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싶어!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2
사라 파넬리 글 그림, 박수현 옮김 / 보림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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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파넬리, <신화속 괴물>을 볼 때도 독특한 기법의 괴물들 모습에 놀라움을 느꼈는데  이번에 보게 된 나비를 주제로 한 그림책 또한 상당히 독특하다. 빨간 머리의 여자아이 얼굴에, 몸은 글자들로 이루어져 있고 날개는 색색의 종이들로 이루어진 나비~ 그런데 첫장면에서는 나비라기 보다는 꼭 모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비의 날개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그런 점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그림이라도 또 살펴 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림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나비의 날개가 4개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날개에 숫자가 적혀 있는데 그 숫자들이 조금씩 바뀐다. 그리고 만나는 상대와 기분에 따라서 나비의 날개 무늬가 바뀌니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으며 나비가 팔짝 뛰어오르다 고꾸라지는 장면은 언뜻 안타까움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원래 나비는 나는 법을 배우지 않아도 번데기에서 나오면서 그동안 접혀 있던 축축한 날개를 서서히 말리고는 곧바로 날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나비는 어찌 된 일인지 날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신문사에 편지를 써서 도움을 청하는데, 나비가 쓴 틀린 글자를 고친 편지는 쓰는 것이 서툴어 여기저기 틀리게 쓴 아이의 글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을 짓게 만든다.

날지 못하는 이 나비를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데 나비가 처음으로 선택한 상대는 다방면의 천재였던 레오나드로! 그리고 빠삐용, 윙 아저씨 등등... 계속 주위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지만 만족할만큼 좋은, 나는 방법을 찾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나비가 만나러 다니는 인물을 아이가 알지 못할 경우도 있겠지만 꼭 그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도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는 느낄 수 있다.-  아이는 유령이 등장하는 부분도 재미있다고 하던데, 등장인물들에 따라 그림 곳곳에 여러나라의 문화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큰 아이는 이 책을 보자 마자 대뜸 "어, 이 <신화 속 괴물>하고 비슷해요"라고 하면서, 왜 나비 얼굴이 여자아이 얼굴이냐고 궁금해 하기도 하고, 날 수 있는 것도 모르고 다른 방법을 찾으라 애쓰는 것이 우습다고 한다. 작은 아이는 나비가 처음에 날지 못한 이유가 날개를 완전히 말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상당히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덕분에 이 책을 통해 날기에 관한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바에게 그다지 권할만한 방법은 아닌 것이, 역시 자기 날개로 나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주려는 듯 왼쪽 페이지 하단을 보면 조그만 하얀 네모안에 각각 그림이 그려져 있다. 따로 볼 때는 모르겠지만 페이지를 모아서 연속적으로 파라락~ 넘기면 움직이는 나비 그림이 된다. 실은 어느 분의 리뷰에서 보는 방법에 관한 글을 보지 못했다면 그냥 그림에 이색적인 면을 포함시킨 건가 보다 하고.. 해보지 못할 뻔 했다.~ ^^*  날지 못하는 것 때문에 슬퍼하다가 마침내 자기 스스로 날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이 어떤 일에 서툴어서 속상해다가 어느날 문득 자기 스스로 그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어 흥분하고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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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스쿨버스 키즈 18 - 참치에게 잡아먹히다 신기한 스쿨 버스 키즈 18
조애너 콜 글, 브루스 디건 그림, 이강환 옮김 / 비룡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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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즐 선생님네 반아이들이 해변으로 견학 수업을 가는 날!  선생님은 아이들을 짝 지워 주면서 바다에서 볼 수 있는 것 중 서로 관련이 있는 물건을 가져 오라고 하셨는데 키샤는 깜박잊고 수건과 참치 샌드위치밖에 가져 오질 않았단다. 그런데다 하필이면 키샤의 짝은 아널드... ㅜㅜ;; 견학수업을 가장 꺼려하는 아널드 역시 선생님이 말씀하신 걸 잊어버린데다가 서두르느라 연못에 발이 빠져서 신발에 이상한 녹색 찌꺼기까지 묻혀 왔다. 자~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으면 그 다음 순서는? 숙제 검사 시간!!!(윽..어쩌면 좋아~~ ) 숙제를 안 해 간 아이들은 키샤와 아널드의 심정이 어떨지 알 것이다~ (^o^;;)  프리즐 선생님은 시원한 원피스를 입고 나오셨는데 작은 비치볼 달린 슬리퍼도 앙증맞다. 프리즐 선생님은 머리만 좀 정리하시면 패션 모델 하셔도 될 것 같은데... ㅎㅎ 

