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와 황금날개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45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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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비슷한 조건을 지닌 사람들 또한 많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 각자가 서로 다른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티코와 황금 날개>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그들과 다르다고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티코는 다른 새들과 달리 날개가 없다. 문득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고통과 슬픔을 지녀야 했던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가 생각났는데, 다행이 친구 새들은 티코를 따돌리거나 놀리지 않고 그를 위해 가장 부드럽고 단 열매를 가져다주는 등의 애정을 베풀어 준다. 친구들의 보살핌은 받는 티코가 마냥 기뻐하고 행복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품고, 절망하고, 좌절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날개가 생긴다면, 그래서 저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다면…….‘ 이런 간절한 소망을 지니고 날개를 펄럭이며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는 멋진 모습도 상상해 볼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고 꿈꿀 때를 생각해 보자. 지금보다 더 나은 삶, 이왕이면 현재의 모습보다 더 멋진 모습이 되어 있기를 소망할 것이다. 티코가 소망하는 것은 황금빛이 나는 날개이다. 어느 누구보다 멋진 날개를 달고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 보고 싶은 것이다. 아마 친구들에게 근사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자랑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소원을 들어주는 새가 나타나서 황금 날개 한 쌍을 갖고 싶어 하는 티코의 소망을 이루어 주고 사라진다.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으니 이제 티코에게는 행복한 미래만 펼쳐지는 것일까?
우리들은 가끔 돈만 있으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부자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이 삶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필수불가결의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릴 때 우리는 지금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소중한 행복도 함께 잊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날개가 없어 접해보지 못했던 세상을 마침내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 있게 되어 기쁘고 행복한 것도 잠시, 친구들에게 찾아 간 티코에게 쏟아진 것은 칭찬과 부러움의 말들이 아니었다. 날개가 없을 때에는 그처럼 배려하고 잘 돌봐 주던 친구들이 왜 티코가 멋진 황금 날개를 달자 달라져 버린 것일까? 그들과 다른 날개, 그들보다 더 멋진 날개를 지녔기 때문에? 만약 내가 친구 새라면 과연 황금 날개를 탄 멋진 티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솔직히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 할지라도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이 월등하게 변한다면 나 역시 마음 한 구석에 질시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그 마음이 강해져서 엇나가게 되면 괜한 일에 트집을 잡거나, 나를 낮추어 보는가 싶어 자격지심에 화를 내는 일도 생길 것이다. 티코에게 차가운 말을 남기고 떠난 새들을 나무랄 수는 있으나 이해하지 못할 행동은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은 나에게도 그런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티코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 주었던 행복한 왕자처럼 자신이 만난 가난한 이들에게 자신의 황금 날개깃을 하나씩 뽑아서 나누어 준다. 자신이 지닌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책을 보면서 황금 날개를 소망했던 티코로서도 자신의 꿈이었던 황금 깃털을 뽑아 주려는 마음을 가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나 자신이 나눔에 인색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그로 인해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함께 행복을 누리는 이치를 알고는 있으면서도 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티코는 나눔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기쁨을 알기에 마지막 황금 깃털까지도 망설임 없이 뽑아 줄 수 있었으리라. 황금 깃털은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는 검은색 깃털로 채워졌지만, 그래서 여느 새들과 같은 모습이 되어 친구들의 환영을 받지만 이제 티코는 하나의 깨달음을 가슴에 품고 있다.

- 우리 모두는 조금씩 달라.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추억과 서로 다른 황금빛 꿈을 가지고 있으니까.

같은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각자가 마음속에 품은 꿈과 살아 온 날에 대한 소중한 추억은 다를 것이다. 또한 그것들은 각자의 삶에 소중한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을 것이다. 황금 깃털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티코만 좋은 추억과 황금빛 꿈을 지닌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다른 새들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만의 황금빛 꿈을 지녔을 것이며 다른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행복에 잠긴 티코를 보면서 나 자신을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규정지어 주는 나만의 꿈과 추억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지닌 자기만의 꿈을 소중히 생각하고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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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03-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티코 화이팅~ 추천합니다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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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친구, 친지, 가족 등-을 먼저 떠나 보내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오래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 더욱 자주 생기리라. 사랑하던 사람이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이 차지하고 있던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리는 것과 함께, 살아 있을 때 부르고 하던 그 친숙한 이름도 부를 일이 없어져 버린다. 이런 일을 자꾸 겪게 되면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가까이 하는 것도 힘들게 여겨지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의 이름을 가만히 한 번 불러 보자. 그 이름 속에 사랑하는 이에 대한 기억과 서로 나눈 애정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 이제는 주위의 친구들은 다 세상을 떠나버린, 그래서 무척 외로운 한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는 이름 지어주기를 무척 좋아해서 자신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침대, 의자, 집 등에 ‘베치’, ‘프레드’ 같은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을 붙여주면 비록 사물이라도 가까운 친구처럼 여겨지기 마련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형이나 장난감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을 부르고, 말을 걸며 노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자신이 의미를 담은 이름을 붙여 주었기에 그것이 더 특별하고 애정이 가는 것이다.

