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4
Reiko Okano / 세주문화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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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헤이안 시대에 이름난 음양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세이메이! 어려서 일찍이 이 방면에 영특함을 보여서 스승의 뒤를 이어 음양사의 갈을 걷게 된 조금은 신비한 사나이다. 귀신을 잘 다루고, 사물을 사람처럼 보이게 하여 하인으로 부리기도 하고 해서 그의 집은 항상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그런 기운이 아니라면 잡귀가 항상 꼬이게 되니 그것 또한 참 신기한 일이다.

역사의 철저한 고증과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 그리고 뛰어난 시나리오가 만나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역사가 5천년이면 무엇을 한단 말인가. 사용하지 않으면 이미 가치가 없는 죽은 역사인 것을... 우리가 반성해야할 점이 무엇인지는 이런 만화 하나만 가지고 보더라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대단한 만화인데 이 만화가 왜 19세 미만 구독불가인지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야한 장면도 거의 없고, 그렇게 괴기스러운 것도 아닌데... 그런 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도 또한 우리 나라 만화의 발목을 잡는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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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1
히로아키 사무라 지음 / 세주문화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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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는 것도 행복인가 보다. 여기 죽고 싶어도 절대 죽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만지! 사무라이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어느 날 누이동생의 남편을 죽이게 된다. 그 일로 누이 마치는 미쳐버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이 한 일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업이라 생각하고 혈선충을 몸에 넣은 것이다. 영원히 죽을 수 없는 몸이 된 만지는 죄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자신의 미친 누이를 보살피며 검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악인만을 골라 단죄할 뿐이다.

불교적 냄새가 짙게 드리운 작품이다. 단 한 권만 읽어도 작품의 마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철학이고 종교적인 그러면서도 어딘가 이단적인 색채까지 가미된 독특한 작품이다. 환상적이면서도 사실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비정한 인간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단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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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1-2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그린 도구와 방식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불사신 주인공이라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전투력이니 일본판 슈퍼 히어로의 이야기랄까요? 인간성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 깊이가 있어서 좋았죠. 요즘은 전세계적으로 슈퍼 히어로물이 더욱 진지해지는 경향인 듯합니다.
 
홍차왕자 1
야마다 난페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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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척 귀여운 만화였다. 하지만 지금 8권이 나온 상태에서는 더 이상 귀엽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야마다 난페이>가 누군지 궁금해서 보기 시작한 책이었다. 친구는 홍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서 사본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가끔 홍차 맛있게 끓이는 법 해서 나오는 부록 때문에...

난 아삼 때문에 계속 봤다. 그가 요정일 때는 너무 귀엽고 인간처럼 커질 때는 너무 섹시하니까. 하지만 승아, 남호, 아삼의 삼각관계라니... 나 원 참... 그냥 귀엽고 재미있게 끝내면 안 된단 말인가.

분명 배드엔딩일 게 뻔한데 이제 마지막 권을 보기는 다 틀린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도 있다. 홍차를 마시면서 혹시나 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점, 보름달을 가끔 바라보게 됐다는 점, 그리고 내가 아직도 이런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은 홍차 왕자가 내게 준 선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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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진 1
타카하시 츠토무 지음 / 세주문화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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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깊을 것 같은 사나이다. 이이다 쿄야! 비정한 형사. 자신을 사랑한 여자가 굶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남자. 타협할 줄 모르고 인질이 붙잡혀 있어도 손의 떨림조차 없이 범인을 쏘아 죽이는 남자.

너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관심을 갖게 하는 남자다. 쿄야도 어린 시절이 있었겠지. 천진하고 귀여운, 사춘기 소년의 떨리는 사랑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사랑하는 여자도... 웃지 않는 것일까, 웃으면 안 되는 것일까. 너무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남자다. 가끔은 인간 같지 않아 정이 떨어지려고 하지만 그의 눈빛은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긴다.

조금만 더 지켜봐야지, 이런 생각을 갖게 한다. 작가가 너무 진지한 걸까. 아니면 너무 코미디 같은 만화가 많아서 이런 인물을 설정한 걸까. 너무 진지하고 너무 냉철하고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이다 쿄야의 진실을 알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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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풍금
하근찬 지음 / 바다출판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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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의 <섬 마을 선생님>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책을 읽고 이 노래 한 구절을 흥얼거리면 5,60년대의 풍경이 떠오른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고서점의 구석에 박혀 있다가 어느 운명적인 손에 의해 보물로 탄생하는 값진 고서적처럼 이 작품도 처음 <여제자>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을 때는 별 볼일 없는 작품이었다. 그 작품이 영화 감독의 눈에 띄어 우리 가슴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은 그런 연유로 영화를 보고 원작 소설을 읽은 몇 안 되는 작품이 되었다.  

첫사랑이란 이렇게 어설픈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봤으면 감동했을 얘기네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조금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먼저 읽어서 '이 책 어때 ?'하고 물었더니 '어, 그냥 읽을만해. 하지만 영화로나 만들어질 그런 얘기야.' 영화를 보지 못해서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마치 옛날 무성영화 시절의 검사와 제자라는 영화제목이 생각났다. 신파 같았으니까. 순순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만 작가의 의도를 따라줄 수가 없어 미안하다.

그냥 촌스러운 꽃무늬 원피스를 뽐내며 입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예전에 책제목이 "여 제자"였다는데 그 제목이 어울렸을 그 시절에나 어울리는 책이다. 아무리 제목을 내 마음의 풍금으로 바꾸더라도 유행가 같아서 지금 보면 그때 작가가 바라던 감동은 내기 어렵다. 더구나 나는 이 책을 처음에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로 착각을 했었으니, 아마 이것이 이 책을 읽을 때 느끼는 갭이 아닐 까 생각된다.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때만해도 이런 일이 가끔 있었다. 선생님을 사랑하던 라일락 꽃내음 가득한 5월의 교정의 설레임이. 선생님 교탁에 꽃을 꽂아 놓고, 연애편지 쓰듯 가장 예쁜 편지지에 편지를 쓰고, 방과후 교문 끝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던 애틋함이 생각난다.

지금 생각하면 촌스럽고 한심한 일이었지만 그때는 목숨걸고 하던 일이었다. 첫사랑이었으니까. 그래서 홍련이의 첫사랑이 예쁘게 다가온다. 추억이니까. 어린 날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한다. 내용은 사실 별로 없지만 뭐, 그런 것이다. 우리의 기억에서만 존재하는 일이니까 진짜는 그렇게 낭만적인 일은 아니었듯이 작품 속에서 내 생각이 만나 아름다운 영화를 찍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것뿐이다. 

시절이 순수했고, 사람이 순수했고,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할 줄 알았던 시대에 시골 학교에서 아마도 진짜 있었던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경험담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점점 순수라든가, 순진이라든가 하는 단어들이 낯설어 지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선생님과 제자 사이가 멀어지고 사나워지는 사회에서 촌스럽고 바랜 이 작품이 어필하는 것은 그때가 좋았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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