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 여 편의 시를 쓴 에밀리 디킨슨.
정작 살아있을 때는 출판되지 않았지만,
사후에 파시클에 보관된 그녀의 시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기존에 쓰여지지 않은, 일반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고 압축된 시어로 풀어 낸 그녀의 시는 사랑, 자연, 죽음, 불멸이 주된 주제이다. 집에서 오랜시간 바깥 출입을 제한하고, 흰옷을 입고 머물러 있었다 하여, 은둔자, 우울증 환자 취급한 비평가들이 많았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폄하될 시인이 아니었다.

정원을 가꾸는 것에 있어 거의 전문가적 손길을 가지고 있어, 정원을 손질하며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제법 보인다.
연애도 못하고 죽은 노처녀 취급하지만 디킨슨은 남자와도 썸을 두 번이나 탔으며, 아픔과 시련도 시로 승화시킨 참 시인이다.
시를 읽어보면 디킨슨 시인은 의지가 강하고,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다. 내겐 통통 튀는 디킨슨 시인이라 더없이 참 좋다.

디킨슨의 시는 쉬우면 쉬운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그냥 읽는다.
그러라고 시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 288 난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시오?


난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시오?
당신도-무명인-이오?
그렇다면 우리는 한 쌍이군요?
말하지 마시오! 사람들이 떠들어댈 테니-잘 아시잖소!

유명인이 되는 게 - 얼마나 처량한지! - P44

시 318. 해가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내가 말해주지

해가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내가 말해주지 -
"처음엔 리본 모양이었어 -
첨탑은 자수정 속에서 헤엄쳤고ㅡ
소식은 다람쥐처럼 -
보닛 모자를 풀어놓은 산을 달렸고-쌀먹이 새들은 하루를 시작했지
그래서 나는 혼자 속삭였어-
"저건 일출임에 틀림없어!"
하지만 해가 어떻게 지는지 - 난 알 수가 없어-노란 옷을 입은 꼬마 소년 소녀들이
- P49

보랏빛으로 된 울타리의 밟고 넘어가는 계단을
내내 기어 올라왔고ㅡ
이윽고 울타리 반대편 계단에 이르자
회색 옷을 입은 목자가-
저녁 빗장을 살그머니 건 뒤-
양 떼를 몰고 가는 것 같았으니까. - P50

시 510. 그것은 죽음은 아니었네

그것은 죽음은 아니었네, 왜냐하면 죽은 자들은
모두 누워 있는데, 나는 서 있었으니까-그것은 밤은 아니었네, 왜냐하면 모든 종들이
정오를 알리느라 혀를 내두르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서리는 아니었네, 왜냐하면 내 살에
시로코 열풍이 - 기어가는 것을 느꼈으니까-불도 아니었네ㅡ왜냐하면 대리석 같은 내 발이
교회의 성단소라도 냉각시켰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그 모든 것들처럼 느껴졌다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매장을 위해 잘 손질된 유해에 대한 기억이
나의 매장을 상기시켰네-

마치 내 생명이 대패질되어
관에 맞추어 들어감으로써, - P65

열쇠 없이는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았네.
그것은 여느, 자정 같았네-

째깍거리던 모든 것이 - 멈추고 -
공간이 사방을 응시하거나-아니면, 초가을 아침에 소름 끼치는 서리가,
고동치는 대지를 고동치지 못하게 하는 그런 때 같았다네ㅡ

아니, 차라리, 어떤 가망성도 없고, 구원의 돛배도 없는ㅡ
육지가 보인다는 소식도 없는-
단지, 절망을 정당화하는--
춥고-망망한-혼돈의 바다 같았다네. - P66

시 528. 하얀 선택의 권리에 따른 내 사랑!


하얀 선택의 권리에 따른- 내 사랑!
왕의 옥새로 증명된- 내 사랑!
법의 창살로도-막을 수 없는
주홍빛 감옥의 옥새로 인증받은- 내 사랑!


