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은 현대인들에게는 도시 괴담 하나 정도는 알 정도로 무서운 공간이기도 하다. 익숙하고 매일 타야 하는 것인만큼 사건, 사고도 빈번해서 공포로 자리잡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 어쩌면 그 작은 공간이 주는 밀폐성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런 엘리베이터에 갇힌다면? 어쩌다 정신을 잃었다 차리고 보니 낯선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면 그 공포는 엄청날 것이다. 이 작품의 악몽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오가와가 눈을 뜨자 낯선 인물 셋이 그를 보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멈춰 있고 아내는 출산 직전이라고 전화가 왔는데 불안하고 미치겠다.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남자와 초능력이 있다는 니트족이라는 남자, 그리고 자살하려고 한다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나가고 싶지만 나갈 길이 없는데 이들은 자기 소개를 하자는 둥, 비밀을 털어 놓자는 둥 이상한 말만 한다.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있을까?  

이렇게 서론을 오가와의 악몽으로 시작한 작품은 마키의 악몽에서 마키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코믿함으로 완화시키면서 서서히 서스펜스와 미스터리의 준비를 한다. 물론 이미 막은 프롤로그에서 올랐지만 말이다. 마키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사이에 코믹이라는 멋진 다리를 놓고 있는 인물이다.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은 사부로의 악몽에서 그의 말처럼 '분명히 오늘 밤보다 더 고통스러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순식간에 보여준다. 악몽이 진정한 악몽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독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작가의 치밀함에 놀라면서. 

오가와의 악몽은 그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보통 사람의 악몽이다. 늘 낯선 사람과 함께 타게 되는 엘리베이터라는 공간,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이웃을 모르는 사람들의 무심함이 악몽이라는 이야기다. 마키의 악몽은 의도한 일이 제대로 끝나지 않는데서 오는 악몽이다. 엘리베이터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일이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는 지 그야말로 악몽의 시작이다. 이런 의도하지 않은 일은 결국 사부로의 악몽에서 깜짝 놀랄 악몽 그 자체로 정체를 드러낸다. 이것이 작가의 악몽 삼부작 첫번째 작품이다. 

작품은 처음에는 밋밋하게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정도면 심심한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이 시작된다. 그 놀라운 반전은 다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서 낄낄거리며 웃고 재미있게 보던 나를 경직시켰다. 헉... 이렇게 끝이 나다니 순식간에 이야기가 서스펜스 미스터리 호러가 되어 버렸다. 이 작가 도대체 누구냐? 이렇게 짧은 시간, 간단한 소재를 가지고 단순하면서 재미있고 기가 막힌 작품을 만들어 낸 이가. 심봤다!!! 이렇게 외치고 싶은 작품이다. 나머지 악몽 삼부작도 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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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04-2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거리고 웃다가 서스펜스 미스터리 호러까지...!!! 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에 관심이 폭주하는군요. 근데 표지가 미국 그래픽노블같네요.

물만두 2009-04-25 11:50   좋아요 0 | URL
요즘 이런 표지가 많더군요.
정말 낄낄대다가 헉 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Apple 2009-04-2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은근히 눈에 밟히던 책이었는데...꼭 봐야겠네요!!+_+우흐흐

물만두 2009-04-27 10:30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비로그인 2009-04-29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몰래몰래 염탐하고 있어요. 늘 느끼는거지만 물만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책 정보도 유용하게 얻고있어요~ 이번 서평도 감사히 읽고갑니다.
덕분에 지름신은 또다시~~ 하하...;;

물만두 2009-04-29 10:29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아주 우연히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서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무겁게 들고 한쪽에는 목발을 집고 나오는 여인의 손을 잡아 준 것 뿐이다. 대신 세탁물을 들어주고 말이다. 그런데 그 행동을 잭 리처가 했다는 게 문제다. 그 이름 모를 여인과 함께 납치를 당한 것이다. 백주대낮에 잭 리처가 말이다. 아니 어떤 대단한 인간이 잭 리처를 납치했을까 싶지만 타깃은 잭 리처가 아니다. 잭 리처를 납치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타깃은 바로 홀리 존슨이라는 이 여인. 연방수사국 요원이라서 납치를 당했나 싶었는데 그 이상의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이 여인은 누구?  

