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msung Way 삼성 웨이 - 글로벌 일류기업 삼성을 만든 이건희 경영학
송재용.이경묵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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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재적인 기억술로 기억력 부문에서 세계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에란 키츠가 쓴 책(뇌를 위한 다섯 가지 선물)의 서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에란 카츠가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예루살렘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한국을 방문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고 합니다. 친구는 한국 얘기가 나오자 '삼성'을 언급하더랍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물었다는군요."삼성? 한국에 대해서 이야길 할 수 있는게 그것뿐이야? 그는 잠깐 생각하는가 싶더니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어 하는 이야기가 "강남 스타일."

 

2. 세계적 컨설팅사인 Interbrand가 선정한 2012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선 삼성이 9위(브랜드 가치 329억 달러)를 차지했군요. 100위 안에 든 다른 한국 기업은 현대가 53위, 기아가 87위입니다.

 

3. 삼성에 대해선 상반된 느낌을 갖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대학생들이 졸업 후 입사하고 싶은 그룹 회사 중 늘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요. 반면에 최근 몇 년 동안 그리 좋지 않은 일로 매스컴을 자주 타는 바람에 그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4. 이 책의 공저자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송재용, 이경묵 교수입니다. 저자는 1993년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이삼류에 자리했던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주도로 '신경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변신을 추진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여 휴대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전자산업의 주요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었다고 합니다.

 

5. 이 책에선 이렇게 되기까지 삼성의 전략, 경영시스템, 핵심역량 등 경영의 각 요소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주목적이 삼성에 근무하지 않는 외부인들이 신경영 이후 삼성의 성공요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합니다.

 

6. 저자는 삼성이 신경영 혁신 이후 지난 20년에 걸쳐 확립해온 삼성 웨이를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 상충되는 현상이나 이질적인 특성들이 양립하고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이를 '삼성 경영의 패러독스'라고 이름 붙이고 3가지를 드는군요.
-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스피디함.
- 다각화, 수직적 계열화되어 있으면서도 전문화되어 있음.
-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요소가 조화롭게 병존하고 있음.

 

7.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하는 데 있어 견인차 역할을 한 삼성의 핵심역량 중 특히 동태적 역량에 대한 분석이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듭니다. 1990년대 이후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대두된 핵심역량은 경쟁자가 쉽게 모방하기 힘들게끔 차별화된 기업 특유의 자원 및 역량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핵심역량을 잘 확보했을 때 기업은 비로소 장기간 지속이 가능한 경쟁우위를 창출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8. 핵심역량이 될 수 있는 기업 특유의 자원이나 역량은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합니다. 먼저 특정산업의 핵심성공요소와의 적합도가 높아야 하는데, 삼성에서는 이를 업(業)의 개념 내지 본질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핵심역량이 될 수 있는 자원은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핵심역량이 될 수 있는 자원은 희소해야(rare)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9. 2013년 3월 새 스마트폰 갤럭시S4를 공개하자 미국 유수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와 [포브스]는 앞다투어 삼성 스마트폰 경쟁력의 원천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패널, 메모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수많은 기술집약적 부품들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애플 등 경쟁자들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경쟁자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제품 라인업을 개발, 제조할 수 있다."

 

10. 저자는 이 책이 단순히 삼성의 성공사례만을 나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임직원들이 삼성을 보다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사례를 생생한 인터뷰와 함께 제시하여, 삼성을 벤치마킹하여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영학적 이론을 접목시킨 전문적 분석은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이나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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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에서 걷고 있는 영혼을 만나다 - 리더의 혼을 찾아 떠나는 여행, 힐링리더십
리 G. 볼먼 & 테런스 E. 딜 지음, 권상술 옮김 / 아이지엠세계경영연구원(IGMbooks)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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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제목이 반입니다. [내 길에서 걷고 있는 영혼을 만나다]. 길을 가는 데 몸 따로 마음 따로의 여정을 하고 있었군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나도 가끔 그러합니다. 몸은 이곳에 있는데 마음은 저곳 또는 아무 곳에 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요.


2. 이 책의 원제는 'Leading with Soul : An Uncommon Journey of Spirit'입니다. 이를 직역하면 '혼이 함께하는 리더십 : 예사롭지 않은 영적 여행' 정도가 되겠지요. 이 책의 키워드를 몇 개 뽑는다면  '리더십', '영혼', '여행' 입니다.


