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 tower
스몰러 Smaller 씨는 43쪽과 44쪽 사이에서 정말이지 너무 꼭 조여 있다고 느꼈다.
그는 자신이 숭고한 느낌을 가슴에 품고 있음을 의식했다.
그는 작가와 함께 이야기하려고 애를 썼으며, 심지어는 작가를 향하여 자기가 작품에 참여하는 주인공 역할을 맡겠노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단어를 프랑스어로 말했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앙가쥬>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게 보였던 것이다.
작가는 그를 불신의 눈길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어떤 관점에서의 앙가쥬란 말이오?"
그러자 스몰러 씨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정치적 참여 말이지요, 그게 어려운 것입니다."
대답을 들은 작가가 입을 비죽이며 선언했다.
"그건 이제 더 이상 유행이 아니지요. 당신은 43쪽에 서 있도록 하시오.
그리고 주인공에게, 형이상학적으로 말하자면 절망에 빠진 인간에게,
진정한 신(新)-신(新)-신(新) 낭만주의자에게 담배나 한 대 권하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스몰러 씨는 43쪽에 갇혀 있게 되었다.
식자공은 곧바로 그의 이름을 S-m-a-l-l-e-r 라고 만들어 넣었다.
그러고는 맥주를 마시러 갔다.
스몰러 씨는 그 틈을 이용하였다.
그는 S 활자를 빼버렸다.
그것을 코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M자를 빼버렸다.
그것을 이마라고 여기면서.
A자도 빼버렸다.
그것을 입이라고 생각하면서.
두 개의 L자도 빼버렸다.
그것을 두 팔이라고 생각하면서.
E자와 R자도 두 다리라고 생각하면서 빼버렸다.
그리고 두 작은 다리로 그곳으로부터 도망을 쳤다.
작가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다른 소설을 찾으러 갑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당신의 형이상학에도 행운이 있기를."
F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