그들이 납치 당해 이송되는 도중 어떤 남자가 계속 하나의 방 속에 작은 방을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이 대단한 비밀인냥 일을 한 사람들을 살해한다. 이 남자가 바로 홀리의 납치범이자 미치광이 보켄이다. 자신들만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사람들과 함께 이제는 마을 전체가 망해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에서 백인들만으로 민병대를 조직해서 독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질이 바로 홀리였다. 여기에 홀리의 납치를 알게 된 연방수사국 시카고지국에서는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데 그들 사이에 보켄과 함께 손을 잡은 배신자가 있어 끊임없이 그들에게 상황을 알려준다. 

책 제목을 처음 보고 <다이 하드>가 생각났다. 그때 그 제목이 참 어찌 해석해도 그렇더니만 이 책 제목도 그렇다.  Die Trying이라... 브루스 윌리스도 잘 해냈는데 잭 리처라는 대단한 액션 히어론데 이쯤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전직 군인이었던 것을 십분 활용하는 것처럼 온갖 총은 다 등장하는 것 같다. 총 한발 쏘는데 그렇게 많은 학문이 필요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고수의 길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에 오늘의 미국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은 극우주의자들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뭐, 그들에게 한마디 해주자면 영국에서 독립했던 그때로 돌아갈 게 아니라 니들의 조상이 왔던 그 땅으로 돌아가라는 거다. 그 땅이 원래 백인 땅이 아닌데 왜 착각하고 있는 건지. 

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갈 때까지는 차의 속도만큼 속도감있게 전개된다. 무지에서 하나 하나 정보를 수집하는 잭 리처의 모습과 어둠의 음습함에 대처하며 탈출을 모색하려고 하지만 이 정도에서의 탈출은 싱겁다는 듯이, 잭 리처의 원칙인 이동 중 탈출이 고립 후 탈출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깨고 그들을 따라간다. 그리고 탈출할 길이 보이지 않는 고립된 요새라 할 만한 곳에서 홀리를 구하고 미치광이와 그에게 홀린 민병대, 그를 무서워하는 민병대 사이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애를 쓴다. 이 영웅에게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큰 몸집 때문에 작은 곳에 갇히는 걸 두려워 한다. 그런 인간적인 면이 있어 탈출하나 싶으면 잡히고 또 탈출을 감행하는 잭 리처의 노력은 빛난다. 여기에 용기있게 대처한 홀리의 모습도 잭과 잘 어울렸다.  

처음 잭 리처는 그들과 한 패로 낙인이 찍혔다. 타락한 전쟁 영웅이라고. 하지만 정치적인 미묘함때문에 대통령이 손을 놓은 상황에서 소수의 연방수사관들과 홀리의 아버지와 잭 리처를 끝까지 믿고 지지한 그의 전 상관이 마지막에 잭 리처가 거의 다 해결을 하자 등장을 해서 긴장감만 고조시킨다. 마지막까지 영웅 잭 리처는 멋있었다. 쿨했다. 정말 스피디한 전개속에 끝날 때까지 몰입하게 되는 작품이다. 나도 위험이 닥쳤을 때 잭 리처가 옆에 있다면 든든할 거 같다. 잭 리처같은 사람이 드물어서 그렇지. 탐정이라기 보다는 점점 영웅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민 영웅 잭 리처,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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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팬더 2009-05-0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잭 리처가 돌아왔군요. 물만두님 정말 간만에 들어와보네요. 저는 한동안 청춘사업때문에 바빠서리....ㅡ.ㅡ;; 뭐 어쨌거나 다시 책읽기나 시작하렵니다. ^^ 추적자 이후로 잭 리처 신작이 언제 나오나 고대하고 있었는데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9-05-07 10:56   좋아요 0 | URL
님 방가방가^^
오호~ 부럽습니당~
잭 리처는 절대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구요.
 
