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검정색 표지) - 내 안의 광기가 때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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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잠시 함께 근무했던 외과 의사가 있었다. 눈매도 성깔도 매우 날이 서 있는 사람이었다. 뒤늦게나마 아내 덕분에 교회를 나가면서부터 눈매가 좀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간혹 잘 모르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다보면 경찰이나 형사가 아니냐는 이야길 듣기도 한단다. 그런데 이 사람 외과 수술 만큼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신속 정확하다. 환자중에 무속인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 의사의 사주를 묻더란다. 쿨한 성격인지라. 대뜸 가르쳐줬더니 그 분 하시는 말씀. 선생님은 외과 의사 안 되셨으면 칼 휘두르다가 명이 짧아졌을 것이라는 이야길 하더란다. 


2. 사이코패스. 묻지마 살인, 연쇄살인범, 살인을 저지르고도 너무 태연한 사람. 우리에게 심어진 일반적인 이미지다. 위의 그 외과의사는 사이코패스였을까? 사회심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 캐빈 더튼에 논거에 의하면 그는 사이코패스 맞다. 


3. 저자는 번뜩이는 천재성과 일종의 광기 그리고 내재된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이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례를 보여 주면서 이런 이들을 '기능적 사이코패스(Functional Psychopaths)라고 따로 분류한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그는 다음과 같은 7가지 특징을 뽑아냈다.   1) 무자비함  2) 매력  3) 집중력  4) 강인한 정신  5) 겁 없음 6) 현실 직시  7) 실행력

..  몇 가지나 해당되나 카운트 해보는 그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4.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예를 들면서, 제일 먼저 그의 아버지를 의심의 여지없는 사이코패스였다고 소개한다. 그(저자의 아버지)는 매력적이고, 세상에 무서울 게 없고, 무자비했다(다만 폭력적이진 않았다). 누군가를 '죽인' 적은 없었지만, 몇 차례의 거래로 '죽여줄' 만큼 한 밑천 잡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은 주식거래인이었다.


5. 사이코패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저자 역시 이를 염려해 서문에서 미리 밝히고 지나간다. "이 책에서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속성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속성을 심리적 기술로 활용해서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물론 사이코패스의 행동을 미화할 의도는 전혀 없다. 특히나 파괴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칭송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건 과다한 햇빛 노출로 인해 생긴 피부암을 미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적절한 햇빛을 쬐면 까무잡잡한 멋진 피부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사이코패스 성향도 소량만 활용할 경우에는 우리의 성격에 멋진 선탠을 하는 것과 같아서 놀랄 만한 혜택을 가져다 준다."


6. 여러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의 스터디에 의하면 인간의 공감대는 냉, 온이 있다. 즉, 뜨거운 공감과 차가운 공감이 있다. 사이코패스에겐 공통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냉혹하고도 면밀하게 계산적으로 관찰 할 수 있는 '차가운 공감'이 있다. 대신 '뜨거운 공감'은 부재중이다. '느낌'보다는 '이해'로 정의 될 수 있는,  개인적 동질화가 아닌 추상적이고 무신경한 차가운 공감 능력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이런 차가운 공감 능력은 선사시대의 사냥꾼과 뛰어난 독심술사가 공통적으로 지닌 기술이기도 하다. 


7. 조금 방향을 바꿔서 '성격장애'를 예로 들어본다. 망가진 성격이라고도 표현되는 성격장애를 함부로 입에 올려선 안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강력히 주장하면 할 수록 그대의 성격은 문제가 있다. 성격장애는 당신을 짜증 나게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당신도 나를 짜증나게 한다. 성격장애를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성격장애는 "성격장애를 겪는 사람이 속한 문화에서 수용되는 것과 전혀 다른 행동이나 내적인 경험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키워드는 '지속적'이란 단어다. 


