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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핀둘리 ㅣ 국민서관 그림동화 86
자넬 캐넌 글.그림,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꼬마 하이에나가 다른 동물들의 심술궂은 말에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지혜를 발휘하여 동물들 간에 화해를 이끌어 내는 모습을 그린 작품. <바퀴벌레 삐딱날개>라는 작품에서 혐오감가는 곤충 최상위권에 드는 바퀴벌레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그려낸 자넬 캐넌. 이번 작품에서는 얼룩덜룩한 무늬 탓에 지저분해 보이는 외모나 먹이 습성 등으로 인해 그다지 호의적인 인상을 주지 못하는 하이에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자넬 캐넌의 작품 성향을 보면 사람들이 대체로 싫어하는 생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작품도 흔치 않은 '하이에나'를 주인공으로 하였고, 본 적은 없지만 <Verdi>는 뱀, 영문판으로 본 <Stellaluna>는 박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저녁 무렵에 놀러 나간 꼬마 하이에나 핀둘리는 길에서 만난 개 무리, 사자, 얼룩말로부터 외모에 대한 놀림을 받는다. '귀가 크다, 갈기털이 삐죽삐죽하다, 줄무늬가 정신 사납다'는 그들의 말에 기가 죽은 핀둘리는 아무도 자신을 몰라보기를 바라며 흙먼지 속을 뒹군다. 집으로 돌아가던 차에 마주친 동물들은 유령이라 생각하여 놀라 달아나고, 핀둘리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왜 자신에게 심한 말을 하였는지 알게 된다. 동물들은 위대한 유령(?)님의 명령에 따라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동물들을 찾아가 사과하고 서로 화해하는 유쾌한 결말을 맞이한다.
우리 나라에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그림책 내용을 잘 표현한 속담이지 않나 싶은데, 속담의 속뜻처럼 한 동물에게 언짢은 말을 듣고 감정이 상한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이에 대한 화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핀둘리도 희생양이 된 셈이다. 핀둘리는 먹이를 구하느라 힘든 엄마를 위해 꾀를 발휘하여 동물들에게 음식을 남겨 두라고 하는데, 이처럼 작가는 동물들이 남긴 먹이를 먹는 하이에나의 먹이 습성도 작품 속에 잘 녹여 놓았다. 본문 뒤에 실린 하이에나과, 대머리, 줄무늬 동물들, 귀가 커다란 이유 등에 관한 정보가 담긴 글을 보면 다른 동물들도 연관성이 있게 등장시킨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에 대해 언급하자면, 왼쪽 책장에는 본문 글과 함께 점과 가는 선으로 그린 작고 간결한 흑백 삽화로 핀둘리를 찾아다니는 엄마 하이에나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오른쪽 책장에는 세밀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풍기는 화풍의 채색된 큰 그림이 배치되어 있는데, 다양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동물들의 표정 덕분에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이런 방식은 작가의 다른 그림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으로, 웃음을 주는 요소가 들어 있는 작은 흑백 그림은 보는 재미가 솔솔하고 큰 그림은 근사한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 속지의 그림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로, 앞속지에서는 동물들이 상대에게 핀잔을 주는 심술궂은 표정과 놀란 표정을 잡아 그렸다. 뛰어가는 꼬마 핀둘리를 통해 연결되는 뒤속지 그림은 서로 화해할 때의 표정을 담아 놓았다.
큰 아이가 자기는 이런 내용-동물, 화해, 해피엔딩-의 책이 좋다며 망설임 없이 별 다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