이 세상에서는 금지된 - 환상인-내 사랑!
무덤 폐지령을 받은-
작위를 부여받은- 승인을 받은-
황홀한 특허장인 - 내 사랑!
흐르는 세월만큼 오래갈- 내 사랑! - P71

시 633. 종소리가 멈추고 교회가 시작될 때

종소리가 멈추고-교회가 시작될 때-
그건 바로, 종소리의 궁극.
톱니바퀴가 멈추고-원이 될 때 -
그건 바로, 바퀴의 궁극. - P80

시 754. 장전된 한 자루의 총인 나의 생명이

장전된 한 자루의 총인-나의 생명이
모퉁이에 서 있었네 - 주인이 지나가다
내 존재를 알아보고-나를 데리고 나가는 그날까지-

이제 우리는 장엄한 숲 속을 헤매고 다닌다네 -이제 우리는 암사슴을 사냥한다네-
내가 그를 대변할 때마다-
산이 곧장 맞받아 대답을 한다네-

아주 따스한 햇살이 계곡에 반짝일 정도로
나는 미소 짓는다네-
그 미소는 베수비오 화산이
만면에 기쁨을 분출했을 때와 같다네-

우리의 멋진 낮이 끝나고-밤이 되면
나는 내 주인의 머리맡에서 경비를 선다네- - P96

함께했던 낮 시절이
푹신한 오리털 베개보다 더 좋다네 -

주인의 적에게 나는 치명적인 적이라네-
내 노란 눈알을-
아니, 내 힘찬 엄지 낙점을 받으면ㅡ
다시 꿈틀거릴 자가 없기에ㅡ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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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2-13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다 똑같이 살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다르게 살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사람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기도 하잖아요 그 사람 나름대로 즐겁게 살기도 하겠지요 에밀리 디킨슨도 밖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고 자연과 함께 사랑도 잊지 않고 살았을 것 같습니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2-12-13 07:56   좋아요 1 | URL
디킨슨은 은둔자였다곤 하지만 부러 은둔한 것이 아니고, 그저 집순이 스타일이었지 싶어요.
집순이들은 집에 있어도 할 일이 너무 많잖아요?^^
정원도 가꾸고, 베이커리도 하고, 시도 쓰고...넘 바빴을 것 같아요.
아직 디킨슨의 책을 다 읽진 못했는데 디킨슨 관련 책을 읽으니 재밌네요.

stella.K 2022-12-13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1800편...?! 대단하네요.
살아있을 땐 빛을 보지 못하고. 왜 그랬을까요?
디킨슨이 요즘에 살았더라면 SNS에 시 막 올리고
얼굴없는 시인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시대를 잘못 태어난 탓도 있을 것 같네요.
역시 책나무님을 비롯한 몇몇 알라디더 덕분으로 디킨슨의 시가
다시 주목을 받는 건 좋은 일이네요.^^

책읽는나무 2022-12-13 17:52   좋아요 2 | URL
대단하죠?
1800편이면 거의 매일 시를 썼다고 봐야겠죠??^^
시가 제법 당차고, 절대 기 죽지 않는 당당함이 느껴지던데 제 느낌적 느낌인 건지?
한 번 페이퍼로 정리해본다는 게 계속 미루다 보니 읽은 시들은 다 까먹고~ㅜㅜ
그렇네요^^;;;;
 

에밀리 브론테의 시 몇 편을 옮겨둔다.

에밀리 브론테는 영국 중북부 지역에서 살았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시의 재료들을 찾았다고 한다.
히스의 거칠면서 성긴 날카로움, 그 위를 불어대는 나지막하면서도 강렬한 바람 소리, 누군가의 손길에 흩뿌려지는 듯 사방에 짙게 드리우다 어느새 사라지는 안개와 구름, 그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다 사그라지는 풀들과 나무들 등등이 그녀의 작품 속에 곧잘 등장했다고 한다(175쪽)
그리고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두 언니를 잃어 일찍부터 죽음이란 것에 밀접하게 고민하는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에는 매서운 자연풍광과 죽음에 대한 서늘한 쓸쓸함이 깃들어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냥 우울하지 않은 느낌이다.
에밀리 브론테는 시적 재능과 소설가적 재능 두 가지를 모두 타고난 글 쓰는 여성작가였다.



상상력에게

긴 하루의 근심과 아픔에서 아픔으로세상 변하는 것에 지쳤을 때,
길을 잃어 절망에 빠지려 할 때,
그대의 다정한 음성이 나를 다시 부른다.
오 나의 진실한 친구여,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그대가 그런 어조로 말할 수 있는 한!

그 없는 세상은 그토록 희망이 없다니.
그 안의 세상을 나는 두 배로 소중히 여긴다.
속임수, 증오, 의심, 그리고 차가운의혹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 세상.
그대와 내가, 그리고 자유가반박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니는 곳.

