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법에 빠진 말썽꾸러기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6
김영진 그림, 이재원 글 / 길벗어린이 / 2005년 5월
평점 :
숙제, 나 자신의 학창시절을 뒤돌아보건데 솔직히 가끔-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늘~ (^^;;)- 정말 정말 숙제하기 싫을 때가 있다. 거기다 엄마로부터 숙제 하라는 잔소리를 듣게 되면 더 하기 싫어지는데,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면서도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또 이 엄마의 입장이다. 하기 싫은 숙제지만 억지로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그나마 안스럽기나 하지, 책 속의 남자아이처럼 산더미 같은 숙제에 손도 대지 않은데다가 간식까지 준비해 갖다 주면서 얼른 끝내자고 다독거려주는 엄마에게 혀를 내밀면 나같아도 열이 뻗치지 싶다. 아이 엄마는 숙제 다 할 때까지 저녁 못 먹는 줄 알라고 하는데, 나는 주로 아이에게 "숙제 다 할 때까지는 컴퓨터 못 해!"라고 엄포를 놓는다. ^^
숙제를 다 할 때까지 금족령이 내리자 심술이 난 아이는 엄마가 나가시고 난 후 온갖 못된 짓은 다 해보기로 마음 먹고 공부하던 책, 동화책도 찢고 애완동물들도 괴롭히고, 벽지까지 뜯어 놓는 등, 온 방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순간의 아이의 표정은 이빨도 뾰족뾰족하게, 머리카락도 삐죽삐쭉 서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런 악동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모습이다.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장난을 치고 난 아이는 쉬기 위해 의자에 앉으려고 하는데, 엇! 의자가 아이를 피하려는 듯 뒤로 물러나버리지 뭔가~. 거기다 말도 한다!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방 안의 물건들이 이를 따지기 위해 아이에게 몰려드는데 책을 보는 사람이 아이의 시점이 되어 그 상황을 간접경험해 보도록 그려져 있다. 그후에 아이는 위축된 자그마한 모습으로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고, 흑백의 그림과 함께 찾아 온 정적...
아이가 벽지와 책을 찢어버리는 바람에 연인들이 강제로 갈라서게 되고, 이야기 속의 공주를 구하러 올 기사가 사라져 버린다. 거기다 수학책에서는 숫자들과 이상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나타나서는 괴상망측한 이상한 문제들을 내니 그 문제를 듣던 우리 아이가 "뭐야~ 문제가 이상하잖아요! 말도 안돼!"라고 외치며 답이 엉망한 곱하기 문제는 자기가 답을 맞추겠다며 구구셈을 해 본다. 거기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반쯤 껍질이 까진 삶은 계란, 닭모가지가 튀어 나온 계란에 계란 부치개를 보며 슬퍼하는 계란 한쌍이라니... 하하! 고양이를 따라 간 정원에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잠시, 자기가 상처내고 괴롭혔던 나무랑 잠자리, 박쥐, 다람쥐가 나타나 아이를 다그친다. '엄마가 없다'는 말이 너무나 무섭게 여겨지는 남자 아이만큼이나 우리 작은 아이도 그 말이 무섭고 자기는 엄마가 없으면 절대로~ 안된단다! 절절하게 공감하는 마음으로 남자아이와 함께 "엄마아~~"를 외치는 우리 아이들~^^
이 즈음에서 나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짠~하고 나타나면서 현실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는데 내 예상과 달리 클라이막스 음악으로 치면 마지막 악장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정원에 있던 여러 동물들이 아이를 혼내주겠다고 몰려들어서는 내가, 내가... 하더니 서로 싸우고, 그 통에 아이는 팽개쳐지고 아기 다람쥐도 상처입은 채 튕겨나오게 된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싸워서 좋은 거 하나도 없다니까... 아이가 다친 아기 다람쥐에게 리본을 묶어준 것을 본 동물들은 애초와 달리 아이를 도와주기로 하고 아이를 집 앞으로 데려 와서 사람을 부르기로 한다. 뭐라고 하나...
"ㅇ... ㅁ..."
너무 작아서 안 들리잖아! 다시, 조금 더 크게~~
"엄마!!!"(아이고, 귀 따거워라....@@;)
-이 책의 내용은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어린이와 마법> 오페라 공연을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