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 시선 - 초판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김현승 지음, 장현숙 엮음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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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시력(詩歷)사십 년이면 일생의 三分之二에 해당하는 세월이다. 나는 이 동안에 일제 말기의 칠팔 년간을 빼어놓고는 줄곧 詩를 생각하고 시를 썼다. 시를 사랑하고 시를 괴로워하면서도 시에게서 위로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생명을 거두는 날까지 나는 또 이러한 시를 쓸 것이다. 나의 생애에서 시를 빼어 버리면 나의 일상생활은 빈 껍질과 같은 것들이다."     - 序文 일부


2. 가을의 시인, 고독의 시인, 기도의 시인으로 대표되는 다형(茶兄)김현승 시인을 만나봅니다. 

이 책은[金顯承詩全集]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인의 詩가 모두 실려있습니다. 발췌한 시집은 [새벽교실] [김현승 詩抄] [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 고독] [절대고독] [날개] [마지막 지상에서]외에 시집 미수록 작품이 20편이 추가됩니다.


3. "새벽 / 세상이 쓴지 괴로운지 멋도 모르는 새벽 / 종달새와 노래하고 / 참새와 지껄이고 / 시냇물과 속삭이고 / 참으로 너는 철모르는 계집애다 / 꽃밭에서 이슬을 굴리고 / 어린 양을 풀밭에 내어놓고 / 숲 속에 종을 울리는 / 참으로 너는 부지런한 계집애다 / 시인은 항상 너를 찍으려고 작은 카메라를 / 가지고 다니더라 / 내일은 아직도 세상의 고뇌를 모른다 / 그렇다면 새벽 너는 금방 우리 앞에 온 내일이 아니냐? / 나는 너를 보고 내일을 믿는다 / 더 힘 있게 내일을 사랑한다 / 그리하여 힘 있게 오늘과 싸운다."       - '새벽' 


4. '새벽'을 철모르는 계집아이로 비유한 부분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모를 수 밖에 없지요. 새벽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예측 할 수 없습니다. 그저 반복되는 일상에 내일도 오늘 같길 바랄뿐이지요. 그 오늘이 참으로 힘든 날이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일은 아직도 세상의 고뇌를 모른다'는 것이지요. 작정하고 고뇌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라니 마음을 놓아야겠습니다. 시인의 마음처럼 더 힘 있게 내일을 사랑해야겠지요.


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 가을에는 /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 구비치는 바다와 /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가을의 기도' 전문


6. 시인의 詩중 많이 알려져 있는 詩입니다. '겸허한 모국어'를 생각합니다. 일제 시대를 거친 시인에겐 母國語가 애틋합니다. 같은 무렵에 발표된 '내가 나의 모국어로 시를 쓰면'에선..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내가 나의 모국어로 시를 쓰면 / 새들은 가지에서 노래를 불렀어요 /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마도 그 때 / 같은 제목을 노래하였던가 봐요."


7. 그런데, 시인은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기도하더니..다시 '호올로 있게 하소서'합니다. 아마 그 대상이 그 누구보다도 '내 안의 나'가 되기를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내 안의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너무 지나친 '自己愛'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구비치는 바다,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온 나의 영혼은 다시 겸허함의 자리에 차분하게 앉아 있어야겠지요. 마른 나무가지 위면 어떻습니까. 그 자리가 내 자리라면 감사해야겠지요. 


8. 이 책을 엮은이 장현숙 교수는 김현승 시인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기독교 사상과 양심을 고수하고자 노력했던 우리 시단의 대표적 종교시인이자 명상시인이었으며, 휴머니즘과 이미지즘의 시인이기도 했다. (....) 시인의 시 작품들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부딪혀야 했던 인간적인 외로움과 고독과의 치열한 사투 속에서 여과된 눈물의 결정체였으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보석이었던 것이다."