무슨 문제가 되리, 사방에
위험과 죄와 어둠이 있고,
그저 우리 가슴속에
밝고 고요한 하늘을 지녀,
겨울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태양의 수만 빛으로 따뜻하기만 하다면?

물론 이성은 자연의 슬픈 현실에 - P39

종종 불평하기도 하겠지.
그리고 아픈 가슴을 향해 말하기도 하겠지
소중한 꿈들은 늘 분명 헛되어져 버린다고.
그리고 진리는 이제 막 피어난 환상의 꽃들을
무례하게도 짓밟아 버릴 수도 있어.

그러나, 그대는 늘 그곳에 있어,
서성이는 환상을 되가져 오고,
엉망이 되어 버린 봄 너머 새로운 영광을 숨쉬며,
죽음에서 아름다운 생명을 불러,
성스러운 목소리로, 그대의 세상처럼 빛나는
현실의 세상에 대해 속삭이지.

나는 그대의 유령 같은 축복을 믿지 않으나,
그러나 저녁 고요한 시간,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고마움으로
그대, 인자한 힘을 환영한다네.
인간 근심의 확실한 위무자,
희망이 절망일 때, 더 다정한 희망! - P41

휴식의 땅은 멀리 있구나

휴식의 땅은 멀리 있구나
폭풍우 물마루 이는 많은 산들과
초록이라곤 전혀 없는 드넓은 사막 사이
수천 마일이 펼쳐지네

맥없이 피곤한 나그네
마음은 어둡고 눈은 흐릿하여
희망도 위로해 주는 이도 없이
기진맥진 쓰러져 곧 죽을 듯하네

그는 종종 무자비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종종 따분한 길을 건너다보며
종종 드러누워인생의 피곤한 짐을 내버리고 싶어 하네

그러나 기진맥진하나 슬프지는 않은 사람
그대의 햇살 없는 길을 시작한 이래
뒤에 무리들이 잇달아 오니
그러니 노역이 다할 때까지 계속 가네

그대 여전히 절망을 통제하고 있다면
그대 가슴속 그 속삭임을 잠재우라
그대는 마지막 목표에 닿을 것이네
휴식의 땅을 얻을 것이네. - P71

잠은 내게 기쁨을 주지 않아

잠은 내게 기쁨을 주지 않아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절망에 내준 내 영혼
한숨 속에 살고 있어


잠은 내게 휴식을 주지 않아
나의 깨어 있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죽은 자들의 그림자가
내 침대 주변을 감싸고 있어

잠은 내게 희망을 주지 않아
그들은 곤한 잠을 잘 때 와서
구슬픈 모습으로
어둠을 깊게 하지

잠은 내게 힘을 용감하게
새로워지는 힘을 주지 않아
나는 그저 거친 바다를
어두운 물결 위를 항해할 따름이야

잠은 내게 친구를 주지 않아
위로하고 견디도록 도와주는 - P75

그들 모두, 아, 어찌나 경멸적으로 바라보는지
그래서 나는 절망하네

잠은 내 상처 입은 마음을
잘 짜맞추려는 소망도 주지 않아
내 유일한 소망은 죽음의 잠 속에서
잊어버리는 거야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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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2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나온 이 시집시리즈 좋은 것 같더라구요.
이 책은 아니고 전에 황무지를 샀었어요.
구하기 힘들어서 한참 검색했었는데, 몇 년 뒤에 이 시리즈가 나와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잘읽었습니다. 책읽는나무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13 07:52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민음사 시선집을 눈여겨보게 되었어요. 그동안은 본 듯 만 듯 하고 지나쳤는데 이젠 좀 눈에 들어옵니다.
황무지는 누구의 시선집인가요? 제목은 들어본 듯도 한데...
암튼 요즘은 몰랐던 시인을 많이 알게 되었네요^^

희선 2022-12-13 0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밀리 브론테가 쓴 시도 있었군요 소설 한권밖에 못 봤지만... 소설도 그렇고 시에도 히스의 자연풍광이 나오는군요 히스 잘 모르지만...