3. 영혼은 다른 말로 '영성'이라고도 표현되겠습니다. '영성'하면 흔히 종교적인 면과 연관 짓기 쉽지만 이 책은 종교서적은 아니니까, 미리부터 마음문을 닫진 마시구요. 영혼, 영성이란 단어가 선뜻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면 '리더십'으로 가시지요. 어쨌든 이 저자들(두 사람의 공저이므로)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4. 책은 5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타이틀을 옮겨보면.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라', '불완전함을 받아들여라', '타인을 위해 선물하라', '함께 나누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삶'입니다. 어찌보면 이 타이틀들이 이미 식상한 이미지로 다가올 수도 있겠군요. 제 느낌도 사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이 책에서 내게 필요한 부분, 내 체질에 맞는 영의 양식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5. 저자는 '영'과 '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길 하고 있군요. "혼은 개인이 겪는 경험의 깊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개인적이고 독특한 것을 말합니다. 그에 비해 영은 초월적이며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영은 우주의 근원이며 삼라만상의 하나 됨을 나타냅니다."  이 말에 의하면 '영'을 '혼'과 비교할 때 '영'이 훨씬 높이 올라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혼'이 기본 프로그램이라면 '영'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업그레이드 시키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설명입니다. 이 둘이 합체되어야 비로소 '영혼'이 되는 것이지요.


6. 책은 스토리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본문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의 몸은 피곤했고 날은 저물고 있었다."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린 대부분 이렇게 하루를 정리하곤 하지요. 날이 저물 무렵에 마무리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만..


7. 그의 이름은 스티브 캠던입니다. 마리아라는 이름의 노부인을 찾아가는 대목부터 시작이 됩니다. 뒤를 읽기 전에 벌써 예감이 들어옵니다. 아마도 이 마리아라는 여인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영혼에 대한 부분을 터치해줄 것 같습니다. 예상이 맞군요. 그녀가 묻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어떤가요?"  나에게도 묻습니다. "너의 영혼은 안녕한가?"  그대는 어떠신지요? "그대 영혼은 잘 있나요?"


8. 여인이 이런 말을 해줍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리더의 내면에 있어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그 무언가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끌어야해요." "비극과 상실감은 우리 삶에 언제라도 찾아와요. 비극과 상실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영적인 발전인 이루어지지요. 상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각을 열어준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 한 토막도 옮겨보고 싶습니다. 스티브가 하는 이야깁니다. "제겐 암벽등반 챔피언이 되고자 했던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가 산속에서 며칠 동안 고립된 적이 있었죠. 그 바람에 동상에 걸렸고, 양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암벽등반을 다시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등반을 위해 의족을 착용했죠. 누군가 그에게 암벽등반을 어떻게 그렇게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웃으면서 이젠 종아리에 쥐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더군요."  웃으셨군요. 그럼 됐지요.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보던 여인의 말보다 위의 예화가 훨씬 가슴에 잘 스며 들어오는군요.


9. '함께 나눈다'는 말을 생각해봅니다. 얼마전에 읽은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투게더'가 생각나는군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세넷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반응 능력(responsiveness), 즉 대화를 나눌 때 남의 말을 듣는 기술 또는 작업 과정이나 공동체 활동에 그런 반응 능력을 실제로 적용하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뭐라고 써 있나 볼까요? 성공하는 조직은 이야기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군요. 이런 경우'스토리 텔링'이라는 단어가 적절한가요? 직원들간에 공유하는 이야기거리가 많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들은 직원들이 기업의 신화로서 꿈의 세계를 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뒷담화만 무성한 직장 분위기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공유의 이야기가 많은 것이 훨씬 좋겠지요. 결국은 서로의 소통이 원활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뢰가 우선이구요.


10. 리뷰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마지막 챕터인 '새로운 삶'에서 옮겨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 중에서 이 詩가 눈으로,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스티브가 처음에 마리아라는 여인을 만났을 땐 '뭐 이런 이상한 사람이 다 있나"하는 거부반응도 보이고, 대화에도 퉁퉁거리기만 했지요. 그러나, 스티브는 마리아 덕분에 '영혼'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마리아가 영원히 눈을 감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스티브가 이 詩를 읽습니다. 좀 긴 듯 하지만, 들어보시렵니까? 마리아가 몹시 좋아했던 루미라는 시인의 시집에서 뽑았답니다.


 

그대에게는 세 명의 벗이 있다네

첫 번째 벗은 그대의 재산.

그 친구는 그대가 위험에 처한다 해도 집을 나서지 않고

집에만 처박혀 있을 것이라네.

