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 나의 가치를 높이는 절대적 질문
정철윤 지음 / 8.0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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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기계발서는 많이 읽진 않는 편입니다. 물론 마음에 담아두곤 했었던 자기계발서는 몇 권있지만, 여러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반복되는 사례들과 팁들은 대체로 뻔하게 느껴지거나 평범한 저와는 다른 도전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지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읽고나서는 한동안 제 생각의 기준을 지배할 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떤 자기계발서를 읽고 가진 의문을 비슷하게 작가는 책의 초반부분에서 예를 들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얘기가 솔직히 별로 다가오지는 않아요. 단돈 30만원을 가지고 런던에 갈 만큼 용기가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요." 그리고 작가는 말합니다. "비범한 도전을 통해 나만의 무엇을 찾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 그의 도전과 성공보다는, 그가 남들과 무엇이 달랐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그 다른 점을 어떻게 끄집어내어 발전시켰는지 주목해야 합니다."

 

 

http://youtu.be/mWhHkyNnJ5o

출판사에서 제공된 북 트레일러입니다.

 

감성적인 영상과 함께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유명인들의 대답또한 담겨져 있습니다.

 

이 책의 대상은 오직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과 취준생들만 해당되진 않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속의 직장인들, 집안일과 육아에 쫓겨 꿈을 실행할 시간이 없는 주부들, 새로운 꿈을 실행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는 어르신들...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 청소년들 그리고 샐러던트(saledent 자기계발에 공을 많이 들이는 직장인들 - 16p) 까지.

영상에서 처럼 '세상이 정한 가치에 흔들리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행동하는,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무.다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의 독자입니다.

 

 

 

 나만의 무엇에 대해서

 

제가 남들과 다른 점에 대해 질문을 하면, 대부분 자신이 남들보다 나은 점을 고민했습니다. 이는 잘못된 고민입니다. 저는 '나은 점'이 아니라 '다른 점'에 대해서 질문을 한 것입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사회의 일반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한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 논리에 얼마나 익숙한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 15p

 

 

 

인상깊었던 한 문장. 어느 정도 삶의 길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나만의 무엇'에 대해 고민해본적이 없어서 이리저리 휘둘렸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나에 대해서 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가장 큰 확신이 없었습니다.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것은 오로지 '나'일텐데 왜 조금더 깊게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내 눈으로 보는 나는 비교적 주관적으로 보여지기 마련입니다. 그 선택에 확신이 드려면 마음의 거울을 조금더 비추어보아야 했었는데 지금까지 생각했던 시간이 부족했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몇 번 우유부단한 결정을 하곤 했었죠..

 

 

 

 

가장 좋았던 표현이었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유연하게 연주하는 재즈의 자세와 헛스윙의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스트라이크의 자세

즉 재즈의 유연성과 스트라이크의 과감함, 이 두 가지 자세가 나만의 무엇을 찾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 62p

 

 

 

나만의 무엇을 찾는 10가지 혁명

 

 

그리고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반부분.

강점 혁명, 약점 혁명, 취미 혁명, 잉여 혁명, 가치관 혁명, 역경 혁명, 도전 혁명, 박스 혁명, 타인 혁명, 환승 혁명

이렇게 10개 혁명의 실행방법과 사례를 설명합니다.

 

 


 

 

웬만하면 책을 조심스럽게 보는 편인 저도 정리&실행 편에서는 연필로 꼼꼼히 적어가며 나만의 무엇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딱히 특출나게 잘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지 잘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도 해보지 않았던 지난 날들을 떠올렸고 그러한 날들에는 사소한 성공과 실패, 관심사에 많은 의미를 두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읽으면서 역시 조그만 것들 하나하나 손으로 쓰고 새기니 '나'와 나의 가치에 대해서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나의 특징들을 생각하면서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면서도 속 깊은 곳 생각까지 써내려갔고 지난날에 사소한 것들까지 의미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모든 것에 조금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저이기에 어떤 혁명의 부분에서는 꽤 많은 시간을 생각하다 실패하고 빈칸으로 남겨두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해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 한 개의 혁명이라도 제대로, 그리고 진지하게 실천하는 것입니다'라구요.