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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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드디어 켄지&제나로 시리즈 첫번째 작품이자 데니스 루헤인의 데뷔작을 보게 되었다. 와우~ 이렇게 출판을 할 거면 시리즌데 차례대로 출판해주면 좀 안되나 또 푸념을 하게 된다. 뭐, 2, 3편이 나온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켄지가 원래는 영웅 소방관 아버지 아래서 학대받고 자란 아이라는 사실과 제나로가 남편에게 매를 맞으며 그래도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였다는 사실은 이 작품에서 처음 알았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사이라는 건 알았지만 그런 내력 또한 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 두 주인공 켄지와 제나로에 대해 알게 되는 일인지라 짚어본다. 

켄지는 아버지가 시의원까지 했던 인연으로 상원의원 멀컨에게서 사라진 청소부를 찾아줄 것을 의뢰받는다. 그 청소부가 내부 기밀을 가져갔다나. 어쨌든 켄지와 제나로는 청소부 제나를 찾아 나서는데 켄지가 호텔을 나서자마자 따라오는 미행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제나가 켄지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멀컨의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순간 그녀는 누군가의 총에 맞고 숨진다. 그녀의 남편은 갱단의 우두머리고 그녀의 아들 또한 아버지의 반대파 조직의 우두머리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새도 없이 켄지와 제나로는 휘말려 들고 갱단의 전쟁은 시작된다. 

작품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 색깔론을 들고 나온다. 흑인들이 더 많이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흑인을 조롱하고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켄지 또한 그에게 총을 쏘는 흑인들에게 '깜둥이'소리를 내뱉는다. 흑인은 백인을 싫어하고 백인은 흑인을 싫어하고 모든 인종은 각기 다른 인종을 싫어한다. 그러면서 싫어하는 건 싫어하는 거고 나쁜 건 나쁜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흑인이 갱이 되는 것이 인종차별때문이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권력을 쥐고 흔드는 백인 정치인이 나쁜 놈이 아닌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인종차별이라는 말에 눈 멀고 귀 먹어 모든 것을 그것 하나로 몰아가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어리버리 바보같은 켄지라도, 매 맞고 사는 제나로도 알 수 있는 것을 사람들은 애써 알려하지 않는다. 알아봤자 입맛만 쓸 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절대 공평하지 않다. 사랑해도 모자랄 자식을 학대하는 아버지가 있고 자신의 실패로 인해 의처증에 걸려 아내를 때리는 남편이 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신문 기사를 읽을 때는 좋아하다가 그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들이 등을 돌리게 된 기자도 있다. 그리고 무조건 흑인을 조롱하는 술주정뱅이를 두들겨 패는 백인 형사도 있다. 그런 곳이 미국이다. 아니 그런 곳이 인간이 사는 곳이다. 그러니 속이지는 말자. 그리고 싫은 것과 나쁜 것은 구별이나 하고 살자. 민주주의는 어느 별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데뷔작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작품을 쓴 너무도 능숙함과 독자를 자신의 글에 익숙하게 만드는 솜씨가 놀라웠다. 데뷔작이 멋있고 대단해서 놀란게 아니라 데뷔작이 한 열 편 정도 베스트셀러 작품을 낸 작가의 작품같이 느껴져서 놀랐다. 4, 5편을 먼저 읽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서도 아니다. 전혀 데뷔작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많은 켄지&제나로 시리즈 중 한 편처럼 느껴져서 이 작가가 괴물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신인의 첫 작품이라는 신선함도 약간의 미숙함도 과도한 열정도 없는 이 냉정한 작품이라니. 마치 전쟁 영웅이 전쟁 전에 한 잔 하고 익숙한 발걸음으로 전장에 나서는 것 같지 않은가.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읽으면 뒷맛이 쓰다. 개운하지가 않다. 사건이 끝난 뒤 켄지와 앤지가 느끼는 감정과 같다. 그것은 그들이 노골적으로 허물을 드러내고 속을 뒤집어 보이기 때문이다. 달라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달라지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을 켄지의 배위에 아버지가 남겨 놓은 상처 자국처럼 달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없어지기를,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그래서 단순하고 무식하게 나오는 순진한 무정부주의자이자 무기 판매상이자 총 쏘는 걸, 폭력을 너무 좋아하는 부바가 오히려 마음에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의지하고 싶고 세상에 아주 깨알만큼이라도 정의가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머리에 든 건 쥐뿔도 없으면서 생각만 하려고 하는 나와 다르지 않은 켄지, 앤지, 그리고 작가까지도 두다다다다다 날려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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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4-20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렸던 책입니다..ㅋㅋ 제발 정말이지 시리즈물은 순서대로..라고 부르짖고 싶어지는.
그래도 출판해준다니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니요..;;;; 님 리뷰 보니 또 확 땡기네요.
곧 사서 읽어야겠슴다..ㅋ 추천도 꾸욱~

