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탈출 소동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42
마이클 베다드 글 그림, 강미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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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오리 공장, 움직이는 라인(물건을 나르는 기계)에 의해 오리 알들이 기계 안으로 들어가서 오리로 부화되어 나오면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보내어진다. 그것을 감독하는 것은 악어들. 그런데 부화되지 않은 알이 하나 공장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오리가 태어나 공장을 돌아다니다 한 악어의 눈에 띄고, 도시락 통에 숨겨져 공장을 빠져 나온다. 악어는 오리를 통통하게 키워 잡아 먹을 생각으로 집에 데려와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오리는 낮에 악어를 기다리느라 혼자 있어 외로웠던 탓에 악어가 집에 돌아오면 열광적으로 춤을 추며 반가워 한다. 그 둘은 점점 친해지는데 이 때까지의 줄거리를 보다보니 문득 <몬스터 주식회사>라는 에니메이션영화에 나오는 설리(괴물)와 부(어린아이)가 생각났다. 이 책에서 악어에게 오리는 잡아먹는 존재였지만 둘이 친구가 되었듯이 설리에게 부는 에너지를 얻는 도구였으나 둘은 친구가 되지 않던가..

아이들은 악어가 출퇴근 도장을 찍어주는 시계 달린 기계를 처음 보는지라 그게 무엇인지 궁금해 하기도 했는데 에니메이션 풍으로 그려진 오리도 귀엽고, 덩달아 춤을 추는 모습의 악어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악어네 집에 걸려 있는. 악어가 섹시한 포즈로 길게 누워 있는 그림은 어떤 화가의 유명한 그림을 연상시킨다.^^ 길을 잃은 오리가 어느 식당에서 다른 악어에게 잡아먹히게 된 상황의 그림을 보면서 잠시 웃기도 했는데, <톰과 제리>에서 친구가 되기로 한 제리가 다른 고양이에게 잡아 먹힐 순간에 톰이 구해주는 장면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 제리의 입에도 쟁반에 놓인 오리처럼 사과가 물려 있었다.

 마침내 악어가 오리에게 오리공장의 진실-오리들을 살찌워서 날지 못하게 하고는 결국 잡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오리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더니 그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다. 자유로운 남쪽 나라로 날아가기 위해 <날지 못하면 죽는다!> 이런 표어를 붙여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살 빼는 작전에 돌입한 오리들... 제목에 왜 <치킨 런>을 언급했는지 아시리라~. 줄넘기도 뛰고, 사우나 기계에도 들어가고, 에어로빅, 역기 들기,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 런닝 머신 등등 오리들은 온갖 방법으로 살을 뺀다. 그리하여 마침내 악어에게는 맛있는 음식재료가 될 오리들이 하늘을 날아 간다. 이를 본 악어들이 씩씩~거리며 화를  낼 때 슬퍼하는 한 마리의 악어가 있었으나, 그 악어에게는 오리 친구와의 이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리는 친구를 두고 떠날 수 없어 비행기표 두 장을 가지고 와 악어와 함께 남쪽 나라로 떠난다. 아하! 이 장면에서 작은 아이는 속아버렸다. 비행기 바깥에 날고 있는 오리가 친구 오리인 줄 알았던 것이다. 웬지 이상해 보이는 악어가 비행기 안에 타고 있으니 잘 살펴보자~. ^^ 따뜻한 섬에 도착한 오리들이 정말 멋진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부럽기만 하다. 아, 근사한 바닷가에 놀러 가봤으면... 살까말까 망설이다 접어두었던 책인데 이번에 결국 구입해버렸다. 이 책을 재미있게 보는 아이들을 보니 잘 샀다는 생각이 드는데, 덕분에 나도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책만 사주는 멋진 엄마이지 않느냐고 큰소리를 뻥뻥~ 쳤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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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2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런도 몬스터 주식회사도 재밌게 봤더랍니다. 쭉~ 읽으니까 치킨런2 (DUCK RUN) 같아요. 그래도 읽고 싶어요 ^^*
 
힘든 때 미래그림책 35
트리나 샤르트 하이만 그림, 바바라 슈크 하젠 글,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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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다 보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란 말도 있듯이 살아가는 내내 힘든 때만 있는 것은 아니며 힘든 시기가 지나면 좋은 때가 오곤 하지 않던가... 이 책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가정의 사정을 엿볼 수 있는 생활상과 가장인 아빠의 실직이라는 힘든 상황을 맞이하여 슬퍼하면서도 아이가 데려온 '고양이'를 매개체로 기운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세세히 글로 표현 하는 대신에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본문의 그림은 흑백톤이며, 인물이나 배경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 놓았다.