9.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 단단하게 마른 / 흰 얼굴 // 그늘에 빚지지 않고 /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 단 하나의 손발 // 모든 神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 이 마른 떡을 하룻밤 / 네 살과 같이 떼어주며 // 結晶된 빛의 눈물 /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쓸지 않는 / 견고한 칼날 - 발 딛지 않는 / 피와 살 //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懷柔에도 / 더 휘지 않는 /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 굳은 열매 / 쌉쓸한 자양 / 에 스며드는 / 에 스며드는 /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   

                              -  '견고한 고독' 전문 (1965. 10)


10. 약 3년 후 '견고한 고독'은 '절대고독'으로 옮겨집니다.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다 / 이 체온으로 나는 내게서 끝나는 / 나의 영원을 외로이 내 가슴에 품어 준다 // 그리고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 내 언어의 날개들을 / 내 손 끝에서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내고 만다 // 나는 내게서 끝나는 / 아름다운 영원을 /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 더 나아갈 수 도 없는 나의 손 끝에서 /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詩와 함께"  - '절대고독'  전문 (19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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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군대 간 아들에게
공병호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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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에서 군대라는 시간과 공간은 일반적으로 청년기에 거칠 통과 의식입니다. 일반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도 웬만하면 안 가는 방향으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군입대를 휴가가는 기분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는 없지요. 사실 나도 군 입대를 앞두곤 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가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된 훈련과 군의 특수한 환경에서 잘 있다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24시간 나를 붙잡고 있었지요. 어쨌던 병역의 의무를 잘 마치고 나왔습니다. 제겐 6형제가 있는데, 모두 잘 다녀왔습니다. 나와 막내는 한 1년 정도는 같이 복무를 했지요. 나는 공군에서 아우는 육군에서 복무중 휴가 때 같이 용문산에도 놀러갔던 기억이 납니다. 


2. 이 책의 지은이 공병호님은 국내 최고의 변화관리, 경제경영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지요. 현재까지 100여 권의 저서가 있고, 최근에는 [공병호의 고전 강독] 시리즈를 펴내 고전 읽기까지 집필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합니다. 가정에선 두 아들을 둔 평범한 아버지. 큰 아들은 제대를 했고, 작은 아들은 군 복무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되었다는군요. 이 책에는 군 입대를 앞둔 아버지와 아들이 나눈 소중한 대화와 인생의 빛나는 지혜들을 담았다고 합니다. 사실 군복무 기간은 아들과 부모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왜 그런 말 있잖습니까? 군대가면 모두 효자가 된다지요. 화생방 훈련하면서 그렇잖아도 눈물 콧물 범벅이 되는데 짖궂은 교관은 훈련병들에게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를 부르게 해서 눈물의 뇌관을 몽땅 터뜨려버리지요.


3. 지은이는 책을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1) 군 생활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2) 알찬 군 생활을 위해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7가지 좋은 습관. 3)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꼭 한번은 진지하게 사색해봐야 할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4) 우리 주변과 이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입니다.


4. 지은이는 공병우 박사님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간을 아낄 것을 당부합니다. "시간은 곧 생명이다."  요즘에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공병우 박사님은 의과대학을 다니지 않고 강습소와 독학으로 안과 의사가 되셨지요. 또한 타자기 개발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들어서 고성능 한글타자기를 개발했습니다. 

지은이는 청년들이 군 생활을 하는 동안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시각을 제대로 정립하기', '자신의 역량과 강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떻게 살 것인지 큰 그림을 그려보기' 를 과제로 주고 있습니다.


5.  군대에서 실천하는 7가지 좋은 습관 :  1)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시도한다. 

2) 메모 습관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3) 매일 기록하고 점검한다.  4) 시간을 작은 단위로 나눠 공략한다. 5) 일상생활에 나만의 규칙을 세운다. 6) 화두를 갖고 생활한다. 7) 어떤 경험도 허투루 흘려버리지 않는다. 


6. "세상은 주고받는 계약관계야. 타인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자유지만 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받기를 기대하겠니. 부모는 너를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무 조건 없이 뭔가를 주려고 하지.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는 주고받는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은이가 아들들과 자주 나눈 대화의 일부라고 합니다. 타인에게 제공 할 수 있는 '그 무엇(실력)'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습관)'을 갖출 수 있을 때 인간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7. 마지막 파트 4에선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기'를 권유하는군요. 한국사, 자본주의, 글로벌 경제, 보수와 진보에 대해, 올바른 국가관, 정의에 대해, 친구 관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등을 화두로 주고 있습니다. 


