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집
노은주.임형남 지음 / 예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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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집에서 삽니다. 집이란 내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저 머무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잊고 편안하고 즐거운 상태가 될 때, 우리는 진정으로 '살아 있다'라고 느낍니다."


2. 오늘은 '집'에 대한 책을 한 권 소개해드립니다. 사람이 살만한 집, 사람이 살아나는 집에 대한 생각을 잊지 않고 작업에 옮기는 노은주, 임형남 건축가 부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보겠습니다.


3.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소 원초적인 질문일 수 도 있는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한가?'로 시작합니다. 1부의 타이틀은 "나에게 묻는다"입니다.  2부에서는 안방, 거실, 빛과 바람 등 집의 요소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3부에서는 아파트와 친환경건축 등 오해하기 쉬운 삶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 4부에선 '살리는 집'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풀어보고 있군요.


4. 요즘의 트렌드가 의식주(衣食住)의 순서대로 옮겨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衣)와 식(食)의 관심에서 주(住)로 넘어간다는 이야기지요. 저자가 건축가라고 해서 건축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군요. 문학, 철학, 예술 등 그 자신의 관심사를 넣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집'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을 달리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이 녹아 들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5. 살인적인 도시의 땅값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결국 개인들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들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들에 의해 주택정책이 좌우되고, 사람들은 살고 싶은 장소가 아니라 현재의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아 불편한 마음으로 늘 떠돌아 다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네를 없애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는 모순적인 '주택사업'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은 장소에 자연스럽게 모여 살면서 원하는 대로 집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이 펼쳐지면 더 할 나위 없겠지요.


6. 건축의 가장 좋은 재료는 '빛'이라고 합니다. 빛은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만, 또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빛을 집안에 어떻게 끌여들이고, 반영하느냐에 따라 집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지요. "동쪽 창으로 온 방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아침 햇살은 사람을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하고 희망을 줍니다. 남쪽 창으로 종일 비추는 겨울나절의 빛은 따스함과 노곤함과 생에 대한 신뢰를 주고 긍정을 줍니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며 황금빛으로 울컥이게 하는 석양은 사람을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7. '사람을 살리는 집'의 개념을 어디서 잡아야 할까요? 요즘 많이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생태적이라는 것 혹은 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은 자연의 소재를 사용하고 자연을 위하는 것으로만 이해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런 막연하고 소극적인 생활의 자세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것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다시 생산되는 자연의 순환체계의 고리를 중간에 끊지 않고 이어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8. 집을 지을 때는 단열 못지 않게 환기에도 그 만큼 관심을 갖기를 권유하고 있군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단열에만 신경쓰다보면 자연적으로 창문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지요. 


9. 책에는 부부가 건축의뢰를 받아서 짓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직접 그린 수채화 그림,집의 안과 밖을 찍은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습니다. 정말 사람이 사는 집 같은 집들을 보면서 만들어진 집이 아닌 내 뜻과 생각이 담긴 집을 짓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10. 어느 덧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이 사람이 사는(生)곳이 아니라, 투자 수단으로 사는(買)곳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집은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큼 나를 키워주고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몸을 누이는 공간으로만 생각하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공간을 돌아보게 해주고 형편이 허락되어 나의 집에 나의 생각을 넣어 줄 때 참고를 했으면 하는 저자의 생각이 잔잔하게 녹아들어 있군요. 그 때를 소망하며 읽어 두실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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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는 시해 당하지 않았다
신용우 지음 / 작가와비평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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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은식 선생이 중국으로 망명한 뒤 집필해 온 [한국통사(韓國痛史), 지만지]는 1915년 상해의 대동편역국에서 순한문으로 간행되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엔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혀 국내로 반입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한국통사]는 간행 직후 중국, 러시아 등지에 있는 한국인 동포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비밀리에 대량 보급되어,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부심과 독립 투쟁 정신을 크게 고취했습니다. 일제가 이에 당황해 1916년 조선반도사편찬위원회를 설치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조선사] 37권을 편찬해서 식민사관에 의한 한국역사의 왜곡을 시도했습니다. 여기에서 의문점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일제가 우리 민족의 뿌리까지도 뒤흔들어놓는 작업을 순수히 일본인들의 손으로만 마쳤겠는가? 당연히 아니겠지요. 그 작업엔 분명히 한국인들이 참여했을 것입니다. 그 보상으로 적당한 지위와 땅이 주어졌으리라 짐작이됩니다. 그 왜곡된 역사의 장본인들이 아직도 한국사에 뿌리깊이 관여하고 있고, 그 아류들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2. 이 책의 제목 [명성황후는 시해 당하지 않았다]를 보면 두 가지 반응이 예상됩니다. '그래? 그럼 도대체 명성황후가 어떻게 된거야?' 또 하나의 반응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구먼.' 그대는 어느 쪽이신가요?

