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비룡소의 그림동화 23
고미 타로 / 비룡소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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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된 큰 아이가 며칠 전 치과에 가서 이를 뽑고 왔다. 얼마전부터 흔들거리는 아랫니를 엄마가 겁이 나서 뽑아주질 못하고 치과에 간 것이다. 뽑아주려는 엄마도 겁이 나는데 뽑혀야 할 당사자인 아이는 얼마나 겁이 났을까.. 그 전에도 충치를 치료하기 위해 치과에 다닌 이력이 있어서인지 아프지 않다고 충분히 안심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겁을 먹고 있는 듯 했다. 막상 이를 뽑는 것은 순식간이어서 저렇게 쉽게 뽑을 수 있나 하는 허탈함마저 느꼈지만...

그래서 책을 보면서 악어가 치과에 가기 싫어서 망설이는 것이나, 치료하는 것을 겁내는 것을 아이도 충분히 공감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바로 치과 의사선생님인데, 환자로 온 악어가 무서운 동물이라는 인식때문에 치료를 겁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치료 도중 아파서 악어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바람에 팔을 다치기까지 하니 왠만한 심장을 가진 의사선생님이 아니고서는 계속 치료하기는 어려워 보이기까지 하다.

이 책의 특징은 같은 문장이 두번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당사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간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겁이 난다'라는 문장도 악어에게는 치료받는 것이 겁나는 것이고, 의사에게 악어가 겁난다는 다른 뜻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목적어나 이유 등이 생략된 간결한 문장 속에는 치과에서 치료받기를 겁내는 악어와 의사의 입장이 서로 상반되게 나타나 있다.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뜻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눈치챘을까? 어쨋든 겁쟁이 악어와 용감한 의사선생님이 벌이는 이 헤프닝은 장면 장면마다 웃음이 배어나오기에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커가면서 치과에 갈 일이 생길 때면 이 책 한 번 더 들여다 보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을 어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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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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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인정하지 않는,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믿지 않은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등교길의 존에게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완고한 선생님은 전혀 믿으려고 하질 않지요. 존 버닝햄은 이미 상상력의 샘이 말라버린 권위적인 어른들을 대표하는 선생님을 통해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을 어떻게 억누르고 주눅들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지요.

한번에 읽어내기에는 이름도 긴 '존 패트릭 노먼 맥허너시'는 등교길에 매번 황당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합니다. 하수구에서 악어가 나타나질 않나, 덤불에서 사자가 나타나고, 산더미같이 커다란 파도가 덮치질 않나... 그 때마다 존은 지각을 하고 말고 선생님으로부터 꾸중과 함께 반성문을 써야만 하지요. 꾸중을 들을 때마다 작아지는 존의 모습이 안쓰럽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저라도 아이가 존과 같은 이야기를 제게 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일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미 저 역시 현실적인 것만 믿는 사람이 되어 버린 탓이겠지요.

원어책에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속표지에는 존이 썼을만한 반성문이 실려 있습니다.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 장갑을 잃어버리지않겠습니다.....'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300번, 400번, 500번.. 아이가 천편일률적인 문장을 그렇게 반복해서 쓰는 동안 아이의 상상력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학교다닐 때 글을 익힌답시고 같은 단어를 한 장에 걸쳐서 계속 써내려가는 숙제가 기억나네요. 그렇게 해서 배운 글자나 단어가 좋아질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어느날 존은 학교 가는 길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지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선생님에게 황당한 일이 일어난거죠. 커다란 털복숭이 고릴라에게 붙잡혀 천장에 매달린 선생님은 존에게 내려달라고 명령합니다. 그런 선생님에게 존은 일침을 가합니다. 그동안 존의 말을 거짓말로 취급한 댓가라고나 할까요..

대개 아이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입장, 그리고 방어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어른에게는 그것이 거짓말로 여겨져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지보다는 그에 따른 꾸중과 체벌을 내리는 때가 많습니다. 저역시 마찬가지구요. 한 번쯤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의미에서 존 버닝햄이 이런 책을 내 놓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의 책들은 의식과 생각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당황스러움과 황당함을 느끼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온 사방으로 흘러넘치는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과 의식을 이야기 속에 펼쳐 놓음으로서 책을 읽는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하지요. 동화책을 읽어줄 때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상상력을 펼쳐보는 노력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의 작가의 그림이 대체로 그렇듯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이나 색체가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벌을 서는 존이 구석을 보고 서 있는 간단한 스케치 한 장 속에도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존이 학교에 갈 때마다 등장하는 풍경 그림들이 매우 독특한 느낌으로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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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림책 - 중부유럽편 여행 그림책 1
안노 미츠마사 그림 / 한림출판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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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한 척이 한가로이 떠가는 한없이 푸른 바다와 사슴이 풀을 뜨고 있는 넒은 들판을 지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나온다. 아이들이 뛰놀고 소들이 풀을 뜯고 포도맡을 가꾸는 농부와 아낙네들,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 이 책에는 여러가지 풍경들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세상 구경을 다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이 책이 '여행그림책'인가 보다.