8. 단지 군 생활이라는 타이틀에만 묶어두기엔 사실 과제가 많습니다. 청년기는 물론 장년기에 접어 든 세대들도 한 번쯤 점검해보고 지나갈 내용들입니다. 자칫 부모라는 위치에 서면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이 자녀들을 훈육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대화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힘든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생각이 고루하거나 편견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지요. 


9. 각 파트 마다 지은이의 '추천 도서' 목록이 있습니다. 나도 아직 못 읽어본 책이 많군요. '군대'라는 범주를 떠나 '사회'라는 조직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며 참고할 만한 서적들이 대부분입니다. 


10. "우리는 항상 현재의 자기 모습에 대한 책임을 상황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나는 상황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찾을 수 없을 때는 자신이 만들어간다."  이렇게 멋진 말을 남긴 조지 버나드 쇼도 그의 묘비명엔 이렇게 적혀 있다지요. 달리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눈에 익고 귀에 익은 이 말. "나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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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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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카페 마실을 떠나볼까요? 동네 마실이 아니라, 좀 멀리 갑니다. 비행기타고 갑니다. 우선 마음으로 떠나봅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맛과 향으로 마시고, 누군가는 분위기를 마십니다. 아마 이 책에선 둘 다 마실 것 같습니다.

 

지은이는 하늘을 나는 바리스타입니다. 전문 바리스타 자격으로 기내에서 커피를 서비스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입사해서 현재 바리스타팀 그룹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합니다. 이 책 [카페 마실]은 그가 직접 다닌 전 세계 카페 기행과 커피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입니다.

 

책은 4파트로 나뉩니다.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일본 등입니다. 본문에 소개되는 카페는 지은이가 그곳의 주소와 전화번호, 홈페이지, 구글 맵정보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외국 여행길에 들러 보실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군요.

 

지은이는 그 자신 바리스타답게 카페를 소개하면서 단순히 커피의 맛과 향, 분위기만 전하는것이 아니라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유심히 살피면서 각 카페의 특성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스페셜티 시장이 가장 큰 나라가 미국이지만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미국인 수상자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은이는 이러한 점이 유럽이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장인 정신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2009년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 본선을 애틀란타에서 개최하면서 홈그라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우승을 노렸지만, 영국 런던의 귈림 데이비스라는 바리스타가 우승을 합니다. 이미 샴페인까지 준비했던 미국은 매우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그 바리스타. 귈림 데이비스의 커피맛을 보러 갑니다. 귈림 데이비스는 런던에 커피 하우스 겸 바리스타 트레이닝 센터 프루프록 커피를 오픈하고 있군요. "향기가 좋았다. 케냐 특유의 강한 바디감이 느껴지지만 향기는 약간 에티오피아 커피가 연상되는 부드러운 과일향이었다." 지은이는 카페문을 나서면서 이런 생각을 남깁니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프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그곳 바리스타의 장인 정신을 느끼는 대목입니다.

 

파리는 독특한 카페 문화의 역사가 꽤 오래 되었군요. 20세기 문학과 지성의 산실인 '레 뒤 마고'가 그 상징이라고 합니다. 그 카페는 아직도 꿋꿋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하겠지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카페 벽에 걸린 사진 속 인물(단골이었던)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합니다. 사르트르, 보부아르, 생텍쥐 페리, 파블로 피카소, 헤밍웨이, 앙드레 지드 등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음료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하니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여러 커피 하우스를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인테리어에 대한 개념이다. 많은 카페 주인이 돈만 있으면 카페 특유의 분위기와 그 카페만이 가진 가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고객들의 감성이나 취향 같은 것들은 배제하기도 한다.(.....) 고객들의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커피 하우스의 분위기들은 대부분 빈티지하면서도 펑키하다.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기능적이고 문화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미국에선 최근 서울에도 매장을 연 맨해튼 씽크 커피(Think Coffee)를 방문하는군요. MBC [무한도전]에 소개된 뒤로 유명세를 탔다고 하지요? 지은이는 처음에 그 유명세가 단순히 방송 협찬으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찾아보니 환경을 생각하고 생산지 농부의 생계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진 의식 있는 변호사의 창업에서 시작된 커피 하우스였다고 합니다.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착한 커피군요.