 단추를 다느라 바쁜 엄마에게 강아지를 사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가 자꾸 조르지 말라는 대답을 들은 아이는 아빠에게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른다. 그런 아이에게 아빠는 힘든 때라서 사주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아침을 먹으며 아이에게 "모든 것이 자꾸 오르기만 할 때가 힘든 때"임을 가르쳐 준다. 솔직히 우리네 서민들의 가혹하리만치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을 볼 때 요즘이 바로 "힘든 때"가 아닌가 싶다. 공공요금도 오르고, 물건값도 오르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안 오르는 건 월급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ㅜㅜ;;) 책 속의 가족이 좋아하던 작은 상자에 든 시리얼 대신에 양이 많고 값싼 '왕푸짐표' 대용량 시리얼을 사 먹어야 하는 것이나 바닷가 대신에 수영장에 간 것. 쇠고리 요리 대신에 콩 스튜를 자주 먹는 것 등 아이가 생활에서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분들을 통해 경제적인 사정이 많이 힘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트에 장을보러 가면 대게 아이들은 이것 저것 고르러 다니느라 신이 날텐데 아빠가 물건을 고르고 있는 장면에서 보여지는 아이의 표정은 무심한 듯, 심드렁하기만 하다. 뭘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을 것 같은 모습이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것들이 다 내 생활의 한 모습이라 공감이 간다. 나도 장 보러 갈 때면 커다란 시리얼 상자-과자 대신에 줄 때도 있는지라-을 고르고, 질보다 양으로 따져서 물건을 고르고, 문화생활은 공짜표나 초대권이 생겼을 때나 누려 볼 수 있는 것이고, 놀러가는 건 일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그래도 애들 아빠가 직장에서 해고될 염려같은 것은 없다 싶어 당장에 살 길이 막막한 것은 아니다. 낮에 갑자기 집에 오신 책 속의 아빠는 화가 나 있다. 직장을 잃어버린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빠 자신의 심적인 충격이나 고통이 그 누구보다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에게는 아내를 비롯한 가족의 위로와 격려가 절실한 때일 것이다. 아이 아빠의 처진 어깨와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문득 오래전 친정 아버지께서 비록 정년퇴직이지만 한참 집안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일을 그만 두셨을 때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집 밖으로 내 보내진 아이는 쓰레기통 안에 무엇인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지나가던 어떤 누나의 도움으로 그것을 꺼낸다. 비쩍 마르고 조그마한 고양이, 그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몰래 우유를 주려던 아이는 그만 실수를 하고 만다. 소리를 듣고 달려 온 부모는 아이를 안고는 울음을 터뜨린다. 문든 남편의 실직 소식을 접하여 억장이 무너지고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그런 실수를 한다면 나는 당장에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야단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난 뒤라서일까,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면서 아이에게 고양이의 이름을 물어보시는 아빠의 표정은 한결 밝아 보인다. 아이가 고양이에 지어준 이름은 '강아지'.  자기가 원래 키우고 싶었던 것이 강아지라고 고양이에게 '강아지'라는 이름을 붙여주다니, 원~. 고양이와 함께 노는 것이 좋아 밝게 웃는 아이나 그 뒤편으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니 이들이 힘든 때를 잘 넘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고양이가 아이가 싫어하는 콩을 대신 먹어주려나? ^^;;

- 이 책을 읽어주고 난 후에 작은 아이가 뭐 사달라고 할 때 돈이 없어서 못사준다고 했더니 "힘든 때라서 그런거죠~"라고 한다.. 뭐, 요즘이 좀 힘든 때이긴 하지...(늘 힘든 때였던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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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6-2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그림책과 이 비슷한 소재의 책을 보면서, 번역되어 나오기는 좀 힘들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나왔군요. 그래요, 미래엔앰비쯤이면 내줄 수도 있겠군요. 리뷰 감동적이에요...
 
마법에 빠진 말썽꾸러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6
김영진 그림, 이재원 글 / 길벗어린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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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나 자신의 학창시절을 뒤돌아보건데 솔직히 가끔-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늘~ (^^;;)- 정말 정말 숙제하기 싫을 때가 있다. 거기다 엄마로부터 숙제 하라는 잔소리를 듣게 되면 더 하기 싫어지는데,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면서도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이 엄마의 입장이다. 하기 싫은 숙제지만 억지로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그나마 안스럽기나 하지, 책 속의 남자아이처럼 산더미 같은 숙제에 손도 대지 않은데다가 간식까지 준비해 갖다 주면서 얼른 끝내자고 다독거려주는 엄마에게 혀를 내밀면 나같아도 열이 뻗치지 싶다. 아이 엄마는 숙제 다 할 때까지 저녁 못 먹는 줄 알라고 하는데, 나는 주로 아이에게 "숙제 다 할 때까지는 컴퓨터 못 해!"라고 엄포를 놓는다. ^^