희선

책읽는나무 2022-12-13 07:53   좋아요 0 | URL
소설보다 시를 먼저 썼더군요.
시도 잘 쓰는 작가였더군요.
소설은 폭풍의 언덕 한 권만 낸 것 같구요.
저도 빨리 소설을 읽어봐야 히스의 폭풍같은 바람을 느껴볼텐데 말이죠^^
 

제인 오스틴은 유머도 있으시네?
그 시절에도 이런 생각을?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다 깨달을 수 있구나!^^


"나이 든 여자가 재혼을 할 때는 신중해야지." 에드워드 씨가 말했다.
"나이든 여자가 재혼할 때만 조심성이나 신중함이 필요한게 아니에요." 그의 아내가 이렇게 덧붙였다. "젊은 아가씨들이 배우자를 처음 선택할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오히려 더 신중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려, 여보."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젊은 여성은 자신의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더 오랜 세월 감당해야 할 테니까. 나이 많은 여성이라면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고 해도, 자연의 순리로 볼 때 그리 오래 고통을 받지는 않지."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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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2-10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읽다가 중간에 한번씩 빵빵 터질때가 있던걸요.

책읽는나무 2022-12-10 07:35   좋아요 1 | URL
정말 고전 소설 읽을 때 빵빵 터지네요ㅋㅋ
고전이라 마냥 무거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어요.
전 <나는 고백한다>에서도 혼자 빵 터지구요. <빌레뜨>도 은근...근데 오스틴은 살짝 하이 코미디? 웃긴 걸 웃기지 않게 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풍자소설 전문이라 그렇겠죠?ㅋㅋㅋ

얄라알라 2022-12-10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자연의 순리로 볼 때....˝ ㅋ

저렇게 고상하게 대화하는 부부가 실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읽는 나무님 말씀처럼 제인 오스틴, 유머가 있으시군요.

책읽는나무 2022-12-11 21:26   좋아요 1 | URL
고전 읽다 보니 의외로 빵빵 터지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처음엔 그것에 익숙치 않아 그저 심각하게만 읽었었거든요. 고전이니까? 하면서 엄숙한 내용처럼 여겼었는데, 이젠 뭐 옆집 언니가 썼구나! 생각하면서 읽으니...ㅋㅋㅋ

scott 2022-12-10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국식 유머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오스틴 작품 속에 나오는 조연급들 ㅎㅎㅎ

영드 보면 눈에 화악 들어와여 ^^

책읽는나무 2022-12-11 21:28   좋아요 2 | URL
영드도 보고 해야 하는데 정말 시간이 허락칠 않네요^^
아직까진 한드 위주로 보고 있어요ㅋㅋ
내년부터는 한드 다 끝내고 영드 미드 좀 봐볼까? 생각은 좀 해보고 있네요.
아직까진 영화만 겨우 보고 있어요^^
 

희망에 부푼 루시.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물을 건너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난 루시.
하지만 루시는 곧 외롭고 고독하다.
고독함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러다 존 선생을 만나 기적같은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빌레뜨에도 샬럿 브론테는 루시가 누워 있는 방을 해저 동굴이라고 표현한 페이지(284 쪽)가 인상적이다.
감금된 방, 감금된 동굴.
여성에게 치명적인 장소일 수 있는데
해저 동굴이라 묘사하며 신비감을 나타낸다.
그래서인가? 85 페이지의 시가 다시 읽힌다.
일부러 이렇게 적은 것인가?
문득 작가가 동굴을 긍정적으로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읽힌다.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
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
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몸이 건강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특히 자유의 날개를
빌릴 수 있고 희망의 별빛의 인도를 받는 한, 위험과 외로움과 불안한 미래는 우리를 짓누르는 악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 P85

내 마음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비참한 갈망으로 너무 혹사당하고 있었다. 9월의 그날들은 얼마나 길었던가! 얼마나 고요하고 얼마나 생기라곤 없었던가! 황량한 건물들은 얼마나 거대하고 공허해 보였던가! 버려진 정원, 여름이 지나간 도시의 먼지로 이제 회색빛을 띤 정원은 얼마나 음울했던가! 그 여덟주가 시작될 때 앞을 내다보니 어떻게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기분이 점점 가라앉고 있는데다, 이제 일이라는 버팀목이 무너지자더 빠른 속도로 우울해졌다. 앞날을 내다보아도 희망이 없었다. 출구 없는 미래는 아무런 위안도 주지 않았고, 아무런 약속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미래의 선에 의지해 현재의 악을 견딜만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슬프게도 나의 존재에 대해 자주 무관심한 마음이들었고, 지상 모든 것의 종말에 일찌감치 도달하고 싶다는 절망적인 자포자기의 심정이 밀려왔다. 아, 아! 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인생을 바라볼 여유가 생기니 그것은 희망 없는 사막에 불과한 것이었다. 초록 들판도, 종려수도, 샘도 보이지 않는 황갈색 사막일 뿐이었다. 젊음에 꼭 필요하고 젊음을 지탱해주고 이끌어주는 희망이란 것을 나는 알지 못했고, 감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희망이 마음을 두드려도 퉁명스럽게 안에서 빗장을닫아걸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거절당한 희망은 뒤돌아서고 때때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손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희망을 넘보는 연약함과 죄가 몹시 두려웠다. - P246