8. 자, 그럼 직장내에서 사이코패스(아직은 비폭력적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들의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기업 내 사이코패스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조직심리학자 폴 바비악의 의견은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사이코패스는 빠른 변화에 따른 상황에 아주 쉽게 대처합니다. 오히려 급변하는 상황을 즐기죠. 조직 내부의 혼란은 스릴을 즐기는 사이코패스들이 원하는 자극을 제공하고, 남을 자기 뜻대로 조종하는 사이코패스의 가학적인 행위를 감춰 주는 기회가 됩니다."


9. 소설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은 [인간의 굴레]에서 이렇게 썼다. "당신이 베푸는 모든 선행의 이면에는 쾌감이 자리하지. 사람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기에 행동을 하네. 그리고 만약 그 행동이 공교롭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되면, 선행으로 간주되는 걸세 (....) 당신이 거지에게 2펜스를 적선하는 것도 개인적 쾌감 때문이고, 내가 똑같은 2펜스로 위스키를 한 잔 사먹는 것도 개인적 쾌감 때문이야. 이처럼 나는 당신보다 더 솔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개인적 쾌락을 추구하는 행동에 박수를 보내지도, 당신의 존경을 요구하지도 않네."  문학속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10. 개인적 여담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70년 대 중반 군생활을 할 때 부대원 중에 심리학 전공자가 있었다. 대부분 그러하지만, 재학 중에 입대했다.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심리학과 졸업하면 먹고 살수나 있으려나? 복학하면서 전과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 심리학 전공자들이 먹고 살만 해졌다고 한다. 세상 살이가 스트레스는 쌓이고, 피곤해지고, 더욱 복잡해지다 보니 심리학 전공자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고 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이코패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 더욱 공교해지고 있다고 한다. 참, 심리학 전공자인 부대원을 얼마 전 페북에서(이렇게 만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어떤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만났다.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제법 큰 인성교육센터를 운영하는 원장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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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두루마리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작자 미상, 정혜주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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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 [여정의 두루마리]는 아스떼까(Azteca) 제국의 신화와 역사가 담겨 있는 서사 기록이다. 아스떼까 제국은 멕시코부터 벨리즈, 과테말라 및 온두라스를 포함하는 메소아메리카(Mesoamerica)라고 불리는 고대 문명 지역에서 발전했던 원주민들의 마지막 나라였다.


2. "내일 아침 일찍 '물이 사라지는 곳'에 갈 거야. 거기는 우리들이 오랫동안 평화롭게 살았던 곳이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부족이 이동하던 때를 이야기한다. 그들이 가야 할 곳은 '선인장 위에 독수리가 앉아 있는 곳'이다.


3. 그들의 여정 중에 하루는 빛나는 날개를 가진 독수리가 나타났다. 독수리는 아스떼까 사람들에게 활과 화살, 그리고 물을 주었다. "활과 화살은 전사의 표식이야. 적들을 물리치고, 또한 경작하고 고기를 잡아 땅의 주인이 되라는 거야. 그때부터 우리들은 아스떼까라는 이름을 버리고 멕시까로 불리게 되었어. 또한 이때부터 귀와 머리에 깃털을 달아 독수리가 상징인 우이칠로뽀츠뜰리의 사람임을 나타내게 되었어." 


4. 이 고문서는 1746년 보뚜르니가 수집한 목록에서 처음으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가로 25. 5cm, 세로 19.8cm 크기의 21장 반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장이 병풍처럼 접혀서 전체 길이가 5.49cm 에 이른다. 재료는 원주민이 사용하던, 나무껍질을 으깨어 만든 아마테 종이에 석회를 칠한 것이다. 


5. 그림문자로 작성된 이 고문서는 스페인 사람들이 도착하기 전 멕시코 원주민들의 그림 언어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자료로 남아있다. 신화적이면서도 역사적인 기록을 읽으며 아스떼까 부족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이해 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문서이다.