 

이웃나라 일본을 방문해선 긴자의 명소인 '카페 드 람부르'를 소개합니다. '커피만을 위하여'라는 간판에서 주인의 마음을 엿봅니다. 1948년 문을 열었군요. 그런데 지은이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10년 이상 오래된 커피'라는 이름의 메뉴를 보고 놀라는군요. 와인은 오래 될 수록 좋다지만, 커피는 글쎄요? 이 커피점의 장점은 독특한 생두 보관으로 인한 숙성 개념 때문이라는군요. 기왕에 간 길에 1974년 쿠바 커피와 그해에 생산된 블렌딩 커피를 주문합니다. 염려심으로 마신 커피는 의외로 산미가 살아 있고 깔끔한 맛이었다는 평이 붙습니다.

 

커피 매니아나 바리스타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 드릴만한 책입니다. 책에는 바리스타들만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그윽하고 진한 커피향을 느낍니다.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지만, 그 분위기를 한껏 전하지 못하는 텍스트 일변도의 리뷰에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갖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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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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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내다보는 책들을 보느라면, 장밋빛보다 회색 구름이 잔뜩 드리우고 있습니다. 성장이 멈춘 세계에서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고민합니다. 심지어는 개인을 위한 20가지 조언은 참으로 재미 없습니다. "소득보다 만족도에 초점을 맞춰라. 사라질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마라. 군중이 망치기 전에 세계적인 관광지를 방문하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이주하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지속 불가능성을 파악하라. 모든 성장이 좋은 것이라고 믿지 마라.  미래는 물리적 한계에 지배당할 것임을 잊지 마라 등등"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이 책의 지은이 재레드 다이아몬드. 움베르토 에코만큼이나 수식어가 많습니다. 문화인류학자, 문명연구가, 생리학 교수, 조류생태학을 연구하는 조류학자,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12개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 새, 언어, 뉴기니, 음악, 역사, 지리, 사회에 끼친 환경의 영향, 유전학, 생리학등에 관심사 정도가 아니라 전문가 수준의 시추기를 지닌 사람.

 

지은이는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은 어디서 비롯되는가?'라는 의문을 명쾌하게 분석하여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총, 균, 쇠] 그리고 문명 붕괴 과정을 통해 본 지구 문명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격인 [문명의 붕괴]에 이어 문명대연구 3부작 완결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책 [어제까지의 세계]를 통해 그의 이름대로 다이아몬드같은 성찰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 거의 모두가 앞만 내다보기 바쁜 판국에 다이아몬드는 "최첨단의 문명사회를 구할 강력한 비책은 어제의 세계에 있다!"고 역설합니다. 이 책에도 주 무대는 뉴기니입니다. "1964년 뉴기니 땅을 처음 밟았을 땐 새 연구가 목적이었다. 거긴 600종의 새가 산다. 뉴기니는 내게 처음부터 이국적이고 궁금하고 신비했다. 한편으론 겁도 났지. 뉴기니에는 1000개의 부족, 1000가지 언어가 있다. 그들은 상당 부분 당신과 날 닮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몹시 다르다. 전통 사회와 현대사회 사이의 닮음과 차이가 바로 이 책이다."

 

'뉴기니'가 어드메쯤 붙어있냐구요? '뉴기니'는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라고 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위쪽으로 적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왜 '전통'사회를 연구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통해 '부분적으로는 전통사회에 대한 호기심'때문이라고 간단히 답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척 유사해서 충분히 이해되고, 또 어떤 점에서는 우리와 무척 달라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전통사회', '소규모 사회'는 수십 명에서 수천 명까지 소규모 집단을 구성하며 낮은 인구밀도에서 수렵채집, 농업이나 목축으로 살아가고, 서구화된 산업 사회들과 접촉함으로써 제한적으로 변한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뜻합니다.