 

 

 

 

나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순간, 경험, 심지어 생각까지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삶을 더욱 촘촘하게 살 수 있습니다. - 122p

남들과 다른 나만의 것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나만의 무엇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한 세상의 잣대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직 나만이 이를 선택할 수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무엇을 찾는데 있어서 가치관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 135p

여러분이 생각하는 남들과 다른 점을 타인이나 심지어 가까운 사람들과도 아직 공유하지 않았거나, 혹은 공유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까지 여러분의 확신이 약하다는 반증입니다. - 201p

 

 

 

그렇다면 저는 나만의 무엇을 찾았는지 궁금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저는 나만의 무엇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만의 무엇이 될 실마리는 여러개 잡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경험들을 통해서 이 책에 끄적여놓은 것들에 조금 더 붙여넣고 뚜렷한 나만의 무엇을 찾을 예정입니다. 예전 책 리뷰에서도 썼었는데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게 제 꿈중에 하나거든요.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책의 3단계 부분을 통해서 실행하고 노력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계사 8.0 (eight point)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책의 뒷편에 요약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보다 얇지만 중요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 싶을 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자 강연도 9월부터 11월까지 활발히 이루어진다고 하는데요. 저번에 와우북 페스티벌에 가고싶었는데 알바때문에 못가서 너무 인상깊게 책을 읽은 만큼 한번 강의로도 나만의 무엇을 느껴보고 싶네요.

 

+ 저자 블로그, 가치혁명가 정철윤 http://blog.naver.com/namuda2012

 

"나만의 스토리는 특이하고 대단한 이야기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나만의 무엇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내 이야기를 듣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 -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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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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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 이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눈에 띄는 샛노란 표지와 가로로 된 제목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초반에 나오는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이광섭의 시도 참 좋았습니다. 아마도 이 시에서 제목을 따온 듯 한데, '어디서 무엇이 되어..'라는 구절은 노래와 영화, 책 수많은 곳에서 쓰여진 사랑받는 구절이더군요. 역시 무언가 익숙한듯 했습니다. :-)  책 뒷편에는 '아름답고 담백하고 쓸쓸하다'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이 말처럼, 그리고 '저녁에'라는 아름다운 시처럼 이 책이 어떤 느낌을 줄지 책표지의 노란 색깔처럼 상큼한 느낌을 줄런지 궁금해하면서 읽었습니다.

 

기껏해야 십 초 정도밖에 안 되는 드라마였다. 그러나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주연배우였다. 그 짧은 시간동안 그녀는 자기 존재를 완벽하게 개진했다. -17p  플레이보이지가 눈앞에 계속해서 아른아른 거리던 그날, 주인공은 대학교 음악감상실에서 박은영이란 여자 처음 만납니다. 그리고 첫눈에 반해서, 비밀스럽지만 매력적인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의미있는 사이가 되진 못합니다. 그 후 여러번의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들은 많은 시간동안 서로를 기억속에서만 바라보게 되죠.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70년대의 시간을 넘고 서투르고 흔들리는 젊음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성숙해진 주인공은 어떤 한 청년을 만나 박은영을 진하게 추억하게 됩니다.

 

 

 

 

어둠이 짙으면 밝음에 대한 기대가 망상 수준으로 커진다. 내가 그랬다. 나는 대학을 숭배했다. 대학은 절망한 나를 이끄는 깃발이자 유토피아였다. 그러나 정작 대학생이 되자 그 깃발은 금세 찢겨버렸다. 우주는 여전히 침묵하는 우주였고, 나무들은 그저 저 홀로 잘 자라거나 말라 죽었으며, 세상은 더 많은 모순과 억압으로 나를 위협했다. 그나마 두들겨패는 교수가 없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 40p

 