6.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한 사람이 죽었다. '불길한 해'를 보내기 위해 고요뜰의 가족들은 부엌의 단지, 솥 , 물 항아리, 돗자리 등을 모두 버렸다. 신들의 상, 모까헤떼, 메따떼 등 돌로 된 것들은 강에 버렸다. 남은 것들은 깨뜨렸다. 그리고 집 안의 모든 불을 껐다. 그 사이에 사제는 우이츠꼴 산에서 지난 해들을 묶고 부싯돌과 막대로 새로운 불을 지폈다. 새로운 불이 지펴지지 않으면 세상도 끝나고, 모두 죽는다.


7. 다행히 새로운 불이 켜졌다. 의례를 끝낸 후 각 집의 대표들에게 불을 나눠줬다. "아빠, 새 불을 받았어요. 신은 우리들에게 다시 52년을 허락하셨어요!"  불이 곧 생명이었다. 새로운 불이 켜질 때마다 52년씩 보너스로 받는다는 것 좋은 일이다.


8. "남자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향해 걷는다고 생각한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죽음'에 대한 개념이다. 죽는다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쳐들어와서 인간이 스스로를 지배하는 힘을 읽고 그를 사로잡는다는 것을 말한다. 죽은 자는 중요한 일을 하도록 의무가 부과되었다. 아스떼까 사람들은 죽는 이유에 따라 죽은 후에 가는 곳이 다르다고 믿었다.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듯 하다.


9. 이 책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아스떼까, 그들 자신의 역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그들을 정복한 유럽 열강이 본 고대국가 아스떼까의 모습만이 알려졌다. 신성한 절대군주가 지배하는, 화려하고 잔인하고 원시적이며 신비로운 나라였다. 왜곡된 역사의, 그것도 번영기의 극히 일부만이 소개된 것이다. 


10. 이 책은 우리에게 알려진 아스떼까제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고문서다. 다른 한편,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메소아메리카 고대 문명의 고문서 원문을 그대로 소개하는 첫 시도다.  제2, 제3의 번역을 통한 저자들의 글과는 다른 생생한 고대의 기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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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 - 나만의 지도를 그리며 걷고 그곳에서 숨 쉬는 도시생활자 여행기
김대욱 글.사진 / 예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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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숨, 쉴틈'과 '숨쉴틈'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쉼표(,)하나 차이다. 쉼표는 생(生)과 사(死)로 구분되기도 한다. 한 호흡 들이마시면 이승이고, 한 호흡 내쉬며 멈추면 저승이다. 유명한 성악가 한 사람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회를 마치고 쓰러졌다. 숨을 쉬어야 할 곳에서 숨을 못 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이 책의 저자 김대욱은 자연을 동경하지만 웬만해서는 서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서울형 인간이라고 한다. 서울형 인간. 저자가 다락방 같은 도시 속 따뜻한 장소들을 발견하고 틈틈이 걸으며 시간을 관찰하고 공간을 매만진 기록이 바로 이 책 [숨, 쉴틈]이다.


3. 이런 면에선 나하곤 코드가 맞다. 여행을 떠나 본 것이 언제였던가? 마지막으로 다녀 온 때는?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을 더듬다 그만 둔다. 딸 아이가 중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여름 휴가나 가끔 여행을 다녀오긴 했다. 이젠 그 딸이 결혼을 해서 곧 아기엄마가 된다. 한참을 여행다운 여행을 못 떠났다. 그저 가끔 학회 세미나 참석차 지방에 다녀오는 정도다. 외국에도 나가긴 했으나 여행은 아니었다.


