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올 때


풀벌레들 바람에 숨을 참는다

물이 부푼다
달이 큰 숨을 부려놓는다

눈썹까지 차오르는 웅얼거림
물은 홀릴 듯 고요하다

울렁이는 물금 따라 고둥들이 기어오를 때
새들은 저녁으로 가나

남겨진 날개를 따라가는 구름 지워지고
물은 나를 데려 어디로 가려는가

물이 물을 들이는 저녁의 멀미
저 물이 나를 삼킨다
자다 깬 아이가 운다

이런 종류의 멀미를 기억한다
지상의 소리들 먼 곳으로 가고
나무들 제 속의 어둠을 마당에 홀릴 때
불리운 듯 마루에 나와 앉아 울던
물금이 처음 생긴 저녁

물금을 새로 그으며
어린 고둥을 기르는 것은
자신의 수위를 견디는 일

숭어가 솟는 저녁이다
골목에서 사람들은 제 이름을 살다 가고
꼬리를 늘어뜨린 짐승들은 서성인다
하현을 닮은 둥근 발꿈치
맨발이 시리다
물이 온다

----------

물이 온다, 라는 허은실의 시를 읽고

나도 이런 시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시라면 읽을만하다라고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검색을 했더니 그녀는 아직 시집이 나오지 않은 등단만 한 시인이었다.

등단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시집이 금세 나오지는 않겠구나 하며 짐짓 속으로 아쉽고 안타까웠다.

몇 년이 훌쩍 흘렀다. 가끔 그녀의 이름으로 시집이 나왔나 하고 검색을 해봤다.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그녀의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가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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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2-01 23:14   좋아요 0 | URL
저는 허은실 시인을 <빨간책방> 오프닝을 통해 알게 되었더랬죠~ 그녀의 시집이라니 기대됩니다^^

2017-02-01 23:19   좋아요 1 | URL
네 빨강!책방으로 유명?해 지셨죠ㅎㅎ

단발머리 2017-02-01 23:18   좋아요 1 | URL
게스트 나올땐 소개코너 있잖아요~
˝님자는 뉘시오~~˝의 음성이 허시인이죠~~ ㅎㅎㅎ 안 주무시나요? *^^*

2017-02-01 23:20   좋아요 1 | URL
전 아직 초저녁이라~~ㅎㅎ 안 주무시나요?

단발머리 2017-02-01 23:23   좋아요 1 | URL
아하~~~ 초저녁이시군요^^ 저는 원래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데 오늘은 커피 ☕️ 기운을 빌려 놀고 있지요~~
어떻게~~
멀리서 같이 all night! 해볼까요?
ㅎㅎㅎㅎㅎㅎㅎ

2017-02-01 23:26   좋아요 1 | URL
전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논 다음 한 번 더 자는 스타일이라ㅎㅎㅎㅎ
all night! 정겨운 단어네요^^*

단발머리 2017-02-01 23:28   좋아요 1 | URL
그럼 제가 맘껏 놀다가 굿나잇!을 띄울께요~~~ 그 때 쑥님도 취침하시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7-02-02 01:02   좋아요 1 | URL
쑥님~~~ 저 이제 그만... ㅎㅎ
안녕히 주무세요~~~*^^*

꿈꾸는섬 2017-02-01 23:44   좋아요 1 | URL
저는 전혀 몰랐던 시인인데, 너무 좋네요.^^
저도 이런 시 쓰고 싶네요.ㅎ

2017-02-01 23:47   좋아요 1 | URL
딱 이만큼의 감성 넘 좋죠? 쓰고 싶죠*^^*

꿈꾸는섬 2017-02-01 23:49   좋아요 1 | URL
엉엉ㅜㅜ
쓰고 싶다고 써지지 않는 시, 시는 정말 어려워요.ㅜㅜ

2017-02-01 23:50   좋아요 1 | URL
쓰고 싶은 마음만으로도 예쁜 거랬어요. 그 분이~~ㅎㅎ
 

비를 기다리며

비가 왔으면 좋겠다
우장도 없이 한 십리
비 오는 들판을 걸었으면 좋겠다
물이 없다
마음에도 없고
몸에도 물이 없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멀리 돌아서 오는 빗속에는
나무와 짐승 들의 피가 들어 있다
떠도는 것들의 집이 있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문을 열어놓고
무연하게
지시랑물 소리를 듣거나
젖는 새들을 바라보며
서로 측은했으면 좋겠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아주 멀리서 오는 비는
어느 새벽이라도 당도해서
어두운 지붕을 적시며
마른 잠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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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5-06 23:41   좋아요 0 | URL
아 이 시집..가지고 있습니다^^..