두 번째 벗은 좋은 친구.

그 벗은 최소한 그대의 장례식에는 참석하겠지.

그 벗은 그대의 무덤까지 쫒아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야

하지만 그게 다라네.

세 번째 벗은 그대가 하는 것, 즉 그대의 일.

그 벗은 그대와 죽음의 길까지 함께하면서 그대를 도울 것이라네.

그 벗과 함께 깊숙한 은신처를 찾게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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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1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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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란 무엇일까? 문화(文化, culture)는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말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하여 만들어낸 생활양식과 그에 따른 산물들을 모두 문화라고 일컫는다.  (위키백과 참조)


2. 문화를 만들어내는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문화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인 자연이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의 키워드인 명승(名勝)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명승은 흔히 경치가 아름다운 장소나 건조물을 연상하게 된다. 이 책에선 '명승'을 현재 우리나라가 '문화재보호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국보,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명승 등의 문화재 중 하나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설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승이 유적보다는 예술적, 관상적 측면에서 자연유산적인 요소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3. 이 책의 저자 김학범 교수는 국내 문화재 분야에 있어 '명승'의 토대를 다지고 그 영역을 새로이 개척한 명승 연구 분야의 선행 연구자로 소개된다. 2003년 단지 7곳에 불과했던 국가지정 명승이 2013년 100여 개소가 넘게 지정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자료에 의하면 비록 전국토를 요새화하고 명승지마다 붉은 글씨 일색인 북한 조차도 320건의 명승이 있고, 일본은 360건, 중국은 국가지정 명승이 208건, 지방 명승이 2,560건으로 총 2,768건에 달하는 규모를 갖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가 명승지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얼마나 미흡했는지 비교가 된다.


4. 저자는 2003년 이후 명승지정에 관한 모든 절차에 관여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승'에 대한 인식부터 새로운 변화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그래서 2011년 후반부터 문화재청에서 발행하고 있는 [문화재사랑]과 인터넷 매체인 [헤리티지 채널]에 꾸준히 글을 올렸고, 이 책은 그 글들을 새로 다듬고 편집한 결과물이다.


5. 책은 총 5챕터이다. 고정원, 누원과 대, 팔경구곡과 옛길, 역사및 문화의 명소, 전통 산업, 문화 경관으로 분류된다. 


6. 고정원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우리 선인들이 산수와 벗하며 손수 짓기도 한 정자와 원림이 포함된다. 명승 제52호로 지정된 '채미정'으로 시작된다. 오백년을 이어온 고려왕조가 국운이 다해 결국 멸망했다. 그러나 새로운 나라(조선)의 창업에 동참하지 않고 이미 무너져버린 고려왕조에 끝까지 충절을 지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야은 길재(吉再)가 기록된다. 길재는 고향인 금오산 아래에 둥지를 튼다.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금오산 계곡에는 채미정(採薇  亭)이 고고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채미정은 충절을 지키며 오직 학문에 정진한 야은의 올곧은 선비로서의 향기가 묻어나는 명승이다.


7. 진도에 가면 세 가지를 자랑하지 말라고 한다. 글씨와 그림, 노래가 그것이다. 이중 글씨와 그림은 운림산방(雲林山房)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른바 남종화의 산실로 일컬어지는 운림산방이 진도에 있기 때문이다. 진도에는 섬에 있는 산치고는 비교적 높은 첨찰산이 있는데 그 아래 안온한 위치에 운림산방이 자리잡고 있다. 운림산방은 그 이름처럼 자연경개가 아름다우며 운무가 깃드는 유현하고 그윽한 곳이다. 운림산방은 조선시대 후기 남종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이 기거한 곳이다.


8. 옛날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미가 단양의 석문 안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마고할미는 높은 산인 이곳에서 비녀를 찾기 위해 손으로 땅을 팠는데 이것이 아흔아홉 마지기의 논이 되었다고 한다. 마고할미의 논에는 저절로 물이 차고, 빠지기 때문에 긴 답뱃대를 입에 물고 경치만 즐기고 있어도 농사가 그냥 지어졌단다. 석문에는 긴 담뱃대를 물고 술병을 들고 있는 형상의 마고할미 바위가 있다. 명승 제45호로 지정된 단양 석문에 얽힌 마고할미 전설이다.