 

지은이는 '전통사회'에 대립되는 이미지로 WEIRD "서양의(Western) 교양 있고(Educated) 산업화됐고(Industrialized) 부유하며(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로 봅니다.(이니셜) 이 부분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몰개성화입니다. 뭔가 좀 튀는 행동을 하면 '화성인'으로 분류되는 사회.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개성을..(이런 표현에 양해를 구합니다) '개같은 성질'이라고 한다던가. 개의 어떤 성질을 보고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사람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마음 단속도 신경쓰고 있습니다만, 아뭏든 WEIRD라는 단어 속엔 획일화된 어떤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지요. 나는 도미노가 그려집니다. 후~ 호흡 한 번에 순식간에 무너지는 도미노성. 참..weird 라는 단어는 '이상한, 수상한, 기묘한, 괴상한, 무시무시한, 불가사의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이미 적잖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관습을 받아들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합니다. 어떤 점에서 우리 현대인은 부적응자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우리 몸과 관습이 진화를 겪으면서 적응한 환경과 다른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점 깊이 공감합니다. 이미 우리는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남이 바라는 삶, 남이 바라보는 삶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조직의 쓴맛을 안 보기 위해서 애쓰다 보니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지요. 그렇다고 지은이는 무조건 전통사회를 예찬하진 않습니다. "전통 사회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당연시하는 지금 사회의 이점에 고맙게 생각할 기회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5부 11장으로 구성되고 에필로그가 붙여집니다. 1부는 1장으로만 되어 있고, 전통사회가 어떻게 공간을 분할하는지 설명함으로써 뒤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의 기초적인 발판을 놓습니다. 2부는 2~4장으로 구성되며 분쟁해결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5장과 6장에선 인간의 생명주기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어린시절과 노년이 그려있습니다. 지은이는 세계적인 고령화 사회를 의식해서 부분적으로나마 전통 사회의 교훈을 받아들이면 현재의 상황을 개선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부는 7장과 8장으로 이뤄지는데, 위험과 그에 대한 반응을 다룹니다. 전통사회에서는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능한 이유를 찾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전통 사회에선 '안전 불감증'이 없던가 적던가 입니다. 9~11장에선 종교, 언어의 다양성, 건강을 다룹니다. 지은이는 특히 '종교'를 놓고 미래엔 종교가 어떤 기능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길 원하고 있습니다.

 

지은이와의 인터뷰 기사 중에 이런 부분이 눈에 띕니다.

―사람들이 책을 점점 덜 읽고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메르 문자의 발명 이후) 5400년 동안 문명이 쌓아온 지혜를 내다버리는 것과 같다. 역사의 지혜, 문학과 예술을 걷어차는 일이다. 난 컴퓨터, 이메일, 스마트폰, 타자기도 쓰지 않는다. (펜을 들며) 이걸로 책을 쓴다. 게다가 내가 컴퓨터를 만지면 꼭 망가지더라. 하하."
지은이는 끝까지 컴퓨터를 배울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올해(2013년) 76세입니다. 이미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다 합니다. 키워드는 '변화(Change)'입니다. ―언제 읽을 수 있나?  "2020년. 내 책은 최소 8년 걸린다. 역시 펜으로.."

 

Diamond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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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피로를 푸는 습관 -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직장인을 위한 피로 관리법
니시다 마사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부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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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증상이 있습니다. 겨울에 특히 그 증상이 많이 나타나지요. 일조량과 관계가 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가 많이 나는 요즈음도 예외가 아닙니다.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일상의 연속. 이 증상이 한 달 넘게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피로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내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하고, 면역기능을 저하시킵니다. 모든 병이 찾아 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는 상황이 됩니다. 사막을 힘들게 한 발 한 발 내딛던 낙타 등에 마침 그 위를 지나던 새가 깃털 하나를 떨구자 그 무게를 감당 못해 무릎을 꿇듯, 어느 날 갑자기 몸과 마음이 다운되는 경우가 발생됩니다.

 

한국에서 독일로 날아간 철학자 한병철은 성과사회의 급류에 휘말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일상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삶을 표현해 준 [피로사회]에서 '피로'란 할 수 있는 능력의 감소이고, 그저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칭합니다. 피로가 지닌 또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기도 하지만, 결국 '피로'란 개인의 차원에서 벗어나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니시다 마사키는 도코의대를 졸업 후 미국에서 수면과학을 연구, 현재는 우울증과 수면장애 전문 정신과 의사로 진료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보다 쉽게 지치고 피로감을 많이 느꼈던 저자가 피로와 피로회복에 대해 고민하고 경험했던 사실을 토대로 쓴 책입니다.