2016-05-07 21:39   좋아요 0 | URL
아..네^^ 이 시 말고도 좋은 시가 많더군요..

순오기 2016-05-07 10:00   좋아요 0 | URL
아~이 시집, 저도 갖고 있어요! 2^^
시도 좋지만 사진도 멋져요!♥

2016-05-07 21:40   좋아요 0 | URL
네 ㅎㅎ 잘 지내시죠? 다시 걷고 싶은 길입니다^^

2016-05-07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받는 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도 안다. 갚아 줄 수 없을 때와 받기 조차 미안한 마음도 없을 때

받는다는 것보다 미안한 일이 어디 있을까. 받는 다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나도 안다. 늘 누군가를 돌보고 살피는 눈빛을 가진 사람에게, 누군가가 돌봄의 눈길을 줄 때 그 사람은 참기 힘든 것이다. 받는 다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아는 사람이, 남에게 주는 마음은 백 배 더 힘들다. 이기적인 사람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 마음을 볼 줄 모르고 남의 마음은 안보는 사람이다.

 

적당히 마신 다음 날 속이 불편한 건 억울하다. 그런게 진짜 억울한거다. 따듯한 건 따듯한 거고 냉정한 건 냉정한 거다. 나도 그 따듯함이 좋았기 때문에 냉정함은 견뎌 주는 거다. 따듯한 건 따듯한 거고 냉정한 건 냉정하듯이, 보고 싶은 건 보고 싶은 거고, 궁금한 건 궁금한 거다.

 

거친 산문은 대체 어떻게 쓰는 거죠?  써놓고 사포로 문지르면 됩니다. 앗하! 그런 방법이. 낄낄낄.섬세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안그래도 울먹울먹 산다는 게 숨쉬는 게 섬세해 죽겠는데, 생각도 섬세하게 표현은 구체적으로?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면 버럭 했겠지만, 선생님이니까 참기로 한다. 시를 쓴다기보다 술을 마셔야 하니까 참는거다. 술은 그렇지. 자고로 술맛나는 사람들과 마셔야 하는 법. 그래서 나는 이렇게 부른다. 정영효와 떠나는 8주간의 酒여행. 가르치는 건 진부하다. 배우는 건 더 진부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사람들은 배우지 못해 안달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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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3-04 19:41   좋아요 1 | URL
거친 산문은 이런건가요? 전 아직 감도 못 잡고 있어요.ㅜㅜ 여튼 분발해야겠어요.ㅋㅋ 사포도 하나 사구요.

2016-03-04 22:01   좋아요 0 | URL
전 제가 사포라. 따로 필요 없을 듯 해요ㅋ 여튼 서로 분발하는걸로~

2016-03-04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4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식(읭?)으로 수업을 받기 전에
자체 밀당 중인 정영효 시인.

참지 못하고(내가 그렇지 뭐ㅜ)
빠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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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0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0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2-20 11:01   좋아요 0 | URL
저도 예습하고 싶지만 시집이 없어서 예습을 못 하네요~~~ 홍홍홍^^

yureka01 2016-02-20 11:10   좋아요 0 | URL
시를 필사하며 읽는 것도 참 좋을거 같아요..
글씨가 또박또박하게 정성 담겼네요...^^..

2016-02-20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6-02-20 12:33   좋아요 0 | URL
시인가요. 재미있는 시네요. *^

수이 2016-02-20 18:02   좋아요 0 | URL
저도 시작합니다~~~~~~ 곧~~

꿈꾸는섬 2016-02-20 23:37   좋아요 0 | URL
시창작에 열정이 보이시는데요. 멋지세요.ㅎ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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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현대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 오랫만에 예전 시인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성복, 김승희, 최승자, 김혜순, 박재삼, 정현종,마종기,황동규,오규원,장정일...

오늘은 문득 이성부 시인이 떠올라 검색해보니 2012년에 돌아가셨다.

졸업 후에도 <전야>, <백제행>, <우리들의 양식>은 정말 아끼는 시집이었는데

당시 직장 동료에게 빌려줬다가 못 돌려 받았다.

자취를 하던 그 분이 말하길 도둑이 들어와서 책을 가져갔다고 했다.

흠..시집을 훔쳐가는 도둑이라..도둑이라 부르고 싶지도 않고, 깨끗히 포기했지만

잠 안 오는 밤에 한 번씩 그 시집들이 생각난다.

이성부 시인의 시 '봄'은 20대에 유난히 좋아했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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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6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