 

3. 책 내용을 소개하지 전에 [한국통사]에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기록되어 있기에 간략하게 옮겨봅니다. 아마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리라 생각듭니다. "을미년(1895) 8월 20일 일본인이 우리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하니, 그 사건의 대략적인 전말은 다음과 같다. 당시 일본 공사 이노우에 가오루가 귀국하고, 후임으로 미우라 고로가 왔다. 그는 스기무라 후카시, 오카모토 류노스케 등과 함께 비밀리에 황후 제거를 모의했으며, 대원군을 허수아비로 이용하기 위해 오카모토를 보냈다. (....) 새벽녘에 서문에 이르러 훈련대와 일본군이 서로를 앞뒤로 호위하며 행군했다. 날이 샐 무렵 광화문에 도착해 바로 근정전으로 들어가니, 우리 호위병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대장 홍계훈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궁궐로 난입한 훈련대를 큰 소리로 꾸짖다가 일본군에게 살해되었다. 궁내부대신 이경직 또한 일본 병사의 칼에 죽었다. 일본인들은 다시 옥호루에 돌입해 황후를 시해했는데, 이때 평복에 단검, 장검을 휴대하고 입궐한 일본인은 자객과 고문관 및 순사 등 60여명에 이르렀다."

 

4. 자, 그렇다면 이 책의 지은이 신용우는 어떤 근거와 맥락에서 '명성황후가 시해당하지 않았다'는 주제를 갖고 책을 썼을까요? 지은이는 일본과 중국에 의해 찢기고 왜곡된 우리나라 역사 바로세우기와 요동수복, 통일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이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고 소개됩니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 무엇보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전개했음을 밝혀둔다고 썼군요.

 

5. "나는 지금 3류 소설만도 못한 [에조 보고서]('이즈키와 에조'라는 일본 낭인이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일본 법제국 장관 스에마스 가네즈미에게 보냈다는 보고서. 일본 국회도서관 보관 중 발견)때문에 명성황후께서 시해 당했다는 오류를 범하는 현실을 바로잡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6. 소설의 도입부분은 모두 시해당한 줄만 알고 있던 중전(명성황후)이 1896년 병신년 정월 대보름을 향해 밤마다 달이 커져가던 어느 날, 궁녀 옥분을 데리고 연해주의 어느 민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집엔 옥분의 오라비 준서가 아내와 아이들과 거처하고 있습니다.

 

7. 다시 시계를 뒤로 돌려서 1895년 8월로 가봅니다. 러시아 건축기사인 동시에 궁궐을 경비하기 위해 특별히 초빙된 세레딘 사바틴이 고종과 중전을 급히 독대할 일이 있다고 전해옵니다. 그는 고종에게 일본이 중전마마를 시해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전하는군요. 고종과 중전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앞서도 한밤중에 왕의 침전 바로 앞까지 무례하게 쳐들어온 일본군을 생각하며 대책을 세웁니다. 중전과 얼굴(옅은 마마자국까지)은 물론 몸매도 빼어 닮은 홍 상궁을 대신 중전의 자리에 두는 것으로 계획합니다. 홍상궁으로 변장한 중전은 사바틴과 함께 러시아 공관으로 갑니다.

 

8. 일본의 계획대로 '여우사냥'은 성공리에 끝난 것 같지만, 오카모토는 진짜 중전이 아닐 것이라는 의문점을 갖고 있군요. 이미 일본 본토엔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보고된 상황에도 오카모토 만큼은 의구심을 풀고 있지 않는 것이 중전의 앞날을 염려하게 만듭니다.