물만두 2009-04-20 22:30   좋아요 0 | URL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다 마는 출판사가 즐비하니 감사해야죠.
어쩌겠어요 ㅡㅡ;;;

무해한모리군 2009-04-21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근데 또 사일이나 걸리네요 ㅠ.ㅠ
(알라딘이 저만 미워하나봐요 --)

물만두 2009-04-21 10:25   좋아요 0 | URL
신간인데 왜 그리 오래 걸릴까요???

무해한모리군 2009-04-21 13:37   좋아요 0 | URL
몇가지 같이 주문했는데 좀 오래걸리는게 있었나봐요 ^^

물만두 2009-04-21 18:57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46번째 밀실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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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이 작품을 가장 먼저 읽었어야 했다. 출판사가 이 작품을 먼저 출판했더라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에 대해 이해하기 쉬웠을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우선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와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는 전혀 별개의 시리즈다. 난 처음 '학생 아리스'가 커서 '작가 아리스'가 되는 줄 알았다. 이 작품을 읽었더라면 그런 오해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런 푸념을 하는 이유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의 기본은 사회범죄학 교수로 아리스가 별칭 임상범죄학자라고 부르는 에이토 대학 교수 히무라 히데오가 탐정으로, 추리소설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조수로 등장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 시작을 알리는 데뷔작인 것이다. 여기에는 이들이 대학시절 만나게 된 계기,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추리소설 시리즈물이라고 나온다. 이렇게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늦게 출판이 되니 하소연을 할 밖에. '학생 아리스 시리즈'는 그렇다쳐도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정말 순서대로 출판되었으면 한다.
 
 일본 밀실 추리소설의 거장이자 일본의 딕슨 카라고 불리는 마카베 세이치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를 받고 그의 별장인 성화장에 모인 사람들이 있다. 추리소설가들과 편집자, 그리고 십년 전 화재 사건의 인연으로 돌봐주고 있는 소년까지 눈이 오는 가운데 즐겁게 지내려 한다. 하지만 이들의 분위기는 묘하게 냉랭해지고 누군가의 서툰 장난으로 약간 기분들이 나빠지는 가운데 집 주변을 배회하는 얼굴에 화상을 입은 남자까지 보게 된다. 그리고 밀실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 사건, 한 명은 정체불명의 도둑으로 생각한 얼굴에 흉터가 있던 남자로 추측되고 또 다른 한 명은 거장 마카베 세이치다.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작품 속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일본의 엘러리 퀸을 꿈꾸는 작가다. 그 엘러리 퀸이 딕슨 카의 밀실 트릭에 도전한 것 같은 작품이라고나 할까. 트릭적인 면에서는 밀실 트릭이니까 어떻게 했을까도 생각하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밀실 트릭을 푼 뒤에 놀랄 수 있는 탄탄한 구성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트릭만 공중에 떠서 트릭을 위한 작품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 이것을 순수하게 구현한 작품이지만 말이다.
 
그런 아쉬움을 제외하면 본격 추리소설로 볼만한 작품이다. 트릭을 사용하는 신본격추리소설이 지향하는 점은 논리적으로 범인을 밝혀내는데 있다. 트릭을 논리적으로 추론해서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는 것, 그러니까 포와로와 엘러리 퀸 등의 탐정이 자주 사용하는 말, "이런 이유로 범인은 당신이다!". 이것을 깔끔하고 심플하게 표현한, 그야말로 신본격에 어울리는 신본격추리소설이 갖추어야할 논리라는 기본을 충실하게 따른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 작품은 밀실 트릭만으로, 단순하게 신본격 미스터리가 지향하는 범인을 찾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다. 지루하지는 않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히무라 히데오의 처음 콤비로 활약하게 되는 작품이라는데 의의를 둘 수가 있다. 그들의 사연과 히무라 히데오가 범죄자를 잡는데 경찰에 협력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고 아직 이 시리즈를 읽지 않은 독자들과 다음 시리즈를 볼 계획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작품이다.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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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4-1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읽어봤지만 그닥 독자을 놀라게 하는 그 무언가가 없어서 좀 실망했읍니다.