9. 어린 단종의 한이 서린 유형의 땅, 영월 청령포는 명승 제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청령포는 영월의 서강 건너에 위치해 있다. 서쪽은 육육봉이 험준한 층암절벽으로 솟아 있고 주위에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마치 섬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내륙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이 유형의 땅은 배를 타고 서강을 건너지 않으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곳이다. 바로 1457년(세조 3)조선의 6대 임금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었던 청령포다. 이곳에 있는 망향탑은 단종이 남긴 유일한 흔적으로 알려져 있다. 왕후 송씨를 생각하면서 눈물로 쌓은 돌탑이다.


10. 버킷 리스트에 외국의 명소만 담아놓고 돌아 다닐 생각만 했던 나의 짧은 소견이 부끄럽다. 여지껏 이 땅에 수십 년을 살면서도 옛 선인들의 혼과 역사가 담긴 곳 조차도 모르고 무심히 살아왔음이 한심하다. 외국으로 나가기 전에 이 땅부터 알아야겠다. 이 땅부터 제대로 밟아야겠다. 개발(開發)의 포크레인이 개발(犬足)처럼 휘젖고 다니기 전에 더욱 많은 '명승'이 명명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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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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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빠르게 검은 강에 다가간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웬지 이 문장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그려주고 있는 느낌이다. 강은 강인데 '검은 강'.  1958년 가을부터 시작된다. 번역자(박상미)가 번역에 공을 들였겠지만, 문장이 서정적이다. 그러나 웬지 차가운 느낌이 든다. 


2. 작가가 화자가 되어 묘사를 해나간다는 것을 밝힌다. "나는 그녀의 생활을 안에서 밖으로, 그 중심에서부터 묘사할 예정이다." 여기서 그녀란 이 소설의 모델이 되는 가정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인 네드라이다. 그녀의 남편은 건축설계사이다. 중산층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3. "그들(이들 부부)의 삶은 미스터리였다. 숲과 비슷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이해되고 묘사될 수 있었지만, 가까이 갈수록 흩어져 빛과 그림자로 조각났고, 그 빽빽함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는 형태가 없었고, 경이로울 정도의 디테일만이 어디나 가득했다.(....) 이 모든 것은 제각각이면서도 밀접하게 엮여 있고, 보이는 것과 달랐다. 실제로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삶이 있다. 비리(남편)의 말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는 당신의 삶 그리고 다른 하나의 삶. 문제가 있는 건 이 다른 삶이고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도 바로 이 삶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이 두 삶을 바라보면서 각자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길 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4. 건축설계사인 비리에겐 꿈이 있다. 작더라도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건물을 짓길 원한다. 그러고 나면 더 큰 것. 한 계단씩 올라가길 원한다. 그는 유명해지길 원한다. 그는 인류의 중심에 있고 싶어한다. 그거 말고 열망할 것도 희망할 것도 없다. 그저 세상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길 원할 뿐이다. 


5. 그렇다면, 그의 아내 네드라는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우선 그녀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내향적인 성격이다. 그렇지만, 한편 저녁식사의 분위기를 띄우는, 멋진 말을 할 줄 아는 여자다. 그녀의 얼굴은 사람을 흥분시키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터지는 미소가 주위사람을 혼미하게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다. 부부 사이엔 두 딸이 있다. 그리고 그녀는 쇼퍼홀릭이기도 하다.


6. 외견상으로 이들 부부. 이들의 가정은 해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허전함이 존재한다. 아마도 우리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대동소이할 것이다. 저자가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지 계속 지켜본다. "그들의 삶은 함께 꾸려졌고, 함께 짜였다. 그들은 마치 배우들 같다. 자기밖에 모르는 성실한 배우들. 오래된, 불멸의 연극대본 이상의 세상은 없다고 생각하는 배우들." 자기밖에 모르는 성실한 배우들은 무슨 뜻인가. 일단 자기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는 뜻이리라. 자기 맡은 역할만 충실하다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공허함을 감출 수 없다.


7. 이들 부부외에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다.  별로 유명하지는 못하지만 화가가 한 사람 있다. 그에겐 열일곱살 딸이 있다. 그의 아내는 젊음의 막바지에 있다는 수식이 붙는다. 그녀는 밤새 밖에 내놓은, 아름다운 만찬과 같다고 한다. 화려했지만 손님은 돌아가고 없는 그런 분위기. 이런 표현이 아마 저자의 매력인 듯 싶다. 화가의 아내는 들판에 혼자 나간 암말이라는 묘사도 보인다. 광기를 기다리며 풀을 뜯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한다. 그녀가 자주 가는 곳은 뉴욕 시내, 블루밍데일스 백화점, 산부인과, 미술용품점 그리고 가끔 오후엔 영화를 보러 간다. 산부인과를 왜 가는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그냥 긍금하다.