4. 그래도 어딘가에 취미를 체크하는 일(인터넷 사이트에 가입 신청시)이 종종 있다. 어김없이 '여행'에 표시를 한다. 왜 여행을 못 떠나는가? 우선은 시간이 없다. 정말 시간이 없다. 그럼 나중에 시간이 나면 여행을?  모르겠다. 지금 다시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꼭 가고 싶은 곳.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5. 나의 문학소년 시절에 쓴 詩 한 귀절이 생각난다. 친구와 동해안에 다녀와서 집에 왔을 때로 기억된다. "집에 왔다. 나의 방문을 연다. 나는 세상이라는 공간에서 나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세상이라 이름 붙여진 방에서 또 다른 나의 공간인 나의 세상으로 나가는 것일까" 


6. 서론이 길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나의 이야기는 이 책의 향을 2/3 이상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여행을 통한 이국적인 느낌을 받으려는 기대는 아예 접는 것이 좋다. 시간과 공간의 이동은 저자의 방에서 시작해 방에서 끝난다. 저자에겐 방이 우주다. 시인(김경주)의 詩에 담긴 한 귀절을 그의 방에 꽉 채운다.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이 시인은 나보다 한 수 위다. 나는 기껏 세상까지 간 것이 전부인데, 김시인은 우주까지 뻗어나간다.


7. 숨, 쉴 틈  :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뻐근해질 때마다 가만히 시간이 그리는 그림을 들여다봤다.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꼭 숨 쉴 틈이 보였다. 나는 그 틈을 통해 숨을 쉬면서 먹먹함을 흘려보내고는 했다. 그건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나만의 짧은 여행이었다."


8. 저자에겐 깨어나는 새벽 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여행이다. 아니 꿈 속에선들 그 여행이 그칠까. 나와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다. 몸은 예있으나 마음은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가지 않던가. 저자에게 하루는 여행이다. 매 순간이 새롭고, 눈을 돌리면 볼거리 천지다. 사람들은 흔히 반복되는 일상이라며 매일의 지루함을 호소하지만, 그는 매일 시간여행을 떠난다. 어제와 똑 같은 시간, 장소라도 그 속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없는지, 어제와 다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없는지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9. "오늘도 다 갔네."  "하지만 내일이 있으니까, 뭐 괜찮아."

 저자는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내놓는다. " 당신에게만 살짝 고백한다. 사실 나는 여행 중이다.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여행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젠 아는 사람이 많아졌을 것이다. 저자가 매일 매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10. 나 역시 거의 매일 저녁 여행을 떠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여행이다. 현재 나의 여행은 '독서'다. 어제 이 시간엔 니체를 만났다. 그의 눈빛이 강렬했다. 어찌하다가 정신이 그리 춤을 추게 되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답하길 "몸이 안 따라주니 정신이 너무 앞서간 모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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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니체 땐 시리즈
발타자르 토마스 지음, 김부용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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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울할 땐 니체? 니힐리즘의 대명사 니체가 우울한 삶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다?

   아직은 나에게 니체는 우울한 존재이기만 한데 이 책에선 어떤 모습으로 말을 건넬지 모르겠다.


2. 저자인 발타자르 토마스는 독일계 프랑스인으로서 철학 교수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감이 묘하다. 철학교수면 철학교수이지 철학교수 자격은 또 무엇? 어쨌거나 이 책의 저자는 철학을 연구하는 삶에 앞서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얻은 바 있고, 철학 강의와 글쓰기, 사진, 음악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철학에 감성을 더한 글을 기대해본다.


3. 저자는 서문이기도 한 '이 책의 활용법'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더 넓은 삶의 범위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자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하겠다고 한다. 진단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 그리고 내다보기가 그것이다.


4. 니체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다. 몸만 약한 것이 아니라 말년에는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정신병발작을 일으켜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었다. 니체의 저서 대부분은 육신의 고통과 영혼의 불안정속에서 태어났다. 그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질병을 통해 습관과 단절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질병은 나에게 늘어진 자세, 여가, 기다림과 인내에 대한 의무를 선사한다. 그러나 사유로 인도하는 것이야말로 질병의 가장 큰 선물이다."