 자, 돌고래처럼 변신해서 물 속으로 뛰어든 스쿨버스 속에서 아이들은 여러 가지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다. 아~ 얼마나 신나겠는가! TV에서 보니 동물들이 좁은 우리에 가두어져 있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해두고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구경을 하기도 하던데,  그런 식으로 관람하면 훨씬 흥미로울 것 같다.  책 내용을 보면 해초를 잡아 먹는 성게, 그 성게를 잡아 먹는 해달..하는 식으로 먹이 사슬과 연관된 이야기가 나온다. 녹색 찌꺼기의 정체도 밝혀지는데...  그런데 무시무시한 참치가 스쿨버스를 삼켜버린다. 이 장면을 보니까 갑자기 고래 뱃속에서 빠져 나가는 피노키오 이야기가 생각나던데 참치를 낚아 올린 아줌마 이야기가 걸작이다! @@;;  그녀가 무슨 말을 했을까?  후후후~ 스쿨버스 키스 시리중 아이가 참 재미있게 보는 책이다.  아..., 프리즐 선생님의 수영복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나니, 가히 환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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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좋아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성표 그림,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 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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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에 담긴 것은 단 열 네 줄의 짧은 문장. 그런데 그 문장 하나 하나에 다 별이 들어 있다.

나는 별이 좋아.
노란 별.
초록 별.

좋아하는 말은 들어도 들어도 매번 좋은가 보다. 이런 별, 저런 별, 별 이야기만 하니 별이 더 좋아진다. 책에 나온 글만 덤덤히 읽어주자면야 이삼분만에 덮어버릴 이 책 한 권으로 그 색 속에, 그 느낌 속에 아이가 푹 빠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읽어주고 공감하는 이의 재량일 것이다.

나는 별이 좋아.
밤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별.
지금 네 눈 속에 반짝이는 별.

아이의 마음 속엔 밤하늘에 흩뿌려진 무수한 별들이 수놓아져 있고, 아이의 눈 속엔 반짝이는 별 빛이 스며들어 있다. 작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우리 아이 눈 속에 별이 들어 있는지 보자~"고 하니 자기도 엄마의 눈도 유심히 들여다 보며 말한다.

"엄마 눈에는 반짝이는 게 너무 많아~."

아이가 엄마의 눈에서도 별들을 발견한 것일까? 우리 모두의 눈 속에는 별이 들어 있으나 어른이 되면서 그 빛이 흐려져 존재감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빨간 별 그림이 가장 마음에 든다. 사과 모양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별들도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인 것 같아서~ ^^