 이름의 특별한 의미는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름을 부르지 않았을 때는 아무 의미도 없던 존재가 내가 이름을 불러 줌으로서 비로소 하나의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러나 할머니에게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으니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만한 것들에게는 이름을 부여하지 않는다.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만한 존재를 더 이상 만들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주위에 있는 물건들이라고 다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할머니네 집에 어느 날 찾아 든 배고파 보이는 갈색 강아지 한 마리…. 거두어 함께 살만도 한데 할머니는 매번 먹을 것을 주기만 할 뿐이다. 할머니도 날마다 찾아오는 강아지를 받아들이고 싶었을 것이나 강아지가 자기보다 먼저 죽는 것이 두려워 받아들이지도, 이름을 지어 주지 않는다. 이름도 지어주고 함께 살다 보면 정이 들 터인데 개가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또 다시 아픔을 겪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주 보면 정든다고 할머니도 개에게 정이 많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그 개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자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 본 뒤에 결국 직접 찾아 나서게 된다. 마침내 순둥이 갈색 개를 찾아냈을 때 할머니는 "우리 개 이름은 ‘럭키’랍니다!"라고 말한다. 드디어 할머니가 개에게 ‘럭키’라는 이름을 지어 불러줌으로써 갈색 순둥이 개는 온전히 할머니의 개가 된 것이다.  이제 할머니가 혼자 잠자리에 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참 좋아서 내 마음도 따듯해졌다. 아이도 이 책을 통해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의 특별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기를 바란다. 엄마, 아빠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의 이름을 짓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이야기 해주자. 그리고 아이와 함께 주위의 물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그 물건에게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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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주 2005-03-0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했어요.^^
 
그리고 네가 태어났단다 꼬마야 꼬마야 9
레이첼 이사도라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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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럴드 맥더멋의 작품인 <하늘과 땅을 만든 이야기>이라는 그림책도 세상이 만들어진 천지창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책은 같은 내용이되 좀 더 연령층이 낮은 영아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이다. 몇 페이지는 단어(빛, 하늘, 땅과 바다, 태양 등) 위주로 나오고, 대부분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어주는 책이 아니라 엄마가 영유아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보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이라면 처음부터 '아기'의 모습이 등장하고 아기들의 모습들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세상이 창조되기 전, 천국과 먼지만 존재하던 시기에 존재하는 아기들의 모습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어둠 속에서 아기들은 부유하듯이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형상이다(솔직히 조금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아기들은 세상에 태어나도록 예비되어 있다는 뜻일까?

 앞서 언급한 책이 창조의 과정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 과정을 그림에 담고 있다면 이 그림책은 세상이 창조되는 것이나 '아기'의 존재가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저자는 하늘이, 그리고 땅이 생겨 난 것만큼이나 아기 한 명 한명의 존재가치가 큰 의미,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아기를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살펴보면 빛이 생겨난 것을 보여주듯 아기를 눈부시도록 환히 비추고, 하늘의 구름 위에 아기(흑인)가 앉아 있다. 땅과 바다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아기들이 바닷가에서 무리지어 놀거나 헤엄치고 있다. 날아오르는 한 장의 나뭇잎을 잡으려는 아기, 금빛 태양을 받은 아기, 세 명의 아기가 각각 달과 별이 자리 잡은 하늘 위와 다양한 생명이 존재하는 바다에서 노닐고 있다. 어디론가 뛰어가는 동물들을 웃으며 바라보는 아기 등등.. 본문에서 아기가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부분은 아기를 밴 엄마와 아빠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장면이다.