 

9.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웬 노인 한 분과 만난 사연을 적어놓고 있습니다. 그 노인은 고려인 4세로 연해주에 사는데 지은이와 꼭 만나고 싶다는 말을 출판사를 통해 전했다는군요. 그 노인은 대대로 집안에서 보관 해 오다가 사라진 일기장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일기장은 노인의 3대조 할아버님이 쓰셨다고 전해 오던 '황후마마를 모시면서'라는 것이지요. 그 황후마마는 명성황후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노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그 며느리가 일본인에게 그 일기장을 집 한채 가격의 돈을 받고 팔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일기를 수없이 읽었던지라 기억을 되살려 필사본을 남겨 놓았다고 하는군요. 그 이야기를 지은이에게 해준 것입니다.

 

10. 모름지기 역사는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사가(史家)가 어떤 관점에서 쓰느냐가 중요하지요. 한국의 역사가 바로 쓰여져 있기나 한가요? 특히 근세사는 더욱 아리송한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세(勢)를 유지하고 있는 일제시대 사가들은 아마도 일제시대의 역사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다 못해 기피하려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명성황후의 그 이 후 자취는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사실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젠 지나간 역사를 재조명해봐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설이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면 쓰여진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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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부이치치의 플라잉(Flying) - 믿음의 날개로 날다
닉 부이치치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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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겐 팔이 없다. 다리도 없다. (...) 어린 시절에 나는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 같고, 대학을 갈 수 없을 것 같고, 결혼 할 수 없을 것 같고, 아빠가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2.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 그의 마음에 가능성의 빛을 쏘아주신 분이 계셨다. 그의 마음안에 믿음의 싹이 움트고 자라 이젠 거목이 되었다. 그 그늘에는 힘들고 상처받은 이들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팔은 이미 많은 이들을 품어주며 내게 남은 것을 헤아려보는 겸허한 시간을 갖게 해주고 있다.

 

3. 꽤 오래 전 옛 원호병원(현재 보훈병원)에서 이 책의 저자인 닉 부이치치와 경우는 다르지만, 같은 사람을 캐어 해드린 적이 있다. 6.25 때 그의 몸 바로 앞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팔, 다리가 다 없어지고, 몸만 남았던 그 분. 얼마나 자살을 많이 시도했는지 모른다고 한다. 팔, 다리가 없으니 자살도 쉽지 않았기에 혀를 하도 깨물어서 혀가 돌처럼 굳어 있을 정도였다. 머리는 얼마나 또 자주 부딪고, 침대에서 얼마나 많이 구르며 몸을 날렸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상처투성이인 그의 몸과 마음이 어느 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게 죽기를 수없이 바라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은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그는 자신보다 더 비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반대로 사지 중에 하나 혹은 둘이 없는 것 때문에 삶의 의욕을 상실한 원우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때로는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당신은 나보다 남은 것이 더 많은데 어찌 그러고만 있냐'고 호통도 치며 하루하루를 감사히 지내고 있었다.

 

4. "인생에는 보이지 않는 날개가 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1분에 43단어를 타이핑을 하고, 드럼을 연주하고, 요트를 운전하고, 스타이다이빙에 도전한다. 나는 평생 도전하는 사람이고 싶다. 도전할 때마다 믿음의 날개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야호!"

 

5. "당신 혼자만 고통을 겪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 안에 은근히 아니 절실히 바라는 것이 있다. 행운은Yes, 불행은 단연코 No~!!. 저자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혼자만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원한다. 이 땅에 사는 동안, 내가 살아가야 할 특별한 목적과 계획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가 몸과 마음으로 절실하게 느낀 점이기에 더욱 값진 조언이다.

 

6. "내게도 즐거운 날과 서글픈 날이 있다. 불완전하기로 치자면 나만한 인간이 또 있을까 싶다. 벽에 부딪혀 쓰러지고 자빠지기 일쑤다."

 