8. "아침에 빛은 소리 없이 내려왔다. 집은 잠들어 있었다. 머리 위 공기는 반짝였고, 무한했다. 그 아래는 촉촉한 땅이었다. 이 땅을, 이 풍성함을, 이 밀도를 맛볼 수 있을까. 흙냄새가 냇물처럼 공기 속을 흘렀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치즈 껍질이 빵처럼 굳어 있었다. 다 마셔버린 와인 잔에서 시큼한 향이 났다."


9. 작가의 표현을 빌어 비리(남편)가 그들의 삶을 묘사하는 부분에 공감을 하게 된다. 그들의 삶은 두 가지 양상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그들 부부의 삶이었고(적어도 삶을 위한 준비였거나), 다른 하나는 아이들을 위한 삶의 삽화. 그들은 서로 말없이 이 사실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 두 개의 버전은 서로 얽혀 있었다. 하나는 숨어 있고 다른 하나는 드러난 채. 그 시절 그들은 아이들이 어떤 불가능함을 갖기를 원했다. 성취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닌, 완벽하게 순수하다는 의미에서의 불가능함. 아이들은 그들의 작물이고, 밭이고, 땅이라고 한다. 어둠 속에 풀려난 새들이라고 한다.  아울러 아이들은 살아야 하고 승리해야 한다는 소망을 내비친다.


10. 두 부부 사이에 아직은 드러나지 않는 균열이 만들어지고 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각자 만나는 사람이 생긴다. 남편 비리의 삶은 천천히 둘로 나뉘어진다. 비리에게 비리가 일어난다. 그의 아내 네드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변한 게 없는 것 같았지만, 정확하게 똑같은 것 같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붕괴는 시작이 보이지 않는다. 이떤 국면에 이르러야만 벽에 균열이 보이고 기둥이 쓰러지고 건물의 앞면이 내려 앉는다."   


11. 이 들 사이엔 많은 인물들이 모였다 흩어진다. 마치 소용돌이 주변에 낙엽들이 빨려들어가는 듯 하다가 어떤 힘에 떠밀려 튕겨 나가듯 그렇게 멀어진다. 어느 덧 그들의 나이가 중년에 접어들던 어느 해 가을 그들 부부는 이혼했다.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으련만, 그 가을의 청명함이 둘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아내 네드라는 마침내 눈을 뜬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보였고, 강력하고 느긋한 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흔 하나라는 나이가 잠시 비참한 마음을 뿌려줬지만, 흡족했다. 그리고 유럽으로 떠났다. 그 후 그 두 사람은 날개를 단 것 같기도 하고, 날개가 꺽인 듯한 삶을 잠시 맛보지만, 그 끝은 가을도 지나고 황망함만 남은 겨울 바닷가 그 자체이다.  혼자만의 봄 날은 없었다.


12. 이 책의 작가 제임스 설터는 최근 87세의 나이에, 35년 만에 장편 소설 [올 댓 이즈]를 출간했다고 한다. 이 책 [가벼운 나날]은 1975년도에 출간되었다. 설터는 한 동안 "작가들의 작가", "엘리트 작가"로 불리워지며 아는 사람만 알고 읽는 사람만 읽는 작가였다. 그러나 설터는 여전히 작가로서의 영예를 누리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싶었을까? 아니, 굳이 무슨 의미를 찾는 것 자체가 무모함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가 그려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소설 속엔 나도 있고, 당신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결혼 생활이 있고, 미처 당사자들의 눈에 안 띄는 다른 내면의 일상이 있다. 이 소설의 모델이 된 실제 부부가 있다. 공교롭게 이 책이 출간 된 후 이 부부는 이혼을 했다고 한다. 


13. 책의 원제는 'Light Year' (광년, 光年)이다. 이 책의 번역자가 고심을 했을 것 같다. 실제로 그랬다는 번역후기를 접한다. 원 뜻은 그러하지만, 역자는 그저 가볍게 번역을 했다. '가벼운 나날'로 번역한 것은 잘 되었다고 생각든다. 그렇지만 소설속 인물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 안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가벼워 보이는 나날'일 뿐이다. 우리 삶인들 다를까. 단지 그저 내색을 안하고 태연하려고 애쓰는 것 뿐이리. 고고해 보이는 백조들의 발이 수면 밑에선 얼마나 바쁜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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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논어]는 공자의 어록이다. [노자]에는 노자(老子)라는 인간이 잘 안 보이지만, [논어]에는 공자의 인간적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있다. 이것이 [노자]와 [논어]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공자의 시대는 기원전 500년 춘추전국시대이다. 5천 년 중국 역사에서 꼭 중간에 위치한다.


