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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카바 수에키치 지음, 양미화 옮김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종이 좀 더 줘~, 종이 좀 더 줘~를 외치는 아이들. 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커다랗게 그린 고구마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갖가지 놀이를 하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아이가 서툴게 그린 듯한 느낌을 풍기는, 인물과 사물을 단순화 한 선 그림은 정형화되지 않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며 책의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 색도 최대한 절제하여 흰 종이를 배경으로 검은 선과 고구마의 검붉은 색으로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대화로 이루어진 듯한 짧은 문장들과 '직직 죽죽, 철떡 철떡, 뽀드득, 쏴르르’ 같은 의성어/의태어가 읽는 맛을 더해주고 있다.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내일 고구마를 캐러 간다는 기쁜 소식. 그런데 이처럼 신나는 일을 앞두고 비가 오지 뭔가~. 이 장면에서 일본 만화(애니) 등에서 가끔 보게 되는 인형(데루데루 보즈- 창문에 매달아서 날씨가 맑기를 기원하는 인형)을 볼 수 있다. 학창 시절 소풍이나 운동회 전 날이 되면 비가 오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자곤 했는데 다음날 비가 내려 행사가 취소되었을 때는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했던가. 선생님이 다음 주에 간다고 하니 아이들은 싫다고 농성(?)을 한다.
연기되는 그 일주일 동안 고구마가 쑥쑥~ 자라서 기다릴 것이라는 말에 아이들이 고구마를 그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각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종이를 이어 붙여서는 아이들이 함께 고구마를 그리기 시작! 우와, 얼마나 큰지 한 쪽으로는 다 볼 수가 없다.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여전히 고구마의 한 부분~(긴 책장을 병풍식으로 접는 형태로 제작하여 길게 펼쳐볼 수 있었다면 고구마의 긴 길이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지 싶어 아쉽기도 하다.)
그 큰 고구마를 어떻게 캘까, 어떻게 옮길까, 진흙을 씻은 다음에는 뭘 할까? 커다란 고구마는 배도 되고, 공룡도 되고, 맛있는 간식거리도 만들 수 있다. 달디 단 고구마, 무얼 해 먹으면 맛있을까? 그리고 고구마를 먹으면 뭐가 나오더라~~. 아이들이 이 장면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는다. ^^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시키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만들고, 생각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놀이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른이 시키는 것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유 시간이 주어져도 뭘 하고 놀아야 할 지 몰라 심심해 하곤 하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집 작은 아이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책 속의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자기 스스로 창조적인 생각을 해내고, 놀이를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모습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