7. 저자는 위기와 커다란 난관을 마주한 상황에서 믿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을 세 갈래로 나누고 있다. 첫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히 통제할 수 있도록 내면을 다스리기. 둘째, 지난날 역경을 통해 어떻게 됨됨이가 다져졌으며 난관을 겪는 동안 얼마나 강하고 지헤로워졌는지 돌아보기. 셋째, 당당하게 믿음을 좇아 움직이기. 치유의 작업은 수동적으로 기다려서 될 일이 아니고, 스위치를 올리고 엔진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8. "강연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터무니없을 만큼 행복한' 삶을 산다고 표현하곤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날마다 기쁨을 캐내고 있다는 뜻이다. 날씨가 좋든 궂든, 일이 매끄럽게 풀려가든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오든, 사랑하는 이들과 집안에 있든 낯선 얼굴들로 붐비는 거리에 있든, 컨디션이 최고든 곧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아프든 삶은 '터무니 없을 만큼' 아름답다."  터무니 없을 만큼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잘 받아들이면서 왜 '행복'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강력한 설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9. 닉 부이치치는 아침마다 짧은 메시지로, 삶에 길을 잃어버린 이들을 향해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서라'고 외치고 있다. 이 말은 그가 온 몸으로 하는 말이다. 팔다리가 없는 그가 강연장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부터 메시지가 전달된다. 역경에 부딪히면 주저앉을 게 아니라 발버둥이라도 쳐보라고 독려한다. 그는 강연을 위해 배를 바닥에 깔고 폭삭 엎어졌다가 이마를 바닥에 대고 버티며 기어가서 벽을 의지하는 그만의 방법으로 몸을 똑바로 일으킨다.

 

10. 아직도 그의 옷장에는 신발 한 켤레가 놓여 있다고 한다. 팔다리가 다시 생기는 기적을 항상 꿈꾼다고 한다. 만일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는 다른 사람의 기적이 되고 싶다고 한다. 이미 그는 그렇게 하고 있다. 내게 남은 것,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 없다. 그 마음을 닉 부이치치가 하나 하나 깨닫게 해주고 있다. 나는 누구에게 희망과 기적을 전해주고 있는지, 아니 그러기 전에 나 자신을 얼마나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준 닉 부이치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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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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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머리 저자의 말이 참 정겹게 다가옵니다. "책과 여행, 이 단어들은 전적으로 착한 단어로 여겨집니다." 착하다 마다요. 둘 다 우리에게 에너지를 재충전 시켜주지요.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지요. 그래서 책은 거의 안 읽고 돌아다니는 일상에 젖어 있다보면 몸도 마음도 쉬 지칠수도 있습니다. 균형있는 삶이란 어찌보면 별것 아닌 듯 합니다. 가끔은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나 음식도 웃으며 반길 필요가 있지요. 쓰다보니 인생극장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군요. 때로 다른 역할로 단역 배우로 출연해 볼 필요가 있지요. 우리 삶에 정적인 독서와 동적인 여행이 잘 어우러지는 삶을 살고 있다면 멋지지요.

 

2. 저자의 이런 표현도 공감합니다.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책은 여행을 부르고, 여행은 다시 책을 불렀다." 책도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읽어야 깊은 맛을 느끼듯이 여행도 혼자 다녀야 제대로 보고 느낀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그런 사치스런 여행은 아직입니다만. 임상에서 벗어나면 그런 시간이 마련되겠지요. 그 기대감으로 삽니다.

 

3. 이 책은 저자가 지난 10여 년간 세상 구석구석에서 겪은 인상 깊은 여행들과 그와 연관된 책(특히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오래전 여행한 유럽과 북아메리카 대신 비교적 근래에 여행한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중해 등의 나라를 대상으로 하고 있군요. 책을 읽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여행지를 더욱 깊이 잘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 여정의 기록입니다.

 

4.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라는 저자의 말은 최근에 읽은 사이코 스릴러 [눈알수집가]의 저자 제바스티안 피체크로 오버랩 되는군요. 책을 펼치면 "당신의 머릿속에 영상이 떠오르고 인물들이 살아나 움직이게 되겠죠. 당신에게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종이 위에 태어난 인물들이 말입니다."

 

5. 아, 저자는 내가 부러울 정도로 많이도 다니고, 읽었군요. 러시아, 티베트, 인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일본, 호주, 스페인, 그리스 등등. 이런.. 나라 이름 적기도 바쁩니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뉘어있습니다. '구원을 찾아 떠나다.', '사랑을 찾아 떠나다.', '이야기를 찾아 떠나다.', '나를 찾아 떠나다.'

