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습하고 찐득한 여름 오후였는데 막걸리에 멸치쌈밥을 오구오구 먹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용두산공원 계단을 올라갔더니 꼭대기 정자는 유명브랜드 커피점이 들어와 있고 공사중이었고 할아버지들이 많았는데 할머니들은 그만큼 안보였고 우리의 목적지는 공원이 아니라 공원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 있는 카페여서 덥다더워하며 급하게 들어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책은 안읽고 책사진만 찍으며 즐거워하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며 쿨하게 안녕했는데 그 별 것 아닌 장면이 올 여름의 한 컷이 되었고 용두산공원 아래에 사는 네겐 일상이었을지 모를 그 잠깐의 순간이 내게는 여행이었고 추억이고 그리운 통증이 되어서 나는 네게 얼마나 감사한지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을 살아내기만하면 그것이 일상일수도 여행일수도 있다는
순간과 공간들이 일방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이 따듯함 속에서도
나는 너의 뒤꿈치를 따라다니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