5.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본다면, 질병은 가장 큰 고통 속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생명을 발견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다. 니체는 '위대한 건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질병을 특수한 시선으로 바라보자고 한다. "위대한 건강은 우리가 소유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획득하고 있고 획득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끊임없이 이 위대한 건강을 희생시키고 있으며 희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즐거운 학문]


6. 니체가 육신의 질병 못지않게 진단하고자 했던 질병은 일명 '허무주의'다. 이는 존재가 의미를 갖지 않고 삶에 가치가 없으며 노력이 고통보다 가치가 없다는 자각, 모든 것의 가치는 동등해서 선과 악, 부와 빈곤, 아름다움과 추함 사이에 가치의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허무주의 : 이것은 목적이 결여되어 있고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결여되어 있다. 허무주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고귀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인가?"  [유고]


7. 삶에 의미가 있는가? 인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원초적인 철학적 질문이다. 명쾌하게 답변 할 수 있는가? 나는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말로, 글로 표현했지만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삶에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기 전에 질문 자체의 의미에 대해 자문해보길 원하고 있다.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접근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삶의 의미를 판단 할 수 있으려면 삶에서 빠져나와 그 삶을 관조해야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8. 그렇다면 니체는 무엇이라 하는가?  "삶은 무엇인가? 이 점에 근거하여 삶을 더 명확하게 규정하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삶은 힘을 향한 의지이다."   [유고]


9. 저자는 '힘을 향한 의지'를 이렇게 풀이한다. '힘을 향한 의지는 세계라는 혼돈속에 어떤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사물에 자신의 힘을 부과하는 것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10. 니체는 운명과 숙명에 대해 지극한 사랑을 부여했다. 니체는 그의 저서 [즐거운 학문]을 통해 존재의 모든 양상에 대해 '예'라고 답하는 것이 쉽다고 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동적인 긍정의 원칙은 그의 눈에 원한, 양심의 가책, 허무주의에 대한 처방이 된다. 따라서 니체는 추하고 기괴한 것을 더 추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부정하는 대신에 그것을 본질적인 존재 양상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함으로써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11. 자신과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과 반대되는 이상을 열망하고, 자신을 넘어서서 또 다른 존재가 되길 원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특질이자 약점이다. 니체는 이런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생명 자체는 나에게 비밀을 말한다. '보시오, 나는 항상 나 자신을 극복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 니체에게 관건이 되는 것은 인간은 자기 현실에서 도망침으로써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현실적인 존재로 만듦으로서 초월함을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본성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충분한 긍정을 통해 초월할 수 있다. 신이 되기를 열망하는 대신에 온전한 인간이 되길 열망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마음에 담으면서 이 책이 나름대로 책 제목의 값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니체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굳이 우울할 때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을 것 같다. 항상 우울하다면 어느 때나 무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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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열정
제임스 마커스 바크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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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는 잠깐 다니고 졸업하면 그만이지만, 배움은 그렇지 않다. 인생을 꽃피우고 싶다면 확 끌리는 분야를 찾아 미친 듯이 파고 들어라. 누군가 날 가르쳐 주겠지라는 기대는 접어라. 열정이 넘쳐야 스승이 나타난다. 졸업장이나 학위는 고민할 필요 없다. 아무도 날 무시하지 못할 만큼 실력을 키우면 된다."


2. 위의 글(말)은 이 책의 지은이 제임스 마커스 바크가 몇 해전 '위태로운 아이들'이 다니는 특수 학교의 초청 강연을 받고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그 학교는 일반 고등학교를 그만두거나 퇴학당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였다. 당시 스물넷이었던 바크는 실리콘 밸리에 있는 애플컴퓨터사에서 소프트웨어 테스트 담당자로 일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담임교사는 바크가 고등학교 중퇴자로서 사회에서 '성공'한 표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강연을 부탁했던 것이다.


3. 아이러니하게도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의 질문에도 성의껏 답변을 해주고 학교를 나오는 길에 담임 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바크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당신을 강사로 초빙하는 일이 다시는 없을 겁니다. 당신이 아이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위험하니까요." 무엇이 위험한 메시지였는가?  


4. 바로 이 말. "배움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내게는 학교가 필요 없었다. 너희에게도 필요 없을 것이다." , "학교가 배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 학교가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학교 생활이 좋다면 학교에 남아라.", "학교가 못마땅하면 학교를 떠나라. 학교 아니면 배울 곳이 없다거나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나를 떠올려라."