 

6. 티베트로 가볼까요? 저자의 눈에 비친 티베트인들은 그저 무심히 걸어도 순례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표현합니다. 삶과 죽음, 소망과 염원이 한 걸음 한 걸음 곰씹어진다는군요. 티베트행이 결정되자 차마고도를 생각하고 그 길 어딘가에 영국작가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이란 소설에서 그려낸 지상낙원 '샹그릴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책을 구입해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빡빡한 스케쥴로 인해 책은 들쳐보지도 못하고 배낭안에 대기하고 있었다는군요.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엔 티베트 어느 곳에 위치하는 것으로 기록되는 '샹그릴라'이야기가 나온답니다. (아직 못 읽어본 책이기에) 그곳 사람들은 보통 200살까지 무병장수하고 100살 정도는 아이 취급을 받는다는군요. 이상향 도시지요. 이 책이 널리 읽히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의 별장을 '샹그릴라'로 명명했다는군요.

 

7. 호주에선 얼마전 국내에서도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책도 제법 팔린 [파이 이야기]를 만납니다. 우선 호주의 인상을 이렇게 간략하게 표현하고 있네요. "없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시드니에 여행자를 불러들이는 강렬한 매력은 없었다. 모험과 불편함이 약간이라도 없는 여행은 언제부턴가 한없이 지리멸렬하기만 했다. / 있다. 여행은 이름난 장소와 풍광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 사람의 냄새가 곧 여행의 향내가 난다. 낯설거나 익숙한 향내를 찾아 그 사람에게 가고 싶다." [파이 이야기]에서 한 문장을 옮겨봅니다. "내 가장 큰 바람은 - 구조보다도 큰 바람은 - 책을 한 권 갖는 것이었다. 절대 끝이 나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 긴 책. 읽고 또 읽어도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모르던 것을 얻을 수 있는 책." 신영복 선생이 수인(囚人)의 몸으로 묶여 있을 때 동양고전에 심취하셨던 사연이 이해가 되시지요?

 

8. 팔레스타인, 혹은 이스라엘의 여정에서 저자는 '세상에 참 평화가 없어라'는 단상을 먼저 올립니다.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며 저자는 "성서에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라 했던 이 땅을 유대인, 아랍인등이 거쳐 가면서 비극은 잉태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지금도 이슬람과 유태교, 가톨릭이 불안하게 공존하고 있는 예루살렘. 이 여정엔 가산 카나파니의 [불볕 속의 사람들]과 동행했군요. 중편소설인데, 팔레스타인에서 쫒겨나 유민이 된 비참한 아랍인들이 목숨을 걸고 기회의 땅 쿠웨이트로 밀입국하는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용감하기도 해라. 이런 책과 동행하다니..

 

9. 페루의 여정을 소개하면서 남긴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 읽지 않은 책에 대한 후회.' 나는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보다 '안 해도 될 말을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앞서기도 합니다만..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티티카카 호수의 꽃대궐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밤새 창에 걸린 보름달이 잠 못 들게 하더니 이내 호면 위로 아침햇살이 떠올랐다. 숨 막히던 햇살, 그 빛" 저자의 이런 표현이 참 좋습니다. '숨 막히던 햇살.' 우연히 페루의 여행자 숙소에 꽂혀있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만나는군요. 아마 한국인 여행자가 역시 여행지와 공감대가 있는 책을 갖고 와서 읽고 꽂아놓고 간 모양입니다.

 

10. 책엔 사진이 제법 많이 실려 있습니다. 사진 찍는 솜씨가 수준급 이상이군요. 풍광 위주가 아닌 여행길에 스치듯 지나치는 그곳 사람들입니다. 사진을 보며 느끼는 감성이 저자의 뜨거움과 차가움이 어우러진 글들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군요.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느 세월이 될지 모르지만,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책들은 우선 만나보고 싶습니다. 현지 여정에서 느낀 마음을 전해주고 있기에 더욱 살갑게 다가옵니다. "잘하려고 애를 쓰는 것보다 무엇이든 즐기는 것이 결국 잘하게 되는 길.' 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하이 파이브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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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터치 - 하는 일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도널드 트럼프 &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윤영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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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지는 것마다 모두 금으로 바뀌는 것은 결코 행복하다고 볼 수 없지요. 요즘 같은 날씨에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어서 만지자 마자 금으로 바뀌면 무슨 소용? 그러나 금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이 마음대로 된다면 조금 부러울 것 같습니다. 아니 솔직히 많이 부럽다 못해 배가 아플것입니다. 금을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될 만한 일에 투자하고, 될 만한 일에 올인하고, 될 만한 일에 흥겹게 도전하는 것.