내 작은 방은 어찌 보면 해저동굴 같았다. 방은 거품이 이는 파도와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흰색과 연녹색을 제외하고는 색깔이랄 것이 없었다. 흰 베갯잇에는 조가비 모양의 장식이 있었고, 천장구석마다 돌고래 모양의 하얀 부조가 있었다. 유일하게 색깔이 있는 새턴 바늘겨레조차 붉은 것이 산호색과 비슷했고, 검게 빛나는거울은 인어라도 비출 것만 같았다. 눈을 감자,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듯이 강풍이 집 전면에 불어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침내 잠잠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물러가 멀리, 저 멀리 사라지는 소리는 천상의 해변에서 썰물이 빠지는 소리와도 같았다. 하지만 해변이 너무 높이 있다보니 바다 밑의 집에서는 중얼거리는 소리나 자장가처럼 잔잔하게만 들렸다.
이런 꿈을 꾸다보니 저녁이 되었고, 마사가 램프를 가지고 왔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나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고, 아침보다는 기운이 나서 부축을 받지 않고 응접실로 내려갔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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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08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브로테 작품 중에서
빌레트를 좀 더 좋아합니다
제인에어는 읽을 때마다 로체스터에 대한 미움이 왕창 왕창 ㅎㅎㅎㅎ

브론테 실제 경험이 아주 많이 들어간 작품이죠 빌레트 ^^

책읽는나무 2022-12-09 00:16   좋아요 0 | URL
빌레뜨는 아직 1 권만 읽어서 2 권을 읽어봐야 총평가가 매겨질 것 같아요.
아직까진 저는 제인 에어가 좀 더 낫지 않나? 싶거든요.
근데 다른 분들도 그렇고, 스콧님처럼 빌레뜨를 더 쳐주기도 하고, 다들 재밌다고들 하시네요?
2 권에선 뭔가? 더 극적 재미가 있나 보다? 기대 중입니다^^
루시의 우울하면서 고독한 심경 변화가 브론테의 내면이랑 비슷한가? 싶은 맘도 드네요?

서니데이 2022-12-09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론테 자매의 책들은 많이 알려진 책만 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인에어라거나.^^;
잘읽었습니다.
내일은 따뜻한 날씨일 거라고 조금 전에 뉴스에서 나왔어요.
하지만 다음주에는 많이 추워질 거라고 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09 23:01   좋아요 1 | URL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긴 감상이어 많이 부족합니다.
브론테 자매들의 소설을 다시 읽어볼 계획을 세웠네요.
폭풍의 언덕도 읽어야 하고, 아그네스 그레이도 읽어야 하고, 교수도 읽어야 합니다. 책들이 줄을 섰는데 어째 요즘은 읽는 속도가 자꾸 늦어집니다.
요며칠은 계속 따뜻해서 산책하기 참 좋았었는데 다음 주 추워진다니..ㅜㅜ
서니님도 건강 유의하시길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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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 - 감염된 문장 (여성 작가와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
이 장의 제목이 채택된 것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인용된 문장이다.

페이지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단어는
눈을 자극하겠지.
영원한 솔기 속에 접힌 채,
주름투성이 창조자가 누워 있을 때.

감염된 문장은 새끼를 친다.
우리는 절망을 들이마시겠지.
말라리아로부터
수세기 떨어진 곳에서-

-에밀리 디킨슨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몇 권 찾아 읽어보았는데, 그녀의 시는 재밌지만 어렵다. 읽어보시면 공감하게 되리라.
시를 읽기 시작했지만, 다 읽고 나면 무슨 수학 공식을 푸는 듯한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된다는 시집의 번역가의 문구를 접하면서 아! 나만 느낀 어리둥절함이 아니었구나! 라고 위로받게 된다.
암튼 디킨슨의 시는 일단 나중에 다시 꺼내고,
디킨슨의 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디킨슨은 ‘감염된 문장‘으로 쓰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쩌면 ‘감염된 문장‘에 익숙해져 ‘감염되지 않은 문장‘이 낯설고 어려운 것이 아닐까?
여기서 ‘감염된 문장‘은 가부장적 권위에 푹 삶아진 문장인 듯 하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다면?)
남성 작가들과 여성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2 장의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고, 그동안 느끼지 못한 ‘감염된 문장‘에 감탄하며 읽어 왔었고, ‘감염되지 않은 문장‘을 폄하하며 읽어 왔었던 지난 시간들을 조금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다.