 숙제를 다 할 때까지 금족령이 내리자 심술이 난 아이는 엄마가 나가시고 난 후 온갖 못된 짓은 다 해보기로 마음 먹고 공부하던 책, 동화책도 찢고 애완동물들도 괴롭히고, 벽지까지 뜯어 놓는 등, 온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순간의 아이의 표정은 이빨도 뾰족뾰족하게, 머리카락도 삐죽삐쭉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런 악동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모습이다.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장난을 치고 난 아이는 쉬기 위해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엇! 의자가 아이를 피하려는 듯 뒤로 물러나버리지 뭔가~. 거기다 말도 한다!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방 안의 물건들이 이를 따지기 위해 아이에게 몰려드는데 책을 보는 사람이 아이의 시점이 되어 그 상황을 간접경험해 보도록 그려져 있다. 그후에 아이는 위축된 자그마한 모습으로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고, 흑백의 그림과 함께 찾아 온 정적... 

 아이가 벽지와 책을 찢어버리는 바람에 연인들이 강제로 갈라서게 되고, 이야기 속의 공주를 구하러 올 기사가 사라져 버린다. 거기다 수학책에서는 숫자들과 이상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나타나서는 괴상망측한 이상한 문제들을 내니 그 문제를 듣던 우리 아이가 "뭐야~ 문제가 이상하잖아요! 말도 안돼!"라고 외치며 답이 엉망한 곱하기 문제는 자기가 답을 맞추겠다며 구구셈을 해 본다. 거기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반쯤 껍질이 까진 삶은 계란, 닭모가지가 튀어 나온 계란에 계란 부치개를 보며 슬퍼하는 계란 한쌍이라니... 하하! 고양이를 따라 간 정원에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자기가 상처내고 괴롭혔던 나무랑 잠자리, 박쥐, 다람쥐가 나타나 아이를 다그친다. '엄마가 없다'는 말이 너무나 무섭게 여겨지는 남자 아이만큼이나 우리 작은 아이도 그 말이 무섭고 자기는 엄마가 없으면 절대로~ 안된단다! 절절하게 공감하는 마음으로 남자아이와 함께 "엄마아~~"를 외치는 우리 아이들~^^

 이 즈음에서 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짠~하고 나타나면서 현실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내 예상과 달리 클라이막스 음악으로 치면 마지막 악장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정원에 있던 여러 동물들이 아이를 혼내주겠다고 몰려들어서는 내가, 내가... 하더니 서로 싸우고, 그 통에 아이는 팽개쳐지고 아기 다람쥐도 상처입은 채 튕겨나오게 된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싸워서 좋은 거 하나도 없다니까... 아이가 다친 아기 다람쥐에게 리본을 묶어준 것을 본 동물들은 애초와 달리 아이를 도와주기로 하고 아이를 집 앞으로 데려 와서 사람을 부르기로 한다. 뭐라고 하나...
"ㅇ... ㅁ..."
너무 작아서 안 들리잖아! 다시, 조금 더 크게~~ 
"엄마!!!"(아이고, 귀 따거워라....@@;)

-이 책의 내용은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어린이와 마법> 오페라 공연을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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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열두 달 꼬마야 꼬마야 11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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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작은 아이는 유치원생일 무럽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사계절의 순서를 헛갈려 하더니 요즘은 계절이 석 달마다 딱딱 맞춰서 바뀐다고 생각하는지 ‘6월 1일이 되면 여름 시작~’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하루만에 계절이 바뀐다?? 아직 일 년의 달 수도 잘 모르는 터라(초등학교 1학년이…)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1월부터 12월까지, 일 년의 열두 달과 다달의 계절의 특징을 살펴보곤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 레오 리오니에다가 좋아하는 캐릭터인 생쥐가 나와서 더 선호한다.