밤하늘의 별들처럼, 세상은 얼마나 많은 여로의 경연장인가. 지지를 상실한 권력이 헛된 무당춤을 추고, 새로운 질서를 원하는 시민들이 전국의 거리를 가득 채운 그 시절에도, 이방의 여행자 조 후버가 있었고, 나에게 사랑의 신호를 보내는 당차고 귀여운 여자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라고 불리는 별자리에는 한스 뮐러도, 조 후버도, 귀여운 그 여자도, 나도 없다. - 72p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내 종로의 한 레코드가게에서 산 피터, 폴 앤 메리의 테이프를 들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화음 위로 박은영의 목소리가 겹쳤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그들을 듣고 있다 사랑과 평화와 행복의 꿈을 호소한 그들의 아름다운 노래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여전히 현실이 되지 못했다. 여전히 현실이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그립고 여전히 슬프다. -119p

 

이런 생각이 든다. 별들이 이토록 많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내가 매일 밤 아파트 옥상이나 더 높은 산정이나 혹은 인적 없는 깜깜한 바닷가에서 죽을 때까지 이름을 붙여준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름 없는 별들이 무궁무진할 테니 얼마나 다행인가, 정말이지 그들이 고맙다. -161p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수도 없이 되뇌었다 나는 그 '언제'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우주가 우리를 한 무대에 불러주어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녀도 나도 무엇인가 되어, 더이상 청춘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 되어, 우리가 결코 알지 못했던 어떤 낯선 무대에서 만나게 될 텐데 말이다. 무엇인가 되어 다시...... -60p

 

 

젊음을 은은하게 추억하는 이 책을 청춘이란 시점에 읽고있는 저는 미래를 상상해보았습니다. 내가 나중에 커서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보면 어떨까. 지금 인연들이 나중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어떤 것이 끊어지고 어떤 것이 이어갈까. 우리는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까?

사실 이런 생각들은 평소에도 가끔 드는 생각이고 너무나 궁금한 호기심입니다. 이렇게 평소에 추억하던 것들을 떠올리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를 읽으니  삶의 소중한 한 가지는 추억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를 바라보며 하는 추억.. 그 중 청춘의 기억은 특히나 조금 더 깊기도 하고 더 쓰고 달콤할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그려졌던 70년대 사회, 대학생, 대학로와 마로니에 공원, 우연한 만남, 인연, 플레이보이, 사랑 그리고 이별, 폴앤 메리의 노래, 데미안, 오르페우스와 같은 청춘의 모든 기억들. 그것과는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한 감정을 가졌을,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이 청춘의 기억들이 어디서 무엇인가 되어서 다시 추억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친구.. 가족, 형제, 그리고 사람들, 설레임, 좌절, 실패와 성공, 부끄러움, 새로운 경험들... 그것이 달콤한 추억이든 씁쓸한 추억이든, 그 기억을 곱씹고 추억할 나이가 되거든 아마도 모든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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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이야기 이청준 문학전집 중단편소설 10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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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와 비슷한 어둡고 축축한 그림을 포함해서 99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이 얇은 책은 이청준 작가의 <벌레 이야기>입니다. 용서와 구원의 소름끼치고도 처절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평범하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던 가족에게 갑자기 불행한 일이 닥칩니다. 바로 얌전하고 착한 그들의 아이 알암이가 유괴를 당하고 시체로 발견되게 되는 것이죠. 이후 범인이 밝혀지고 그 후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내를 관찰하는 남편의 시선으로 소설이 서술됩니다. (원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 였는데 소재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

 

혹시 어디서 본 이야기 같으세요?

 

 

 

바로 영화 <밀양>의 원작입니다. 배우 전도연씨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었죠. 영화를 읽고 책을 읽은 저는 소설을 읽는 내내 전도연의 얼굴을 떠올릴 정도로, 영화에서 그녀의 연기가 말로 할 수 없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와 책이 조금은 다릅니다. 영화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관찰하는 대신에 새로운 남자인 송강호가 전도연을 관찰하는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특히 포스터에서는 책과는 다르게 '이런 사랑도 있다' 라는 카피가 들어갔지만 영화와 책 둘다 '용서의 문제와 종교' 에 대해 다루고 있네요.