작가들은 글을 쓰면서 불안해 한다.
예나 지금이나 불안해 하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다 비슷하다.
하지만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의 불안의 영역은 다르다.
남성 작가들의 불안은 ‘영향에 대한 불안‘ 이고,
여성 작가들의 불안은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라고 한다.
이미 작가인데, 여성 작가들은 왜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 것일까?
남성 작가들은 자신이 자신의 작품에서 창조자가 아닌 선배들의 작품이 이미 자신 위에 있는, 그래서 자신의 창조성이 선배들을 뛰어 넘을 수 없는 열등감과 선배들의 작품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는 열패감에서 오는 불안에 시달린다고 해럴드 블룸은 이야기한다. 그래서 선배들의 작품에서 시달리는 창조성에 대한 기밀한 영향을 받아, 거기서 나온 불안감인 것인지?
암튼 ˝영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성 작가들의 불안감은 조금 다른 형질의 것이다.
예로부터 여성들은 펜을 들 수가 없었다는 것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다. 그래서 블룸이 묘사한 근본적인 남성적인 문학사에서 여성 작가는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들어맞지 않고, 영역 테두리 밖에 있는 폄하되고 소외되어 온 여성의 문학을 이어 온 여성 작가들은 작가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래서 여성 작가들은 늘 작가로 인정받지 못한, 작가가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조르주 상드, 조지 엘리엇, 브론테 자매들마저 지적인 진지함을 인정받기 위해 남자인척, 위장하거나, 숨어서 감추는 행위를 하였을까?

불안감은 결국 스스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을 없애버리는 문장으로 감염되어 계속 새끼를 쳐 왔다는 그런 뜻으로 읽히는 위의 디킨슨의 시였던 것이다.
주름투성이 창조자는 여성 작가를 의미하는 듯하다.
페이지에 아무렇게나 떨어진 단어는 곧 감염된 문장을 만드는 단어였던 것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19 세기 여성 작가들은 불안에 떨고만 있지 않았다. 이 지점이 눈여겨 볼만 했다.

여성 예술가들은 사회화의 영향(가부장적 사회)과 싸웠다. 여성 작가(예술가)들은 (남성)선배의 세계를 읽는 시각이 아니라 자신을 읽는 시각과 싸웠다. 그리하여 자신의 사회화 조건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했는데 에이드리언 리치가 말했던 ‘수정- 되돌아보는 행위, 생생한 눈으로 보는 행위, 새로운 비평적 시각으로 과거의 텍스트에 들어가는 행위...살아남는 행위‘를 위한 투쟁이다.
여성 작가의 투쟁은 매번 여성 선배를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행위로만 시작할 수 있다.
여성 선배 작가는 부인하거나 죽여야 할 위협적인 힘이 아니라, 가부장적 문학의 권위에 저항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된다.(146쪽)

여성 작가는 남성 작가들처럼 선배를 뛰어넘는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감 즉 권위에 대한 불안감이 아닌 일종의 연대 의식으로 바라보는 행위로 인해 창조자로 거듭나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리하여 창조적인 여성 하위문화(상위의 반대가 아닌 듯하다. 수평관계이지만, 주류에 포함되지 않은 영역밖의 문화라고 읽힌다.)라고 고질적으로 퍼져 있던 작가 되기의 불평등한 불안 영역을 없앨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적인 하위 문화가 오히려 고무적인 원동력이 된셈이기도 하지만, 연대가 더 큰 답일지도 모르겠다.

