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인간
로스 맥도날드 지음, 이가형 옮김 / 경운문예원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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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다른 여자와 도망을 간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남편과, 남편의 애인 같은 여자에게 아들을 유괴 당한 브로더스트 부인은 루 아처를 탐정으로 고용하고 아들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마을 사람들의 감추고 싶은 추문과 땅 속에 묻히고만 진실. 그리고 뜻밖의 결말.

번역자의 수많은 실수로 얼룩진 내용 속에서도 로스 맥도널드의 작가적 수준은 빛난다. 읽으면서 계속 짜증스러웠지만 결국 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탐정, 루 아처를 알게 되었고, 명성이 자자한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으니 요즘처럼 추리소설이 냉대받는 우리 출판계의 현실에서 출판사와 번역가를 탓할 수만도 없다는 서글픈 생각에 이 책을 출판해 준 출판사 <경운>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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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의 비밀
루스 렌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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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이유 없이 잔인해질 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난폭함으로 당하는 상대방만이 알뿐이다. 갑자기 컴퓨터가 이유 없이 전원이 나간다. 그럴 때 우리는 대부분 당황하게 된다. 어떤 버튼을 불러야 할지, 혹은 고장은 나는 것은 아닐지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화면에 영어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단어가 나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때 우리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컴퓨터를 더욱 멀리하게 되기도 한다. 이른바 컴맹의 경우다.

이런 기계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마도 문맹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컴퓨터를 모른다고 이상한 취급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위의 누군가가 글을 모른다면, 숫자도 모른다면 어떨까. 그 사람에게는 사회의 모든 글자를 주고받는 사람이 마치 자신에게 언어의 폭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방어를 위해 더욱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유니스처럼.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어떤 기준의 가치관도 형성되지 못하고 그저 나이만 먹어버린 여자. 그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배우지 못한, 그러나 세상에 너무도 많이 퍼져버린 글자에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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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세르크 1
미우라 켄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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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어하는 그리피스, 그는 뛰어난 용병 대장이었다. 전쟁 중에 태어나 용병의 손에 자란 가츠, 자신을 진정으로 좋아해준 그리피스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다 한다. 그를 친구라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그리피스는 신이 되기 위해 자신이 가장 사랑한 가츠를 제물로 바친다. 제물의 낙인이 찍히고 한쪽 팔을 잃은 채 그리피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에 혼자 대항한다. 중세의 암울함이 작품전체에 묻어나고 유혈이 낭자한 가장 고어적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약간 번역의 미숙함이 느껴지지만 철학적 물음을 던지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최유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지만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하며 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으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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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기 3
미네쿠라 카즈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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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서유기를 아동만화에서 탈피한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 밝고 명랑한 <드래곤 볼>과는 달리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작품 전체에 깔고 있다. 폭력적인 삼장법사, 제어하지 않으면 살인 요괴가 되어버리는 손오공, 요괴와 인간의 혼혈인, 그래서 매사에 반항적인 사오정,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저팔계. 그리고 그들의 적인 인간적인 홍해아...

이제 우리의 관점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고 있다. 더 이상 누구도 완전히 선하지 않고, 아무도 완벽하게 악하지 않다. 드물게 작품성을 생각할 수 있는 서유기판이 나왔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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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항로 1
이학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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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개인적인 역량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풍토와 역량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개인의 능력과 사고가 경직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경직된 분위기가 좋은 만화가 나올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재일동포 작가 이학인이 시나리오를 쓰고 대만출신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이 작가가 우리 나라에서 작품을 썼다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진다.

삼국지라는 동양의 고전을 그린 만화는 많다. 대표적으로 <용랑전>이 있다. 하지만 그 만화는 아이들이 보는 만화다. 심오하고 철학적이면서 역사적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작품은 <창천항로>가 가장 탁월하다. 기존의 나관중이 쓴 삼국지를 뒤집고 조조의 중심에서 새로운 역사를 바라보게 한 작품! 작가의 뛰어난 능력을 알 수 있다.

불행하게도 작가가 작품을 끝마치지 못하고 타계해서 아직 시작인 작품이 끝까지 갈 수 있을 지 우려가 되지만 이렇게 튼튼한 토대 위에서라면 끝까지 좋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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