보람이와 보배라는 이름을 가진 쌍둥이 쥐와 한 그루의 나무의 일 년 동안의 만남을 통해 다달이 변화하는 나무 주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쌍둥이 쥐는 1월 첫째 날에 처음으로 눈이란 걸 보게 되었는데, 누가 만들어 놓고 갔을까. 눈쥐! 눈사람 아니고 눈쥐~. 생쥐가 손에 빗자루를 들고 있다고 말하자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 눈쥐가 말을 한 걸까? 그건 아니고, 빗자루처럼 보였던 것이 바로 살아있는 나무였던 것이다. 겨울이라 나뭇잎이 다 떨어져서 앙상한 모습만 남아 있는 것을 누군가가 눈쥐를 만들 때 지형지물로 이용한 모양이다.
2월이 되어 온 생쥐들이 같은 장소를 찾아와 보니 눈쥐는 녹아 없어졌으나 나무는 그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생쥐들은 나무에게 자기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들은 차츰 친한 친구가 되고 달이 바뀔 때면 만남을 계속 가진다. 3월, 4월을 거치면서 새싹이 돋아난 나무를 보면서 보배는 어떤 싹이 꽃이 되고, 어떤 싹이 나뭇잎이 될지 궁금해 한다. 새싹은 똑같아 보인다는 말에 공감~. 만약 어떤 나무가 봄에 꽃이 피는 나무라는 걸 알지 못하고 새싹이 난 것을 보는 경우에 그런 궁금증이 생길 것 같다.

하늘의 구름도 다양한 모양, 색상을 보여주는데 5월에 꽃이 핀 나무가 역시나 가장 근사해 보인다. 빨간 꽃이 참 예쁘다. 아이들이 자기들이 본 적 있는 이 꽃, 저 꽃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서 잠시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 사이에 책장이 넘어가면서 한 달이 지나간다. 6월에 대한 부분이 불조심에 관한 경고성 교훈을 담은 의도가 엿보여서 개인적으로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7월에 나무 근처 풀 숲에 불 난 장면까지. 9월로 접어드니 나무에 둥글고 빨간 열매가 많이 열렸다. 무슨 과일일까? 사과일까? 아니면 상상의 열매? 12월을 앞두고 생쥐들은 나무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기로 한다. 나무에게는 어떤 선물이 좋을까~ 얼지 말라고 나무 둥치에 짚으로 둘러주는 것(방제효과도 겸해서)도 좋을 것 같다. 보배는 나무에게 꼭 필요한 선물을 하고, 보람이도 멋진 선물을 준다. 이 책을 보면서 자연은 끊임없이 자라고 변화하기 때문에 일 년 열두 달, 잠시라도 쉴 틈이 없이 바쁘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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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이야기 0100 갤러리 7
로베르토 인노센티 그림, 루스 반더 제 글, 차미례 옮김 / 마루벌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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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겉표지을 보는 순간 '어!' 하는 소리가 바로 나왔다. 인터넷 서점 이미지로 볼 때는 전혀 몰랐는데 앞쪽 겉표지에 별 모양으로 구멍이 나 있다.-겉표지에 나온 별 모양은 우리가 흔히 별모양으로 여기는 것이고, 육백만 개의 별이 진 민족, 유대인들의 가슴에 달렸던 다윗의 별은 이와 다른 모양이다.-  책 내용을 읽으면서 수용소로 보내진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물부터 났다. 둥그스름한 모자를 쓰고 총을 걸친 독일 군인들, 화물 기차안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보퉁이를 든 사람들의 행렬... 흑백톤의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쉰들러 리스트>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 때는 빨간 옷을 걸친 여자 아이가 가슴에 남았었는데-살아남길 바랐는데 안타깝게도 결국 죽었다- 이 그림책에서는 역에 덩그라니 남은 하얀 유모차가 가슴에 남는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실화라고 한다. 수용소로 향하는, 즉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화물기차 안에서 자신의 아기를 바깥으로 던진 엄마의 마음... 소중한 아기를 자신의 품에서 떼어내서 낯선 바깥세상으로 던질 때에는 그 아이가 살아남기를 간절하게 빌었을 것이다. 엄마의 소망대로 그 아이, 에리카-아이를 거두어준 분이 지어준 이름임-는 잘 자랐으며, 가정을 꾸미고 새로운 생명을 낳고, 그 자식들이 또 자손을 낳으며 새로운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로베르토 이노센티가 그렸다는 실사처럼 여겨지는 그림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로베르토 이노센티의 <마지막 휴양지>라는 그림책은 군침만 흘리다 구입하지 못하고 이 책으로 그의 그림을 처음 접하는데 사실적인 느낌이 드는, 매우 섬세한 그림을 보니 더 구미가 당긴다.

 전쟁은 동의할 수 없는 명분을 내세우며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곤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별들이 지고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어 삶을 이어나가고 있겠지.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명분을 내세우기 전에 하나의 별처럼 소중한 사람들의 생명을 먼저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다 보고 가운데 부분이 천으로 처리되어 있는 겉표지를 손으로 쓸어보고 있는데 아이가 겉표지를 보더니 "야~ 별이다"하면서 신기해 한다. 그래서 앞표지를 펼쳐들고 별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입맞춤을 나누었다. 그래 너는 나의 별이야... 소중한 생명을 가진 나의 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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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8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