 


 

"참담한 비극 속에서 견뎌나갈 힘의 원천"

처음에 아이를 잃었을때 아내에게 그것은 희망과 기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시체와 범인이 밝혀지고 그녀는 속절없이 무너져 희망의 끈을 놓고 맙니다.

 

 


 

그리고 이제는 지탱의 도구가 바뀌게 되죠.

희망과 기원에서 '원망과 분노와 복수의 집념'으로. 그리고 그것은 후에 종교의 힘이 한몫했음을 남편은 깨닫게 됩니다.

죽은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펴주리라는 구세주에 대한 믿음, 잠시 그 불꽃은 '파박'하고 튀어 아내는 종교에 빠지게 되죠.

그치만 그것도 순간일 뿐 사무친 원망과 분노가 다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살인마가 감방에 들어가게 된 그날, 아내는 '복수의 표적'마저 잃게 되죠.

여기서 작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범행을 자백한 그 순간부터 위인은 아내의 보복을 피해 당국의 보호를 받게 된 격이었다. 그리고 아이의 참사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사람들끼리 범행의 목적과 과정을 추궁하고, 재판에서 그의 죽음을 결정지어 튼튼한 벽돌집 속으로 그를 들여보내 버렸다.' 아내의 복수심은 활활 타오르고 또다시 신앙심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비극의 선택을 하게됩니다.

 

바로 교도소에 가서 살인마를 만나는 것.

이미 주님을 영접하고 용서를 받았다는 그 살인마를 만나고온 아내는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싫어서보다는 이미 내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된 때문이었어요. 집사님 말씀대로그 사람은 이미 용서를 받고 있었어요. 나는 새삼스레 그를 용서할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하지만 나보다 누가 먼저 그를 용서합니까. 내가 그를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그의 죄가 나밖에 누구에게서 용서될 수 있어요? 그럴 권리는 주님에게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님께선 내게서 그걸 빼앗아버리신 거에요....내가 어떻게 다시 그를 용서합니까."

 

 


 

이 절망의 뿌리가 된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끔찍하네요.

책에서는 위의 그림처럼 갈기갈기 그려져 있는 듯한 스케치로 나름의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그 분위기처럼 마지막도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조금 긍정적으로 막을 내렸던 것 같네요. 아동범죄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런 책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사회라니, 안타깝습니다.

 

 이청준 작가가 왜 <벌레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였는지는 조금 알것 같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내는 정부의 관여와 신의 구원 앞에서 벌레처럼 작아져버렸습니다. 용서의 권리를 빼앗겨버린 채로. 구세주에 대한 배신감은 너무나 컸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죠. 살인마 스스로 신의 구원을 받은 이후 처음의 인내의 끈을 잡을 수 있었던 원인인 복수와 분노로도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신앙앞에서 한 낱 벌레로 추락해버린거죠. 인간의 존엄성이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습니다.

 

굉장히 무거운 주제입니다. 거기다 종교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용서의 문제, 개인의 신앙과 종교가 용서에 관여할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용서와 구원의 권리에 대해서는 저또한 좀더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아, 아내의 그 절망과 고통의 뿌리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를 차마 짐작이나 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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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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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닭죽을 먹으러 오라고 한 순간,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그리고 입안 가득 진한 닭죽의 풍미가 느껴지며 냄비에 가득 담긴 닭죽을 마구 퍼먹고 싶은 욕구가 맹렬히 솟구쳤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네'라고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 뭐라고?

 매번 거절만 당하던 엄마가 뜻밖의 대답에 놀라 다시 물었을 때, 나는 울컥 목이 메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 지금 간다고요, 엄마"

천명관의 소설을 처음 접한건 <고래>였는데 방대한 스토리와 파격적인 이야기에 쇼크 좀 먹었더랬죠. 그 이후에 천명관 님의 소설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만나게 되었네요. 그리고 이번에 영화화된다길래 책 내용이 새록새록 떠올라 다시 읽었습니다.