 책을 보면서 처음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할만한 연령대를 훌쩍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단문의 짧은 문장... 재미나게 읽어줄거리도 없는데 이 책을 어찌 재미나게 읽어주고, 리뷰는 또 어찌 쓸까...하는 난감함. 나는 큰 아이에게 책이란 걸 접해 준 것이 4살 무렵이어서 이렇게 글자가 많지 않은 책은 작은 아이때 몇 권 구입한 것이 다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그랬다. '노란색'이 든 문장을 읽어줄 때면 세상의 모든 노란색을 다 안겨줄 것처럼 한없이 넓게 읽어주고, '빨간색'이 들어 있는 문장이 나오면 온갖 빨간 것들은 다 알려주려는 듯 이것 저것 말해보고... 그런데 이제 이 책을 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 걸 보면 혹시 나는 아이들이 이미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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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해오라기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3
퀸틴 블레이크 그림, 존 요먼 글,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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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나 영화 등을 시청하다 보면 가끔 등장인물들이 서로 본심과 다른 말을 해서 일이 꼬이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이참, 왜 마음에도 없는 저런 말을 해가지고 일을 그르치는 거야! 그리고 상대가 그런 말 한다고 그 사람 본심도 못 알아보고 가버리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바보 같고 한심하게 여겨지면서 답답한 마음에 그런 상황을 설정한 작가를 나무라기도 하지만, 살다보면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이 입에서 나와서 당황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에 심한 상처를 받고 그 일로 완고하게 마음을 닫아버리거나 사과의 말을 들어도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냉담하게 반응하면서 속으로는 그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저하고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딱히 서로 가까이 지내거나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이런 말을 들으면 당황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은 외롭다고 느낀 후(외로움을 느끼는 시기가 결혼을 결심할 시기일까? ^^*)에 해오라기를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기로 마음먹지만 스스로도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해오라기를 찾아간 것이 잘못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좀 나누어 가면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하면 상대도 당황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상황이 닥쳤다고 심사숙고하지도 않고 되는대로 말을 내뱉은, 특히 학의 외모에 대해 흉을 본 해오라기의 처사 또한 심한 것이었고... 결국 그들은 서로 마음의 상처만 입고 자신의 본심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 채 소득 없는 왕래만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학과 해오라기가 자신의 진심을 시의적절하게 제대로 표현했더라면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에궁~...  하긴 말로야 쉬운 일인 듯싶지만 실제로 그러기란 쉽지가 않다는 것 또한 안다. 상황을 알고 있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상대방의 의견이나 말을 받아들이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저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후회를 하나 싶지만 당사자들로서는 한번 상처 입은 자존심을 굽히고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말이란 것은 많은 것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때도 있으며, 그 말 속에 숨겨진 진실, 상대방의 본심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그림책은 학과 해오라기의 경우를 통해 사소한 일로도 오해와 반목이 시작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받는 상처와 후회의 감정들, 해소되지 않은 결말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이 둘의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큰 아이가 이 책에서 그림 그린 사람의 이름, "퀜틴 블레이크"을 보더니 아는 척을 하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로알드 달의 작품에 이 사람이 삽화를 많이 그려서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지금까지 보아 온 동화책의 삽화들은 흑백인데 비해 이 그림책에서는 색이 입혀진 그림들이라 그의 화풍이 더 잘 느껴지는데, 학과 해오라기가 반목하는 난감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새들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웃음이 나온다. 청혼을 받고 놀라는 해오라기의 표정이나 거절당한 채 힘없이 돌아가는 학의 모습이라니... 아이들은 특히 학이 사과의 의미에서 선물로 개구리를 물고 가면서 와들와들~ 떠는 장면을 가장 재미있게 여긴다. 그나저나 학과 해오라기는 아직도 왔다리 갔다리하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쯤 어느 한 쪽이 대범함을 발휘해서 다른 한 쪽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자기 진심을 고백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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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1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절당한 채 힘없이 돌아가는 학의 모습이 보고 싶군요.
저의 아픈 과거가 생각나서......
추천하고 갑니다.^^

hanicare 2005-04-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그림책이네요.궁금해져요.
 
보름달의 전설
미하엘 엔데 지음, 비네테 슈뢰더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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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옮긴이의 말에 나오듯이 "그림책을 아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은 그림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는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뒤늦음이라는 탄식이 붙지 않아도 좋을 책으로 은자와 도둑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삶, 아집, 편견, 집착, 고정관념 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신부가 다른 사내와 도망친 것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한 남자가 세상은 허위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고 성서연구에 몰두한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고 살아야 할 이 세상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이다. 그것도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이의 배신은 한 사람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세상을 살아갈 힘을 앗아버리기에 충분한 것이다. 세상을 등진 젊은이는 학문에 심취하지만 이 길에서 또 한번의 절망을 겪는다. 방대한 저서를 남긴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년의 깨달음이란 것이 자신의 모든 책이 속이 빈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허망한 노릇이란 말이다. 결국 이 남자는 물이 나오지 않은 땅에서 우물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안식을 찾게 된 것은 어느 동굴 안에서 잠을 청했다가 그 곳에 머물라는 목소리를 듣고부터이다. 이후로 동굴에 머물며 '영원'을 향한 구도의 길에 들어선 남자는 명상에 잠기고, 그의 깊은 영혼의 평화는 숲의 동물들에게까지 감응된다. 세월의 흐름을 잊어버린 듯한 평온한 모습의 노인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붉은 열매가 달린 나무-뒤편의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한그루를 보고 있자니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고뇌하다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보리수나무 아래에 앉아 수도하는 싯다르타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처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애쓴 것처럼 은자는 어느 날 숲에 찾아 든 도둑을 회개의 길로 이끌며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한다.