19세기 여성 작가들인 제인 오스틴, 에밀리 디킨슨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재조명하여 읽히고, 읽어야 하는 이유는 여성의 ‘겸손함‘이나 남성 흉내를 벗어버리고,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중요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다루며, 남성적 문학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이상한‘ 작품, ‘기이한‘ 작품, ‘기괴한‘ 작품(181~182쪽)이라고 무시하는 문화 속에서도 그것을 전복시켜 진정한 여성 문학의 권위에 도달하는 어려운 임무를 해냈기 때문일 것(183쪽)이다.
내용이 너무도 광범위하여 모두 다 아우를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아, 늘 빈약하게 정리를 하곤 하지만,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글을 다시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아울러 국내 여성 작가들의 글도 어쩌면 또 다른 눈으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름 얻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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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07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크~ 나무님 멋진데요? 소감을 이리 훌륭하게 써주시니... 이렇게 보니 제가 2장을 헛 읽었나 싶네요. 띄엄띄엄 읽다보니 아이고...ㅠㅠ
디킨슨의 시는 시집 한 권 밖에 읽지 못해서 제가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독특함을 느끼긴 했습니다. 너무 겸손하신듯요. 결코 빈약한 정리 아닙니다. 저는 밑줄긋기가 다인데요~ㅎㅎㅎ 계속 써주세요 나무님!^^*

책읽는나무 2022-12-07 15:01   좋아요 3 | URL
다들 칭찬해 주시니 이것 참~~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칭찬 받는 것에 알러지 반응 약간 이런 게 있어서요ㅋㅋㅋ
암튼 정리 잘하시는 화가님이 칭찬해 주시니...감사할 따름입니다^^
화가님도 직장 다니시고 시간이 빠듯하시어 제대로 정리해서 서재에 글을 올리실 시간이 없으셔서 그렇지, 늘 성실하게 좋은 글 올려 주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전 집에 있는데도 글 하나 쓰는 게 좀 쉽지가 않네요. 일단 생각을 해야 하고, 생각해서 글 쓰고 나면 시간도 후다닥...제가 좀 늦게 글을 쓰는 것 같더라구요? 남들은 쉽게 쉽게 긴 글을 부지런히 올리시는 듯한데 말입니다^^;;
암튼, 지금 다미여 책은 진도가 잘 안나가고, 관련 도서들도 조금 예전만큼 진도가 쭉쭉 안나가고 그렇네요?
디킨슨은 시집을 몇 권 읽어보긴 했는데요. 읽을 때마다 새로워요. 어제 읽은 시를 오늘 다시 읽잖아요? 또 새로운 시를 읽는 기분입니다ㅋㅋㅋ
그 느낌 어떤 느낌인지 아시겠죠?ㅋㅋㅋ
이런 느낌이라 디킨슨 시집 중 좋은 시들은 추천하고파 정리해보려고 해도 생각들이 정리가 안되네요ㅋㅋㅋ
시가 자꾸 자꾸 새로워서 말이죠!!!!
독특하단 말씀이 맞아요.
그래서 그 시절 이런 시가 발표되었을 때, 경이로워 더 유명해졌을까요?
경이로움? 독특함?
암튼 다미여 책 덕분에 평생 외국시집은 읽어보지 않았을 법하여, 어쩌면 몰라서 놓쳤을 에밀리 디킨슨 시인과 에이드리언 리치 시인을 알게 되어 기쁘네요^^

단발머리 2022-12-07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 거리의화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책나무님 너무 정리를 잘해 주셔서 천천히 읽다 보니 2장의 내용이 다시 머릿 속에서 정리되네요.
같이 읽을 때.... 같은 문장에 밑줄 긋고 인용하는 걸 다시 읽을 때 공부 효과가 두 배, 세 배 되는 것 같아요. 함께 읽는 즐거움에 저 혼자 무릎을 탁 칩니다!! ㅎㅎㅎㅎㅎ 좋은 글 감사해요, 책나무님!

책읽는나무 2022-12-07 14:47   좋아요 3 | URL
저는 2 장을 얼마 전에 읽고, 고민을 좀 하다가...감염된 문장이라?? 하면서요.
그러다 오늘 정리 좀 해보자고 다시 책을 잡고 넘겼더니, 글쎄!! 모두 다 새로운 문장들인 거에요?
밑줄은 엄청 그어 놓았던데 말이죠??ㅋㅋㅋ
밑줄 그은 부분들 다시 읽으니 문장들이 새롭게 보이면서 좀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단발머리님 말씀처럼 다시 읽으니 공부 효과가 두 배, 세 배 된다는 그 느낌 오늘 제가 경험했네요^^
이렇게 진도는 못빼고, 뒤로 역행을 하고 있으니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어....오늘 조금 슬슬 마음 내려 놓고, 내년까지 한 달 더 연장할까? 혼자 생각해 보았죠. 한 달 더 연장한다고 완독은 분명 못하겠죠??ㅋㅋㅋ
함께 읽어 좋은 글 올려 주시는 단발머리님이 더 감사하죠.
매번요~^^;;;