2.  이 시기는 사회에 관한 근본적 담론이 가장 활발하게 개진된 시기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철기의 발명으로 특징지어지는 기원전 5세기 제2의 '농업혁명기'에 해당된다. 그래서 이 시기는 철기시대 특유의 광범하고도 혁명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3. 또한 춘추전국시대는 사회 경제적 토대의 변화와 함께 구(舊)사회질서가 붕괴되는 사회 변동기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백화제방(百花齊放)의 시기라고 한다. 백화제방은 온갖 꽃이 일제히 핀다는 뜻으로 각종 학문과 예술이 촉진되고 융성해진다는 뜻을 지닌다. 백화제방은 현대에 들어서(1956년) 소련의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을 공공연히 비난하면서 공산당의 엄격한 통제정책을 완화하자, 이에 자극을 받은 모택동이 백화제방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는 구호와 함께 반공 지식인들에게 공산당의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하라고 권유하는 자극으로 활용했다. 백화제방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것이고, 백가쟁명은 학술과 과학에 관한 것이었다.


4. 이 책은 제1편 학이(學而)편에서 시작해 제20편 요왈(堯曰)까지이다. 지금까지 [논어]와 관련된 책은 3천여 권이나 발간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논어]라는 책이 지닌 특성과도 관계가 있다. 원전은 하나인데, 해석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5.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못할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누구나 어디에서든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기 원한다. 그래서 툭하면 나오는 말이 "내가 누구인데"이다. 내가 누구인데를 강조하기 전에 나는 상대방을 잘 알고 그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마음을 쓰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어찌 나의 존재만 귀하게 여기는지 심각하게 반성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6.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열 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세계관을 확립했으며, 마흔 살에는 미혹됨이 없게 되었고 쉰 살에는 하늘의 뜻을 알게 되었으며, 예순 살에는 무슨 일이든 듣는 대로 순조롭게 이해했고, 일흔 살에는 마음 가는 대로 따라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   이 말을 내 나이에 적용시켜보면 심히 부끄럽다. 아직도 미혹된 삶, 이해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마음 가는 대로 따라 해도 어긋남이 없는 삶이 되기엔 한 없이 부족함을 느낄 뿐이다.


7.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에 대해서는 모자르는 듯이 하려 하고, 행동에 대해서는 민첩하려고 한다."  말만 앞서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도 너무 많다보면 행동이 느려진다. 우물쭈물하다가 날이 새버린다. 생각은 복잡할지라도 행동으로 옮길 때는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 좋다.


8. 자공이 여쭈었다. "저는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그릇이다." "무슨 그릇입니까?"  "제사에서 곡식을 담는 옥그릇이다."  성경에도 그릇 이야기가 나온다. 옥으로 만들었던, 금으로 만들었던, 흙으로 빚었던 간에 중요한 것은 깨끗한 그릇이다. 제 아무리 귀한 재료로 만든 그릇이라 할지라도 깨끗하지 못한 그릇에 무엇을 새로 담으리.


9.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함께 도(道)로 나아갈 수는 없고, 함께 도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입장을 같이 할 수는 없으며, 입장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함께 할 수는 없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아도 받아들임이 틀린다. 나아가는 길이 다르다. 결국엔 같은 상황에 처해도 다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는 이미 판별이 나 있는 듯 하면서도 서로 그 앞길은 못 보고 있을 수 있다. 옳바른 스승을 만나는 것도 살아가며 큰 복이지만, 마음 밭에 뿌려진 씨앗을 잘 키워서 거목이 되거나 허접한 잡초가 될 수 있기에 늘 마음 밭을 갈아서 옥토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10. 신영복 선생은 [논어]는 인간관계론의 보고(寶庫)라는 표현을 한다. 춘추전국시대에 백가(白家)들이 벌였던 토론(爭鳴)은 고대국가 건설이라는 사회학 중심의 담론이었다고 한다. 그 숱한 사회학적 담론 중에서 사회의 본질을 인간관계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살아가며 부딪는 모든 문제들이 바로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그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평온하게 나가는 삶의 지혜가 [논어]에 담겨 있기에 자주 들여다보며 마음에 채찍을 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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