  다양한 인종의 아기들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인지 흑인 아기도 등장하긴 하는데 솔직히 백인 아기들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후반부에 나오는 부부도 그렇고, 태어난 아기를 어르는 엄마도,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도 모두 금갈색의 머리색을 지닌 백인인지라 그 점은 좀 불만스럽다. 아기의 소중함과 함께 천지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부모가 함께 해주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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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2-2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을 읽으면서 대하게 되는 것들이고 고민하게 되는 것들입니다.
정말로 백인지상주의구나.
실상 황인족도 다 백인처럼 그려진 것이 현실이잖아요.
가끔 생각합니다. 살색이라는 것이 없어졌다곤 하지만 아이들도 이미
백인의 색에 대한 컴플렉스에 익숙하다구요. 제 피부가 통상 말하는 검은 빛이어서가 아니라 우리는 참 하얀 것에 대한 컴플렉스를 대물림하고 있다는 생각이요.

책읽는나무 2005-03-01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종얘기를 들으니 말인데요!
저도 오늘 문득 이상한점을 발견했어요!
아이와 함께 텔레비젼을 보는데 마침 예전에 보았던 <톰과 제리>만화영화가 방영되길래 신기해서 한참 보고 있었는데...그집주인 여자가 등장을 하더군요!
거의 발아래부분밖에 안나오던데...헌데 주인여자가 흑인이더라구요!
전 오늘 그걸 깨달았어요!
흑인이라는 그점이 제눈엔 좀 거시기하게 비치더군요!
웬만해선 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데...생쥐가 들락거리는 집이라서 부러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고...만화가가 흑인이었나? 라고도 생각했지만..전 전자가 아닌가? 란 생각을 했어요!
책 이야기와 좀 거리가 멀지만..갑자기 생각이 나서..^^
 
음악을 사랑한 늑대 0100 갤러리 11
마샬 아리스만 그림, 크리스토프 갈라즈 글, 차미례 옮김 / 마루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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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딴 숲 한 쪽에 위치한 농가에서 엄마, 아빠와 살고 있는 애니라는 소녀는 교수님으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운다. 아이는 악보를 볼 줄 몰랐으나 바이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좋아한다. 어느 날 이야기를 해달라는 애니에게 엄마는 늑대가 할머니와 소녀를 잡아먹었다는 '빨간 모자' 이야기책을 보여준다.

- 맨 마지막에, 엄마는 늑대가 책 속의 소녀를 잡아먹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를 잡아먹기 전에, 소녀의 할머니도 잡아먹었다고 했습니다. 애니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사회성을 가진 영리한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편견에 의해 멸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동물이다. 옛이야기 책에 묘사된 늑대의 모습은 대게 약자를 괴롭히고 잡아먹는 나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전에 늑대와 관련된 글을 찾아 본 적이 있는데 중세시대에 늑대가 마법사와 관련이 있는 동물이라는 미신, '늑대인간' 같은 속설들 때문에 나쁜 동물, 죽여야 할 동물로 인식되어 무수한 늑대들이 학살되었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으로 인해 희생된 한 예일 뿐이다.

빨간 모자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날, 애니는 바이올린을 들고 들판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어 숲 속으로 향한다. 산책을 하려고 했는지 어떤 목적이 있어서 갔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처럼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까? 어두워질 무렵 심심해진 애니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회색의 무언가가'를 보지만 지친 탓에 그 곳에서 잠이 든다. 자신을 찾으러 온 경찰관이 늑대를 보지 못했냐고 묻고서야 그것이 늑대인가 싶었을 테지만 애니는 그저 '늑대가 음악을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어른들에게는 늑대는 사냥해서 없애야 할 존재였던 것이다.

총성이 들린 후 몰려 온 사람들이 죽어 있는 동물을 현관 바닥에 내던진다. 두 눈에 무엇인가가 흐르고 있는, 슬퍼 보이는 동물을.... 애니는 자신의 곁을 서성였을 늑대보다 사람들이 사방을 비추어대며 헤집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작은 소녀가 아닌 애니는 여전히 농가에 살면서 매일 그 곳으로 산보를 간다. 그녀에게는 오래 전의 그 모습이 여전히 살아 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가 슬프다고 말하였지만 나는 '슬픔'보다 '잔인함'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할퀸다.

-애니는 그 발톱과 그 배, 등에 난 털과 그 머리가 눈에 선합니다. 두 눈에서 흘러 내리던 그 무엇까지. 그 잔인함, 그 슬픔, 그 감미로움, 그 외로움.