페넬로페 2022-12-07 1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조이스나 프루스트의 글 역시 감염된 문장이 많이 보여 불편한 구석이 많아요. 근데 자꾸 그렇게 나누다보면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말을 왜곡할 수 있어 또 그렇더라고요.
어쨌든 뭔가를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시는 저한테는 항상 어려워요^^

책읽는나무 2022-12-07 14:40   좋아요 3 | URL
저도 솔직히 예전부터 소설이나, 영화나, 드라마 모두 좀 그런 부분들이 읽히거나, 귀에 들리면 참 불편해서 읽거나, 보는 것이 힘들 때가 종종 있어요.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볼 적에 내가 그러한 부분 이상하다고 지적질을 하면 남편이랑 애들이 저더러 너무 예민하다고 그러고...ㅜㅜ
그래서 때론 독서가 힘들 때가 종종 있는데 페넬로페님이 지적하신 왜곡할 수 있다는 말씀!! 지극히 타당합니다. 그래서 판단을 똑바로 하려고 노력해 봅니다만 그게 힘드네요^^
전 샬롯 브론테 작품을 읽으면서도 계속 프랑스인과 영국인들 비교하는 문장들 접할 때도....하!!! 하게 됩니다ㅋㅋㅋ 며칠 째 눈에 거슬렸는데 이제 조금 나아졌네요.
전 이런 부분들이 저의 판단력이 아닌 일종의 감정적으로 읽는 게 아닌 건가?싶기도 하구요.
시도 읽기가 쉽지가 않구요.
계속 아무 생각없이 막 읽어 나가고 있구요. 하...제대로 된 독서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우린 그 어려운 일을 계속 해나가고 있구요?ㅋㅋㅋㅋ

프레이야 2022-12-07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감염된 문장이 새끼를 친다.
우리는 백신을 맞는걸로요 ㅎㅎ
디킨슨의 시구 강렬해요.
책나무님 정리 좋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2-07 14:31   좋아요 4 | URL
백신 자주 맞아야겠어요.
자꾸 잊고, 비교하게 되니...^^;;;
얼마 전 2 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디킨슨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감염된 문장은 새끼를 친다‘
저 문장만 머릿속에 남고, 다른 문장들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더니 다시 돌아와 읽은 탓인지? 어느 정도 디킨슨의 시 형식에 익숙해진 탓인지? 이젠 좀 디킨슨의 시가 좋다.라는 생각이 조금 들곤 하네요.
암튼 프레이야님의 정리를 감히 따라갈 순 없겠지만, 그런 프레이야님께 칭찬 받으니 좋네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2-12-08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품이 아니라 여성이 쓴 글이란 괄호 안에서 폄하되거나 한계를 짓는 것들에 저 또한 너무 익숙해졌단 생각들었어요. 내것이 아닌 사회가 만든 선입견 속에서 오롯이 작가가 아닌 여성작가란 감염된 시선으로 보지 않았나 ㅠㅠ 그 시대 여성작가님들은 정말 다락방에 갇힌 기분으로 쓰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ㅠㅠ 저 반성하며 읽고 있어요.ㅠㅠ 나무님 글 정말 잘 읽었어요 👍

책읽는나무 2022-12-08 21:3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감염되어버린 익숙함에 어쩌면 우리도 우를 범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며칠 감염된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어 며칠 동안 이 생각, 저 생각이 들어 조금 심란하기도 했었네요^^;;
여성 작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힘들겠단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과학, 영화, 음악, 요리, 건축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의 입지는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ㅜㅜ
바쁘신 와중에도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2-12-08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은 알라딘 서재의 인기도서군요.
자주 보여요. 그런데 너무 두꺼워서 읽기 부담스러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책읽는나무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08 21:27   좋아요 1 | URL
인기도서인가요?
여성주의 책 읽기 도서라 열심히 읽고는 있는데 책도 두껍고, 관련 소설들도 너무 많아 진도가 잘 안나가네요ㅜㅜ
책이 벽돌책이긴한데 또 막상 읽기 시작하면 내용은 재밌더라구요^^

2022-12-08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8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8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8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