이 무겁고 쳐지기 마련이지 않은가... 감기에 걸린 아이가 병원에 가는 길 자취를 지도 모양으로 그려 놓은 장면에서 점선을 손가락으로 죽~ 따라가면서 고양이도 놀리고, 무서운 개를 만난 것 마냥 벌벌 떨기도 하는 시늉을 내 보는 것도 좋을 듯~~ .

 아이가 병원 담벼락 아래에서 발견한 알을 옷 속에 품는 순간,  평범해 보이던 알이 갑자기 새파랗게 질려 달달 떤다. 그리고 열나게 잔소리를 퍼붓고 있는 엄마의 손에 놓이자 엄마 얼굴에서 새빨간 색과 잔소리도 가져가 버린다. 흠,  이 장면을 보면 잔소리쟁이 엄마를 둔  아이들도 이 알을 탐낼 것 같다. 책을 읽어줄 때 기침을 대신 가져가 소리 안 나게 기침하는 알을 흉내 내는 건 좀 어려웠지만 엄마의 이런 행동이 더욱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알이라면 속에서 무엇인가가 자라고 있을텐데 과연 뭐가 나올까? 아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보니 역시나 엄마는 짖궂기도 하다. 공룡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킥킥거리는 엄마 표정이나 그걸 상상하며 새파랗게 질리는 아이 표정이라니.  마침내 알에서 무엇인가 신기한 것이 태어나는데, 신기한 알에서 태어난 신기한 것... 과연 무엇이 태어났을지 상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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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1-07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뭐더라.

심리학에서 트라우마 말구요.

무서운 것들을 따로 밀쳐두는 서랍같은 곳을 일컫는 용어가 있었던 듯 한데요.

어쨌든 에둘러서 이야기 하는 것들을 좋아하지요.
 
신기한 스쿨버스 키즈 6 - 유령 박물관에서 열린 음악회 신기한 스쿨 버스 키즈 6
브루스 디건 그림, 조애너 콜 글, 이강환 옮김 / 비룡소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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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 중의 한 권인 "유령 박물관..."은 일단 제목부터 흥미를 끌게 지어졌다. 아이들은 유령이니 괴물 같은 걸 좋아하자 않는가~. 이 책도 그 으시시한 제목이 한 몫을 한다. 이 책을 보자니 아이들은 유령이 어디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프리즐 선생님의 학생들이 음악회를 열려고 했던 곳은 유령박물관이 아닌 소리 박물관이었다. 하지만 스쿨버스가 이상하게 움직이더니 멈춰 버린 곳은 푸르스름한 어둠이 내린데다가 으스스한 소리(꺄아악~ 치익!, 쉬이익!)가 들리는, 낡고 오래 된 집 근처! 프리즐 선생님은 본인이 특이하다 보니 특이한 소리도 '멋진 소리'로 들리나 보다. ^^;;

  차라리 고장난 스쿨버스가 더 낫겠다는 프리즐 선생님 반 아이들의 반응이 이해가 간다. 매우 유용한 버스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측불허의 특이한 방식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으시시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듯 박물관 문이 닫히면서 그 안에 갇힌 아이들은 도와줄 사람을 부르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펼치는데 이번엔 책에서 전화벨 소리가 난다.  온갖 소리로 가득한 책들과 백 년전에 사라져 버린 소리 수집가 콘트랄토 교수 이야기 등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 책은 소리의 원리를 알게 해 주는데, '진동'이 때문에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파'가 물결 모양으로 퍼져 나가는 것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음치인 선생님의 노래 소리로 높은 음은 빠르게 진동하고, 낮은 음은 느리게 진동하는 과학적인 상식도 알려 준다.  요즘 전시된 물건들을 휙~ 둘러 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박물관이나 체험관이 많이 생겼는데 그런 곳에 아이들과 가서 스쿨버스 친구들처럼 아주 멋진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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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의 오리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6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6
한정아 지음, 박의식 그림 / 마루벌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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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편을 갈라 서로를 죽이고 죽는 전쟁! 얼마나 무거운 주제인가... 거기에다 그림을 보면 검고 두툼한 갑옷을 일률적으로 걸친 군사들이 길다란 창을 들고 칼을 허리춤에 찬 모습이 위압감을 더해 준다. 군사들의 표정도 날카롭기 그지없다. 대치중인 백제군과 신라군이 비옥한 들판인 ‘금물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돌진하는 모습은 휘날리는 깃발과 달리는 말의 모습을 통해 매우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마침내 전투가 벌어지기 일보 직전!! 그러나… 그러나 들판엔 그들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알을 품고 있는 오리 한 마리!  다른 새들은 군사들의 고함 소리에 놀라 다 날아가 버렸는데, 오리는 자기 목숨보다 중요한 알을 두고 떠날 수 없었기에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생명존중 사상을 지닌 화랑, 모현랑에 의해 제기된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칠 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보면서 이 전쟁을 치르는 사람으로서는 모순된 발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은 사람들간의 다툼으로 인해 야기된 싸움일 뿐 동물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존재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여겨지기는 한다.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던 그림책을 갑자기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대목이 있으니 이 부분에 시선 집중~  아이가 책을 재미없어 할 때 내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그 책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 아닌가 싶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이 부분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깔깔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오리를 덤불에서 쫓아내기 위해 백제 군사가 매우 우스운 행동을 한다. 이 부분을 놓치지 마시길... 내가 ‘꽥꽥! 꽉꽉~ 날 따라와 보랑께~ 일루 와!!…’ 등등 갖은 사투리를 섞어가며 오리 흉내를 내는 순간 아이는 흥겨워지고, 오리 흉내를 내며 아이를 간지럼이라도 태우는 날에는 웃느라 배가 아프다고 할 지경이다. 근엄하기 그지없는 장군을 웃긴 그 모습으로 바로 우리 아이들을 웃겨 준다면 이 책은 아이의 애독서가 될 것이다. 물론 엄마가 재미있게 읽어주는 책으로~.

 엄마 오리가 전쟁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평화. 군사들이 어느새 적군임을 잊고 서로가 이웃 사람임을, 한 고향 사람인 것에 반가워 하는 동안 서서히 전쟁의 기운은 물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 오리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며 ‘한 발자국씩 물러나는 법’을 배운 신라군과 백제군. 그들은 애초에 한 민족이었고, 이웃이었지 않는가. 전쟁은 참혹하다. 그러나 조금씩 양보한다면 평화는 찾아온다. 탐욕에 의한 전쟁은 죽음과 함께 오지만 양보와 타혐이 가져다 주는 평화는 기쁨과 함께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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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12-3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그림책 몇년 전 처음 봤을때, 참 좋다는 느낌 받았어요. 그림도 그렇고 여유로운 웃음 한 자락 던져주는 내용이 흐뭇하더군요. 심각한 이야기를 웃으며 가볍게 들을 수 있게 배려하는 것 같았어요. 아영엄마, 꾸준히 한가지일에 열심인 분을 보면 존경스럽죠. 님이 그래요. 전 올해 하반기에 서재일에 좀 뜸했네요. 올해 남은 건 스케이트와 수필인 거 같아요. 어린이독서지도일은 계속 하고있구요. 님, 새해에도 건강하고 알차게 꾸리시기 바래요. 좋은일 많이 만드시구요. 혜영이 아영이도 지금처럼 이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