우선 큰 제목만 옮겨 볼까요? '피로, 그냥 두면 병이 된다' , '주말 내내 자도 피곤한 이유는?',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은 따로 있다', '식습관으로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라', '생각을 바꿔야 몸이 바뀐다' 등입니다.

지은이는 내 몸이 보내는 사인에 민감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요.

피로도 체크리스트를 옮겨 봅니다.

 

@ 거의 모든 일에 흥미가 없거나 즐겁지 않다.    
@ 침울하거나 우울하고 절망적인 기분이다.
@ 기력이 없고 피로감이 지속된다.
@ 깊은 잠을 못자거나 자는 도중에 깬다. 또는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잔다.
@ 식욕이 없거나 과식을 한다.
@ 독서나 TV 시청, 인터넷을 할 때 집중하기 어렵다.
@ 자신을 한심한 인간이라 생각한다. 가족이나 회사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말이나 동작이 느려졌다.

    또는 초조함에 허둥거리는 일이 잦다.

 

열거된 증상을 보니까, 모 아니면 도군요. 이 체크리시트에서 체크 되는 항목이 5개 이상이고 그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신경정신과, 심리상담 전문 클리닉을 찾기를 권유하고 있군요.

예? 모두 포함 된다구요? 이런.. 

사실 위 항목은 '피로'의 영역을 넘어선 그 무엇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짐작됩니다.

 

임상에서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어깨나 등, 허리 주위 근육의 뭉침 현상(굳어있다는 표현도 합니다만..)을 일상의 다반사로 받아들이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드리고 싶습니다. "뭐, 다들 이렇게 사는데.."하고 방심하지 말자는 이야기지요. 이 책의 지은이 역시 어깨 결림이나 요통을 방치하지 말라고 권유합니다. 병을 키우고 싶어 키우는 사람은 없겠지만, 몸이 굳어 있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자세가 더욱 나빠지지요. 바른 자세를 잡고 싶지만, 이젠 몸이 협조를 안해주는 단계까지 갑니다.

 

지은이는 '우울증'까지 생각을 이어갑니다. 우울증 증상 중에 심기증이라는 신경증이 있습니다. 심기증은 건강에 대한 공포로, 지나치게 건강에 대해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가 단 15분이라도 걷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15분만 걷자고 나왔던 길이 발동이 걸려 30분도 되고, 1시간도 될 수 있지요.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서 걷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적으로, 걷다보면 복잡하던 생각도 정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더군요.

 

이미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몸을 병들게 한다'는 부분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증후군입니다. 1984년 미국의 심리학자 크레이그 브로드가 명명한 용어입니다. 컴퓨터 조작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컴퓨터에 의존하여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회사를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증상을 말합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간단하면서도 우리 일상에 중요한 건강에 대한 팁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15분 일찍 일어나서 활동하기, 15분 산책, 일광욕, 낮잠, 편안한 티타임, 스트레칭, 명상 등 딱히 새로울 것은 없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행을 못하는 부분들이지요. 지은이가 권유하는 여러 제안 중 단 몇 가지 만이라도 습관을 들인다면,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최근 [현상학] 책을 보다가 덮고 잠시 뒤로 밀어놨습니다만, 독일의 현상학자 에드문트 후설은 철학적 사색과 학문에서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칠 수 없다.' 어쩌면 우둔할 정도의 '지나침'을 강조하고 있더군요.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후설을 소개합니다. "괄호로 묶는다" 는 후설의 말을 인용하고 있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계속 읽을 걸 공연히 책을 덮었나봅니다.

 

지은이는 "괄호로 묶는다"는 말을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항상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받아 들이고 있군요. 즉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인다. 복잡한 문제는 일단 괄호로 묶어 놓는 것이지요. 우리의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쌓일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기 위해, 즉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일단 '괄호로 묶으면' 어떨까요? 일을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다 보면 나만 힘들어지지요. '강박증'에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는 내가 일을 그렇게 처리하는 만큼 남도 그리해주길 원하다보니,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이지요. 남의 이야기하듯 하는 나에게 주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stressless or stress less 한 삶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우리 모두의 공통사항이겠습니다만..)에게 일독(一讀)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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