동물들은 감정이 없을까? 동물들은 음악이 전해주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까? 동물들도 우울증에 걸리면 자살을 하고, 식물도 음악을 틀어주면 성장이 촉진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오직 인간만이 감정을 지닌 존재로 그러한 특권을 누릴 줄 안다는 착각 속에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동물들도 고통을 느끼고, 슬퍼할 줄 아는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간은 그동안 너무나 모른 척하고 살아왔다.

'편견'으로 희생되는 것은 늑대 같은 동물들만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편견을 안고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고, 때로는 편견의 대상에게 어떤 해가 갈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 내는데 동조하기도 한다. 아무런 편견을 지니지 않은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자라면서 부모, 친구, 사회, 활자 또는 영상 매체 등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그릇된 정보나 사람들의 말속에 심어진 편견도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아이에게도 똑같은 편견을 가질 것을 강요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아이들이 공정하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려면 우리 어른들부터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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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0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도 희생되는 동물중의 한 종이죠....슬픔보다는 잔인함이 더 먼저 생각난다는 글귀가 기억에 남습니다. 동화보다 더 멋지고 힘있는 서평이군요^^

아영엄마 2005-03-0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커서 아이들의 책을 읽고서야 늑대를 '나쁜 동물'로 규정지은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가끔 인간이 잔인한 종족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움직이는 섬 - 서돌 자연.과학 그림책 2
메리디스 후퍼 지음, 루시아 들레리스 그림, 윤소영 옮김, 이의형 추천 / 서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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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2월 26일 오전, 동남아시아에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과 해일이 발생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가 생기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TV를 통해 장난처럼 밀려오던 물결이 갑자기 불어나면서 순식간에 사람들을 덮치고 건물을 파괴하면서 생지옥을 만들어 내는 장면을 보면서 자연의 거대한 힘과 막대한 파괴력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악의 참사이자 '쓰나미(지진해일)'란 단어를 우리 뇌리에 심어준 동남아 해일은 지진의 여파로 생겨난 것으로 그 지진 때문에 지구의 모습이 바뀌었다고까지 한다. 지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끊임없이 조금씩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람이 살지 않는 '거칠고 황량하지만 아름다운' 가상의 섬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화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펭귄이나 코끼리바다표범 같은 동물들이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이 섬이 어떻게 해서 생성이 되었는지를 들려준다. 바다 밑 깊은 곳에서 용암이 흘러나와 식으면서 바위가 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바다 밑바닥이 생성되고, 그 위에 여러 침전물들이 쌓이면서 다른 생명체들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겨난다. 초반부에는 2억 년 전의 지구의 모습과 이후의 시기별 특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지구의 환경과 생성 역사를 알려주며 '지각'에 관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 곤드와나 대륙은 남극 대륙을 중심으로 지금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를 퍼즐조각처럼 맞추어 놓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어요.

2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시대의 지구의 육지의 모습은 현재의 지구본에 나타나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땅덩어리(판게아)로 모여 있었다고 한다.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여러 대륙 중에 몇 곳은 대륙의 테두리를 짜 맞추어 보면 아귀가 잘 맞는다. 후반부의 <갈라진 대륙 곤드와나>에 2억 년 전의 대륙의 형태가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기까지의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주는 부분이 있으니 참고가 될 것이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배웠을 때 무척이나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책의 중반부에는 가상의 섬이 변화를 겪는 모습을 통해 시기별로 대륙이 분리되어 가는 과정이나 환경, '열곡'의 생성과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지진이 섬을 뒤흔들었어요. 바윗덩어리가 쿵쿵 소리를 내며 굴러 떨어져 깨졌어요. 바닷가에서는 해일이 일면서 커다란 파도가 모든 것을 삼켜버릴 기세로 덮쳐왔어요.

공룡과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던 2억 년 전의 따뜻하고 습한 기후는 이후 지각변화와 화산 분출, 지진 등의 요인으로 인해 생명체가 자취를 감춘 빙하기를 맞이하게 된다. 몇 만 년이나 지속된 빙하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생명체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이후에 다시 번성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살아 있는 섬'처럼 지구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구의 껍질>에서 '판구조론' 이론과 그 이론에 따른 지각의 변화들을 그림을 통해 각기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지구 표면은 지진, 화산 폭발 외에도 조수의 움직임 등에 의해서도 변화가 일어나며 이것이 지구 자전의 속도에도 영향- 하루의 시간 변화- 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후반부에 실린 <지진>과 <지구의 내부 구조>도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인터넷을 통해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는 활동을 곁들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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