다만 명화나 명작, 역사나 유명인의 얼굴들을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명확하게 어떤 부분인지를 가려낼 능력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아이에게 그 어려움을 함께 하자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에게는 그림을 보고 느끼는 점을 나누는 것만으로 만족할 뿐, 굳이 이 부분은 어떤 화가의 그림을 곁들인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사실 작가나 출판사나 책에 어떤 부분을 눈 여겨 보라는 설명이 없기에 그저 나혼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이사를 하는 풍경이 페이지와 집은 달라도 똑같은 형태로 그려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 정도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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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39
주디스 커 지음, 최정선 옮김 / 보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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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에게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에 관한 이야기, 즉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동화책입니다. 존 버닝햄이 쓴'지각대장 존'이나 '장바구니'처럼 현실적으로는 등장하지 않을 동물이 등장하는데 이야기속의 사람들은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지요.

여기에 나오는 호랑이는 마치 커다란 고양이 같아요. 얌전을 빼며 식탁에 새초롬이 앉아 있는 모양새나 음식을 먹으면서 흐뭇하게 웃는 모습들이 전혀 호랑이 같은 인상을 풍기질 않습니다. 호랑이라면 무서운 존재로만 알고 있는 아이도 간식을 먹으러 온 배고픈 호랑이를 보고 전혀 다른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겠지요.

간식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아 있던 소피네 집에 벨이 울립니다. 엄마는 올 사람이 없다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며 문을 여는데 방문자는 바로 호랑이이죠. 털이 북슬북슬하고 줄무늬가 난 호랑이는 굉장히 배가 고프다며 간식을 같이 먹어도 될지 물어봅니다. 엄마가 얼른 들어오라고 하자 식탁에 앉은 호랑이는 엄마와 소피가 권하는 음식을 먹습니다. '하나 드실래요?'라고 하면 그것을 접시째로 집어다가 한 입에 몽땅 다 삼켜 버리죠. 그리고 식탁의 음식들을 다 먹고도 모자라 아빠의 저녁거리와 온 집안의 먹을 것은 싸그리 다 먹어 버리고 마셔버리지요.

호랑이가 아빠의 저녁밥도 먹어치워 버리고 간 덕분에 소피와 엄마는 아빠와 외식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장을 보러 가서는 소피는 아주 큰 깡통의 호랑이 먹이를 삽니다. 하지만 그 후로 호랑이는 다시는 오지 않았지요. 소피도 그렇겠지만 호랑이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 저에게도 조금 슬프고 아쉬운 일로 느껴지네요. 아마 소피는 그 후로도 오래도록 남겨져 있을 호랑이 먹이를 보면서 그 날의 일을 추억하고 호랑이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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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 팥쥐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13
정차준 글, 정대영 그림 / 보림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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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그림들은 손으로 그려지지 않고 한지를 구겨서 만들어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먼저 겉표지를 보면 다른 인물이나 배경은 흑백처리를 하고, 중요한 세 인물인 새엄마, 팥쥐, 콩쥐만 종이의 색감를 살려 놓아서 더욱 두드러져 보입니다. 나무와 덤불이 있는, 노란 지붕과 자그마한 돌담이 잘 어울리는 속표지의 집은 매우 아담하고 소담스러운 느낌을 주지요. 한지를 구겨서 만들었어도 새엄마와 팥쥐의 외모와 성격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잇다고 해야 할까, 정말 심술이 뚝뚝 흐르게 묘사해 놓았네요.

엄마가 일찍 돌아가신 착한 콩쥐네 집에 새엄마가 오셨는데 같이 온 팥쥐만 이뻐하고 콩쥐는 천덕꾸러기, 찬밥 신세가 되었습니다. 일을 시켜도 콩쥐에게 더 많이 시키고, 더 많이 잘해도 콩쥐는 그저 야단만 맞습니다. 팥쥐에게는 일을 시킨다는 생색만 나는거죠..

다만 이 책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잔치집에 가면서 새엄가가 세가지 일을 시켰는데 누구 누구가 도와주었다는 이야기와 조금 다릅니다. 검은 암소가 나타나 나무호미가 부러져 울고 있는 콩쥐를 도와주는 일이 먼저 일어나거든요. 그 후에 잔치에 새엄마와 팥쥐가 가면서 세가지 일을 시키는데, 밀린 빨래를 몽땅하라는 일이 새로운 일거리입니다. 이것 역시 검은 암소가 나타나 해결해 주지만요...

엄마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지만 콩쥐 팥쥐 이야기중에서 콩쥐가 새엄마가 시킨 일을 해결하지 못해서 우는 잘면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입니다. 그 때마다 누군가 나타나서 콩쥐의 일을 해결해 준다는 방식을 아이가 행여 자신의 생활에도 받아들이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아이가 자가기 맡은 일을 해결하지 못할 때 울면서 누군가 나타나서 자기를 도와주기를 기대하고 꿈꾸는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그렇더라도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들은 우리 아이들이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자랄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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