물만두 2009-04-17 19:03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의의는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히무라의 탄생 이야기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매지 2009-04-17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제 <월광게임> 읽기 시작했어요 ㅎㅎㅎ

물만두 2009-04-17 19:03   좋아요 0 | URL
아, 작가 아리스 시리즈는 이 책을 먼저 읽으세요^^

비로그인 2009-04-29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무라교수를 보며 왜자꾸 유카와선생이 생각나는걸까요...-_-

물만두 2009-04-29 10:31   좋아요 0 | URL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 교수말씀인가요?
흠... 읽으려고 샀는데 아직 못 읽고 있어요.

soyo12 2009-05-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작가가 참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구나란 느낌이 있어서 좋아요. 고전에 대한 박식함? ^.~

물만두 2009-05-01 14:12   좋아요 0 | URL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추리소설을 쓴 케이스니까요^^
 
심플 플랜 모중석 스릴러 클럽 19
스콧 스미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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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가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돈벼락 한번 맞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어디 눈 먼 돈 없나?', '로또에 1등 당첨만 되면 한방에 인생 대박나는건데...'. 과연 그럴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그건 그냥 생각일 뿐이고 내가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닌 건 내 돈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로또에 1등 당첨된 사람들 중에 대다수가 다시 파산을 하더라는 통계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돈이 어떻게 독이 되어 순식간에 한 남자의 인생에 번지게 되는지를 너무도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 

형제라지만 결코 친하지 않은 형제 행크와 제이콥은 12월 31일이면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부모님 묘지에 함께 간다. 그 날도 형제와 형의 친구 루는 차를 타고 가다가 닭을 잡아 도망가는 여우때문에 차를 급히 세우게 되고 그 여우를 따라 형의 개가 뛰어 가는 바람에 개를 찾는다고 눈 덮인 숲을 뒤지다가 추락한 경비행기를 발견한다. 비행기 안에는 조종사의 시체뿐 아니라 현금 4백40만 달러가 있었다. 그 돈을 발견하는 순간 그들의 운명은 결정된다. 행크는 처음에는 신고하려 했지만 직업이 없이 놀고 있던 형과 루가 돈을 갖자고 한다. 고민을 한 행크는 돈의 안전이 확보되기까지 6개월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다가 돈을 나누기로 한다. 만약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즉시 태우기로 하고. 돈을 실제로 보지 않았을때는 좋게 말할 수 있다. 사라처럼. "신고해야 돼. 잡힐 꺼야." 하지만 일단 돈을 눈 앞에서 보게 되면 바뀌게 된다. "잡히면 안돼. 잘 될 거야." 탐욕은 인간의 본성임을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천천히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읽는 내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때 이미 행크와 제이콥, 루는 행운이 아닌 돈이라는 검은 악마를 만난 것이다. 그 악마가 평범하고 착하게 사는 중산층 시민이라는 행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지 읽는 내내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된다. 만약 이런 큰 돈이 내게도 가질 기회가 생긴다면 어쩌면 나도 행크처럼 될 수 있다는.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되고 때론 두 명이 한 명을 따돌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들며 의심과 불신을 만들어간다. 행크와 제이콥은 사이가 좋지는 않지만 형제라는 끈이 있다. 이건 행크가 제이콥을 믿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제이콥과 루는 아주 친한 친구다. 그들은 행크가 가져본 적 없는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이것이 행크를 불안하게 만든다. 결국 행크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한 직업과 가정, 아내가 있고 앞으로 잘 사는 길만이 남았다는 소박한 꿈은 허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자신과 형과 루는 결코 다른 인물이 아니었음을. 아니 내 개인적인 생각은 제이콥이 행크보다는 더 나은 인물이다. 적어도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줄 알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기 때문이다. 