그러던 은자가 어느 날인가부터 변한다. 은자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자신을 찾아오는 존재의 말을 믿었으며 수행을 많이 한 오직 자신만이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도둑에게도 관찰능력과 하나의 깨달음이 있었으니, 그것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것의 외양을 곧이곧대로 믿지 아니하고 과감히 화살을 쏜 것이다. 톨스토이 원작의 <구두장이 마틴>을 보면 마틴은 예수님이 자신을 찾아 오시겠노라는 목소리를 듣고 하루 종일 그 분이 오시길 기다린다. 그 하루 동안 마틴은 추위에 떨고, 헐벗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여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행을 베푼다. 그리하여 밤이 늦도록 마틴이 기다렸던 예수님은 분명히 그 날 마틴에게 다녀가셨으되 머리에 후광을 두르고 천사를 거느린 휘황찬란한 모습이 아닌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마틴에게 대접을 받으셨던 것이다.

"나더러 대천사를 속이라는 말이냐? 그분이 너에게 나타나려 했다면 너를 찾았을게다! 게다가 나는 네가 그분이 나타난 것을 알아차리기나 할지 의심스럽다. 그만큼 너는 눈뜬장님이다. 그래. 나는 제가 그런 성스런 현상을 보기에는 눈이 멀었다고 확신한다. 그러니 아들아, 네 불경스런 소망은 잊도록 해라."

은자는 지나친 자만과 대천사의 겉모습에 눈이 멀어 주위를 살필 여유도,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혜안도 잃어버렸으나 도둑의 대답을 통해 꿈에서 들은 약속이 이미 실현되었음을 깨닫는다. 무엇이든 지나치게 연연하고 그것에 집착하게 되면 진실을 보아야 할 우리의 눈에는 이를 가리는 한 꺼풀의 장막이 드리워져 진실을 알아보지 못하고 비켜나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리나 깨달음이 멀리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높디높은 곳에서만 그것을 찾으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팔십 노인도 세 살 먹은 아이한테 배울 것이 있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처럼 어린 아이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나를 낮추고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성자가 아니더라도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으면서<끝없는 이야기>로 나를 매료시켰던 미하엘 엔데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 반가웠고, <개구리 왕자>에서 섬세한 묘사와 그림 곳곳에 비현실적인 것들을 내포한 독특한 화풍이 인상에 남는 비네테 슈뢰더가 그림을 그렸다기에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는데, 인물들의 변화에 따른 색채 대응도 차별화되어 있으며 세밀하게 그려진 그림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공간을 들여다보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그의 화풍이 잘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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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4-1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 팍 죽었음 ㅠ.ㅠ

날개 2005-04-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동화에 이렇게나 멋진 리뷰라니....! +.+

아영엄마 2005-04-1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 감사! 거기다 추천까지!!! @@ 넙죽~ (__)

로드무비 2005-04-1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에 관한 한은 정말 지존이시로군요.
작가들의 화풍이며 모두 꿰뚫고 계시다니!^^

로드무비 2005-04-11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동화 리뷰만 잘 쓴다는 말로 오해해서 듣기 없기!^^;;;

울보 2005-04-1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 감동 하고 갑니다,,기도 죽고요....

아영엄마 2005-04-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울보님.. 과분한 칭찬은 독이 되옵니다.(사실이면 좋겠지만..헤헤~) ^^;;그래도 덕분에 리뷰 쓸 힘을 얻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