5. 만약 내 아이가 이 책에서 학교를 떠날 구실만 찾아 낼 성향이 크다고 생각되면, 위태로운 아이들이 더욱 위태로운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간에 학교를 떠날 생각은 없고, 최소한 졸업은 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단지 방향감각만 없다면 권해줄 만하다.


6. 지은이는 스스로 버커니어 기질이 있는 사색가라고 이야기한다. 버커니어의 오리진은 16세기의 프랜시스 드레이크 같은 항해가들이 롤모델이 되었지만, 나중엔 해적으로 불리워지긴 했다. 지은이는 이 버커니어를 배움에 대한 열정이 충만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어떤 제도나 권위도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거나 멍에를 지게 하고 족쇄를 채우지 못한다고 한다. 여기저기 누비며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또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열망으로 가득찬 사람을 버커니어라고 부른다.


7. 바크가 성공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열정을 바쳤다.

- 내 기질과 리듬에 맞는 공부 방법을 개발했다.

- 활자로 된 증명서보다 실력과 괜찮은 발상을 높이 사는 분야에서 일했다.

- 내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도록 자신감을 키워 준 스승과 동료들을 만났다.


8. 바크는 책에서 시종일관 버커니어를 모델로 삼으면서 그의 지식과 경험의 항해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학교를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짜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 뒀다. 학교에선 마치 복도를 떠도는 유령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가 학교를 그만 둘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타임]지에 실린 10대 컴퓨터광 유진 볼로흐 덕분이다. 유진 볼로흐는 열네 살의 나이로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9. 정규 교육을 받았다는 꼬리표 없이 소프트웨어 테스팅 분야에서 경쟁이 가능 했을 뿐 아니라 '테스팅 분야 1인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바크는 그의 경쟁 우위를 이렇게 설명한다.

1) 공부하는 습관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2) 틀에 박힌 사고를 의심하는 열정적인 자세

 (난 권위를 불신하고 길들여지지 않았으며 진정한 삶을 열망하는 사람이었으므로)

3) 다방면에 걸친 공부(산만했으므로)

4) 야심(존재감에서 열정이 타오르므로)


10. 바크는 [갈매기의 꿈]을 쓴 작가 리처드 바크의 둘째 아들이다. 이 책의 지은이 바크는 버커니어 중 작가로서는 마크 트웨인을, 화가로서는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빈센트 반 고흐를, 과학자로서는 찰스 다윈을 예로 들면서 그들의 공통점을 "이들이 자기 인생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남겼고 그 기록이 잘 보관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자신이 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는 점을 덧붙인다.


11. 부전자전. 아니 이 책의 지은이 바크(리처드 바크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의 아들이 앞서 있다. 바크는 16살 늦은 나이(?)에 학교를 그만 뒀지만, 바크의 아들은 12살 때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바크의 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바크의 표현을 빌리면 '그냥 논다.'  바크 부부는 사실 아들이 아무 짓도 안하는 게 '아님'을 알고 있지만, 불안하다. 그 이유는 아들이 하는 행동이 언제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바크의 부모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12. 바크의 아들 이름은 올리버이다. 바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대화를 나누던 중 올리버가 소설 114편을 썼다고 말했다. (올리버가 12살 때) 그러나 올리버는 제대로 끝낸 이야기가 하나도 없다는 이유로 그 누구에게도 소설을 보여 주지 않았다. 드디어 올리버는 16살 때 소설 한 편을 마무리해서 그의 어머니(바크의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올리버가 하는 말이다.

"조만간 혼자 힘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요. 그래서 팔릴 만한 글을 쓰는 법을 배워야겠어요."


"꽃들에게 학교가 필요 없는 것처럼, 아이들의 정신세계도 저절로 꽃을 피운다."

  바크가 그의 아들의 소설을 읽고 남긴 멘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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