평범한 회계사인 행크가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는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을 한다. 남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의논을 해올 때까지 몰랐고 자발적으로 부모님을 찾아뵌 적이 없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형이 아이들에게 맞고 우는 것에 실망해 속으로, 겉으로 형을 경멸하는 인물이고 형의 친구를 쓰레기 취급하고 형을 부랑자 취급하며 자신의 우월감을 은연중에 나타내는 인물이다. 행크와 행크의 아내는 대학까지 나왔기 때문에 자신이 나고 자란 시골 마을, 거의 폐허가 되어가는 곳이 지겹고 싫었다. 말을 안했을 뿐이지만 그의 아내 사라도 그랬다. 그녀는 행크를 부추기기까지 한다.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그곳에서의 중산층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그들은 원했던 것이다. 그 길이 열리게 되었다 생각하니 내면에 감추고 있던 욕망이 터져나온 것이리라. 

정말 간단하다. 범죄는, 그리고 살인은. 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간단하다. 너무도 심플해서 계획을 세울 것도 없다. 인간이 원래부터 선하다고 누가 말하는지. 그건 그저 보여지고 보여지게 만드는 포장의 기술, 껍데기의 미학이 아닐까. 도덕이라는, 법률이라는, 선이라는... 그런데 그것들이 눈에 덮여 있다가 어느 날 봄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면 인간이 서 있던 자리에 남는 것은 추악한 사실뿐이다. 탐욕과 거짓과 자기기만에 가득 찬 존재가 바로 나였다는. 행크가 뒤늦게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이런 사실을 알려줬더라도 달라지지 않았을 거라는 더 끔찍한 내면의 울림으로 인해 읽으면서 움찔움찔하게 된다. 어쩌면 나도 이럴 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이가 들면 그래서 예전처럼 쉽게 '나는 안 그래.'라고 말하지 못하게 된다. 상황이 인간을 변하게 만들거나 숨겨진 자신을 드러내게 만들 수 있으니까. 

우리가 범죄의 길에 빠지기는 쉽다. 많은 사람들이 죄를 짓고 잡히지만 잡히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잘 사는 이들도 있다. 잘 산다는 게 어떤 건지가 문제겠지만. 이들처럼 살고 싶어 한다면 아마 늪에 빠지는 것처럼 파멸은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알면서도 행크가 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행크가 존재하는지. 우리가 행크가 되는 일은 정말 쉽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읽는데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 강렬함은 여전히 대단했다. 나도 스티븐 킹처럼 외쳤다. "무조건 읽어라. 이 작품 진짜 걸작이다!."라고. 지금 안 읽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작품이다. 평범한 인간이 돈으로 인해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아내 서스펜스를 극대화시켜 보여준 스릴러 최고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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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04-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허명이 아닌가 보군요. 샘 레이미의 영화는 좀 심심했고, 작가의 두번째 작품 <폐허>가 워낙 지루했지라 솔직히 조금 의심했거든요. 하여튼 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니까요^^

물만두 2009-04-15 13:09   좋아요 0 | URL
저 이 작품 두번 읽었습니다. 읽을때마다 더 좋아지는 작품입니다^^

비연 2009-04-1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폐허가 너무...별루였던 지라 많이 망설여지기는 하는데..만두님이 권하시니 ^^;;;

물만두 2009-04-15 16:14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읽으셔야 합니다~

헤라 2009-04-15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모두들 폐허가 별루라고 하는지 몰겠네요....^^;; 전 나름 재미있었어요. 황당함 그자체라고 몰아 붙인다면 뭐 할말은 없지만 말그대로 소설이잖아요~~그쵸? 제발~~그쵸?

물만두 2009-04-15 18:54   좋아요 1 | URL
저도 폐허 좋았습니다. 뭐, 각자 생각이 다르니까요^^;;;
황당하지도 않았고 그 공포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니어 2009-04-17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샘레이미때문에 영화만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

물만두 2009-04-17 19:04   좋아요 1 | URL
영화 이야기하시는 분이 꽤 계시더군요.
전 안봐서 모르겠지만 책은 좋습니다^^

2009-05-06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6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