 

언제나 따뜻하지만 무언가 비밀을 안고있는 엄마, 영화 흥행에 대실패한 둘째아들,

그리고 감방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큰아들, 이혼과 바람경력 다수인 딸, 거기다 골때리게 막장인 딸의 딸(?) 까지

이들이 평균나이 49세, 고령화가족의 주역들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서로 엄마의 집에서 부대끼며 울고 웃으며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날은 점점 따뜻해졌다. 기찻길을 따라 걷다보면 철길 옆으론 어느새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고 있었다. 집을 떠난지 이십여 년만에 우리 삼남매는 모두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다시 엄마 곁으로 모여들었다. 일찍이 꿈을 안고 떠났지만 그 꿈은 혹독한 세상살이에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자식들이 장성해 머리가 희끗해져가는 중년이 되었어도 엄마 눈엔 그저 노란 주둥이를 내밀고 먹을 것을더 달라고 짖어대는 제비새끼들처럼 안쓰러워 보였을까? 그래서 비록 자식들이 모두 세상에 나가 무참히 깨지고 돌아왔어도 그저 품을 떠났던 자식들이 다시 돌아온게 기쁘기만 한걸까?

 

서로 다른 인생의 쓴 맛을 보고 엄마집으로 모여든 자식들을 따뜻한 품으로 안아준 엄마.

고달프고 악착같이 살아왔지만 자식들에게는 한없이 팔을 벌려주는 엄마.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 속에서 이 책이 감동의 무게를 잃지 않는건 이 '엄마 이야기' 때문인듯 합니다. 찡해져요.

천명관 작가는 전작 <고래>를 봐도 느낄 수 있지만 가족애와 여자의 인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소설속에서

 "목욕탕에 가서 여자들의 벗은 몸을 보면 그 몸의 주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아. 그 몸에는 그네들의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쓰여 있거든 나는 거울을 보며 혹독했던 지난시간들이 내 몸 어디에 흔적을 남겼는지 찾아보려고 했다. 뭔가 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 아무 흔적도 없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몸에 삶의 흔적을 더 뚜렷하게 남기는 존재인 것 같았다."

라고 전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야기는 희극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중간중간 헤밍웨이의 일대기와 '시'도 나와있어 그냥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크게 공감이 가던 터라 더욱 재밌게 읽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부분들도 많았어요. 뭐, 대단한 무언가를 느끼게끔 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 소소한 매력을 전 좋게 느낀것 같습니다. 전작 <고래>가 어쩌면 방대한 이야기 속의 슬픔, 찝찝함 등으로 큰 감동을 느끼게 했다면(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고래>처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고령화 가족>은 상반된 느낌으로 가볍고 소소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하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한 능력 하시는것 같네요 ㅋㅋㅋ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찌질하면 찌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내게 남겨진 상처를 지우려고 애쓰거나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을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곧 나의 삶이고 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찌질하고 비루한 삶이어도 포기하지 말아라. 상처가 남았어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가져라' 이러한 결심을 하게 만든건 무엇일까요. 고생속에서 손을 내밀어준 엄마의 전화였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이야기도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삶이 힘들어지거나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 자신이 LOSER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엇이든) '엄마의 전화' 와 같은 도움의 손이 내밀어지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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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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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작가에 대해선 처음 알았어요. 작가는 라디오 프로듀서이기도 했었고 다수의 에세이 등을 썼다고 합니다. 그 중  제가 가장 본받고 싶은 그녀의 모습은 굉장한 '다독가'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물론 서평도 작성한다고 하네요. 이 책의 제목 옆, 귀퉁이에는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책은 '책이란 존재가 과연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준다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책이 정말로 쓸모가 있나요?'하고요.