 

2. 이 책은 성공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두 사람의 공저입니다. 하는 일마다 황금으로 만드는 [마이더스 터치]. 우선 책의 제목이 시선을 끕니다. 부제는 이렇게 되어 있군요. '왜 어떤 사업가는 부자가 되고, 대부분의 사업가는 그렇지 못한가?!' 그러니까 성공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업가에게 전열을 가다듬는 계기로 받아들이도록 권유하고 있습니다.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 이 책의 지은이 두 사람이 성공사례로 나서기 전에 이미 지난 수십 년 동안 경험한 성공과 실패, 실수의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공유하는 것이 책의 내용입니다. 지은이중 한 사람이 도널드가 진행하는 리얼리티 TV 쇼 [어프렌티스]의 프로듀서 마크 버넷이 '추천의 글'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듯이 오늘날 기업가 정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책무를 지니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 매우 시의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세상은 일자리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고 있다.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술을 계발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에서 출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두 사업가가 들려주는 조언을 담고 있다."

 

4. 책의 서문을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는 수없이 실패했지만, 실패는 '더 영리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그러면서 묻고 있습니다. '몽상가로 남을 것인가. 사업가가 될 것인가?'

 

5. 책의 챕터를 손가락으로 표현 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1장은 엄지손가락, 그 다음 집게 손가락, 가운뎃 손가락, 약손가락, 새끼 손가락 그리고 이 손가락들이 모여서 참으로 위대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지요. 단지 사업뿐 아니라, 문학, 예술, 건축 등등 모든 분야가 이 손가락 다섯 개의 협조하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다시 엄지는 강인함, 집게는 집중, 중지는 브랜드, 약지는 관계, 새끼는 디테일로 이름 붙여집니다.

 

6. [강인함] 실제 우리 몸, 손에서 엄지 손가락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엄지 손가락을 다치면 볼펜 하나도 잡기 힘듭니다. 이를 저자들은(이하 단수로 칭함) 사물을 부여잡고 통제 할 수 있는 힘이라고 표현합니다. 사업가는 실패해도 굴하지 말고 뚫고 나가길 권유합니다.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업가는 실패에 직면했을 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자신의 실수에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데 있다는 것이지요. 작은 실패가 이어질 때마다 사람들은 대개 파멸의 늪으로 곤두박질치지만,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사업가들은 더욱 강하고 현명해집니다.

 

7. [집중력] 저자는 리더에겐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비전은 다른 말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업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전 이상의 어떤 것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집중력입니다. 집게손가락이 엄지손가락과 가까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집게손가락이 최대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인 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엄지손가락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고, 집게손가락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8. [브랜드] 브랜드 값이 매겨지지 못하는 사업은 단순한 상품에 불과할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브랜드의 값어치가 그 브랜드가 소속된 공장이나 회사의 동,부동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웃돌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브랜드 자체가 힘이고, 내가 갈 길을 먼저 다져놓으며 지렛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기업이 일하지 않는 곳에서도 영향력을 스스로 확장한다고 합니다. 브랜드를 갖지 못한 비즈니스는 그저 바쁘기만 한 '비즈-니스'(busy-ness)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브랜드라는 것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역시 제대로 하는 사업은 힘들 수 밖에 없겠지요.

 

9. [관계]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만나서 함께 일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라집니다. 제대로 된 경영자를 만나는 것도 우리 살아가며 바라는 사항이지만, 경영자 입장에선 제대로 된 직원을 만나길 원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성장하면 기업도 따라서 성장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면 기업도 성장하지 못한다.'

 

10. [디테일] 모든 시작은 작은 것에서 비롯되고,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말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길 원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무엇을 잘하는가?" 실제 사례에서 성공의 신화를 쓴 사람들이 몇 사람 소개됩니다. "언제나 최저가." 월마트의 샘 월튼 , "내 삶의 목표는 여자들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얼마나 휼륭한지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메리케이 화장품의 메리 케이 애시 그리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11. 보통 우리는 사업이 잘 되어서 비교적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친구는 운이 좋았어."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 사업가는 운보다는 자신의 생각, 비전, 추진력, 좋은 동역자들의 만남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업가가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큰 잔치를 베푸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에 사업의 뜻을 '함께'에 두는 마이더스 터치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마이더스 터치는 감성을 터치하는 손과 마음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으로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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