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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난쟁이와 백설 공주 ㅣ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8
에티엔 들레세르 글. 그림, 노은정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그림책에는 거울을 보고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라고 물으며 백설공주를 해치려는 왕비도 나오고, 숲으로 도망쳐 온 백설공주와 나중에 그녀의 생명을 구해주는 왕자도 등장하지만,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그리하여 왕자님과 백설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을 보여주는 책도 아니다. 극의 재미를 높여주는 조연과도 같았던 일곱 난쟁이 중의 맏형인 스테판이 들려주는, 바로 그들의 현재와 그들의 추억과 선택을 담은 이야기다.
임금님의 심부름꾼이 백설공주와 왕자의 결혼식 초대장을 갖고 오고, 그들을 위해 왕실 재단사가 찾아와 옷을 맞추어 주고, 마차가 와서 난쟁이들을 궁전으로 모셔가니 귀빈 대접이 따로없다. 그리고 백설공주는 눈 먼 아비를 만난 심청이 마냥 정신없이 뛰어내려와 그들은 반겨주고, 임금님과 약혼자인 왕자도 그들을 반겨준다. 숲 속 오두막을 통째로 들여 놓아도 될만큼 커다란 방과 맛있는 음식들, 생전 처음 보는 구경거리들... 숲에서, 광산에서 일만 하던 난쟁이들에게는 화려한 왕궁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생소하고 신기한 것들 투성이다. 더구나 임금님은 일곱난쟁이 모두를 숲의 공작으로 임명하며 '왕실의 신하'가 되어 왕궁에 살 것을 제안하기까지 한다. 광산에 신물이 났다는 솔로몬의 말처럼 보드랍고 근사한 옷, 푹신푹신한 침대, 잘먹고 잘 놀 수 있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그런 생활을 제안받았으니 기뻐해야 할 일이겠지...
궁전생활이 편하지 않은 스테판은 "깊이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노라고 대답한다. 스테판은 백설공주를 처음 만난 특별했던 십삼 년전, 그 날의 일을 꿈꾸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 이야기가 나오고,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은 백설공주를 유리관 속에 넣게 된다. 그 후 십삼년이란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백설공주는 유리관 안에서 스무살의 아가씨로 성장해 가지만 난쟁이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어찌 보면 사실이고 맞는 이야기이다. 부모는 자기 자식을 날마다 들여다 보고 살지만 정작 내 아이가 크는 줄을 모른다. 날마다 그 모습이 그 모습인 것 같다가 오랫만에 만나는 다른 사람이 보고는 아이가 훌쩍 컸다고 하면 그제서야 아, 우리 아이가 벌써 이만큼 자랐구나 하지 않던가....
결혼식 날 아침... 난쟁이들의 맏형인 스테판은 결론을 내린다. 나는 그가 내린 결정이 옳았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여러 말로 설명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자신이 있을 자리를 알고, 자기 집이 가장 편한 곳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마무리를 하련다. 일곱난쟁이를 떠올리려면 가장 먼저 디즈니 만화의 귀여운 캐릭터가 떠오르는데 이 책을 보고 난 후에 난쟁이를 떠올리려니 길다랗게 튀어 나온 코부터 떠오른다.(표지 그림보면서 일곱 난쟁이가 맞나 하고 헤아릴 때 코의 수를 하나 하나 짚어봤다. ^^;;) 개인적으로 큰 그림보다 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작은 그림이 더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