그런 의문에 '쓸모가 없어도 절대로 없어지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작가는 대답합니다. '우리는 멸시받으려고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부자가 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닙니다. 우린 조각가가 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의사, 변호사가 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목표를 세워 그걸 달성하기 위해 자기 삶을 사용하죠. 마치 그걸 위해 태어난 것처럼요. 삶 전체가 이유가 없는데, 무엇을 위해서 태어난 게 아닌데 자기 삶을 무엇인가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어딘가 이상하지 않으세요?' - 107p

 

저도 꿈을 위해서, 좀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 등 여러가지 이유로 책을 읽고 있지만 이러한 의문이 들때가 많습니다.

책이 정말 쓸모가 있을까?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 책을 어떻게 더 잘 기억할까?

책의 쓸모에 대해서는 저의 경우에는 '이렇게 읽는다고 뭐 달라질까?'하는 의문이겠죠. 이런 여러가지 질문을 포함한 아홉가지 질문(비밀질문 포함)에 정혜윤 작가는 명쾌한 답을 내어줍니다. 그리고 그 답들속의 이야기들이 저에겐 감동을 주고 제가 하는 독서에 대해서는 위안을 남겨주었습니다. 저에겐 너무 감사한 책이었어요. 기대밖의 큰 감동을 얻었습니다.

 

 

 

이 부분은 참 공감입니다. 읽던 책을 읽을 때, 주변의 소리와 향기를 읽는다는 것.

저에게도 음악과 같이 기억하는 책들이 있지요. 그런 경우엔 그 소중한 책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마치 정원사가 어린 나무를 보듯이 인간은 어린아이를 본다. 특정한 내재적 속성을 가진 존재, 적절한 토양과 공기와 빛이 제공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놀랄만한 성장을 이룰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다.- 버트란드 러셀"

"우리도 어린아이를 기르듯, 한 그루 나무를 가꾸듯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면서 자신을 키워보는 겁니다. 우리에겐 이렇게 '나를 키우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언제부턴가 삶 전체가 원하지 않는 시간들, 아무 재미도 없는 무의미하고 무료하고 피로한 시간들, 비극이자 코미디인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삶은 내가 원한 삶이었다고 말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36p 

 


 

저는 아마도 '욕심을 채우고 만족한다(자기만족)' 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책장안에 새로운 책이 쌓여갈때마다, 책을 기록하는 어플에 내 책들이 하나둘씩 늘어날때마다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리고 가장 즐거운 것 중에 하나는 매일 하루를 시작할 때 또는 하루를 마감할때 '오늘(내일)은 무슨 책을 읽을까 ' 하고 책장 앞에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을때랍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가방에 한권씩은 책을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안읽고 들고갔다가 다시 들고올때도 많지만요 ㅎㅎㅎㅎ 그냥 챙기는 것으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기분을 느낀달까요? 

 

사실 저는 책이라는 것을 꼭! 읽어야된다고, 책을 안읽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보고 느끼는 책읽기를 대신할 것은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음악, 연극, 뮤지컬 등등.... 그리고 책을 읽는 것보다 더한 이야기들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물론 이 많은 것들에 독서가 따라가면 그것은 더 배가 되겠죠. 그래서 저의 경우엔 이야기를 얻는 수단을 책으로 삼은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책읽기 초보자나 다름없지만 앞으로 더욱 독서에 빠져보고자 합니다. 아직 부족해요 ㅜ.ㅜ

 

예전에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쓴적이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책을 통해서 얻은 지식은 굉장히 얕고 짧습니다. 어렸을때 책을 별로 안읽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책을 읽어야 된다는 생각 자체를 안했던 것 같아요. 우리 엄마도 그렇게 닦달하지 않으셨었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더욱더 욕심내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상황에 따라가긴 하지만... 그런데도 어렸을때 작가란 꿈을 한번쯤 가졌던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래서 그런지 저는 욕심을 부리려고, 만족을 얻으려고 책을 읽습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새로운 저의 길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꿈과 관련된 길.

 

여러분들은 책과 함께 무엇을 하며, 책을 통해서 무엇을 얻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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